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판 위 다섯 센티
상대가 놓은 첫 가드
서림클럽의 첫 가드는 미란이 놓던 표적보다 낮았다. 소라온은 스톤이 멈추는 순간 자기 손의 힘부터 생각했다. 진수가 부른 자리는 그 돌 바깥이었다. 상대가 어떤 길을 막았는지 눈으로 읽고 난 뒤에야 자기 첫돌의 목표가 선명해졌다.
서림클럽의 첫 가드는 미란이 놓던 표적보다 낮았다. 소라온은 스톤이 멈추는 순간 자기 손의 힘부터 생각했다. 진수가 부른 자리는 그 돌 바깥이었다. 상대가 어떤 길을 막았는지 눈으로 읽고 난 뒤에야 자기 첫돌의 목표가 선명해졌다.
일요일 여든 분에는 연습 대결 네 엔드가 잡혀 있었다. 양쪽 팀이 미리 같은 시간에 동의했고, 마지막에는 남은 시간을 보며 끝내기로 했다. 선발전 자체가 아니라 준비를 위한 실전 표본이었다. 백선우는 옆에서 같은 평가표를 들었다. 미란은 한 엔드가 끝날 때만 짧게 이야기를 나누자고 했다.
라온은 첫 두 엔드에 리드를 맡았다. 혜주는 세컨드, 단비는 뒤쪽의 공격 차례, 진수는 스킵으로 시작했다. 다음 두 엔드에는 라온과 혜주의 순서를 바꿔 비교할 예정이었다. 단비는 상대 스킵 최정우가 스톤을 보는 눈을 발견하고 자기 손잡이를 한 번 더 닦았다.
도착했을 때 상대 리드는 라온에게 공용 캡을 써 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서로 다른 장비를 오래 봐 온 사람의 질문이었다. 라온은 오늘 사용할 장비의 상태만 설명했다. 상대 선수도 자기 손잡이의 닳은 부분을 보여 줬다. 단비는 그쪽이 얼음보다 손잡이 이야기를 더 많이 한다고 놀렸다가, 정작 자신도 손잡이를 돌려 보여 주었다.
혜주는 웃으면서 기록 시간을 맞췄다. 진수와 최정우는 시계를 나란히 보고 시작과 종료를 확인했다. 라온은 사고 때 시계 보정 숫자를 처음 들었던 순간을 잠깐 떠올렸다. 오늘 두 시계는 경기시간을 같이 끝내기 위해 맞춰졌다. 그는 휴대전화를 가방에 넣고 눈앞의 얼음을 봤다. 상대와 같은 준비를 마쳤다는 것이 긴장을 조금 덜어 줬다.
첫 엔드에서 라온의 첫돌은 바깥 가드가 됐다. 높이는 진수가 부른 자리와 가까웠지만 폭이 넓었다. 서림의 다음 돌이 그 안쪽을 타고 들어왔다. 하우스 앞에 자리가 생겼다. 라온은 자신의 가드가 상대에게 남긴 길을 봤다. 미란의 표적은 다음 돌을 던지지 않았는데 오늘 표적은 말없이 응수했다.
진수는 라온의 두 번째를 조금 안쪽에 놓게 했다. 라온은 첫 힘을 기억하되 목표선을 옮겼다. 스톤이 앞돌과 높이를 나란히 하고 섰다. 정면에서 보면 두 가드 사이가 좁았다. 상대 리드가 그 틈을 쓰려다 라온의 두 번째 돌을 건드렸다. 돌이 살짝 옆으로 이동했고 상대 스톤은 앞쪽에 멈췄다.
단비가 뒤에서 숨을 내쉬었다. 라온은 스틱을 넘겼다. 자기 첫 두 돌이 모두 빙판 위에 남아 있는 것만으로 마음이 조금 놓였다. 혜주는 가드 뒤로 드로를 넣었다. 첫 시도는 짧았다. 상대 세컨드는 더 깊이 넣었다. 가까운 자리가 상대 쪽으로 바뀌었다.
혜주의 두 번째 돌이 그 옆에 들어갔다. 정확히 닿지 않고 작은 틈을 남겼다. 단비는 자기 차례가 가까워질수록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진수는 그녀에게 돌을 치우는 것과 돌 옆에 남기는 것 중 무엇을 먼저 할지 설명했다. 단비는 상대가 보이는 틈으로 히트를 원했다.
진수는 선을 확인했다. 단비가 복창하고 돌을 밀었다. 상대 돌이 밖으로 나가면서 혜주의 돌도 조금 이동했다. 단비의 스톤은 하우스 옆 고리에 걸렸다. 상대 서드가 같은 길을 이용해 그 돌을 치웠다. 단비는 입술을 다물고 돌아왔다. 치운 뒤 남긴 돌도 오래 버티지 못했다.
라온은 그녀에게 잘 치웠다고 말했다. 단비는 자기 돌까지 남아 있었으면 좋았다고 했다. 진수는 두 번째에서 붙여 놓을 길을 골랐다. 단비의 스톤이 느리게 들어갔다. 앞가드 옆을 돌아 상대의 돌에 가볍게 닿았다. 이번에는 정면 히트로 바로 빼내기 어려운 모양이 됐다.
서림의 최정우는 바깥 드로를 불렀다. 상대 서드의 두 번째 돌이 돌아 들어와 단비 돌 뒤에 섰다. 진수는 하우스에서 한동안 두 돌을 봤다. 라온이 옆으로 지나갈 때 어느 것이 더 가까운지 눈으로 바로 정할 수 없었다. 혜주는 자기 기록에 숫자를 확정하지 않고 위치만 그렸다.
진수의 첫 돌은 상대가 돌아온 같은 길을 썼다. 깊이는 조금 짧았다. 최정우가 직접 던진 돌은 더 깊게 들어갔다. 마지막 돌을 남긴 진수는 한 점을 가져오는 길과 상대가 둘을 남기는 위험을 비교했다. 단비는 뒤에서 손을 꼭 쥐었다. 라온은 자기 두 가드 사이가 여전히 보이는 것을 봤다.
“한 점부터.”
진수가 말했다. 그는 마지막 드로를 택했다. 스톤이 가드 바깥을 돌아 들어갔다. 가운데에 가까워졌지만 상대의 깊은 돌을 넘지는 못했다. 최정우는 남은 마지막 돌로 앞쪽 길을 막았다. 가장 가까운 두 돌은 움직이지 않았다. 양쪽이 위치를 확인한 뒤 서림이 한 점을 얻었다. 라온은 첫 엔드의 점수보다 자신이 놓은 두 가드가 어떻게 쓰였는지를 먼저 보고 있었다.
엔드 사이 미란이 짧게 물었다. 첫 가드가 넓었을 때 어떤 길이 생겼는가. 라온은 상대가 안쪽으로 바로 들어왔다고 답했다. 혜주는 자기 첫 드로가 짧아 한 번 더 따라가야 했다고 말했다. 단비는 두 번째 붙임이 길을 막았다고 했다. 진수는 마지막 깊이를 맞추지 못했다고 말했다. 누구도 한 사람의 실수로 한 점을 묶지 않았다.
두 번째 엔드는 라온 쪽이 마지막 돌을 갖고 시작했다. 진수는 앞쪽의 바깥 가드를 원했다. 라온은 첫 엔드에서 넓었던 폭을 조금 좁히려다가 손동작까지 바꿨다. 스톤이 너무 안으로 들어갔다. 상대 리드의 돌이 앞에 붙어 정면 길을 가렸다.
라온은 돌아와 자기 손이 선을 따라갈 때 팔까지 옮겨 버렸다고 말했다. 진수는 다음 돌에 같은 높이를 두지 않기로 했다. 반대 바깥 길을 만들었다. 라온의 두 번째 가드는 그쪽 앞에 섰다. 폭은 목표보다 조금 컸지만 앞돌과 같은 장애물을 만들지는 않았다.
혜주는 새 길로 들어갔다. 드로가 바깥을 타고 안쪽에 멈췄다. 상대 세컨드가 같은 길로 들어와 더 가까운 자리를 차지했다. 라온은 스톤이 이동할 때마다 자기 그림이 지워지는 기분을 느꼈다. 그러나 자기 두 번째 가드는 남아 있었다. 혜주의 다음 돌이 그 뒤에 숨었다.
단비는 그 돌을 보고 웃었다. “이제 치울 거 있네.”
진수는 웃지 않고 목표를 다시 말했다. 상대의 가장 가까운 돌을 건드리되 혜주 돌을 밖으로 보내지 않는 선이었다. 단비는 그 말을 끝까지 들었다. 스톤이 빨리 들어왔다. 상대 돌이 움직이고 혜주 돌은 남았다. 단비의 돌도 안쪽에 걸렸다. 그녀가 처음으로 두 손을 짧게 들었다.
서림의 서드는 단비 돌을 치우려다가 자기 돌도 함께 옆으로 빠졌다. 혜주 돌이 여전히 가까운 자리에 남았다. 진수는 단비의 두 번째를 앞가드로 쓰게 했다. 단비의 얼굴에 아쉬움이 스쳤지만, 방금 자신이 살려 놓은 혜주 돌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가드는 낮았다. 최정우는 바깥을 돌아 들어오는 길을 택했다. 상대 서드의 돌이 가드 밖을 지나 하우스 가장자리에 멈췄다. 혜주보다 멀었지만 다음 돌의 발판이 됐다. 진수는 자신의 첫 돌로 그 발판을 치우려 했다. 스톤이 정면으로 들어가 상대 돌을 밀었다. 자기 돌은 바깥에 남았다.
최정우의 첫 돌은 다른 바깥 길로 들어왔다. 끝에서 혜주의 돌에 살짝 닿았다. 가까운 자리의 두 돌이 다시 다퉜다. 라온은 진수의 마지막 돌을 기다리면서 자기 가드의 높이를 봤다. 상대가 그 가드 밖으로 돌아온 두 번의 길을 이제 눈으로 기억할 수 있었다.
진수가 스틱을 받으러 왔다. 그는 단비에게 놓을 돌의 깊이를 짧게 복창했다. 단비는 평소와 달리 자기 의견을 바로 덧붙이지 않았다. 진수가 정한 뒤 자기 손으로 던질 시간이었다. 라온은 그에게 한 번 숨을 쉬라고 말했다. 진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 스톤은 가드 바깥으로 나갔다. 얼음 위에 길게 남는 소리를 네 사람이 들었다. 조금씩 안쪽으로 굽었다. 혜주는 펜을 놓았다. 단비는 바퀴를 쥔 채 가만히 있었다. 돌이 상대 돌 옆으로 들어가 아주 약하게 접촉했다. 진수의 돌이 중앙 가까이 섰다.
양쪽이 확인한 두 번째 엔드의 한 점은 라온 쪽이었다. 단비가 짧게 환호했다. 혜주는 자신이 놓은 돌이 마지막까지 남아 진수에게 길을 줬다고 웃었다. 라온은 스틱을 내려놓고 첫 두 엔드의 가드를 보았다. 가드를 던진 사람만으로 끝나지 않는 모양이 얼음 위에 남았다.
점수는 한 점씩이었다. 최정우가 이동하면서 좋은 마지막 돌이었다고 진수에게 말했다. 진수는 상대의 붙임도 어려웠다고 답했다. 라온은 상대를 보고 자기 돌의 위치를 숨기고 싶었던 마음이 조금 누그러졌다. 그들 역시 자기 길을 보고 다시 던지는 사람들이었다.
혜주와 라온이 순서를 바꿀 시간이 왔다. 혜주는 스틱을 받으며 라온에게 앞가드를 어떤 높이로 원하느냐고 물었다. 라온은 진수가 부를 자리라고 했다가, 자기가 다음 길을 써야 한다는 것을 떠올렸다. 그는 높이가 바뀌면 바깥 폭도 다르게 보인다고 말했다.
혜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라온은 리드 자리에서 옮겨 나와 첫돌을 기다렸다. 자신의 가드부터 놓지 않는 시작은 낯설었다. 손은 이미 스틱을 잡고 싶은데, 다른 사람의 돌이 빙판을 먼저 그렸다. 혜주의 스톤이 중앙 앞에 멈췄다. 높이는 라온이 첫 엔드에 놓은 것보다 일정했다.
진수가 라온을 불렀다. 하우스 앞의 새 길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자신이 던지지 않은 가드가 자기 두 투구의 시작이 됐다. 라온은 의자를 멈추고 돌을 받았다. 평가표의 세컨드 칸은 이제 종이 위에만 있지 않았다. 살아 움직이는 상대가 그 뒤에서 다음 스톤을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