해양 구조·재난 스릴러 56화

수심 43미터의 종

밖에서 기다리는 불

새벽의 불빛은 배 안이 아니라 창문 바깥의 젖은 바닥부터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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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불빛은 배 안이 아니라 창문 바깥의 젖은 바닥부터 밝혔다.

재필이 일곱 시보다 먼저 대기실 문을 열었다.

의자를 닦고 물병을 채웠다. 컵을 한 줄로 놓았다가 종이컵이 바람에 날리자 바구니에 넣었다. 자기 손이 기억하는 배 안의 정리가 여기서도 쓸모 있었다. 미례가 들어와 무엇부터 도울지 묻자 창문을 닫아 달라고 했다. 작은 부탁이었다. 그 말에 두 사람이 같은 방의 일을 나눌 수 있었다.

해솔은 오늘 안정 구역의 안쪽 끝을 확인할 팀에 들어갔다. 깊은 통로 전체가 열린 것은 아니었다. 수색팀은 구조물이 안정되고 귀환로가 확보된 구획을 고른 것이다. 잠수사 둘이 먼저 바깥을 확인하고 지정팀이 뒤를 맡았다. 해솔은 자신이 구조했던 장소보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들어갔다.

미례는 오늘 배에 타지 않았다. 육상 대기실에서 가족들과 기다렸다. 전날 입금된 범위로 계약한 시간이 출발표에 적혔다. 사내가 담배 케이스 사진을 들고 왔다. 사진대조에서 가족이 쓰던 물건이라는 확인이 정리됐고 보전 이후 반환 절차를 안내받았다. 오늘 물건을 손에 받는 날은 아니었다. 그는 그것을 안 채 바다를 기다렸다.

물속의 첫 빛은 탁했다. 해솔은 동료의 전등과 서로 겹치지 않게 비췄다. 두 빛이 같은 부유물을 비추면 앞이 더 희게 됐다. 그들은 한쪽에서 선체의 옆면을, 다른 쪽에서 귀환선을 보았다. 문틀이 비스듬히 누웠다. 원래 사람이 서서 드나들던 곳이었다. 지금은 물이 드나들고 사람은 몸을 좁혔다.

해솔은 문틀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열려 있는 바깥 공간에서 카메라를 들이밀었다. 모서리에 옷감이 있었고 뒤에 더 큰 형태가 보였다. 그는 바로 통신했다. 지금 보이는 부분과 아직 안 보이는 부분을 따로 말했다. 목소리가 짧아졌다. 책임자가 추가 접근을 멈추고 수색팀의 절차로 전환한다고 했다.

해솔은 카메라를 내려놓지 않았다. 현재 위치와 주변 걸림물을 남긴 뒤 뒤로 나왔다. 동료가 귀환선 쪽을 가리켰다. 물이 조금 빨라졌다. 해솔은 자기 몸이 틀에 가까워지는 것을 느꼈다. 발로 바닥을 차지 않고 위치를 바꿨다. 한 번 차면 사진 안의 모든 것이 희어졌다. 그 희어진 시간이 다른 사람의 위험이 될 수 있었다.

옆을 보자 동료의 몸이 그림자 속으로 들어갔다. 해솔은 이름을 불렀다. 대답이 바로 왔다. 전등이 다시 나타났다. 같은 팀이 눈앞에 있어도 시야 한 번이 끊기면 사람이 사라지는 곳이었다. 그는 줄을 붙잡고 바깥으로 나왔다. 동료가 함께 따라왔다. 자신들만 움직여 더 빨리 끝낼 수 있는 작업이 아니었다.

갑판에서 해솔은 보고했다. 사람으로 보이는 형체를 확인했고 식별과 수습을 담당할 팀이 들어가야 했다. 누군가 누구냐고 물었다. 그는 얼굴이나 신원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잠수사는 어둠에서 본 한 몸을 어느 가족의 사람으로 먼저 돌려줄 수 없었다. 대신 발견 위치를 또렷하게 전했다.

현장 책임자는 육상 연락 담당에게 알렸다. 미례는 조사관의 설명을 듣고 가족들에게 모여 달라고 했다. 모두 자기 휴대전화를 들었다. 미례는 한 사람의 발견이 곧 누구의 귀환인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 말을 여러 번 반복하지 않았다. 전문팀의 수습 준비가 시작됐고 정보가 들어오는 순서를 안내했다.

사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가려는 것인지 조사관에게 가려는 것인지 미례는 알 수 없었다. 재필이 문을 열어 주었다. 사내는 밖에 서서 바다 쪽을 봤다. 재필도 조금 떨어져 섰다. 살아 돌아온 자신이 옆에 있으면 상대에게 상처일까 봐 가까이 가지 못했다. 사내가 먼저 물이 있냐고 물었다. 그는 바로 가져왔다.

전문팀의 준비 동안 해솔은 손목에 남은 차가운 감각을 느꼈다. 재필을 끌어 올릴 때 잡았던 팔이었다. 오늘 본 것은 자기 손을 잡아 줄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는 물속에서 더 오래 남아 있어야 했다는 생각을 했다. 현장 책임자가 위치 영상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해솔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 말을 즉시 위로로 받을 수 없었다.

우찬은 옆에 앉았다. 그에게 오늘은 어떤 말을 하지 않아도 되는지 알고 싶었다. 해솔은 내가 나와 버렸다고 말했다. 우찬은 지정팀이 들어가고 있다고 답했다. 해솔이 찾아낸 자리로. 두 사람은 그 짧은 문장 뒤에 멈췄다. 구조와 수습을 같은 이름으로 성공이라 쓰지 않아도 일이 앞으로 갈 수 있었다.

수습 작업은 바람이 커지기 전에 이루어졌다. 해솔은 바깥 연결을 확인하는 임무로 다시 들어가지 않았다. 다음 팀이 맡았다. 그는 갑판에서 사용한 영상과 구역 정보를 넘겼다. 다른 사람의 손이 자신의 다음을 잇는 것을 보았다. 혼자 끝내야 마음이 편해진다는 생각은 여기서 버텨 줄 이유가 없었다.

육상에는 별도의 이동 차량이 왔다. 가족 대기실과 다른 출입로를 썼다. 기자가 난간 바깥에서 카메라를 들었다. 미례가 얼굴 촬영을 중지해 달라고 요청했다. 조사관이 현장 통제를 설명했다. 미례는 혼자 렌즈 앞에 몸을 세우지 않았다. 가족이 어떤 장면으로 기록될지 미례 혼자 감당할 일이 아니었다.

공식 신원 확인에는 시간이 필요했다. 발견 물건의 번호나 옷의 모양만으로 사람 이름을 붙이지 않았다. 가족들에게 필요한 자료 제출과 연락 절차가 안내됐다. 사내는 자기 사람이 아닐 수도 있냐고 물었다. 담당은 지금 정할 수 없다고 답했다. 사내는 그 답을 듣고 의자에 앉았다. 한 사람을 기다리는 일이 다른 가족을 기다리게 만드는 순간이었다.

재필은 가족들에게 점심을 주문했다. 먹겠다는 사람과 못 먹겠다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주문한 그릇을 억지로 앞에 놓지 않았다. 뚜껑을 닫아 옆방에 두고 나중에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살아 있는 사람의 시간이 멎어도 음식은 식었다. 적어도 버리는 시간이 오기 전에는 다시 먹을 자리가 있어야 했다.

해솔이 육상으로 돌아왔을 때 재필이 문을 잡았다. 그는 잠수복이 아닌 젖은 머리만 보고도 오늘 안쪽에 갔다는 것을 알았다. 해솔은 고맙다고 말했다. 재필은 어떤 물건을 확인했는지 묻지 않았다. 대기실의 사람들에게 조사관이 안내할 차례였다. 그는 해솔에게 수건을 건넸다. 자신의 방에서 말려 온 수건이었다.

해솔은 그 수건을 얼굴에 눌렀다. 바닷물 냄새와 집의 세제 냄새가 섞였다. 그는 누구에게든 오늘은 한 사람이 돌아왔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이름이 확인되지 않은 사람과 기다리는 가족의 사이에는 함부로 건널 수 없는 거리가 있었다. 수건을 내리고 가족들에게 오늘 발견 위치와 작업이 끝난 사실을 말했다.

미례가 그의 앉을 자리를 만들었다. 해솔은 처음에 서 있겠다고 했다. 앉으면 자기 피로가 먼저 보일 것 같았다. 재필이 의자를 뒤로 끌며 자기도 앉아 있다고 말했다. 해솔이 그쪽을 보았다. 살아남은 사람의 몸은 오늘도 피로했고 그 몸을 쉬게 하는 것이 다른 사람을 버리는 일은 아니었다. 그는 앉았다. 물이 양말 안에서 차가워졌다. 미례는 갈아 신을 양말이 있냐고 물었다. 해솔은 가방에 있다고 했다. 누군가 그 가방을 가져다주는 동안 방 안의 목소리는 계속 움직였다. 그가 잠깐 몸을 쉬게 해도 하루의 작업은 끊어지지 않았다.

미례는 그 설명을 끝까지 받았다. 사내가 고개를 들었고 다른 가족도 영상을 보았다. 실제 형체가 찍힌 부분은 공개하지 않았다. 발견 구역과 귀환로만 보였다. 누군가 왜 더 깊은 곳으로 못 갔는지 다시 물었다. 해솔은 물의 흐름이 빨라진 시각을 보여 주었다. 오늘은 한계가 구체적인 물의 움직임으로 보였다.

수색을 한 사람에게 무엇을 축하할지 아무도 몰랐다. 재필이 식당에서 받아 온 따뜻한 국을 올려놓았다. 해솔은 그것을 먹었다. 미례도 한 숟가락 들었다. 방 안에서 젓가락 소리가 났다. 그 소리는 죽은 사람을 덜 슬퍼한다는 표시가 아니었다. 내일 다시 기다릴 사람들의 손이 움직이는 소리였다.

저녁에 사내는 케이스 반환 절차 문서를 다시 읽었다. 물건이 자기 가족의 것이라고 확인된 항목은 그대로 남았다. 오늘 수습된 사람의 신원이 정해지기 전이라고 그 물건의 확인을 취소하지는 않았다. 미례가 그에게 두 자료를 별도 봉투에 넣어 주었다. 하나의 기다림 때문에 끝난 확인까지 무너뜨릴 필요는 없었다.

우찬은 조사기관에 오늘 발견자료를 넘겼다. 선사의 책임 경로 조사와 수색 결과는 각각의 담당이 받았다. 누군가 오늘 수습이 나왔으니 책임조사를 조금 뒤로 미루자고 했다. 그는 가족들의 시간을 이유로 자료 제출을 멈추지 않았다. 제출 시각을 정해 보내고 가족대기실로 돌아왔다. 말로 싸우는 대신 한 일을 끝냈다.

밤이 되자 재필은 열어 둔 문을 닫았다. 여분 물병이 남았다. 그는 다음 날 쓸 수 있게 냉장고에 넣었다. 미례가 의자를 닦으며 너무 많이 했다고 말했다. 재필은 두 시간 약속을 넘겼음을 보고 치료 예약을 놓치지 않았다고 답했다. 중간에 다녀온 시간이 표에 있었다. 자기 몸을 버려 돕지 않은 하루였다.

해솔은 방파제 끝에서 바다를 봤다. 낮에 얼굴을 알 수 없던 형체를 발견한 곳은 어둠에 가려졌다. 밖의 작업등은 아직 켜져 있었다. 그는 그 빛을 보고 내일도 안전한 곳까지 가겠다고 생각했다. 그 약속을 가족방에 보내지는 않았다. 조건이 맞으면 움직일 손과, 돌아온 뒤 잡아 줄 수건을 준비했다. 물속에는 끝내 보여 주지 않은 얼굴이 있었고 육상에는 여전히 함께 기다리는 사람들의 얼굴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