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도시판타지 직업 코미디 53화

퇴근 후에는 요괴택배

장부의 등을 고치는 손

제본 가게 주인은 장부를 받침에 놓고 한숨을 쉬었다. 남해온이 가져온 새 등받침은 크기가 맞았다. 문제는 장부를 열어 일할 수 있는 시간이 아직 남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손님 두 명이 야간 장사를 마치고 외상 내역을 확인하러 오기로 했다. 그들이 볼 장부를 먼저 뜯으면 오늘 거래까지 멎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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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본 가게 주인은 장부를 받침에 놓고 한숨을 쉬었다. 남해온이 가져온 새 등받침은 크기가 맞았다. 문제는 장부를 열어 일할 수 있는 시간이 아직 남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손님 두 명이 야간 장사를 마치고 외상 내역을 확인하러 오기로 했다. 그들이 볼 장부를 먼저 뜯으면 오늘 거래까지 멎었다.

김콩쇠는 새 받침을 손가락으로 쳤다. 튼튼한 소리가 났다. 해온은 그 소리를 듣고 마음이 급해졌다. 물건까지 준비했는데 기다려야 하는 것은, 준비하지 않고 기다릴 때보다 더 힘들었다. 채원은 가게 주인과 약속한 시간을 다시 읽었다. 손님 확인 뒤 닫는 시간이었다.

해온은 그때까지 자기 배송을 먼저 했다. 작은 가루비누 상자가 가게 옆 식당으로 갔다. 식당 주인은 콩쇠를 보고 손님을 데려왔느냐고 물었다. 콩쇠는 소포 받는 사람이 본인인지를 확인하는 해온 뒤에서 메뉴를 읽고 있었다. 이름 확인보다 배고픔이 먼저 움직였으나, 오늘은 끼어들지 않았다.

인도를 마치자 식당 주인이 남은 저녁밥이 있다고 했다. 두 사람은 각자 값을 내고 작은 그릇을 받았다. 제본 가게의 닫는 시간까지는 아직 조금 남아 있었다. 해온은 밥을 급하게 넘기려다 숟가락을 놓았다. 콩쇠는 왜 그러냐고 물었다.

“빨리 먹으면 기다리는 시간이 줄어드는 줄 알았어요.”

“그럼 평생 난 기다려 본 적 없겠네.”

콩쇠가 밥을 씹으며 말했다. 해온은 웃고 다시 숟가락을 들었다. 오늘 식사비를 장부 회수 비용에 넣지 않았다. 그들의 밤은 조사보다 길었고 배도 조사표를 기다려 주지 않았다.

제본 가게 손님들은 차례대로 자기 거래 줄을 읽었다. 첫 손님은 수선 맡긴 책 표지값을 냈고, 두 번째는 반납한 상자 수량을 확인했다. 주인은 두 사람에게 다른 사람 이름이 있는 페이지를 보여 주지 않았다. 채원이 준비한 가림 종이도 사용했다. 해온은 그걸 보며 한 장부에 다른 사람의 밤이 얼마나 가까이 붙어 있는지 알았다.

마지막 손님이 나간 뒤 까마귀 주인은 문을 잠그고 밤등을 작업대 쪽으로 돌렸다. 새 등받침과 낡은 장부, 받은 안감의 외피가 따로 놓였다. 해온이 받침 하나를 옮기려 하자 주인이 위치를 짚어 줬다. 먼저 손을 댄 뒤 설명하는 일이 되지 않았다.

주인은 장부 등 바깥의 실부터 풀었다. 날아간 붉은 책과 다르게 이 물건은 제본 순서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안감을 끼운 곳에서만 실이 조금 굵었다. 그 부분을 펴자 장부의 페이지들이 작은 날개처럼 들렸다.

콩쇠는 날아갈 줄 알고 덮개를 준비했다. 주인이 손을 들었다.

“페이지는 그대로 둬. 받침 빠져서 드는 거야.”

해온은 새 받침을 밀어 넣었다. 페이지가 다시 평평해졌다. 종이가 움직인다고 모두 공격하는 물건은 아니었다. 콩쇠는 자기 덮개를 접고 옆에 놓았다. 엉뚱한 방어가 남의 장부를 찌그러뜨릴 수 있었다.

낡은 안감이 바깥으로 조금 나왔다. 실 하나가 페이지 뒤의 거래표에 걸려 있었다. 주인은 그것을 풀려고 손끝을 넣었다. 실이 당겨지자 글씨 한 줄이 검게 솟았다. 가게 밤등이 순간 어두워졌다.

해온은 몸을 낮췄다. 장부 위 글씨가 물건처럼 떠오르는 것을 보았을 때처럼, 이름을 읽으려고 가까이 갈 수 없었다. 채원이 개인표식을 가릴 얇은 판을 올렸다. 검은 획이 판 밑에서 움직였다. 담당자가 전날 확인한 최신 층의 연결 표시와 다음 안감의 실 방향을 대조했다.

아직 먼저 끊을 실이 아니었다.

첫 회수 조각의 바깥 연결에서 확인된 매듭을 풀어, 오늘 안감의 모서리로 당겨진 힘을 줄여야 했다. 채원은 담당자와 통화하며 지금 볼 수 있는 상태를 전했다. 해온은 그가 말하는 순서에 맞춰 받침을 잡았다. 자신이 복원 기술을 안다고 손대지는 않았다.

주인은 자기 장부가 망가질까 봐 불안한 얼굴로 기다렸다. 해온도 시간이 길어지는 것을 느꼈다. 밤등은 깜박였고 먼 골목에서는 닫는 가게들의 문소리가 났다. 그러나 종이를 찢으면 빨리 물건 하나를 얻는 대신 이름의 연결을 잃을 수 있었다.

담당자가 먼저 회수 조각의 확인을 마친 뒤 이곳으로 왔다. 앞서 잡힌 겹침 순서에 맞춰 가림판 밑 실을 움직였다. 검은 획이 조금씩 낮아졌다. 해온은 받침에 손가락을 바짝 붙였다. 실은 매우 가늘었지만 한 손님의 장부와 다른 사람의 이름을 같이 잡고 있었다.

실이 풀렸을 때 콩쇠가 먼저 숨을 내쉬었다. 주인은 장부 페이지부터 넘겨 봤다. 글씨는 원래 자리에 있었고 빠진 장은 없었다. 새 등받침은 아직 꿰매기 전이었다. 그는 지금 장부를 끝내고 나서 안감 인계표를 읽겠다고 했다.

해온은 그 순서를 받아들였다. 오늘 회수했다고 떠나는 동안 주인의 장부가 흩어지면 자신들이 얻은 물건의 값은 남의 거래로 치러진 것이다. 콩쇠는 주인의 허락을 받고 페이지 옆 받침을 눌러 줬다. 힘을 쓰는 대신 손을 가만히 두는 일이었다.

새 실이 장부 등을 감았다. 까마귀는 세 번 꿰맨 뒤 남은 실을 당겨 봤다. 장부가 평평하게 열렸다. 그는 손님에게 보여 줬던 두 줄을 다시 읽고, 옛 장부와 새 등받침이 그대로 자기 일을 할 수 있는지 확인했다. 안감을 가져갈 동의와 장부가 돌아온 확인은 다른 표에 남았다.

콩쇠는 자기 손을 뗐다. 자기가 꿰맨 가방 세 땀은 비뚤었지만 까마귀의 실은 곧았다. 그는 다음에 배울 수 있느냐고 물었다. 주인은 가방 수선은 자기 일이 아니지만 실을 엉키지 않게 당기는 연습은 알려 줄 수 있다고 했다.

“오늘은 조끼부터 입고 와. 네 실이 자꾸 조끼에 걸려.”

콩쇠는 조끼 지퍼를 보고 씩 웃었다. 재교육 표가 떠오른 듯 그 약속을 정식 근무 복귀와 같은 것으로 적지는 않았다. 배운 뒤 써 볼 수 있는 작은 일이 하나 생겼다.

다음 안감은 새 덮개에 들어갔다. 담당자는 열한 홈 중 마지막 전의 눌림 방향과 맞춰 볼 수 있는 선을 확인했다. 번호와 거래 경로도 청묵 전달지의 다음 칸에 연결됐다. 아직 남은 아홉 조각을 모두 가진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국수집 외피와 빨래방 안감에서 시작한 경로가 이번에도 실제 물건으로 이어졌다.

해온은 회수 순서표에 오늘 물건의 위치를 적었다. 주인에게서 넘어온 안감, 새 받침으로 고친 장부, 정상적인 가게 거래 두 건, 늦어진 작업 시간. 물건을 꺼내는 일 옆에 남의 일을 되돌리는 시간이 있었다.

까마귀는 문을 다시 열며 작은 종이봉투를 내밀었다. 해온은 조사자료인 줄 알았으나 밥집에 부탁해 놓은 따뜻한 만두였다. 일을 늦게까지 하느라 밥을 못 먹었을까 봐 준비했다고 했다. 해온은 오늘 이미 식사했다고 말하고 값을 물었다. 주인은 자신도 함께 먹으려 샀다며 세 사람이 먹을 양이라고 했다.

채원은 원본 인계를 먼저 마친 뒤 밖에서 먹겠다고 했다. 조사한 가게에서 음식 받는 것이 마음에 걸린 표정이었다. 주인은 그 말을 듣고 자기 몫만 남겨 뒀다. 해온과 콩쇠도 음식을 감사 인사 대신 덥석 받지는 않았다. 자신들 식사가 끝났으니 늦게 도착하는 주인의 가족과 나누라고 했다.

주인은 잠깐 섭섭해하다가 웃었다.

“그럼 다음에 손님으로 와. 그때도 밥 먹었다고 하지 말고.”

해온은 국수집에서 같은 말을 들었다고 했다. 콩쇠가 그 말을 듣고 다음 식사 순서를 계산하듯 손가락을 접었다. 도시에는 회수할 물건 말고 다시 방문할 가게도 조금씩 늘었다.

조정소에 돌아와 두 번째 조각을 놓자 첫 조각의 바깥 선이 더 잘 보였다. 오늘 물건을 안전하게 꺼냈다는 사실은 다음 확인의 근거가 됐다. 담당자는 해당 피해자 등록과 대조할 준비를 했고, 채원은 본인이 확인에 참여할 뜻을 물었다. 이름을 찾았다고 행사처럼 사람들을 부르지 않았다.

해온은 책상 위에서 콩쇠가 접어 둔 주소 연습표를 발견했다. 세손의 첫 소포와 문 없는 천막의 경계가 적혀 있었다. 그는 오늘 장부에서 한 일을 그 표 아래 한 줄만 보탰다. ‘물건을 꺼낸 자리도 돌아봐야 한다.’ 콩쇠는 그 문장을 읽고 너무 길다고 했다.

“그럼 뭐라고 쓸까요?”

“가게 안 어질렀나.”

해온은 웃으며 옆에 그 말을 적었다. 두 문장이 같은 일을 다른 속도로 읽어 줬다. 복잡한 회수 작업을 처음 배우는 배송원에게는 그 짧은 말이 더 빨리 손을 멈추게 할 수도 있었다.

반납한 대여 받침의 보증금은 수리 가게에서 아직 확인 전이었다. 해온은 오늘 안감을 찾았으니 모든 대여도 끝났다고 적지 않았다. 휘어진 자기 금속판은 수리 가능 여부가 나왔지만 비용 처리와 실제 수리 완료는 내일이었다. 다음 운행에 쓰려면 그 결과를 받아야 했다.

그가 목록을 정리하는 동안 채원이 들어왔다. 앞선 첫 피해자는 임시표를 쓰며 문답 첫 구간이 계속 유지된다고 알려 왔다. 나머지 복도는 아직 길었다. 두 번째 피해자는 내일 확인을 받겠다고 했으나 공개적인 만남은 원하지 않았다.

해온은 두 결과를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조각 두 장을 들고 열한 이름을 끝냈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다음에 누구에게 어떤 말을 묻고, 어떤 물건을 대체해야 하는지는 이전보다 선명했다. 그는 가방의 세 땀을 만지고 마지막 확인표를 접었다.

밖에는 어둠과 불빛이 골목마다 섞여 있었다. 종이가 날개를 접은 가게에서는 누군가 자기 장부를 다시 열고 있었다. 해온은 그 모습을 상상하며 편의점 교대 시간까지 남은 길을 걸었다. 오늘 고친 등이 밤길을 여는 등은 아니어도, 사람 하나의 내일 장사를 버티는 등이라는 것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