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심 43미터의 종
시험 뒤에 남은 손
백도현은 시운전 기록을 복사하지 않고 원본철째 가져왔다.
백도현은 시운전 기록을 복사하지 않고 원본철째 가져왔다.
우찬은 그 철을 받아 책상 위에 놓았다. 두께가 얇았다. 얇다고 그 안에서 한 일도 적었던 것은 아니었다. 백도현은 제조업체 주문서를 먼저 펼쳤다. 연구모형이라고 주문했다가 일곱 번째 지정회로 차단출력을 추가한 줄이 있었다. 그가 그 줄의 작업요청 담당이라고 말했다.
기술 면담실에는 회수품을 가져오지 않았다. 내부 접점판이 없는 장치와 모형이 나란히 있으면 사람들은 빈자리를 모형으로 채우기 쉬웠다. 우찬은 회수품 사진과 실제 주문도면을 각각 다른 받침에 놓았다. 백도현이 손을 뻗다가 멈췄다. 사진의 일곱 번째 위치를 가리켰다.
“이 부분을 제가 설치 확인했습니다.”
그는 기능을 줄여 설명하려고 했다. 지정된 회로의 경보 출력을 잠시 끊어 시험할 수 있게 만든 장치라고 했다. 우찬은 잠시라는 말이 어디에서 끝나는지 물었다. 기록에는 시험 뒤 복귀라는 칸이 있었다. 그 칸은 체크되지 않았다.
백도현은 검사 전에 시험했다고 말했다. 접근판을 막기 전에 장치가 작동하는지 보았다. 회수품의 빈 접점판은 당시 있었다고 했다. 자신이 사고 뒤 떼어 냈다는 주장은 아니었고 실제 어디로 유실됐는지는 모른다고 했다. 조사관은 마지막으로 본 시각과 장소를 적었다. 모른다는 답으로 설치했던 책임을 덮지 않았고 모른다는 이유로 유실 범인이 되지도 않았다.
시운전 기록에는 소리 출력도 있었다. 장치가 진행됐다는 신호를 외부에서 들을 수 있게 종을 울리는 지연출력이었다. 앞서 모형으로 확인한 장치에서 종으로 가는 길과 맞았다. 해솔은 전화로 요지를 듣고 고개를 숙였다. 종소리를 따라 사람을 구하려 움직였던 재필의 기억이 기술 담당의 주문 문장에도 닿았다.
백도현은 최초 기동 입력을 같은 종이에서 설명하려 했다. 우찬은 그 부분이 회수 자료와 맞는지 먼저 보자고 했다. 시험용 입력은 손으로 주었지만 사고 당일의 최초 입력은 장치가 수중에서 바뀐 상태였다. 백도현의 시험 장면을 사고 순간에 그대로 가져올 수는 없었다. 그는 자신이 사고 날 배에 타지 않았다고 말했다.
우찬은 그것을 확인했고 출항 전 실제 작업은 따로 받았다. 장치 설치와 지정회로 시험, 접근판 마감의 요청자. 백도현은 자신의 서명이 붙은 작업완료표를 펼쳤다. 비구조 보강이라는 문서명이 있었다. 새 출력이 붙었다는 설명을 검사업체에 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침묵이 길어졌다.
“작업이 늦어질까 봐 뺐습니다.”
그가 말했다. 기술용어가 어려워서가 아니었다. 설명하면 도면을 다시 검토하고 현장을 다시 볼 것이었다. 시간이 필요했다. 그는 그 시간을 빼려고 설명을 줄였다. 우찬은 자신이 쓴 완료표의 날짜를 말하게 했다. 백도현은 날짜를 읽었고 도면 제출란을 보았다. 비어 있었다.
새 도면 없이 외관사진으로 닫은 검사 항목이 이미 확인돼 있었다. 오늘 백도현의 행동이 그 틈을 채웠다. 검사원이 자기 눈으로 보고 닫은 항목과 기술 담당이 말하지 않은 출력은 서로 다른 책임으로 남았다. 백도현이 모두 검사업체의 실수라고 말하자 우찬은 그가 직접 제외한 문구를 다시 가리켰다. 백도현은 말을 거두었다.
복귀 칸의 빈자리는 더 오래 걸렸다. 백도현은 시험을 끝냈다고 믿었다. 기록을 적는 직원이 그날 다른 작업으로 불려 갔다고 했다. 우찬은 그 직원이 대신 복귀시켜야 했느냐고 물었다. 백도현은 자신이 하기로 했다고 답했다. 나중에 다시 돌아갔는지 기억이 없었다.
실제 시험 후 장치가 어떤 상태였는지는 당일 마지막 사진과 회수품의 영상으로 대조했다. 사진에서는 조정손잡이 위치가 남았다. 회수 영상에는 같은 쪽에 고정흔이 있었다. 그것만으로 모든 사고 동작을 읽지 않았지만 복귀했다고 확신할 근거도 없었다. 백도현은 완료표의 시험 종료 문구가 실제 확인보다 앞섰다고 인정했다.
우찬은 다른 사진을 펼쳤다. 접근판을 마감하기 전의 작업대였다. 작은 공구 둘이 나란히 있었다. 백도현은 자기 회사의 것이라고 확인했다. 어느 공구가 당시 어느 자국을 남겼는지는 현물 대조가 필요했다. 그는 하나는 반납했고 하나는 남겨 두었다고 했다. 기존 공구상가 명세의 두 개 주문과 하나 반납이 실제 작업자의 말에서도 나왔다. 우찬은 그 공구를 사고 때 누가 썼느냐고 바로 넘겨 묻지 않고 마지막 보관처를 받았다.
백도현은 한참 뒤 출항 후 그 공구를 다시 가져오려 했다고 말했다. 일이 밀려 가지 못했다. 남겨 둔 공구가 사고 날 통로에 있었다고 직접 본 것은 아니었다. 해솔의 메모에서 재필이 손에 가린 짧은 금속 끝을 보았다는 진술이 떠올랐지만 우찬은 그 기억 위에 공구 사진을 놓지 않았다. 현재 찾아낸 보관경로부터 기록했다. 모양이 비슷한 것은 사람의 손을 찾아 주지 않았다.
기술자는 지금이라도 장치를 고칠 수 있었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우찬은 현재 해야 할 것은 고치는 일이 아니라 맡긴 자료를 정확히 내는 일이라고 답했다. 백도현은 철의 뒷장에서 자신이 표시한 수정도면을 꺼냈다. 정식 제출본이 아니었다. 작업자가 보고 실제로 따라간 도면이었다. 그것을 외관사진만으로 닫힌 검사 자료 옆에 놓자 종이 두 장 사이의 차이가 커졌다. 그는 자기 서명을 해 인계했다. 늦게 나온 도면이지만 그것 때문에 이미 받은 주문서가 사라지지는 않았다.
면담을 마친 백도현은 회수품을 한 번 보고 싶다고 했다. 조사관은 지금 임의 접촉은 할 수 없고 절차에 따라 열람을 신청하라고 말했다. 그가 기계의 문제를 손으로 곧바로 만지려는 습관을 참았다. 신청서에 이름을 쓰고 일어났다. 우찬은 그가 나간 뒤 사진들을 걷었다. 실제 손이 들어오지 않아도 작업의 길 하나가 더 보였다.
그의 손이 철 위에서 한 번 움직였다. 완료표를 빼려는 것처럼 보였다가 끝을 펴는 동작으로 멎었다. 조사관은 원본 제출을 확인했다. 백도현은 서명했다. 사고 전 자기 작업을 인정하는 사람의 손은 기술 시연에서 보던 손보다 느렸다. 펜이 마지막 글자에서 잠깐 멈췄다.
해솔은 육상에서 재필을 만났다. 기술 면담 내용을 당장 전부 전하지 않았다. 사고 담당이 공개 가능한 범위를 정리한 뒤였다. 그가 기억한 종소리와 장치의 소리출력이 연결됐다는 부분, 그 소리를 듣고 사람을 구하려 한 자신의 선택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부분을 재필에게 말했다. 재필은 왜 종을 달았는지 처음 이해했다고 했다.
“내가 들은 게 살려 달라는 소리만은 아니었네요.”
재필이 말했다. 해솔은 네가 들은 소리 뒤에 사람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답했다. 재필은 고개를 끄덕였다. 기계가 낸 소리를 사람의 위험으로 받아들여 움직였던 선택을 잘못 들었다는 한 마디로 버릴 수 없었다. 그는 그때 잡았던 다른 사람의 팔을 기억했다. 자기 팔을 잡은 해솔도 있었다.
미례는 선사 운임 정정의 실제 입금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후에 일부 반환금이 지정된 피해지원 계정으로 들어왔다는 확인이 왔다. 정상화물의 잘못 유지된 청구 중 확인한 항목이었다. 반환 요청한 모든 돈이 한꺼번에 들어온 것은 아니었다. 그는 입금액과 사용 가능 조건을 받고 공동기금과 혼합하지 않은 채 따로 적었다.
가족들은 내일 배 계약의 일부를 그 돈에서 내는 안을 의결했다. 그전에 기금에서 낸 지난 비용을 전부 채워 놓는 안도 있었지만 당장 수색을 멈추지 않는 데 쓰자는 쪽이 많았다. 미례는 자신에게 관련된 보상안이 아니므로 기록과 설명을 맡았다. 혼자 입금 문자를 보고 지출하지 않았다.
해솔이 회의에 왔을 때 보드의 빈 운임칸 일부가 채워져 있었다. 그는 오늘 물속에서 찾은 것이 없는데 배의 시간이 늘었다는 것을 보았다. 서류를 읽는 사람의 손도 실제 배를 움직였다. 미례는 내일 쓰는 것은 오늘 들어온 범위만이라고 말하고 숫자를 읽었다. 가족 사내가 그 범위에서 몇 시간을 쓸 수 있느냐고 물었다. 선장이 계약 시간을 답했다.
회의 뒤 재필이 남았다. 그는 공동 수색기금에 자신의 치료비를 보태겠다고 했다. 미례가 말렸다. 치료를 미뤄 배를 더 움직이는 식으로 돌아온 사람이 다시 아파져서는 안 됐다. 재필은 도와야 마음이 조금 나을 것 같다고 했다. 미례는 수색 당일 가족 대기실을 정리하고 물품을 챙기는 일을 맡을 수 있다고 말했다. 몸으로 할 수 있는 범위를 먼저 골랐다.
재필은 내일 오전 두 시간만 하겠다고 했다. 치료 예약이 오후였다. 미례가 시간표에 적었다. 그는 바다에 다시 타지 않아도 수색의 하루에 들어갈 수 있었다. 해솔은 그가 자기 이름을 대기실 준비칸에 쓰는 것을 보았다. 사고 전에 안내판을 바꾼 이름과 오늘의 이름은 같은 사람이었지만 같은 일을 하지 않았다.
우찬은 백도현의 기록을 인계했다. 지정회로 차단출력의 설치, 소리 신호의 추가, 도면 설명의 누락과 시험복귀 미확인. 처음부터 모든 종소리와 모든 센서공백을 그 한 손으로 확정하는 보고서를 쓰지 않았다. 그렇다고 확인한 행위를 다음 배후가 나오기 전까지 묶어 두지도 않았다. 해당 행위의 조사와 처분 검토는 이제 진행할 수 있었다.
장비실에 돌아온 해솔은 종소리 녹음이 아니라 내일 조류 예보를 열었다. 수색선의 시간은 늘었지만 물의 조건은 그대로 봐야 했다. 현장 책임자가 안정 구역을 넓혀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깊은 좁은 통로를 모두 열겠다는 약속은 아니었다. 해솔은 장비 가방을 들어 무게를 봤다. 자신의 손에 맞는 장갑이 가장 위에 있었다.
재필이 대기실 열쇠를 받아 갔다. 그는 내일 아침 문을 열겠다고 말했다. 미례가 잘못된 시간을 알려 주면 사람들이 밖에서 기다린다고 웃었다. 재필은 시간을 수첩에 적었다. 해솔이 그 수첩의 마른 주름을 봤다. 오래전 젖은 주소 옆이 아니라 새 페이지에 내일 일곱 시가 쓰였다. 시험 뒤 복귀하지 못한 손의 기록을 받은 날, 다른 손은 내일 열어 줄 문을 준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