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에는 요괴택배
젖으면 안 되는 배
종이배 주인은 새 지지대를 보자마자 주저앉았다.
종이배 주인은 새 지지대를 보자마자 주저앉았다.
“이제 진짜 배처럼 생겼네.”
남해온은 지지대가 배처럼 생긴 게 아니라 배가 제자리에 놓일 수 있게 된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말은 하지 않았다. 주인은 어제까지 정자 밖에서 기울어진 배를 보고 서 있었다. 오늘 처음 앉을 수 있게 된 것이 새 물건의 가장 분명한 값이었다.
김콩쇠는 배를 한 바퀴 둘러보았다. 실제 물 위가 아니라 저수지 물그림자에 떠 있는 장식이었다. 바닥은 여러 겹 종이로 만든 것이고, 그 사이에 찾을 안감이 들어 있었다. 콩쇠는 빈손을 허리에 올렸다. 해온이 웃자 그가 눈을 흘겼다.
“손 비운 것까지 놀리지 마.”
“오늘 제일 필요한 손이니까요.”
주인은 주문한 지지대의 발신표식과 물건 상태를 확인한 뒤 수취 표시를 남겼다. 그제야 새 부품을 설치할 사람이 들어왔다. 해온이 배송원이라는 이유로 남의 배를 고치는 기술자까지 되지는 않았다. 그는 빈상자와 덮개를 준비해 작업자가 내보낼 물건을 받았다.
지지대를 놓는 동안 종이배 머리에서 작은 소리가 났다.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아니라 딸꾹질이었다. 주인이 놀라 고개를 들었다. 콩쇠는 참다 말고 웃었다. 배는 딸꾹질 한 번마다 뱃머리를 위로 들었다. 해온은 안쪽의 움직이는 그림자를 보았다.
“안에 누구 있어요?”
배 머리 밑에서 손바닥만 한 물고기 요괴가 나왔다. 몸에는 종이비늘이 붙어 있었다. 어제 손님들이 물건을 빼는 동안 배를 구경하러 들어갔다가 나올 길을 놓쳤다고 했다. 물그림자 안의 길은 종이비늘이 있어야 건널 수 있는데, 비늘 몇 개가 벗겨져 정자까지 못 왔다.
주인은 머리를 감쌌다. 자기 배가 다 흔들린 게 이 작은 손님 때문만은 아니었지만, 안에 사람이 남아 있는 줄도 몰랐다. 해온은 물고기를 손으로 잡아 올리지 않았다. 본인이 어디로 나올 수 있는지 물었다. 물고기는 배 측면의 얕은 길을 가리켰다.
콩쇠가 작은 빈상자를 옆으로 눕혔다. 작업자가 새 지지대를 고정한 뒤, 주인이 배의 출입선을 실제로 정자에 붙였다. 물고기는 상자 안을 거쳐 기어 나왔다. 그의 꼬리에서 밤 냄새가 났다. 콩쇠가 코를 막자 물고기는 밤새 물그림자에 있었다며 화를 냈다.
“생선 냄새가 아니라 눅눅한 종이 냄새야!”
“그럼 너도 말릴 데부터 찾아.”
해온은 주인에게 그가 쉬어도 되는 자리를 물었다. 주인은 안쪽 등 밑을 내줬다. 물고기는 그 빛 아래 몸을 펴고 앉았다. 머뭇거리다가 딸꾹질이 한번 더 났다. 배는 움직이지 않았다. 콩쇠가 그 사실을 보고 웃음을 참지 못했다.
안감 열람은 사람이 모두 나왔는지 다시 본 뒤 시작했다. 채원과 담당자가 배 밑을 살피고 주인은 자기 만든 순서를 설명했다. 가장 마지막에 붙인 장식 종이와 구조를 받치는 종이가 달랐다. 안감은 바닥을 고르게 만들려고 두 번째 겹 아래 넣은 것이었다.
해온은 그 자리에 필요한 새 종이를 옆에 뒀다. 주인이 직접 고른 대체품이었다. 크기와 붙이는 면을 맞추자 조금 여유가 남았다. 담당자가 회수 대상 모서리를 가림판으로 받쳤다. 주인이 바깥 실을 풀었다. 종이비늘 물고기가 등 아래에서 갑자기 몸을 움츠렸다.
“저거, 어젯밤 내 꼬리 잡았어.”
담당자의 손이 멎었다. 물고기는 종이 바닥의 한쪽 접힘을 가리켰다. 밤새 출구를 찾으려 갈 때마다 그 접힘이 꼬리를 잡았다고 했다. 누가 본 것을 말하고 있는지 분명해졌다. 해온은 그의 말을 기록했지만 무슨 이름인지 맞히게 하지 않았다.
주인이 접힘을 드러내자 종이배 바닥이 팽팽해졌다. 새 지지대가 버텼다. 해온은 어제라면 배가 다시 기울었을 것임을 눈으로 알 수 있었다. 콩쇠는 고리와 끈을 보는 자리에서 바깥선이 움직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몸을 배 밑에 넣는 대신 눈으로 일을 받고 있었다.
얇은 실이 빠져나오더니 물그림자 쪽으로 내려갔다. 등빛이 실에 닿지 않았다. 해온은 허리를 숙여 잡으려다 무릎의 둔한 통증을 느꼈다. 그는 곧장 멈추고 주인에게 긴 걸쇠를 요구했다. 걸쇠 끝이 실을 끌어올렸다. 실은 자기 꼬리를 놓친 물고기를 찾듯 꿈틀거렸다.
물고기가 등 밑에서 소리쳤다.
“내 거 아니야! 이제 내 꼬리 내 거야!”
종이가 순간 멈췄다. 담당자는 그 빈 틈에 보호덮개를 넣었다. 세 번째 안감이 배 밑에서 분리됐다. 해온은 종이비늘 물고기가 자기 꼬리를 두 손으로 붙잡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 말이 이름을 돌려놓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붙들려 있을 필요가 없는 몸이 있다는 것을 지금 이야기했다.
회수 조각은 앞선 두 조각의 실 방향과 이어지는 압착선을 가지고 있었다. 번호와 유통 경로도 대응했다. 담당자는 오늘 세 번째 조각을 확인하고, 원본을 함에 넣었다. 아직 열한 개 중 세 개였다. 새 대체 종이가 들어가자 배 바닥은 평평해졌다.
주인은 바로 손님을 태우지는 않았다. 오늘 배에 적용한 지지와 장식 상태를 점검한 뒤 재개할 시간을 정하기로 했다. 해온은 그가 배를 들어 보는 대신 물건 하나씩 올리며 실제 상태를 확인하는 것을 지켜봤다. 무너졌던 장식이 자기 일로 다시 돌아가는 과정이었다.
물고기는 마른 자리에서 새 종이비늘을 붙였다. 주인이 자기 장식에서 멀쩡한 여분을 내줬고, 그것을 그의 몸에 사용해도 되는지는 본인이 확인했다. 콩쇠가 꼬리에 하나 붙여 주려다가 물었다. 물고기는 왼쪽만 해 달라고 했다. 오른쪽은 자기가 할 수 있었다.
해온이 함을 들고 나갈 때 물고기가 주머니에서 작은 조개 단추를 꺼냈다. 꼬리 잡히지 않게 해 준 값이라며 내밀었다. 해온은 값을 요구한 일이 아니라고 했다. 물고기는 그럼 기념으로 받아 달라고 했다. 콩쇠가 옆에서 손바닥을 펴 보더니 단추가 자기 조끼에 맞을 것 같다고 중얼거렸다.
물고기는 단추를 다시 넣었다.
“나중에 내 비늘 바꿀 때 들고 올게. 그때 보고 골라.”
서로 필요한 물건을 알고 나서 거래할 약속이었다. 해온은 그 작은 결과가 오늘 종이조각과 다르게도 남을 수 있음을 느꼈다. 물고기는 길을 다시 찾았고, 단추는 아직 자기 주머니에 있었다.
그때 어제 배 앞에서 물러났던 아이가 아버지 손을 잡고 왔다. 잃어버린 작은 팽이를 찾으러 왔다고 했다. 주인이 보관상자를 열고 아이가 설명한 흠을 대조하자 푸른 팽이 하나가 나왔다. 아이는 손바닥에서 그것을 굴리고 나서야 자기 것이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콩쇠가 한 번 돌려 보겠다고 하자 아이는 단호하게 안 된다고 했다.
“어른 손은 세게 돌려서 또 날아가요.”
콩쇠는 손을 뒤로 감췄다. 해온이 웃자 그는 오늘은 구경하는 손이 필요한 날이라고 했다. 아이는 팽이를 주머니에 넣고 배를 봤다. 다시 타도 되느냐는 질문에 주인은 점검 뒤 시간을 알려 주겠다고 했다. 아이는 그 답을 듣고 오늘은 배 바깥에서 물고기를 구경했다.
돌아오는 길에 수리 가게에서 연락이 왔다. 해온의 금속판을 수리했고 확인해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보관소에서 사용한 비용은 채원이 해당 손실로 승인받아 실제 지급했다. 해온은 돈을 이미 자기 지갑에 넣은 것으로 쓰지 않았다. 가게에 지급된 내역과 물건을 수령한 결과를 각각 확인했다.
판은 모서리가 펴져 있었다. 주인은 다시 힘받는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범위를 설명했다. 빛 반사에는 표면을 닦고 상태를 따로 보라고 했다. 해온은 자기 원래 장비를 받았다. 대신 빌린 작은 받침도 그 앞에서 돌려주고 보증금을 돌려받았다. 콩쇠는 동전을 세는 해온을 보며 말했다.
“오늘은 가져온 것보다 돌려준 게 더 많네.”
“가방은 가벼워졌어요.”
“마음도?”
해온은 판을 넣다가 멈췄다. “그건 좀 있다가요.”
조정소에서는 세 조각을 한꺼번에 억지로 붙이지 않았다. 첫 둘의 임시 연결을 유지하는 당사자들이 있고, 세 번째 피해자에게도 본인의 확인 뜻을 물어야 했다. 해온은 회수함을 인도하고 밖에서 기다렸다. 오늘 물고기의 딸꾹질 이야기를 하자 기록 담당자가 웃었다. 환급표에는 그런 소리가 없었다.
담비 할멈에게서는 실제 수납액의 사용 결과가 왔다. 확인된 반환금 중 긴급비용으로 배정한 부분이 검사 예약과 최소 생계 지원에 지급됐고, 상인 보전 계정은 별도로 남았다. 해온은 숫자를 다 외우지 않았다. 삿갓비가 예정대로 검사를 받으러 갔다는 사실을 연락으로 들었다. 결과는 아직 기다려야 했다.
그가 편의점으로 돌아가려 할 때 세 번째 피해자에게서 답이 왔다. 직접 확인하겠다는 뜻이었다. 다만 지금 머무는 곳을 아무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다고 했다. 채원은 그 선택을 받아 동행 장소를 조정했다. 해온은 자기 운행이 그 생활공간까지 이어질 것으로 먼저 기대하지 않았다.
콩쇠가 문 앞에서 조끼를 고쳐 입었다. 재교육 담당자가 오늘 길과 고리 관찰을 확인했다는 소식이었다. 남은 동행을 마치고 신체 상태를 점검한 뒤 운행 범위를 늘릴 수 있었다. 그는 그 일정을 조끼 안쪽에 넣었다. 원래 이름표가 달렸던 자리를 다시 보는 손이었다.
“네 판은 돌아왔고 내 조끼도 있어.”
“방울은 아직 없어요.”
“알아. 없는 건 이제 큰소리로 갖고 있는 척 안 해.”
해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콩쇠는 차가운 새벽 공기를 깊게 들이켰다. 그는 그 숨에 물고기 냄새가 따라오는 것 같다며 얼굴을 찡그렸다. 해온이 종이 냄새라고 고쳐 말하자 둘이 웃었다.
편의점에 들어서자 자동문은 두 사람에게 열렸다. 냉장고 셋째 문은 아직 닫혀 있었다. 해온은 반사판을 조끼 옆에 놓고 오늘 돌아온 물건을 하나씩 정리했다. 창밖에는 다시 태울 손님을 기다리는 배가 있을 것이다. 배는 이제 물고기 딸꾹질에 흔들리지 않았다. 내일 누가 그 배를 타고 어디를 보게 될지는 주인의 다음 장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