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째 트랙은 비어 있다
열한 개의 출발
차가 들어올 때 문주가 젖은 현관 매트를 걷었다. 바퀴가 걸릴 모서리를 없애고 나서야 허리를 폈다. 오늘 자신이 맡은 일은 물건의 이름을 아는 일이 아니라 물건이 넘어지지 않을 길을 만드는 일이었다.
차가 들어올 때 문주가 젖은 현관 매트를 걷었다. 바퀴가 걸릴 모서리를 없애고 나서야 허리를 폈다. 오늘 자신이 맡은 일은 물건의 이름을 아는 일이 아니라 물건이 넘어지지 않을 길을 만드는 일이었다.
트럭은 오전 아홉 시에 왔다.
운전자는 일곱 시부터 다른 짐을 내리고 왔다며 시간을 보았다. 혜주가 예정된 열두 관리함 중 하나를 남기겠다고 하자 그는 운송장에 빨간 선을 그었다. 자기가 적재한 물건의 수가 바뀌면 빈칸으로 두고 갈 수는 없었다. 태오는 그 펜 끝을 보다가 수장고로 들어갔다.
노을은 밤새 함을 뜯어 보지 않았다. 작은 검은 파편이 지지재 아래 있는 상태를 사진으로 남겨 두었다. 함 바깥의 봉인과 가장자리 모습은 전날과 같았다. 이솔은 관리번호를 확인했고 혜주는 직원 둘에게 다른 열한 함의 준비를 맡겼다. 한 함에 붙은 질문이 나머지 물건의 일정까지 잡아먹지 않게 손을 나눈 것이었다.
노을이 빛을 낮게 비췄다. 검은 점은 처음 보았을 때보다 길었다. 지지재의 그림자에 끝이 가려졌다. 노을은 손을 대는 대신 카메라를 옆으로 옮겼다. 표면에는 마른 부스러기가 몇 개 더 있었다. 원반 자체의 가장자리에서 나온 것인지, 옛 속지에 섞인 파편인지 보려면 함을 여는 순서를 바꿔야 했다.
“아홉 시 반에는 출발해야 해요.”
혜주가 말했다. 노을은 답하지 않고 현재 사진에 표시를 넣었다. 혜주는 그 침묵에 화가 났다. 모두가 물건을 지켜야 한다는 말은 하지만 늦어진 시간의 돈은 자기 장부에 붙었다. 그는 전화기를 들고 담당 부서에 변경 사유를 설명했다. 통화가 길어지면서 얼굴이 굳었다.
태오는 자기 발등의 통증 때문에 한쪽으로 서 있었다. 노을이 낮은 작업대에 자세를 맞추느라 무릎을 구부리는 것을 보았다. 사진을 오래 찍는 사람도 몸을 쓰고 있었다. 그는 의자 하나를 가져와 노을의 오른쪽에 놓았다. 노을은 앉지 않고 렌즈를 받침에 올렸다. 손의 떨림을 줄일 자리였다.
검은 파편 끝이 드러났다. 아주 얕은 곡선이 있었다. 라벨의 글이나 매트릭스 번호는 없었다. 노을은 파편을 빼면 원반의 밑면을 긁을 수 있다고 말했다. 원반을 먼저 들어야 했고, 들어 올리는 순간 아래에 무엇이 닿는지를 봐 줄 사람이 필요했다.
이솔이 준비된 받침을 들었다. 노을은 장갑을 갈고 혜주를 불렀다. 혜주는 통화를 끝내지 못한 채 와서 유리창 너머에 섰다. 그는 기관에 지금 한 함을 열어 상태를 확인한다고 말했다. 목소리 끝이 조금 떨렸다. 설명할 일이 늘어났지만 늦은 말이 아니라 지금 일어난 움직임을 전할 수 있었다.
노을이 원반을 세운 지지재째 천천히 옮겼다.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그래서 더 무서웠다. 태오는 금이 가면 작은 소리가 먼저 들릴 거라고 상상했지만 이 오래된 판은 경고를 주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는 움직임을 담는 카메라를 들고 렌즈 대신 노을의 손목이 흔들리는지를 봤다.
원반이 들리자 아래에서 검은 부스러기 셋이 나왔다. 하나는 둥근 곡선이고 둘은 작은 가루였다. 원반 가장자리에도 빠진 듯 보이는 흠 하나가 있었다. 노을은 그 흠과 파편을 즉시 맞대지 않았다. 더 작은 조각이 떨어질 수 있었다. 화면에서 윤곽을 비교하고 실제 물건은 각각 따로 받쳤다.
혜주는 통화에서 더 기다리겠다고 했다. 전화가 끝나자 그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빨리 답해야 한다고 노을을 재촉했던 입술이 굳었다. 바닥에 떨어진 조각이 방금 생긴 것은 아니었지만, 어제 그냥 함을 싣고 갔다면 도중의 흔들림이 다른 흠을 만들었을 수 있었다.
“이 함은 여기서 촬영합시다.”
혜주가 말했다. 외부 장비를 들여올 추가 비용을 자기 결재선으로 올리기로 했다. 태오는 보험사의 감정 목적과 현재 상태를 함께 적어 그 요청을 받쳤다. 비용이 어디로 가는지 세 사람이 볼 수 있었다. 노을이 모두 결정하고 혜주가 혼자 갚는 구조는 아니었다.
문밖에서 운전자가 이름을 불렀다. 출발을 더 늦추면 다음 적재 일정이 밀렸다. 태오는 열한 함의 적재 상태를 함께 보러 나갔다. 서류가 열두라고 했다며 운전자가 빨간 선을 보여 줬다. 혜주가 변경된 열한 목록에 서명했고 이솔이 남은 함의 관리번호를 따로 적었다. 원래 서류를 그냥 고쳐 놓은 것처럼 만들지 않았다.
트럭 적재함 안에는 완충상자가 고정돼 있었다. 각 관리함은 세운 방향을 표시했고 미끄러지지 않도록 받쳤다. 태오는 한 상자의 손잡이가 튀어나온 것을 보고 장갑을 끼었다. 상자를 들지 않고 바깥 고정끈만 담당자와 함께 조정했다. 손잡이가 옆 상자에 닿지 않게 됐다.
운전자는 그가 보험사 사람이냐고 물었다. 태오는 맞다고 답했다. 운전자는 사고가 나면 누구 잘못인지부터 볼 사람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태오는 웃을 말이 없었다. 그 일이 자신의 직업에 들어 있었다. 오늘은 사고가 나기 전 물건이 닿는 자리를 같이 보고 있었다.
트럭이 나가자 수장고 앞이 조용해졌다. 열두 중 열한이 출발했고 하나는 남았다. 태오는 그 숫자를 볼 때 더는 상자 용량 일흔두를 떠올리지 않았다. 현재 실제 관리함의 수였다. 앞에서 달려가던 운송 일정과 뒤에서 움직이는 작은 파편이 서로 다른 손에 맡겨졌다.
남은 함의 속지는 오래되어 가장자리가 바삭했다. 노을이 한쪽을 열자 희미한 글자가 나왔다. 연필이 아니라 옅은 파란 인쇄였다. 같은 함의 라벨과 표기체가 달랐다. 이솔은 방송국의 다른 속지 사진을 찾아 비교했다. 원반을 보호하는 종이도 누가 언제 바꾸었는지 기록이 있을 수 있었다.
속지 안쪽에 작은 가격표가 붙었다. 연도가 적힌 표가 아니어서 그 자체로 날짜를 정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기증자 확인 자료에 같은 가게 이름이 있었다. 혜주가 담당 직원에게 관련 포장 교체 기록을 찾아 달라고 했다. 오늘 마주한 흠은 한 장의 원반 상태에서 보관함의 이력으로 넓어졌다.
검사실로 가는 길에 운전자가 잠깐 멈췄다는 연락도 왔다. 앞선 승용차가 갑자기 차선을 바꿔 들어왔다. 운전자는 거리를 두고 제동했으나 고정끈 하나가 팽팽해진 것을 옆의 담당자가 보았다. 노을은 통화에서 적재함을 열어 함을 들어 보라고 하지 않았다. 정차한 자리의 바깥 고정 상태와 차량 안 충격기록부터 받았다. 운전자는 사고가 난 것은 아니라며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 태오는 자신이 운전자를 탓하는 답을 보내려던 것이 아니라 물건이 움직인 시간의 설명을 구하는 것이라 말했다. 담당자가 도착하자마자 적재 상태를 먼저 촬영했다. 눌린 완충재는 있었지만 상자끼리 닿지는 않았다. 운전자는 그 사진을 보고서야 어깨를 내렸다. 손상 여부를 자기가 눈짐작으로 대신 말하지 않아도 됐다. 태오는 그의 이름 옆에 급히 한 제동의 시각을 적었다. 만약 다음에 흠이 발견되더라도 실제 했던 행동과 상관없는 일을 떠안게 하지 않을 기록이었다.
태오는 검사실에 도착한 열한 함의 수령사진을 받았다. 모두 봉인이 유지됐다. 담당자가 사진 하나에 빨간 원을 그려 보냈다. 다른 함 하나에서 외부 라벨과 내부 매트릭스 번호의 연결이 잘못 적혔다는 것이었다. 아직 원반을 재생한 것은 아니었다. 번호를 보고 목록을 대조하는 첫 단계였다.
혜주는 문을 잡고 섰다. 한 함을 남겨 놓았는데 다른 함에도 문제가 생겼다는 말은 그를 지치게 했다. 노을은 오늘 사고 난 것인지 묻지 않았다. 현재 확인한 번호와 이전 사진을 먼저 비교하면 될 일이었다. 태오는 검사실에 원본 목록과 개별 촬영사진을 나누어 보냈다.
마지막 파일을 보낼 때 민혜주의 손이 키보드에서 멎었다. 그는 화면에 자기 이름이 너무 많이 나온다고 했다. 소유자 변경 보류, 추가 촬영비, 운송품목 변경, 목록 대조. 어느 하나를 잘못 처리하면 몇 년 뒤 누군가 자기 이름 아래를 이렇게 들여다볼 수도 있었다.
이솔은 그에게 쉬라고만 하지 않았다. 오늘 실제로 한 일을 시간을 붙여 적고, 다른 사람이 확인한 부분은 그 사람 이름도 붙였다. 혜주가 혼자 모든 기록의 주인이 될 필요는 없었다. 노을은 함을 연 작업의 확인에 자기 서명을 넣었다. 태오는 운송 변경 사유와 열한 함의 적재 확인에 이름을 넣었다.
혜주는 그제야 키보드에서 손을 뗐다. 이름이 많다는 것보다 어떤 일에 자기 이름이 붙었는지가 중요한 날이었다. 그가 점심 주문을 받으며 모두 밥은 먹을 거냐고 물었다. 태오가 먹겠다고 하자 노을은 함을 덮고 손을 씻었다. 작업을 멈추는 시간도 정해 두어야 했다.
늦은 오후 검사실에서 연락이 왔다. 번호가 어긋난 함의 원반 표면에 다른 라벨의 가장자리가 겹쳐 보였다. 글자를 판독하려고 떼어 내지는 않았다. 새 기증 목록을 쓰던 사람이 바뀐 표기를 그대로 받아 적었을 가능성이 있었다. 태오는 전화를 끊고 원래 입고 사진을 찾았다.
문주가 보낸 메시지가 화면 위에 나타났다. 청년의 새 곡 연습이 잘 끝났다는 말이었다. 태오는 잠시 그 메시지를 읽었다. 오늘 달아난 것은 소리가 아니라 일정이고, 붙잡은 것은 작은 파편과 잘못 옮긴 번호였다. 그는 좋은 소식을 이솔에게 보여 준 뒤 다시 사진으로 돌아갔다.
수장고에 남은 한 함은 새로운 지지재 위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부스러기는 작은 봉투에 따로 놓였다. 노을은 빛을 끄기 전 원반의 흠을 마지막으로 봤다. 자기가 망가뜨린 흠인지 이미 있던 흠인지 다음 사람이 알아볼 수 있어야 했다. 문이 닫힐 때 태오는 종이 목록의 맨 아래에 한 줄을 더 썼다. 출발하지 않은 한 장. 잃은 한 장이라는 말은 붙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