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법정·사회파 드라마 55화

바다가 증언석에 앉는 날

모두의 책임이라는 답

오재호는 법원 복도에서 안전모를 가방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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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재호는 법원 복도에서 안전모를 가방에 넣었다.

넣어도 손잡이 밖으로 끈이 나왔다. 그는 끈을 한 번 더 밀고 가람에게 이걸 들고 들어가면 현장에서 바로 온 티가 너무 나느냐고 물었다. 가람은 오늘 현장 일을 설명할 사람이니 이상할 것은 없다고 했다. 재호는 그렇다고 일부러 헬멧을 쓰고 증언할 일도 아니지 않느냐며 웃었다.

만석은 그 웃음에 같이 웃지 못했다. 지하관을 파던 날 작업을 멈추게 한 사람이었다. 그때는 생산이 늦어지는 책임을 누가 지느냐는 목소리와 다퉜고, 지금은 누가 공정을 멈출 수 있었는지 설명하러 왔다. 같은 동사인데 자리가 달랐다.

오늘 심리의 쟁점에는 현재 업무와 정지 권한이 들어 있었다. 세희는 자료 제공 경위와 현재 업무 변화에 관한 제한된 설명을 준비했다. 세 차례 경고의 전체 증언은 자료 확인과 범위를 정한 뒤 별도로 진행할 예정이었다. 가람은 그녀를 아직 준비하지 않은 질문의 한가운데 놓지 않기로 약속했다.

회사 대리인은 환경관리자에게 위험을 파악하고 보고할 책임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 사실만큼은 세희도 부인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리인은 그 말을 회사가 환경 문제를 맡긴 담당자가 있었다는 설명으로 이어 갔다. 방청석에서 누군가 짧게 혀를 찼다.

가람은 조직도를 펼쳤다. 보고를 받을 부서와 예산을 승인할 부서, 설비를 점검할 부서, 공정 정지를 결정할 부서가 달랐다. 조직도대로 실제 움직였는지는 별도로 확인해야 했지만, 모든 선이 환경관리자의 책상에서 끝나는 그림은 아니었다.

“담당자가 있다는 설명만으로 결재가 이루어진 것은 아닙니다.”

회사 대리인은 현장 업무를 외부에서 단순화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가람은 바로 재호가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재호는 그 말을 듣고 안전모 끈을 가방 안에 다시 넣었다. 자기가 모든 조직을 아는 사람으로 불리는 것은 원치 않았다.

그가 직접 멈춘 것은 시험굴착 현장의 작업이었다. 당시 가동 계통의 압력이 올라 위험을 확인했고, 자기 작업팀을 중단하게 했다. 그 권한으로 공장 전체의 생산 계획까지 바꿀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재호는 지연되는 공사를 멈출 수 있는 말과 다음 달 보수 예산을 정할 수 있는 말이 같지 않다고 했다.

회사 대리인은 재호가 현장 안전을 우선해 작업을 중지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가람은 그 사실이 지금 확인된다고 해서 과거 회사의 전체 안전 대응까지 입증되는 것은 아니라고 답했다. 재호는 두 사람을 보며 자기가 한 일을 설명하려 왔다고 말했다.

그 짧은 말에 가람이 먼저 물러났다. 재호가 회사 편과 주민 편 중 하나를 고르게 해서는 안 됐다. 그는 직접 본 상태와 자신이 한 작업 중단, 그 뒤 받은 연락을 각각 답했다. 오래된 공사 때 들었던 말은 기억의 한계도 같이 말했다.

태곤은 교대 작업자들의 입장을 제출했다. 직접 아는 공정과 전달받은 지시는 사람마다 달랐다. 위험을 알아차렸을 때 연락할 수 있었다는 사실과 예산을 집행하거나 설비를 바꿀 수 있었다는 사실도 달랐다. 회사 대리인은 직원들이 위험을 몰랐다고만 할 수는 없다고 했다.

“모두 몰랐다는 말을 내지 않았습니다.”

태곤이 답했다. 자신이 대표라고 직원의 모든 기억을 대신 정리할 수는 없었다. 현재 위험한 공정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어떤 작업을 배정하고 어떻게 임금을 유지할지가 그의 요청이었다. 과거 책임을 지우겠다는 조건은 붙이지 않았다.

만석은 방청석에서 의자를 움직였다. 그는 회사라는 이름으로 피해를 주장했는데, 법정에서는 회사 안의 사람들이 계속 나뉘었다. 그렇게 쪼개면 마지막에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것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얼굴에 드러났다.

가람도 그 두려움을 알고 있었다. 회사 대리인이 환경관리자의 보고 의무를 다시 강조하자, 가람은 세희가 두 번째 회의 뒤 다시 보낸 보고를 말하려 했다. 준비한 자료 중 발송 대조가 끝난 부분과 아직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 함께 있었다.

그가 세희를 부르는 순간 그녀가 눈을 들었다. 가람은 말을 멈췄다. 다음 날 보낸 보고를 설명하려다가 두 번째 회의의 침묵까지 한꺼번에 꺼낼 참이었다. 자신에게는 상대의 설명을 깨는 질문이었지만 세희에게는 아직 범위를 정하지 않은 공개 질문이었다.

“해당 보고 경위는 예정된 증언에서 자료와 함께 확인하겠습니다. 오늘은 현재 담당과 결재선을 먼저 묻겠습니다.”

가람이 질문을 고쳤다. 재판장은 확인한 자료와 후속 증언 범위를 나눠 진행하게 했다. 회사 대리인은 다음 심리에서 그 경위도 묻겠다고 말했다. 세희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탁자 아래에서 가방 손잡이를 놓았다.

그때 제출된 회사 결재 자료에서 한 항목이 확인됐다. 현장 점검 요청이 올라왔지만 예산 배정 단계에서 보류돼 있었다. 그 뒤 완료 회신에 쓰인 공사 내역은 다른 지상 작업이었다. 지금 기록으로 이어지는 결재선과 추가로 물어야 할 사람의 목록이 달랐다.

가람은 보류가 있었다는 사실부터 특정했다. 누가 어떤 근거로 보류했는지, 보류한 뒤 위험을 어떻게 관리하기로 했는지 제출하도록 요청했다. 회사 대리인은 당시 다른 작업을 우선했을 가능성을 설명했다. 가람은 가능성 대신 실제 결재 사유를 달라고 했다.

재호는 자기 작업팀이 지하관 검사를 맡았다는 통지를 그때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오늘 지하관 작업을 했다는 이유로 과거에도 같은 작업을 책임진 사람처럼 적지 말아 달라고 했다. 가람은 그 시점도 나눴다. 법정에 온 사람에게 모든 빈칸을 채워 달라고 요구할 수는 없었다.

휴정 뒤 만석이 복도에서 가람을 잡았다. 사람을 나누는 것은 알겠는데 회사는 언제 한 사람처럼 돈을 내느냐고 물었다. 가람은 회사의 부담을 없애려고 권한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실제 결정을 한 자리를 찾아야 책임을 끝까지 묻는다고 했다.

만석은 자기가 주민이라고 모든 배의 사정을 알지 못한다는 말은 이해했다고 했다. 그래도 죽은 조개는 누가 결재했는지 모른 채 죽었다. 가람은 그 말을 듣고 잠시 답하지 않았다. 손해를 말하는 사람에게 책임 구조의 정확함만 권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현재 비용을 먼저 움직였고, 남은 손해를 계속 조사합니다. 회사의 답변은 더 좁혀 받겠습니다.”

만석은 이번에는 이미 시작한 해안 작업을 떠올렸다. 현수막이 접힌 자리에서 실제 장비가 움직였다. 그는 그런 일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가람도 동의했다. 사람 이름을 찾는 일이 오늘의 생계를 대신할 수는 없었다.

세희는 복도 끝에서 물을 마시고 있었다. 가람은 그녀에게 다가가 아까 꺼내려던 질문을 설명하고 사과했다. 실제 묻지 않았다고 아무 일이 없었다고 할 수는 없었다. 세희는 그가 자신을 보았을 때 무엇을 말하려는지 알아챘다고 했다.

“자료는 준비했죠. 그런데 제가 말할 준비까지 됐는지는 다르잖아요.”

가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을 오늘 다른 사람들에게 여러 번 하면서 자기 질문에는 빠뜨릴 뻔했다. 세희는 다음 증언에서 그 부분을 피하겠다는 말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먼저 자신이 알고 있는 순서대로 말하고 싶었다.

태곤이 옆으로 왔다. 그는 어느 자리에서 누구를 동석시킬지 다시 정하자고 했다. 가람이 혼자 모든 질문을 준비한 뒤 마지막에 세희에게 보여 주는 방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세희가 직접 질문에 표시하고, 모르는 부분을 먼저 고르는 시간이 필요했다.

세 사람은 빈 벤치에 앉았다. 세희가 들고 온 자료에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 질문지의 순서는 바뀌었다. 보고한 일, 받은 답, 직접 한 확인, 말하지 못한 순간, 그 뒤 한 일. 회사가 붙이고 싶은 이름보다 그녀가 말할 순서가 먼저였다.

오후에 회사는 전환 업무와 임금 계획의 초안을 보냈다. 교육 대상자를 부서별로 일괄 배정하는 내용이 있었다. 태곤은 현장 사람들의 의사를 먼저 확인하지 않은 배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업무와 몸 상태가 다른 사람들을 같은 교육에 넣는 것도 문제였다.

가람은 노동자들 대신 모두 거절하는 답변을 쓰지 않았다. 선택 가능한 일과 교육, 기간, 실제 급여를 회사가 제시하도록 요청했다. 태곤은 작업자들의 희망을 각각 받겠다고 했다. 새 계획이 어민 긴급지원 계정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라는 재원 구분도 확인해야 했다.

만석은 그 목록을 보고 자기 배에서 할 수 있는 일도 있는지 농담했다. 태곤은 공장 사람을 다 바다로 옮길 생각은 없다고 답했다. 두 사람은 웃었지만, 서로의 직업을 다른 계획의 빈칸처럼 쓰지 않는다는 말을 하고 있었다.

해안에 돌아오니 은실이 식사 상자를 세고 있었다. 작업 인원이 바뀐 날이라 주문도 조금 달라졌다. 현장 업체가 전날 알려 준 수에 맞춰 준비했고, 오늘은 남는 밥이 적었다. 은실은 가람에게 회의가 길었다며 간식 하나를 건넸다.

가람은 오늘 자기 질문도 고쳤다고 말했다. 은실은 늘 남의 종이만 고치다가 자기 것도 고치면 되지 않느냐고 답했다. 간식은 달지 않았다. 가람은 은실의 말이 자신을 위로하려던 것인지 몰랐지만, 조금 덜 조급해졌다.

세희는 저녁에 질문지를 돌려보냈다. 두 번째 회의에서 답하지 못한 질문 옆에 자기 표시가 있었다. 그 밑에는 다음 날 보고를 다시 보낸 이유를 직접 쓰겠다는 메모가 붙었다. 가람은 그 표시를 삭제하지 않았다.

태곤에게는 현장 희망을 적은 첫 응답들이 오기 시작했다. 어떤 사람은 정화 작업을 배우고 싶었고, 어떤 사람은 설비 유지 쪽에 남고 싶었다. 지금 일을 더 맡을 수 없다는 응답도 있었다. 그 말 역시 희망표의 빈칸이 아니라 한 사람의 대답이었다.

가람은 내일 확인할 계획에 실제 급여 항목을 가장 위에 놓았다. 회사의 책임을 나눠 묻는 동안, 누구나 생계 책임을 혼자 지게 두는 계획이 되지 않아야 했다. 세희가 증언석에 설 날을 정하려면 그 뒤 돌아갈 자리도 함께 만들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