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째 트랙은 비어 있다
세 조각의 자리
노을은 지지틀을 빈 상태로 한 번 기울였다.
노을은 지지틀을 빈 상태로 한 번 기울였다.
바깥 손잡이를 잡는 손이 안쪽 면에 닿지 않았다. 담당자가 문주에게 다시 해 보라고 했다. 문주는 처음에 오른손만 썼다가 왼손을 보탰다. 팔에 힘이 고르게 들어오자 틀이 덜 흔들렸다. 원반을 돌려받는 날, 그는 연주가 아닌 운반 동작을 연습했다. 아무도 그것을 구경거리로 만들지 않았다.
기증자의 창고 보관실에서는 어제의 먼지가 그대로 열쇠 고리에 붙어 있었다. 담당자가 문을 열었고 원반도 놓은 자리 그대로 있었다. 노을은 전화 화면으로 보았던 것을 눈으로 확인했다. 같은 각인과 얕은 흠. 재현판은 검사실의 별도 함에 남겨 놓았다. 두 판을 같은 차 안에서 다시 바꿀 기회를 만들 필요가 없었다.
문주는 빈 상자를 들고 옆에서 기다렸다. 이솔이 봉인표를 붙일 때 그의 손이 한 번 떨렸다. 원반이 움직이는 순간만큼은 자신이 원인을 알 수 없는 사고를 저지를 것 같았다. 노을이 짐을 내려놓으라고 했다. 그 말에 문주가 움찔하자 손에 들고 있는 빈 상자를 가리켰다. 필요 없는 물건까지 쥐고 있으면 필요한 손이 모자랐다.
그는 상자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문을 열어 주었다. 그런 동작이 먼저 끝나야 틀이 복도를 건널 수 있었다. 원본이 창고 문턱을 넘어갈 때 담당자가 작게 안녕이라고 했다. 이솔은 가져간다는 말보다 돌려보내는 인사처럼 들었다.
방송국에서는 윤경이 기다렸다. 그가 들고 온 것은 꽃이나 사과문이 아니라 주소표 사진을 출력한 종이였다. 행사 당시 포장기사도 함께 왔다. 기사는 복제품을 싸기 전에 원본상자의 받는 곳을 먼저 붙였고, 두 번째 상자에 같은 제목의 인쇄표를 붙이다 주소 봉투를 잘못 집었다고 말했다. 당시 시간에 쫓겼다는 말은 두 번째였다.
“급하면 제 손도 두 개 그대로인데 세 개인 줄 알았죠.”
기사의 말에 윤경이 고개를 들었다. 그는 자신이 속지를 갈던 일과 잘못 온 상자를 확인 없이 받은 일을 말했다. 둘은 상대의 잘못을 덜어 줄 수는 없어도 서로에게 전부 떠넘길 수 없었다. 혜주는 잘못 보낸 판이 회수됐음을 먼저 알리고 각자의 작업 과정을 별도로 적게 했다. 누구도 다른 사람의 글 위에 서명하지 않았다.
재현판은 기증자 쪽 담당이 확인한 뒤 원래 행사품 목록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오늘 방송국에 도착한 원본은 감정에 남은 한 항목이었다. 이솔은 물건을 잘못 찾는 바람에 생긴 빈칸을 지웠다. 지우개 가루 같은 마음이 책상 위에 남았다. 다시 찾는 데 걸린 시간을 사라지게 할 수는 없었지만 빈칸을 계속 빈칸으로 둘 이유도 없었다.
그날 오후 노을은 수장고의 남은 한 함을 열었다.
지지재 아래 검은 세 조각은 따로 놓여 있었다. 원반 옆면의 작은 흠은 확대사진으로 남았지만 파편을 맞춰 넣지 않았다. 노을은 조각들의 바닥면을 비췄다. 두 조각에는 누런 접착제 흔적이 있었고 하나에는 섬유가 달라붙었다. 이솔은 그 섬유가 속지와 같은 것인지 손으로 떼어 보려는 생각부터 거두었다.
혜주가 가져온 보존 수리사진은 행사 이전 것이었다. 윤경이 찾아 준 날짜에 맞춰 기록실에서 뽑은 사진이었다. 겉으로 비슷해 보이는 함을 순서대로 넘기던 이솔이 멈췄다. 원반 밑의 검은 지지띠 한쪽이 벌어져 있었다. 사진 가장자리에는 작업자의 손이 찍혔다. 그 손이 오늘의 파편을 쥐고 있는지는 보이지 않았다.
노을은 함의 지지띠 끝을 확대했다. 검은 재료가 오래 굳어 작은 조각으로 깨지는 곳이었다. 원반과 같은 검은색이어서 처음에는 눈을 속였다. 세 조각의 두께는 원반 가장자리보다 얇았고 단면에는 천 같은 층이 들어 있었다. 원반의 단면과는 달랐다. 그는 손톱만 한 두 재료를 화면 양쪽에 놓았다.
문주가 뒤에서 숨을 내쉬었다. 소리가 나지 않는 물건도 이렇게 사람을 오래 붙잡을 수 있었다. 그는 파편이 원반에서 떨어지지 않았다는 말만 기다렸지만 노을은 재료의 답부터 냈다. 세 조각은 지지띠의 재료와 맞았다. 그 말 뒤에야 원반이 현재 깨져서 생긴 파편이라는 가설을 걷었다.
이솔은 파편 봉투의 바깥에 붙일 작은 사진을 잘랐다. 가위가 종이의 검은 부분을 지나갔다. 문주가 그 소리를 듣고 손을 내밀었다. 실제 조각을 자르는 줄 알았다. 둘이 서로를 보고 웃지 못하다가 이솔이 종이 뒷면을 보여 주자 비로소 문주가 손을 거두었다. 노을은 조각 옆에 자를 놓고 다시 찍었다. 작게 인쇄해도 크기를 알 수 있게 했다. 문주는 자기 눈이 얼마나 쉽게 같은 검은 것을 한데 묶는지 알았다. 그는 사진과 물건을 함께 놓을 작은 받침을 만들었다. 종이는 종이 자리, 파편은 파편 자리에 놓였다. 지금 자기 손에 줄 수 있는 일은 그 정도였고 그것이면 충분히 쓸모가 있었다.
“그러면 원반은 멀쩡한 거예요?”
윤경이 물었다. 노을은 옆면의 흠을 화면에 올렸다. 물건에 흠이 있다는 사실은 남았다. 오래전 등록사진에서도 같은 방향의 얕은 선이 보였다. 오늘 발견한 세 조각과 붙여 하나의 파손으로 읽지 않으면 각각의 상태를 볼 수 있었다. 윤경은 대답을 듣다 자기 손톱을 만지려던 손을 내렸다.
태오가 촬영실로 들어왔다. 다른 열 항목의 결과를 정리하다 내려온 것이었다. 그는 노을에게 지지띠를 교체하는 비용을 물었다. 노을은 소재를 주문하면 오늘은 임시 받침만 만들 수 있다고 했다. 태오가 임시 받침도 적절히 준비하면 이동은 가능하냐고 묻자 하루는 더 기다리는 쪽을 골랐다. 함이 열려 있는 동안 옆면에 압력이 걸리지 않게 만드는 일이 먼저였다.
혜주는 새 지지띠 주문을 승인했다. 이번에는 오래 쓰려고 재료를 아끼는 사람이 없었다. 원본 한 장의 평가보다 작은 돈인데도 예산표에서는 늘 지워지던 항목이었다. 문주는 그 액수를 보고 자기가 무대에 올라가는 날 받는 교통비와 비교했다. 비싼 물건을 지키는 데 필요한 것이 꼭 비싼 것은 아니었다.
수장고 바깥에서 갑자기 금속 소리가 났다. 청년이 장비를 옮기다가 접힌 악보대가 풀려 바닥에 부딪힌 것이다. 문주가 뛰어나갔다. 청년은 손가락을 쥐고 있었다. 긁힌 자리였지만 놀라서 얼굴이 하얬다. 문주는 손을 펴게 하지 않고 어디를 부딪혔느냐고 물었다. 청년이 쇠고리를 가리켰다.
이솔이 물과 구급함을 가져왔다. 청년이 미안하다고 했고 문주는 왜 미안하냐고 되물었다. 소리를 내서 검사에 방해가 됐다고 했다. 문주는 악보대의 느슨한 나사를 보았다. 끝이 닳아서 돌려도 멈추지 않았다. 그것을 미리 못 본 채 무거운 건반 가방과 함께 들게 했다. 미안하다는 사람을 바꾸어야 할 일이었다.
“오늘은 손에 힘주지 말자. 내일 치는 게 손보다 급할 수는 없어.”
문주가 말했다. 청년은 문주에게 자기 곡을 대신 쳐 달라고 했다. 문주는 웃음이 나올 줄 알았는데 목이 막혔다. 새 곡을 쓰는 사람이 자기 손을 잠깐 맡기는 부탁이었다. 보호판의 빈 마디 앞에서 물러나는 것과 다른, 살아 있는 부탁이었다.
연습실에 들어가 그는 첫 두 마디를 틀렸다. 청년이 웃지 못하고 참는 것을 보고 문주가 제대로 웃으라고 했다. 왼손의 위치가 원래 익숙한 곡과 달랐다. 그는 멋대로 익숙한 자리로 돌아가는 손을 붙잡았다. 청년은 부딪힌 손가락 대신 팔꿈치로 박자를 두드렸다. 삐걱거리는 의자 소리가 박자 사이에 들어왔다.
이솔이 문밖에서 들었다. 보호판에서는 비워 둔 소리를 지켜야 했고 여기서는 빈 손을 잠시 채워도 됐다. 두 일을 같은 아름다운 문장으로 묶고 싶지 않았다. 문주는 허락받은 곡의 다음 마디를 물었고 청년이 자기 악보를 밀어 주었다. 부탁한 사람에게 다시 물을 수 있다는 차이가 컸다.
태오는 노을의 새 받침 제작을 지켜봤다. 노을은 똑같은 두꺼운 종이를 잘라 곡면을 만들고 받침의 바닥이 흔들리지 않는지 확인했다. 손가락 사이에서 종이가 움직이는 소리가 났다. 함은 오늘 이동하지 않지만 물건은 이미 움직일 준비를 시작했다. 세 조각은 투명한 별도 봉투에 들어갔다. 새 받침 안으로 감추지 않았다.
저녁에 혜주는 윤경과 기사를 돌려보냈다. 다시 오라고 한 것은 문초할 일이 남아서가 아니라 그들이 기억하는 포장 순서를 기관 기록에 남길 시간이 필요해서였다. 기사는 다음 날 오전 배송을 끝내고 오겠다고 했다. 그가 늦으면 기다릴 자리를 잡아 주기로 했다. 기다림에 이름이 있으면 늦는 사람도 숨지 않을 수 있었다.
태오가 나갈 때 문주가 연습실에서 불렀다. 청년의 새 곡을 한 번 끝까지 쳤다고 했다. 다 틀렸냐고 태오가 묻자 끝까지 틀린 것은 아니라고 했다. 청년이 문주를 대신해 틀린 데가 네 군데라고 말했다. 문주는 세 군데라고 우겼다. 청년이 첫 마디도 쳐 줄 거냐고 묻자 태오는 악보를 읽지 못한다고 손을 들었다.
이솔은 세 사람에게 말 대신 컵을 건넸다. 뜨거운 물이 식을 동안 청년은 붕대를 풀지 않고 악보의 네 군데에 작은 점을 찍었다. 문주는 그중 하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누가 잘못 기억한 소리를 고치는 일이 아니라 함께 만든 소리를 조금 나아지게 하는 일이었다. 그 작업은 웃으며 다시 할 수 있었다.
수장고의 한 함은 아직 남아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왜 남는지 알았다. 원반을 대신해 오래 버티던 지지띠가 부서졌고, 새 받침이 그 자리에 들어왔다. 노을은 불을 끄기 전에 물건의 기울기를 보았다. 어제보다 고른 빛이 원반 가장자리에 닿았다. 떨어진 세 조각은 자기 봉투를 얻었고 원반은 자기 무게를 다시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