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구조·재난 스릴러 53화

수심 43미터의 종

하역반장의 손

하역반장은 손가락 끝으로 도장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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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역반장은 손가락 끝으로 도장을 눌렀다.

자기 도장이 아니었다. 원본 선적표의 확인란에 찍힌 낡은 직인이었다. 종이를 만져도 잉크가 손에 옮겨 오지 않았다. 그는 서명 아래 표시를 짚으며 그날 여기서 작업을 마쳤다고 말했다. 우찬은 반장의 손을 봤다. 세 번째 손가락의 끝이 짧았다. 오래전 항구에서 잃었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사고를 이번 사고의 변명으로 꺼내지 않았다.

해솔은 반장의 옆에서 하역구역을 보았다. 지금은 다른 배를 기다리는 포장이 쌓여 있었다. 반장은 사고 날의 위치를 바닥 표시로 설명했다. 정상 냉동화물은 왼쪽 통로를 지나 작은 배로 갔다. 청람호에 실은 포장은 오른쪽에 따로 놓였다. 그 사이에 작업차가 다녔다. 같은 곳에 있었다는 말로 모두 한 화물처럼 보이던 것이 길 두 개로 나뉘었다.

“원료라고 했지요. 저는 그렇게 받았어요.”

반장이 말했다. 우찬은 포장에 위험 표지가 있었는지 물었다. 반장은 앞의 덮개로 가려져 있었다고 했다. 작업 도중 직원이 덮개를 들었을 때 안쪽에 다른 표지가 보였다. 반장이 사무실에 물었고 운영본부 대리가 이미 분류 확인을 받았다는 답을 했다고 했다.

그 답을 들은 전화기록은 있었지만 통화 내용의 녹음은 없었다. 반장은 자기가 작업일지에 메모했다고 했다. 날짜 옆에 원료 확인, 재문의라는 짧은 글이 있었다. 해솔은 그 글을 보고 이제야 위험물 표지를 봤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 그러면서도 반장이 한때 질문을 했다는 사실을 없앨 수는 없었다.

“확인서를 안 보여 줬는데 작업을 계속하셨어요.”

해솔이 말했다. 반장은 그랬다고 답했다. 그는 작업이 밀렸고 대리가 전화로 괜찮다고 했다고 했다. 해솔은 더 말하려다가 자신의 시간표를 떠올렸다. 수면 위에서 괜찮다는 말을 듣고도 자기 눈앞이 안 보이면 돌아와야 했던 날이었다. 괜찮다는 말을 한 사람과 그 말을 받고 움직인 사람은 둘이었다.

반장은 자기 직원들을 탓하지 않았다. 자기가 계속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우찬은 실제 하역한 인원과 사용 장비를 확인했다. 포장 여러 개가 올라갔고 신고용 냉동화물의 숫자로 끝낼 양은 아니었다. 반장은 한번 옮긴 상자를 누가 마지막에 잘못 올린 사건이 아니라고 말했다. 같은 종류로 지시받은 일련의 작업이었다.

해솔은 비어 있는 적재구역을 한 번 걸었다. 멀리서 보면 포장이 배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짧은 동작이었다. 가까이에서는 줄을 걸고, 기계를 기다리고, 받침을 바꾸고, 사람을 뒤로 물리는 시간이 있었다. 그 시간이 여러 번 반복됐다. 13.8톤의 물건은 누군가의 발 하나가 헛디뎌 우연히 올라가지 않았다.

반장은 작업일지 뒤에 반송 봉투를 놓았다. 위험물 분류표를 요청한 뒤 받은 사본이었다. 정식 분류표 대신 내부 검토라는 글자가 있는 종이였다. 반장은 그때 그 차이를 알았냐고 묻자 그렇게까지 보지 못했다고 답했다. 도장이 있으면 종이가 끝난 줄 알았다. 손가락 끝으로 그 도장을 누르던 동작이 같은 습관이었다.

우찬은 반송 봉투의 발송부서를 확인했다. 기존에 나온 선사 비서실 작업번호가 적혀 있었다. 새 회사의 이름을 찾아 갈 필요는 없었다. 지금까지 받은 번호 가운데 하나였다. 반장은 그 종이를 받은 뒤 신고가 정리됐다고 믿고 일지를 닫았다고 했다. 하역확인 사본에 자기 서명을 남긴 것도 그 뒤였다.

장비차가 뒤에서 경고음을 냈다. 반장이 해솔의 팔을 잡아 울타리 안쪽으로 당겼다. 해솔은 움찔했다. 반장은 옛 습관이라고 미안해했다. 손가락을 잃은 뒤 사람 팔을 먼저 잡는다고 했다. 해솔은 괜찮다고 답했다. 그 손이 지금 사람을 살피는 것과 당시 일을 잘못 진행한 것은 한 사람 안에 함께 있었다.

미례는 공동기금의 오늘 배 계약을 연장해야 했다. 가족들이 같은 대기실에 모였다. 케이스를 발견한 사내는 사진대조 진행을 듣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수색을 계속하되 위험화물 이송 배의 하루 계약도 연장하는 안이었다. 어제보다 표결은 짧았다. 돈이 넉넉해진 것은 아니었다. 한 번 직접 바다에 나온 사람이 무엇이 동시에 필요한지 보고 돌아왔다.

미례는 반대의견이 사라졌다고 쓰지 않았다. 한 가족은 기금이 줄어드는 속도를 걱정했고 다른 가족은 수색이 느려지는 것을 걱정했다. 오늘 실제 잔액이 보드에 적혔다. 아직 환수되지 않은 운임은 빈칸에 남았다. 없는 돈을 넣으면 숫자는 좋아졌지만 내일 배를 부를 수는 없었다.

회의가 끝나자 미례가 우찬에게 정상 화물 운임 반환 진행을 물었다. 선사는 실제 다른 배의 운임이 별도 지급된 것을 대조하고 초기 청구가 잘못 유지된 부분을 정정하겠다고 했다. 이 말을 의결 돈처럼 쓸 수 없다는 것을 미례도 알았다. 그는 입금 날짜를 요구했다. 오늘 대답 못 하면 내일 또 물을 날짜를 받았다.

해솔은 오후에 수색 장비를 점검했다. 동료가 어제 쓰던 큰 장갑을 보고 새 크기를 찾아 놓았다고 말했다. 작은 상자에서 자기 손에 맞는 것이 나왔다. 그는 끼고 손을 펼쳤다. 손끝이 덜 남았다. 큰 사건의 기록을 쫓는 동안 실제 손을 편하게 해 주는 사람이 있었다. 해솔은 그 장갑을 따로 챙겼다.

우찬은 운영본부 대리에게 추가 면담을 요청했다. 하역반장의 재문의 전화와 내부 검토 사본을 보여 줄 계획이었다. 대리가 자기 승인만 말하고 화물 종류를 몰랐다고 한 부분이 자료와 맞지 않았다. 그는 오늘의 메일 제출도 같이 진행했다. 물류담당이 보낸 원문에는 취소 초안의 수정본이 첨부돼 있었다.

퇴사자 계정으로 파일을 연 사람은 물류담당이었다. 그는 자료가 필요했으나 계정을 새로 발급받지 못해 기존 계정을 썼다고 말했다. 실제 로그인 단말과 자신의 근무표, 메일 발송시각이 연결됐다. 폐쇄 요청을 해 두었던 전직 직원의 이름을 그대로 문서에 남긴 이유도 그때 드러났다. 물류담당은 편해서라고 답했다.

해솔은 그 대답을 전달받고 얼굴이 굳었다. 편하다는 말 아래 사람 하나의 이름이 사고서류에 돌아왔다. 우찬은 전직 직원에게 현재의 확인을 알렸다. 그 사람이 일한 것으로 앞서 잘못 읽힌 범위도 정정됐다. 전직 직원은 한참 뒤 자기가 나간 날짜는 이제 맞게 적히냐고 물었다. 우찬은 그렇다고 답했다. 그 사람에게는 새로운 범인의 이름보다 자기 퇴사일이 먼저였다.

물류담당은 취소 초안을 왜 보내지 않았는지도 말했다. 도착지를 바꾸라는 요청 뒤 처리예약이 다른 목적으로 사용된다고 들어 보류했다. 발송하지 않은 초안이 실제 예약을 취소하지는 않았다. 전화로 창고에 예약을 중지시킨 사람은 운영본부 대리였고 창고의 통화기록과 대리의 오늘 답변이 맞았다. 종이와 전화가 제각기 맡은 일을 했다.

대리는 내부 검토 사본을 하역반장에게 보낸 사실도 인정했다. 정식 확인서가 아직 없다는 것을 알았냐고 묻자 고개를 숙였다. 일정을 먼저 맞추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말이 나왔다. 우찬은 누가 어떤 말로 지시했는지 구체적으로 받았다. 대리는 자신에게 전달된 부서 회의록을 가져오겠다고 했다. 그 말 하나로 대표의 직접 실행까지 적을 수는 없었다.

해솔은 기다리던 물속 작업을 그날 하지 않았다. 바람이 커져 오후 잠수가 중지됐다. 이전 같으면 육상 면담에 따라가 마음을 달랬을 텐데 오늘은 장비실에 남았다. 아직 젖은 잠수복을 뒤집어 말렸다. 같은 날 누구는 자기 이름을 바로잡고 누구는 자기 손을 인정했다. 그의 손은 내일 다시 움직일 준비를 했다.

미례가 해솔에게 수색가족이 보낸 사진을 보여 줬다. 케이스를 들고 있는 남자의 다른 옆모습이었다. 글자가 더 또렷했다. 가족은 그 두 글자를 새긴 날의 이야기를 보내왔다.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던 날이었다. 물건을 돌아온 사람처럼 말하지 않아도 한 물건이 남긴 이야기는 들어 줄 수 있었다.

해솔은 사진에서 눈을 떼고 미례를 봤다. 미례는 오늘 가족이 기금 연장에 찬성했다고 말했다. 그것을 물건 발견 덕에 마음을 바꿨다고 해석하지 않았다. 그는 배에서 자기 균형을 잃었다가 돌아와 생각할 시간을 얻었다. 해솔은 그가 다음에도 비판할 수 있냐고 물었다. 미례는 당연하다고 했다. 한 번 같은 편의 표를 던졌다고 말을 맡길 필요는 없었다.

밤에 우찬은 같은 작업번호가 찍힌 자료들을 나란히 놓았다. 원료라는 이름, 처리예약의 취소 전화, 운임의 유지, 내부 검토 사본, 승인 접수증. 퍼즐 조각을 새로운 비밀조직의 지도처럼 늘릴 필요가 없었다. 이미 알고 있는 부서에서 내려간 업무가 그대로 연결됐다. 그는 다음 날 회의록을 받을 곳에 짧은 요청을 남겼다. 실제 참석자와 지시한 문구를 확인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하역반장은 퇴근하며 일지 사본을 조사관에게 건넸다. 손가락 끝으로 도장을 누르지 않았다. 종이를 한 번 읽고 서명한 뒤 내밀었다. 해솔이 그것을 보며 고개를 숙였다. 반장의 손은 잃은 길이를 되찾지 못했고 그날의 하역도 되돌릴 수 없었다. 그래도 오늘 종이를 읽는 동작은 이전보다 오래 걸렸다. 항구 작업등이 두 사람 뒤에서 켜졌다. 읽을 수 있는 빛이었다.

반장은 빈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고 한 걸음 걷다 돌아섰다. 내일은 자기 직원도 면담에 오겠다고 했다. 직원이 물었던 질문을 자신이 끊었다는 말이었다. 우찬은 그 직원이 직접 시간을 고를 수 있도록 연락처를 전달했다. 반장은 종이를 받아 주머니 안이 아니라 휴대전화 케이스에 넣었다. 다음 사람이 읽을 자리를 마련하고서야 항구 밖으로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