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심 43미터의 종
소매가 아닌 것
해솔은 사진 속 천을 소매라고 부르지 않았다.
해솔은 사진 속 천을 소매라고 부르지 않았다.
수색팀 책임자가 원본 영상의 앞뒤를 함께 틀었다. 천의 끝은 어둠에 들어가고 가운데에는 작은 금속 고리가 있었다. 한 프레임만 보면 옷이었다. 빛이 움직이는 다음 프레임에서는 넓은 띠처럼 보였다. 미례는 설명을 듣다 사진을 탁자에 내려놓았다. 어젯밤 가족에게 옷을 보았다는 말을 하지 않은 것이 얼마나 큰 선택이었는지 이제 알았다.
확인은 해솔 혼자 맡지 않았다. 수색팀의 다른 잠수사가 먼저 들어가고 해솔은 바깥 연결 상태를 보는 임무였다. 그는 자신이 더 잘 아는 장소라고 주장하고 싶었지만 물속에서 그럴 이유는 없었다. 어제 본 사람이 오늘 또 같은 그림자를 믿을 수 있었다. 책임자는 두 사람이 서로 다른 부분을 보게 했다.
배 위에서는 가족의 승선 허용 구역을 따로 열었다. 미례와 사내가 뒤쪽에 서 있었다. 그는 어제 표결을 반대한 사람이었다. 오늘도 깊은 곳을 원했다. 그러나 여기까지 나와 실제 배가 어디에 머무는지 보겠다고 했다. 선장은 그가 카메라를 들자 흔들릴 때는 손잡이를 먼저 잡으라고 말했다. 사내가 손을 바꿨다.
입수 전 해솔의 장갑에 작은 구멍이 보였다. 손바닥 쪽이었다. 지난 인양 때 어느 모서리에서 생겼는지 몰랐다. 동료가 여분을 주었다. 해솔은 자기 손 크기에 맞는지 손가락을 폈다. 약간 컸다. 새 장갑은 익숙하지 않았지만 찢어진 것을 쓸 이유가 없었다. 미례가 그 짧은 교환을 봤다. 물속으로 들어갈 사람들의 준비는 멋진 출발보다 느린 손질에 가까웠다.
아래에서는 천이 먼저 보이지 않았다. 선체 바깥의 금속 그림자가 길게 누웠다. 해솔은 어제 남긴 위치표지와 귀환선을 보았다. 물이 움직이면서 그림자의 위치가 달라져도 자기 위치를 바꾸어 따라가지 않았다. 잠수사가 빛을 움직였고 검은 틈에서 천의 한쪽이 나타났다.
그것은 구명 장비의 띠였다. 몸이 들어갈 만한 소매가 아니라 부유물을 모으는 작은 보호망 가장자리였다. 수색팀이 통신으로 종류를 전했다. 해솔은 갑판의 미례가 그 말을 들었는지 알 수 없었다. 갑판에서 전달할 시간이 있었다. 그는 띠 뒤에 사람이 없다고 스스로 선언하지 않고 그 구역을 맡은 잠수사의 시야를 확보했다.
그물이 찢어진 한쪽에는 작은 물건이 걸려 있었다. 금속 케이스였다. 해솔은 그것을 보며 손을 먼저 뻗지 않았다. 책임자가 물건을 지지해 회수할 수 있는지 확인했다. 크기는 손바닥보다 작았다. 물건의 이름을 알기 전에 귀환선 바깥으로 손을 내밀지 않아야 했다.
수색팀 잠수사가 케이스를 받침에 넣었다. 그 순간 찢어진 그물의 끝이 빛 앞을 지나갔다. 해솔은 몸을 뒤로 빼며 위치를 알렸다. 그물의 다른 끝이 아직 걸려 있었다. 끊으면 무엇이 따라올지 몰랐다. 두 사람은 작은 물건만 별도 지지한 채 떠났다. 물속의 천은 제자리에 남고 케이스가 수면을 향했다.
사내는 물건이 올라오는 것을 보고 난간으로 다가갔다. 선장이 멈추라고 했다. 그는 듣지 못하고 한 발 더 움직였다. 배가 파도를 받자 몸이 옆으로 기울었다. 미례가 그의 옷을 잡으려다가 자기 손도 난간에서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선원이 사내의 팔을 받았다. 미례는 손잡이를 다시 쥐었다. 두 사람의 얼굴이 동시에 하얘졌다.
사내의 신발 한쪽이 미끄럼 방지판 끝에서 멎었다. 그는 발을 내려다봤다. 육상에서라면 두 걸음 만에 닿을 거리가 배에서는 다른 거리였다. 미례가 옆에 앉아 자신의 신발 끈을 다시 묶었다. 사내도 따라 묶었다. 끈이 풀린 것은 아니었지만 손을 쓸 일이 필요했다. 선원은 물컵을 가져와 난간 옆이 아닌 가운데 받침에 놓았다. 사내가 손을 뻗어 컵을 가져갔다. 바다에서 무언가를 돌려받으러 온 사람에게 먼저 돌아와야 할 것은 자기 균형이었다.
“가족이 배에 타고 또 사고 나면 안 돼요.”
선원이 말했다. 꾸짖는 목소리였다. 사내는 화를 내지 않았다. 그는 앉아서 물건을 기다렸다. 미례가 그 옆에 앉자 자기 사람이 아니라는 답이 나오더라도 보겠다고 했다. 미례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뭔가를 보고 싶어 하는 이유를 그에게서 빼앗지 않았다.
케이스는 열지 않고 사진을 남겼다. 겉면에는 회사 지급 표시와 개인이 새긴 두 글자가 있었다. 사내의 손이 무릎 위에서 멈췄다. 자기 가족이 쓰던 담배 케이스와 닮았다고 말했다. 그 말은 식별이 끝났다는 뜻이 아니었다. 조사관이 당시 소지품 목록과 이전 가족사진을 확인할 예정이었다. 사내는 사진이 집에 있다고 했다.
그는 휴대전화에서 오래된 사진을 찾았다. 배 위에서 만나는 모서리마다 인터넷이 끊겼다. 사진은 원래 저장된 것이 아니라 가족 대화방의 파일이었다. 미례는 지금 모든 사람이 보는 곳에서 보여 주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사내는 그래도 자기가 찾겠다고 했다. 기다리는 손이 자기 손이어야 했다.
육상에 내려온 뒤 사진이 열렸다. 남자가 손에 같은 형태의 케이스를 들고 있었다. 바깥의 글자가 일부 보였다. 조사관은 사진을 별도로 받았고 사내가 새긴 글자의 뜻을 설명했다. 자기 아이의 이름에서 두 글자를 따왔다. 해솔은 그 설명을 듣고 바다에서 찾은 물건이 누군가의 방 안으로 들어가는 소리를 느꼈다.
확인은 바로 한 줄로 끝나지 않았다. 회사 지급품은 여러 사람에게 있었고 사내의 사진은 측면이 가렸다. 가족이 갖고 있던 같은 날의 다른 사진이 더 필요했다. 사내는 아내에게 연락했다. 그녀는 그 물건을 돌려받을 수 있냐고 물었다. 조사관은 식별과 보전 절차를 설명했고 당장 택배로 보낼 수 있는 물건은 아니라고 했다. 전화 너머에서 짧은 숨소리가 들렸다.
미례는 사내에게 국밥을 먹자고 했다. 그는 배가 고프지 않다고 답했다. 해솔이 자기 배는 고프다고 말했다. 사내가 한참 뒤 따라왔다. 식당의 플라스틱 의자는 배의 손잡이처럼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두 손을 무릎에서 떼어 숟가락을 잡았다. 누구도 케이스 사진을 식탁 위에 놓지 않았다.
해솔은 뜨거운 국물에 입천장을 데었다. 사내가 물컵을 밀어 줬다. 그는 해솔이 물속에서 다치지 않았는지 처음으로 물었다. 해솔은 새 장갑이 조금 컸다는 얘기를 했다. 사내는 그것도 크기대로 사면 되지 않냐고 말했다. 간단한 불평이었다. 해솔은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수색비 이야기를 다시 꺼내지 않아도 둘이 같은 식탁에 앉을 수 있었다.
한편 우찬은 선사의 물류담당을 만났다. 반환철의 빠진 선적 페이지를 요청했을 때 담당은 그것이 원본철이 아니라 사본 묶음이라고 말했다. 원본은 항구 하역회사에 보냈다. 선사 제출목록에 원본 보관처를 쓰지 않은 것이었다. 그는 오늘 서명이 없는 것이 아니라 오늘 가져온 묶음에 그 페이지가 없다고 정정했다.
하역회사는 원본을 가지고 있었다. 종이가 물류 창고의 캐비닛에서 나왔다. 그곳에서 서명을 받을 직원이 휴가였다. 우찬은 그가 돌아올 때까지 모든 확인을 미루지 않았다. 회사의 자료제출 담당이 원본 보관부를 보여 주었다. 해당 날짜 페이지의 서명은 운영본부 대리와 하역반장 두 사람이었다.
선적 시각의 품목은 재활용 원료였고 무게칸은 13.8톤이었다. 냉동화물 2.1톤의 선적표는 다른 배의 페이지에 따로 있었다. 우찬은 그 둘이 겉포장을 바꿔 같은 팔레트로 몰래 섞인 사건이라고 먼저 단정했던 생각을 걷었다. 정상물건을 다른 배로 보내 공간을 비운 뒤 다른 물건을 청람호에 실은 두 단계였다. 실제 서명이 그 두 단계를 따라갔다.
하역반장은 전화로 자기 서명을 확인했다. 포장을 열어 내용물은 보지 않았고 물류표의 종류를 보고 실었다고 말했다. 원료라고 적혔으면 원료로 처리했다. 별도 위험물 표지를 확인했냐고 묻자 입을 닫았다. 그 침묵을 자백으로 받지는 않았다. 그는 당시 작업일지를 가져와 설명하겠다고 했다. 내일 오전 약속을 잡았다.
우찬은 운영본부 대리가 실제 선적 확인서에도 서명했다는 것을 사고 담당에게 전달했다. 버튼을 누른 손과 현장을 확인한 손이 한 사람의 기록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그 사람이 선박 개조의 모든 장치를 만졌다는 뜻으로 넓히지 않았다. 자료의 제목은 화물 이동과 결재 경로였다. 회수한 제어함과 제조 주문 기록은 제 폴더에 남았다.
해솔은 저녁에 작은 케이스의 인계표를 받았다. 가족사진과의 대조는 진행 중이라고 적혔다. 그는 미례에게 물건의 귀환을 어떻게 표현할지 물었다. 미례는 아직 누구의 것인지 확정된 것은 아니니 발견과 대조 중이라고 쓰겠다고 했다. 사내가 오늘 보고 들은 것은 따로 말할 수 있었다. 공동방의 한 문장에 그의 기쁨이나 슬픔을 대신 정하지 않았다.
사내에게 문자가 왔다. 아내가 사진을 더 찾았다는 말이었다. 이어서 국밥값을 누구에게 보내냐고 물었다. 미례는 오늘 식사비는 자신이 냈다고 답했다. 공동기금이 아니라 개인의 돈이었다. 사내가 그러면 다음에는 자기가 내겠다고 했다. 다음이라는 말은 처음이었다. 미례는 그 글자를 한동안 보다가 알겠다고 답했다.
장비실에서 해솔은 큰 장갑의 손가락을 폈다. 물건을 찾은 것은 그 손끝이었다. 그러나 오늘 받은 가장 또렷한 장면은 국밥집에서 자신에게 물컵을 밀던 사내의 손이었다. 물속에서 사람을 찾지 못한 하루에 사람의 손 하나가 육상에서 다가왔다. 그는 그것을 수색 성과표에 적지 않았다. 장갑을 말리는 고리에 걸고 내일 써야 할 장비를 골랐다. 밤의 창문에는 작은 케이스가 아닌 그의 얼굴이 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