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째 트랙은 비어 있다
바뀐 판의 가장자리
검사실 유리창에서 태오의 얼굴이 원반 위로 겹쳤다.
검사실 유리창에서 태오의 얼굴이 원반 위로 겹쳤다.
그가 고개를 옮겨도 얼굴은 따라왔다. 이솔은 조명을 낮춰 달라고 했다. 유리에 비친 사람이 사라지자 둥근 물건의 옆면이 보였다. 운송한 열한 함 가운데 여섯째 관리번호였다. 라벨은 기증 목록의 제목을 가리켰지만 안쪽의 기계각인은 목록과 마지막 한 글자가 달랐다.
혜주는 운송 전 사진을 폈다. 함을 열지 않은 사진에서는 내부 각인이 가려져 있었다. 오늘 이동 중 판이 바뀌었다고 말하기에는 봉인이 유지됐고 담당자가 양쪽에서 같은 함을 확인했다. 노을은 수장고에서 전날 남긴 함의 흠과 여기의 번호 어긋남을 같은 원인으로 묶지 않았다. 탁자 위에 다른 두 건이 있었다.
태오는 운전자가 급히 제동한 시간을 보고서에서 찾았다. 그것 때문에 생긴 번호일 수는 없었다. 작은 긁힘이 글자를 바꾼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기계로 찍힌 문자였다. 운전자의 전화가 왔을 때 그는 운송 중 교체를 의심하는 근거가 없다고 현재 확인을 전했다. 사내의 숨이 전화 너머로 길게 나왔다.
검사실 담당자는 물건을 재생하지 않고 안쪽 면을 비췄다. 라벨 끝의 어두운 테두리는 두 겹으로 보였다. 아래에 다른 라벨이 붙었다고 즉시 떼어 볼 수는 없었다. 접착층이 원반 표면과 오래 붙었다. 노을은 작은 거울로 가장자리의 높이를 보았다. 빛이 얇은 층을 비추자 종이 한 겹이 더 있다는 것은 보였다.
이솔이 현재 기증 등록표를 가져왔다. 목록을 새로 쓴 직원의 이름은 정윤경이었다. 지금도 방송국 기록실에 있었다. 혜주가 전화를 걸자 윤경은 라벨에 적힌 대로 옮겨 썼다고 말했다. 각인까지 읽은 적 없었다. 그는 바로 검사실로 오겠다고 했다.
윤경이 도착했을 때 손에 옛 사진 봉투가 있었다. 원반을 기증받은 날이 아니라 속지를 갈던 날의 사진이었다. 그는 검사실 문밖에서 그 봉투를 꼭 쥐었다. 다른 사람 물건의 이름을 잘못 적었다는 말만 들어도 속이 쓰렸는데, 값비싼 원본이 바뀐 판일지 모른다는 말은 목을 막았다.
“제가 훔쳤다는 건가요?”
윤경의 목소리가 유리에 부딪혀 높아졌다. 바깥에서 일하던 기사가 손을 멈췄다. 윤경은 그 시선을 보자 봉투를 등 뒤로 숨겼다. 이솔이 문을 닫았다. 힌지가 마지막 한 뼘에서 천천히 움직였고, 방은 다시 네 사람의 크기가 됐다.
“사진을 가져오셨잖아요. 그걸 같이 보려고 기다렸어요.”
이솔은 봉투를 받으려 손을 뻗지 않았다. 윤경이 자기 손으로 책상에 놓을 때까지 기다렸다. 구겨진 봉투 귀퉁이에 엄지손가락 자국이 두 개 남았다. 사진 한 장이 미끄러져 바닥으로 내려갔다. 태오가 몸을 굽히다 발등을 찡그렸고 윤경이 먼저 그것을 주웠다. 자신이 흘린 사진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지 않는 작은 동작 뒤에야 그의 숨이 조금 느려졌다.
사진에는 작은 아이의 운동화가 찍혀 있었다. 아이보다 뒤쪽의 작업대가 중요한 사진이 될 줄 당시에는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윤경은 아이 얼굴을 가릴 종이를 요청했다. 혜주가 바로 빈 종이를 건넸다. 그가 보여 주고 싶지 않은 부분을 가리고 나니 보여 줄 수 있는 부분이 넓어졌다.
그가 먼저 물었다. 태오는 그런 결론을 낸 사람이 없다고 답했다. 윤경은 그 말을 듣고도 눈을 피했다. 혜주가 테이블 옆에 의자를 놓았다. 앉아서 사진을 볼 시간이 생겨야 손에서 봉투가 풀렸다.
사진 속 함의 속지는 현재 것과 같았다. 가운데 원반은 오래된 라벨이 붙었지만 가장자리의 밝은 면이 현재 것과 달랐다. 태오는 사진의 빛이 달랐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노을은 윤경에게 그날 무엇을 바꾸었는지 물었다. 속지가 젖어 원반을 들어내고 다른 종이를 넣었다는 답이었다.
윤경은 그때 두 판을 옆에 놓았다고 말했다. 하나는 실물 원본, 하나는 전시용 재현판이었다. 재현판은 어린이 체험 행사에서 원반을 만져 보는 용도로 만들었다. 보호판의 소리와 관련 없는 다른 관리품이었다. 직원이 젖은 속지를 말리는 동안 어느 판을 어떤 함에 넣었는지 장부에 별도로 적지 않았다.
노을의 얼굴이 굳었다. 윤경이 손끝을 만졌다. 원본을 손으로 만지는 체험 행사였다고 말한 것은 아니었다. 복제품으로 하려던 일이었는데, 그 제작과 교체가 실제 보관함의 이름 아래 들어왔다. 혜주는 재현판 제작표를 요청했다. 행사 때 모든 복제품이 일회성 물건처럼 흩어져 남은 목록이 얇았다.
태오가 윤경에게 재현판은 지금 어디 있느냐고 물었다. 윤경은 기증자에게 전시가 끝난 뒤 돌려줬다고 했다. 원본은 수장고에 있다고 생각했다. 그 말이 끝나자 방 안의 공기가 달라졌다. 원반이 복제품인지 확인하는 질문은 원본의 실제 반환을 찾는 질문으로 바뀌었다.
윤경은 자기가 둘을 바꾸어 넣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때 잠깐 혼자 작업했다. 분명히 이름을 보고 넣었다고 기억했으나 두 라벨은 같은 제목이었다. 노을은 그 기억을 거짓이라고 하지 않았다. 이름이 같으면 다른 물건의 손잡이를 같은 것으로 착각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그 기억만으로 원본이 있는 곳을 정할 수는 없었다.
문주가 문밖에서 기다렸다. 그는 유리 너머 원반을 보고 어느 것이 원본인지 눈으로 알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자기 기억도 물건 이름이 같을 때 자주 틀렸다. 이솔이 나와 상황을 전하자 문주는 검수 중인 관리번호가 72번 봉투의 보호판이냐고 먼저 물었다.
그것은 다른 관리품이었다. 첫 47초를 캡처한 원반은 별도 함에 그대로 있었다. 문주의 어깨가 풀렸지만 이솔은 지금 문제의 원반을 덜 중요한 판처럼 부르지 않았다. 그 판에도 누군가의 소리와 기관의 책임이 있었다. 문주도 고개를 끄덕였다.
재현판을 만든 업체의 기술자가 영상으로 연결됐다. 그는 원반의 뒷면 안쪽에 재현물 표시를 따로 넣었다고 했다. 라벨을 그대로 복제하더라도 그런 표를 남겨야 직원들이 원본과 바꾸지 않을 터였다. 윤경은 그 말을 듣고 눈을 감았다. 자기 사진에는 뒷면이 없었다.
검사실에서 물건을 돌리는 준비가 됐다. 원반 표면을 손끝으로 잡지 않고 지지틀째 옆면을 보았다. 태오는 카메라를 받쳤다. 빛이 움직이는 몇 초 동안 모두 말이 없었다. 뒤쪽의 낮은 홈에 작은 문자가 나타났다. 재현. 제작연도도 그 옆에 있었다.
윤경이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검사실이 복제품을 맡고 있다는 답이 나왔다. 그것이 언제 누구의 손에서 바뀌었는지는 사진과 반환표를 더 봐야 했다. 하지만 실물의 정체 한 가지는 더는 라벨의 제목에 끌려가지 않았다.
태오는 보험사에 현재 감정대상의 물건이 신청된 원본과 같지 않은 항목이 있다고 통지했다. 열한 전체의 값을 한꺼번에 낮추지는 않았다. 해당 한 항목의 평가와 운송 책임을 분리해 보류했다. 혜주는 나머지 감정 일정도 그대로 진행하게 했다. 원본 한 장을 찾는 일이 다른 열 장의 상태 확인을 막아서는 안 됐다.
윤경은 원본이 기증자에게 돌아갔으면 자기가 돈을 물어야 하느냐고 물었다. 태오는 아직 물건을 찾는 단계라고 답했다. 금액의 답부터 주면 윤경은 원본을 찾기보다 자기 잘못을 숨길 이유를 얻을 수 있었다. 그는 반환표를 함께 찾자고 했다.
윤경의 휴대전화에는 몇 년 전 행사 사진이 남아 있었다. 아이들이 전시용 판을 잡고 있었고 뒤에 젖은 속지가 펴져 있었다. 원본은 체험 테이블에 없었다. 다른 직원이 지지틀에 놓고 별도 작업대를 지키는 모습이 보였다. 그 직원에게 연락하자 그는 행사 뒤 원본과 복제품을 서로 다른 택배상자로 포장했다고 말했다.
주소가 같았다. 기증자와 방송국에 각각 보낼 상자였는데 포장기사에게 적어 준 표 두 장이 한 봉투에 들어갔다. 윤경은 라벨을 잘못 읽은 것이 아니라 잘못 온 상자를 그대로 받았을 가능성이 생겼다. 원본이 밖으로 나간 경로는 반환표에서 좁혀졌다.
혜주는 기증자의 보관 담당에게 연락했다. 원본을 찾아 달라고 처음부터 물건의 비싼 평가액을 말하지 않았다. 그때 반납받은 판의 관리표와 봉투, 현재 위치를 확인하고 싶다고 했다. 담당자는 남은 창고 상자를 찾아보겠다고 답했다. 내일 오후에 통화하기로 했다.
윤경은 자기 봉투를 다시 쌌다. 이제 바로 잘못이 없다고 말할 수도 없고 모든 돈을 물어야 한다고 말할 수도 없었다. 다만 어느 날 두 상자를 누구에게 넘겼는지 자신의 손이 한 일을 기억해 낼 수 있었다. 이솔은 그와 함께 행사 사진의 날짜를 확인했다. 그날 야근수당을 못 받아 화났다는 메모가 달력에 남았다.
“그게 이렇게 쓸모 있을 줄 몰랐어요.”
윤경이 말했다. 노을은 야근이 나쁜 기록으로만 남을 필요는 없다고 답했다. 그때 무슨 작업을 했는지 찾을 날짜였다. 태오는 늦은 사람의 짜증도 나중에는 물건을 찾는 현실의 한 조각이 된다는 사실이 이상하게 안심됐다.
검사실을 나올 때 비가 내렸다. 유리창에 빗줄기가 흐르고 실내에서 보는 원반의 홈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듯했다. 문주는 처마 아래에서 태오에게 우산을 내줬다. 태오가 같이 쓰자고 하자 이솔이 자료봉투를 가운데 놓았다. 셋은 어깨를 좁혀 걸었다.
소리 없이 재현판의 글자를 읽은 날이었다. 누가 연주했는지 귀로만 좇던 조사는 이제 어떤 물건을 어떤 상자에 넣었는지 손의 시간을 따라갔다. 태오는 빗물 때문에 어제 부은 발등이 덜 아픈 것 같다고 했다. 문주가 물 들어가면 더 붓는다고 핀잔을 줬다. 그 작은 말다툼이 우산 안에 남았다. 내일 찾아볼 원본 한 장의 자리는 아직 비었지만, 그 빈칸으로 갈 주소는 처음으로 제대로 적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