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컬링 스포츠 성장물 51화

빙판 위 다섯 센티

이름을 가린 네 장

혜주는 평가표 네 장의 맨 위를 접었다. 이름을 안 보고 돌부터 볼 수 있게 하려는 장난이었다. 단비가 그중 한 장을 골라 자기가 제일 잘한 표라고 말하자, 혜주는 아직 아무도 던지지 않았다고 했다. 진수는 자기 표를 못 찾겠다며 주위를 둘러봤다. 라온은 종이를 펼쳐 자기 이름을 확인하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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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주는 평가표 네 장의 맨 위를 접었다. 이름을 안 보고 돌부터 볼 수 있게 하려는 장난이었다. 단비가 그중 한 장을 골라 자기가 제일 잘한 표라고 말하자, 혜주는 아직 아무도 던지지 않았다고 했다. 진수는 자기 표를 못 찾겠다며 주위를 둘러봤다. 라온은 종이를 펼쳐 자기 이름을 확인하고 웃었다.

외부 평가자는 시작 십 분 전에 도착했다. 다른 지역 팀의 훈련을 함께 보는 지도자 백선우였다. 미란이 준비한 양식을 보고 항목마다 무엇을 볼지 네 사람에게 설명했다. 결과뿐 아니라 목표를 듣고 복창하는지, 놓는 순간이 선 안에 들어오는지, 같은 목표를 반복할 때 어디로 달라지는지 봤다. 스킵은 선택과 전달도 받았다.

선우는 네 사람의 현재 포지션을 알고 있었지만 오늘 결과를 미리 부르지 않았다. 라온은 리드 두 시도와 세컨드 배치 두 시도의 칸을 번갈아 봤다. 단비는 공격 시도 칸부터 찾았다. 혜주는 종이를 접지 않고 자기 투구 동안 기록을 맡길 사람을 정했다. 진수가 펜을 받았다.

수요일 열아홉 시가 되자 미란이 첫 표적을 놓았다. 평소 시간 안에서 할 수 있는 수만큼만 진행했다. 라온이 첫 순서였다. 그는 앞쪽 짧은 가드의 목표를 복창하고 스톤을 받았다. 종이 네 장이 뒤에서 자신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첫 돌은 길었다. 하우스 앞까지 들어가 가드 역할이 약해졌다. 라온은 손을 폈다가 다시 쥐었다. 단비가 옆에서 물을 내밀었다. 그는 한 모금 마시고 두 번째 목표를 확인했다. 같은 짧은 가드였다. 첫 힘을 줄이려다가 놓는 순간까지 줄이면 폭도 달라질 수 있었다.

라온은 동작의 길이를 먼저 고쳤다. 스틱은 호그라인 전에 돌을 놓았다. 두 번째 스톤이 앞쪽에 섰다. 선은 첫 돌보다 조금 바깥이었다. 선우는 두 돌을 보고 라온에게 실제로 바꾼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라온은 답을 짧게 했다. 힘을 덜 쓰려 했고, 첫 돌 때 손이 늦게 빠졌다고 느꼈다.

선우는 고개를 끄덕이고 다음 선수를 불렀다. 잘했다거나 부족하다는 말은 바로 주지 않았다. 단비가 지나가면서 라온에게 귓속말했다.

“원래 저렇게 안 웃어요?”

라온은 모른다고 답했다. 단비의 첫 가드는 높이가 좋았고 폭이 넓었다. 두 번째는 중앙 쪽으로 들어갔다. 선우가 같은 질문을 하자 단비는 자신 있게 힘을 줄였다고 말했다가 멈췄다. 이번에는 힘이 아니라 방향을 바꿨다. 그녀가 정정하자 혜주가 웃음을 참았다.

혜주의 두 돌은 높이가 비슷했다. 두 번째가 앞돌에 가까워졌지만 닿지는 않았다. 진수는 펜을 잡은 손으로 돌의 위치를 그렸다. 혜주가 돌아와 보니 동그라미가 하우스보다 큰 크기로 그려져 있었다. 진수는 멀리서 보니까 더 커 보였다고 말했다. 선우도 그때 처음 웃었다.

진수의 첫 가드는 지나치게 짧았다. 그는 자기 목표가 라온에게 부르던 것보다 얼마나 가까운지 몸으로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선우는 목표와 다른 의도를 던질 때는 먼저 알려 달라고 했다. 진수는 고개를 숙였다. 두 번째는 처음 부른 목표에 맞춰 던졌다. 돌이 중앙 앞쪽에 멈췄다.

라온은 진수가 스킵 자리에 서 있을 때보다 오래 돌을 보는 것을 지켜봤다. 목표를 말하는 사람도 손에 들어온 스톤의 무게 앞에서는 다시 배우는 표정이 됐다. 단비는 자기 첫 가드가 진수보다 낫다며 혜주에게 표시를 부탁했다. 혜주는 아직 비교 점수를 공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두 번째 순서는 가드 뒤에 상대 역할 돌이 놓인 배치였다. 선우는 이번에는 같은 틈을 쓰되 선수마다 직접 목표를 설명하게 했다. 라온은 바깥을 돌아 상대 돌 옆에 놓는 길을 골랐다. 첫 돌을 중앙에 세우던 버릇 때문에 눈이 잠깐 앞가드로 돌아갔다. 그는 목표를 다시 복창했다.

스톤이 움직였다. 바깥 폭은 맞았지만 마지막에 너무 깊게 들어갔다. 상대 돌 뒤로 지나갔다. 라온은 스틱을 내려놓고 두 번째 시도에서 높이를 줄일 방법을 생각했다. 진수가 앞에서 평소보다 짧게 부르자 선우가 말했다. 오늘 선택을 설명하는 사람은 투구자였고, 스킵의 개입도 따로 볼 수 있게 구분하자는 것이었다.

진수는 입을 닫고 라온을 봤다. 라온은 목표를 다시 정했다. 큰 길은 그대로 두고 마지막 깊이를 줄이겠다고 말했다. 두 번째 돌이 바깥을 돌아 안쪽에 섰다. 상대 역할 돌에 가까웠다. 바로 붙지는 않았지만 상대가 가운데를 밀어낼 때 같이 걸릴 자리가 생겼다.

단비는 스틱을 받으며 그 자리를 보고 감탄했다. 리드 첫 돌과는 다른 눈으로 라온을 보는 것 같았다. 그녀는 자기 차례에 공격적인 선을 골랐다. 상대 돌을 밀고 자기 돌을 남기려 했다. 첫 히트가 앞가드를 맞혔다. 두 번째는 가드 옆으로 들어가 상대를 밀었지만 자기 돌은 옆으로 빠졌다.

단비의 얼굴이 붉어졌다. 라온은 첫 표적을 받아 들던 자기 손의 긴장을 생각했다. 그녀가 기록지 쪽을 너무 빨리 보자 혜주는 돌 위치부터 보자고 했다. 단비는 두 번째 스톤이 어디서 휘어졌는지 다시 봤다. 힘을 쓰는 기술은 자신 있었는데 목표를 말하면서 확신이 과해졌다.

혜주는 같은 배치에서 드로를 택했다. 두 번 모두 가드 뒤로 들어갔다. 깊이는 첫 번째가 더 좋았다. 진수는 공격과 붙임의 대안을 말한 뒤 두 번째 시도에서 붙임을 택했다. 선우는 그가 선택을 바꾸기 전에 상대 응수를 어떻게 예상했는지 물었다. 진수는 답하려다가 혜주가 놓은 돌의 위치를 다시 확인했다.

한 시간이 끝났을 때 아직 하지 못한 비교항목이 있었다. 선우는 일요일의 여든 분에 이어 볼 수 있다고 했다. 단비는 오늘 결과를 바로 듣고 싶었다. 미란은 먼저 각자 자기 시도에서 남길 한 가지를 말하게 했다.

라온은 세컨드 배치의 두 번째 돌을 가리켰다. 그 돌이 자기 마음을 크게 움직였다고 말할까 고민하다가 손동작부터 설명했다. 다른 사람이 남긴 가드를 피하는 길을 직접 골랐고, 첫 돌이 깊었을 때 방향까지 바꾸지는 않았다고 했다. 단비는 공격 성공률을 말하려다가 ‘길을 먼저 좁게 본 것’을 적었다.

혜주는 두 목표를 비슷한 높이로 반복한 것을 남겼다. 진수는 지시하지 않고 라온의 선택을 듣는 시간이 어렵다고 했다. 선우가 진수에게 그 말을 표에 적어도 되느냐고 물었다. 진수는 잠깐 머뭇거렸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기 스킵 자리를 뺏는 문장처럼 느껴졌지만 다른 세 사람이 이미 들은 사실이었다.

로비에서 혜주는 이름을 가린 종이 네 장을 다시 폈다. 누구 표인지 이제 투구 결과를 보며 알아볼 수 있었다. 단비는 잘한 두 번째 돌만 보니 자기가 아닌 것 같다고 웃었다. 라온도 첫 가드와 세컨드 드로의 차이를 손으로 짚었다. 같은 사람이 던졌다는 것이 자기도 조금 낯설었다.

진수가 라온에게 물었다.

“세컨드 해보고 싶어?”

질문에 앞서 선우가 보여 준 표에는 단순한 순위가 없었다. 라온은 자기 가드의 높이와 드로의 깊이를 비교했고, 단비는 치워진 상대 돌과 남지 않은 자기 돌의 위치를 다시 물었다. 선우는 단비에게 두 번째 결과를 설명해 보라고 했다. 단비는 겉돌을 치우는 데 성공했지만 다음 공격에 쓸 돌이 없다고 말했다.

진수는 그 말 뒤에 자기가 다음에 드로를 넣을 수 있다는 대안을 덧붙였다. 단비는 고개를 들었다. 자기가 못한 것을 진수의 돌로 가리는 말처럼 들렸다. 혜주가 오늘 비교는 단비가 한 일을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진수는 펜을 내려놓고 사과했다.

“내가 자꾸 팀 결과까지 먼저 말하네.”

단비는 다음에 팀 결과를 만들어야 할 때는 말해 달라고 했다. 오늘은 자기 히트가 어떻게 나갔는지 끝까지 보고 싶었다. 라온은 가방을 열던 손을 멈췄다. 진수가 자기에게 세컨드도 해보라고 권하는 말 역시, 자기가 던지는 돌을 먼저 다 보고 대답해야 할 질문이었다. 그는 표의 빈 실전 칸을 보았다. 혼자 놓인 표적 사이를 지나는 일과 상대가 새 돌을 놓은 뒤 길을 찾는 일은 다르게 느껴질 것 같았다.

라온은 곧장 대답하지 못했다. 단비가 자기 스틱 가방을 닫는 소리가 크게 났다. 혜주는 펜을 내려놓았다. 질문이 농담의 끝에서 나온 것은 아니라는 걸 세 사람이 같이 느꼈다.

“더 던져 보고 싶어.”

라온이 말했다. 진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포지션을 오늘 바꾸자는 대답은 아니었다. 그러나 라온이 언제나 리드만 맡아야 편한 사람인 것은 아니라는 말은 처음으로 밖에 나왔다. 단비는 세컨드 자리에 돌을 많이 세워 주면 자기가 치울 것도 많아진다고 말했다. 혜주가 자기가 앞돌을 더 잘 놓겠다고 받아쳤다.

집에 돌아온 라온은 공구받침을 꺼냈다. 교육에서 고정도구를 혼자 시험할 시간이 곧 올 예정이었다. 그는 케이블을 받치는 손의 위치를 종이에 그리다가, 컬링장에서 상대 돌 옆에 선 자기 스톤을 함께 그렸다. 손으로 남기는 자리와 눈으로 고르는 길이 서로 다른 그림이었다.

휴대전화에 용수의 메시지가 왔다. 다음 수업 전에 자기 판의 칸막이를 조금 낮추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라온은 사진을 보고 실제로 어디에 걸리는지 수업 때 함께 보자고 답했다. 자기에게 잘 맞았다고 다른 사람에게도 같은 물건을 권할 수는 없었다. 그는 공구받침을 가방에 넣고 일요일 평가표를 위에 놓았다.

그날 밤 라온은 첫 가드가 길었던 일을 세 번 생각했다. 그때마다 두 번째 세컨드 드로가 함께 떠올랐다. 둘 중 어느 하나만 자기 돌이라고 고르고 싶지는 않았다. 다음 일요일에는 같은 배치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네 장의 종이 중 자기 이름이 적힌 장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