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구조·재난 스릴러 54화

수심 43미터의 종

회의록의 마지막 줄

류경문은 회의록을 끝까지 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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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경문은 회의록을 끝까지 읽지 않았다.

사고 담당 조사관이 마지막 페이지를 돌리자 대표는 자기 서명부터 봤다. 우찬은 그 짧은 눈길을 놓치지 않았다. 서명은 부서 보고를 받았다는 확인란에 있었다. 회의에서 무엇을 정했는지는 위의 문장에 남았다. 대표는 종이를 밀고 화물의 세부 처리는 담당부서 일이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담당부서가 어떤 보고를 했는지 여쭙습니다.”

조사관이 말했다. 류경문은 의자에 깊이 앉았다. 선사 법무 담당이 옆에서 메모했다. 문밖의 신지아는 자신의 참석확인만 마치고 기다렸다. 회의 때 녹음은 없었다. 지아가 작성한 회의록은 결재를 받아 원본철에 남았다. 우찬은 그녀가 대표의 속뜻을 모두 아는 사람처럼 말하게 하지 않았다.

첫 보고는 정상 냉동화물을 다른 배로 보내는 안이었다. 그 안은 승인됐다. 다음 항목은 빈 선적 공간에 재활용 원료를 넣는 대행이었다. 무게와 도착지가 적혔다. 류경문은 원료라고 보고받았다고 말했다. 우찬은 정식 분류확인서가 확보되기 전이라는 문장을 가리켰다. 그 아래에 일정을 유지하라는 결정이 있었다.

대표가 페이지를 다시 당겼다. 그는 분류 서류는 출항 전에 정리하라는 뜻이었다고 말했다. 조사관은 그 후 실제 서류를 받았는지 확인할 자료를 요구했다. 대표는 담당을 통해 제출하겠다고 했다. 그 말이 나오자 우찬은 내부 검토 사본의 발송시각을 놓았다. 정식 확인서 대신 하역반장에게 간 종이였다.

“이 문서는 보고받으셨습니까?”

류경문은 몰랐다고 했다. 서명된 회의록에 예정이라고 적힌 부분과 이후 부서가 실제로 보낸 문서는 구분됐다. 우찬은 대표가 모든 종이를 직접 만들었다고 쓰지 않았다. 대신 일정을 유지하라고 정한 사람이 위험물 분류가 끝났는지 확인하지 않은 지점을 질문했다. 대표는 짧게 일정을 담당이 관리했다고 답했다.

회의록의 마지막 줄에는 도착지 처리 비용을 별도 대행으로 정산한다는 항목이 있었다. 운임을 중복 유지한다는 명시적 문장은 없었다. 운영본부 대리가 그 항목을 토대로 처리했다고 한 것은 별도 진술이었다. 류경문은 그것이 그런 뜻은 아니라고 했다. 조사관은 대표의 현재 설명도 적었다. 지시의 문장과 그 문장을 받은 사람이 실제로 한 일을 나란히 놓아야 했다.

지아가 들어왔다. 회의록을 작성한 날 대표의 추가 요구가 있었느냐는 질문이었다. 그는 용어를 정리하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처리 물질을 원료로 쓰고 도착지를 최종본에 맞추라는 요청이었다. 누가 말을 했는지 묻자 류경문이라고 답했다. 대표가 목을 들었다. 그는 정확한 기술용어를 쓰라는 뜻이었다고 했다.

지아는 그 뜻을 대신 해석하지 않았다. 받아 적은 최초 메모를 보여 주었다. 작은 글씨 가운데 원료라는 말이 두 번 밑줄 쳐 있었다. 우찬은 지아가 앞서 정정해 둔 방문대장을 떠올렸다. 그때는 전화 한 통을 말하기도 힘들었다. 오늘은 자기 손으로 적은 줄을 눈앞에 놓고 있었다. 여전히 손끝은 떨렸다.

대표는 잠시 쉬자고 했다. 휴식 시간에 지아가 복도로 나왔다. 우찬은 개인 진술을 계속 듣지 않았다. 물이 필요하냐고만 물었다. 지아가 수돗물이라도 좋다고 답했다. 자판기에 물이 없었다. 우찬은 아래층에서 사 왔다. 그가 돌아왔을 때 지아는 벽의 안내문을 읽고 있었다. 피난 방향을 가리키는 화살표였다.

“이런 건 누구 말 듣지 않아도 알겠네요.”

지아가 말했다. 우찬은 병뚜껑을 따지 않고 건넸다. 그녀가 직접 열었다. 보고받았다와 정했다 사이에서 자기 말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어려운 문장을 견뎌야 했다. 물병을 여는 일은 그보다 쉬웠다. 그녀는 물을 마시고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같은 시각 해솔은 화물 이송선에 있었다. 회수 물량을 정해진 육상처리장으로 보내는 날이었다. 현장 책임자가 포장 지지 상태를 다시 살폈다. 미례는 항구에서 이송차량 번호를 받았다. 오늘 배가 화물을 위해 쓰이는 것을 숨기지 않았다. 가족에게는 수색 배가 따로 나갔다는 사실을 함께 전했다.

작업 중 한 포장의 받침이 젖어 내려앉았다. 크게 움직인 것은 아니었지만 인양 고리가 한쪽으로 기울었다. 해솔은 가까이 가려다가 발을 멈췄다. 그는 이 작업의 지휘자가 아니었다. 담당이 중지 신호를 냈고 고리가 내려왔다. 포장을 다시 받칠 바닥이 필요했다. 해솔이 할 수 있는 것은 길에 놓인 빈 장비상자를 치우는 일이었다.

작업자는 서둘러야 오후차량을 잡을 수 있다고 했다. 책임자는 차량을 늦추겠다고 했다. 해솔은 그 말이 오전 회의록에서 나온 일정 유지와 어떻게 다른지 보고 있었다. 서류의 문장이 아니라 눈앞의 내려앉은 받침이었다. 그것을 보았는데도 시간표를 먼저 움직이면 사람이 아래로 들어갔다.

포장을 바꿔 받치는 데 사십 분이 걸렸다. 해솔은 안에 무엇이 있는지 직접 만지지 않았다. 작업팀은 새 받침을 준비하고 적재를 나눴다. 차량 운전자가 전화로 불평했다. 미례가 이송기록 담당에게 실제 지연시간을 받아 적었다. 불평이 있었으니 제시간에 간 것으로 고칠 수는 없었다. 차는 늦게 떠나도 여전히 목적지에 갈 수 있었다.

작업자는 받침을 내려놓고 장갑을 벗었다. 손가락이 안에서 저렸다고 했다. 다른 작업자가 다음 동작을 이어받았다. 해솔은 젖은 장갑을 세척대에 놓아 줄 수 있냐고 물었다. 담당은 괜찮다며 표시된 통을 가리켰다. 어디에 놓는지 모르는 채 손을 보태면 누군가 다음에 다시 정리해야 했다. 그는 표시를 읽고 그 통에 넣었다. 작업자는 자기 손을 펴서 피가 돌아오는 것을 기다렸다.

바깥 바람이 잠깐 멎었다. 물 위의 인양고리도 조금 고르게 섰다. 기다리던 사람이 이제 하면 된다고 말하자 책임자는 새 받침 고정부터 끝내겠다고 했다. 기다렸다는 이유로 남은 동작을 줄이지 않았다. 해솔은 같은 바람을 보며 자신도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한 번 마음이 급해졌다는 것을 알면 손을 늦추기가 조금 쉬워졌다. 그는 빈 상자를 치우고 다시 울타리 밖으로 나왔다.

미례는 작업차량을 기다리는 동안 가족 사내에게서 전화가 왔다. 수색선이 돌아오는 쪽이 여기서 보이냐고 물었다. 미례는 현재 위치에서 보이지 않는다고 답했다. 대신 출입로 쪽에 기다리는 다른 담당에게 연락했다. 사내가 그쪽으로 걸어갔다. 미례는 한 사람이 하루의 모든 배를 눈으로 지켜야 하는 것이 아님을 알았다. 미례의 눈앞에서는 위험화물이 안전하게 바닥을 얻고 있었고, 다른 곳에서는 수색팀이 돌아올 자리를 비워 놓고 있었다.

오후 조사에서는 대표의 회의록 원본과 정산 내부규정이 제출됐다. 우찬은 정상화물 운임을 실제 반환하지 않은 담당의 처리표를 확인했다. 회의에서 비용을 별도 정산하라고 한 뒤 대리가 기존 청구를 유지한 것을 정산팀이 다시 보지 않았다. 소유관계사의 수익이 어느 항목에서 생겼는지도 기존 계정명세로 좁혀졌다. 모든 계좌를 한꺼번에 열어 봤다는 이야기는 없었다.

류경문은 보고 누락이라고 말했다. 대리는 일정부터 맞추라는 지시였다고 말했다. 두 진술은 서로 맞지 않는 부분을 드러냈다. 조사관은 오늘 한 사람을 설득해 다른 사람과 같은 문장을 쓰게 하지 않았다. 문서에 있는 지시와 실제 행동, 그 뒤 받은 보고를 각각 적었다. 서명한 회의록이 그 가운데 놓였다.

백도현의 이름은 기술자료 쪽에서 다시 나왔다. 화물 자체의 분류와 장치 개조의 작업은 서로 다른 담당이었다. 선사 자료에 비구조 보강으로 올린 검토와 제조업체의 지정회로 주문이 맞지 않았다. 우찬은 백도현에게 다음 날 면담 요청을 보냈다. 그는 현장 시운전 기록을 가지고 오겠다고 했다. 실제 기록이 보관돼 있는 곳을 먼저 알렸다.

미례는 하루를 마친 뒤 이송차량의 도착을 기다렸다. 도착 전화가 오기 전에 가족방에 완료라고 쓰지 않았다. 해솔도 같은 방에서 젖은 장갑을 말렸다. 여섯 시가 넘어 전화가 왔다. 처리장 담당은 인수한 포장과 봉인번호를 읽어 주었다. 미례가 자료의 줄마다 표시했다. 낮에 다시 받친 포장도 그 목록에 있었다.

화물이 실제로 육상에 내려갔다. 미례는 그 사실을 가족에게 알렸다. 사내가 이제 내일 배를 더 쓸 수 있냐고 물었다. 해솔은 일정표를 받아 답했다. 큰 이송이 끝난 만큼 한 척의 시간을 수색 준비에 더 쓸 수 있었다. 다만 물의 조건을 확인하고 구역을 정해야 했다. 사내는 알겠다고 했다. 기대를 다 접은 목소리는 아니었지만 한 번에 두 가지를 물었다. 배의 시간과 바다의 상태였다.

우찬은 늦게 대기실로 왔다. 대표가 모든 책임을 인정했냐고 미례가 묻지 않았다. 그는 서명된 회의록과 원료로 용어를 바꾼 요청, 일정 유지 결정이 확보됐다고 말했다. 실제 지급을 기다리는 운임 정정안도 오늘 접수됐다. 미례는 돈은 언제 오느냐고 물었다. 그 질문은 여전히 남았다.

해솔은 작업 중 받침이 내려앉은 얘기를 했다. 미례가 누구 다쳤냐고 물었다.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고 했다. 미례는 오늘 가장 먼저 듣고 싶었던 답이었다고 말했다. 우찬은 남은 커피를 버리고 물을 받았다. 그들은 대표실에서 누가 어떤 뜻을 말했는지보다 이송차량이 실제로 도착했다는 한 줄을 먼저 보았다.

밤의 항구는 낮보다 조용했다. 작업대에 남은 빈 받침들이 정리됐다. 해솔은 포장이 내려앉던 자리를 지나갔다. 물건은 떠났고 바닥에는 젖은 자국이 있었다. 그는 그것을 증거로 새로 만들지 않고 작업팀이 남긴 사진이 있는지 확인했다. 기록은 이미 있었다. 기다릴 이유가 끝난 바닥은 청소됐다. 바다는 어두웠지만 오늘 사람과 물건이 가야 할 육상의 주소 하나는 실제 도착지로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