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구조·재난 스릴러 51화

수심 43미터의 종

눌렀다는 사람

운영본부 대리는 의자를 문 쪽으로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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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본부 대리는 의자를 문 쪽으로 돌렸다.

우찬은 그가 도망가려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좁은 면담실의 의자 두 개는 마주 보면 무릎이 닿았다. 사고 담당 조사관이 책상을 조금 밀었다. 그제야 대리가 앉았다. 선사에서 온 법무 담당은 옆에 서 있었다. 대리는 그를 보고 밖에서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법무 담당은 보호를 위해 동석해야 한다고 했다. 대리는 오늘 자신이 말할 일을 미리 들을 사람이 필요하지 않다고 답했다. 우찬은 선택을 확인하고 문을 닫았다. 닫히는 문 너머에서 법무 담당의 신발이 한 번 움직였다. 대리는 그 소리에 고개를 들지 않았다.

그는 재필에게 목적지 변경을 알리는 전화를 걸었다고 말했다. 운영본부 내선에서였다. 우찬이 통화기록의 날짜를 보자 그는 같은 날이라고 확인했다. 재필에게 화물을 직접 확인하라고 하지 않았고 선원 안내 메모만 바꾸라고 했다. 자기 권한 밖의 일을 재필에게 떠넘겼다는 말을 먼저 하지 않았다. 실제로 무엇을 말했는지부터 꺼냈다.

“정상화물은 다른 배로 갔습니다. 그걸 저는 알고 있었어요.”

대리의 입술이 말랐다. 우찬이 물컵을 밀었다. 그는 물을 마시기 전에 왜 다른 배로 갔는지를 적힌 종이로 가져왔다고 했다. 사고 나기 전, 하역 순서와 온도 유지 때문에 정상 화물을 작은 배로 옮긴다는 메모였다. 그 메모 아래 위험화물 처리 예약 변경이 같은 일처럼 묶였다.

우찬은 그 두 항목을 읽었다. 대리는 화물의 양이 다르다는 것을 몰랐다고 말하려다 그만뒀다. 그는 13.8톤이라는 숫자가 적힌 처리자료를 받았다. 2.1톤 냉동화물과 같다고 믿었다고 할 수 없었다. 다만 서류에는 재활용 원료라고 쓰여 있었고 선박이 실을 수 있는지는 기술 담당이 확인한 것으로 알았다고 했다.

“그 확인서를 보셨습니까?”

조사관이 물었다. 대리는 서류의 확인란에 도장이 있었다고 답했다. 확인서를 따로 본 것은 아니었다. 우찬은 그때 정비와 개조가 어떤 경로로 진행됐는지 기존 자료의 번호만 가리켰다. 대리의 말로 선박 기술전체를 새로 정할 수는 없었다. 대리는 자기가 본 한 칸을 적었다.

대표실 공용 단말에서 승인 버튼을 누른 사람은 자신이라고 했다.

그 말을 하자 방 안이 조용해졌다. 기다렸던 이름이었지만 박수를 칠 발견은 아니었다. 우찬은 어떤 문서를 승인했는지 물었다. 정상화물 운임의 최종서류와 위험화물 대행비. 대리는 두 문서가 앞뒤로 열려 있었다고 했다. 지아에게 운임 담당자를 부르라고 요청한 것도 자신이었다.

우찬은 지아의 전화 시각과 대리가 말한 순서를 적었다. 같은 시각 대표실에 들어온 다른 직원은 발표자료를 두고 나간 사람이었다. 그가 실제 버튼을 보았는지는 별도 면담에서 물어야 했다. 대리는 지금 자기 말이 사실이면 더 캐물을 필요가 없지 않느냐고 했다. 조사관은 오늘의 진술을 확인할 자료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대리는 잠깐 눈을 감았다. 직접 말하면 모든 질문이 끝날 줄 알았던 것 같았다. 우찬은 그의 가방에서 종이를 꺼내 달라고 부탁하지 않았다. 대리가 자기가 가져온 서류철을 폈다. 승인 뒤 받은 접수증과 부서 내부 연락표가 있었다. 승인한 문서번호가 자료와 맞았다. 그는 그것을 집에 가져갔다가 회사에 돌려놓으려 했다고 했다.

“왜 집에 가져갔습니까?”

“제가 다 했다는 말이 나올까 봐.”

대리가 답했다. 자신이 한 일을 말하러 오면서도 전부 떠안을까 봐 무서웠다. 우찬은 그가 서류를 보관한 동기를 면책처럼 쓰지 않았다. 자료를 받는 순간과 그가 말한 동기를 따로 적었다. 대리는 자기 이름을 그 두 곳에 각각 썼다.

계정 문제는 끝나지 않았다. 공용 승인 세션과 퇴사자 계정의 초안 수정은 다른 작업이었다. 대리는 초안의 최종 도착지 변경을 물류 담당이 해 두었다고 들었으나 자신이 화면을 연 것은 공용 세션이었다고 말했다. 우찬은 실제 사용자의 이름을 추측해서 받지 않았다. 물류 담당에게 전달받은 메일의 원문 제출을 요청했다. 대리가 보관한 메일은 선사의 제출 경로로 확보하기로 했다.

대리는 서명하려던 펜을 떨어뜨렸다. 책상 밑으로 굴러갔다. 우찬이 몸을 숙이자 대리가 먼저 의자를 밀었다. 자기 것이니 자기가 줍겠다고 했다. 테이블 아래에서 두 사람의 손이 잠깐 겹쳤다가 각자 물러났다. 대리가 펜을 주워 올라왔다. 손등에 먼지가 붙어 있었다. 그는 먼지를 바지에 닦고 종이에 이름을 썼다. 자기 이름이 종이에 들어가는 마지막 동작만큼은 다른 손을 빌리지 않았다.

우찬은 서명을 받자 바로 철을 닫지 않았다. 대리가 자신이 한 말을 다시 읽을 시간을 줬다. 사내는 물류 담당이 해 두었다고 들었다는 문장에 줄을 그었다. 그 메일을 받았으나 실제 작업을 보지는 않았다는 말을 덧붙였다. 처음보다 자기에게 유리한 문장도 불리한 문장도 아니었다. 손으로 하지 않은 일을 손으로 했다고 적지 않는 문장이었다. 그는 읽기를 끝내고 두 번째 페이지에 넘김 표시를 했다. 그 작은 표가 남으니 우찬도 철을 닫을 수 있었다.

면담이 끝난 뒤 대리는 복도에서 법무 담당을 만났다. 상대가 무엇을 말했느냐고 묻자 이미 사고 조사에 제출했다고 답했다. 두 사람은 말없이 서 있었다. 우찬은 그 장면을 멀리서 보았다. 법무 담당이 곧 전화기를 들었고 대리는 창문 쪽으로 걸었다. 뒤에 누가 더 큰 그림자를 드리우는지 상상하며 사람을 늘릴 필요는 없었다. 이미 받은 한 사람의 진술을 다른 자료와 맞춰야 했다.

해솔은 그날 수색선에서 연락을 받았다. 승인했다는 사람이 나왔다는 말을 들었지만 물속에서는 아직 번호 하나가 아니었다. 그는 선체 바깥의 안정 구역을 동료와 확인했다. 어제 판을 올린 곳과 다른 방향이었다. 물이 움직이면 검은 창이 열렸다 닫혔다. 그는 열린 순간만 골라 빛을 넣었다.

부유물이 지나간 뒤 천 같은 물건이 보였다. 손으로 잡으면 어디까지 이어질지 몰랐다. 해솔은 몸을 가까이 넣지 않고 영상만 받았다. 동료가 뒤쪽을 비췄다. 천은 옷의 소매처럼 보였지만 포장천일 수 있었다. 갑판으로 알려 추가 접근 여부를 물었다. 가족이 기다리는 장소에서 옷 같은 것을 보는 순간에는 말 한 단어가 사람을 먼저 움직였다.

현장 책임자는 사진을 보고 수색팀이 별도로 확인할 계획을 잡았다. 해솔은 귀환했다. 물 밖에서 미례가 무엇을 보았냐고 물었다. 그는 물건의 종류를 바로 옷이라고 하지 않았다. 천처럼 보이는 부분의 위치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미례는 사진을 보겠다고 했고 그는 확인팀이 받는 자료로 먼저 정리하고 보여 주기로 했다.

미례는 그를 재촉하지 않았다. 대신 자신의 손을 보여 줬다. 휴대전화를 오래 쥐어서 손바닥에 모서리 자국이 생겼다. 해솔은 더 큰 정보가 있어야 손이 풀릴 것 같다고 생각했다. 실제로는 휴대전화를 잠깐 내려놓을 탁자가 필요했다. 그는 대기실에 빈 탁자를 가져와 물병을 놓았다. 미례가 전화기를 거꾸로 놓았다.

오후에 우찬이 왔다. 대표실의 버튼을 누른 사람이 직접 진술했고 접수증의 문서번호까지 맞는다는 사실을 전했다. 미례는 대표 이름을 묻지 않았다. 오늘 조사된 사람이 무엇을 승인했는지 다시 물었다. 미례가 한때 올린 대표실 승인이라는 짧은 문장이 이제 실제 손의 일로 나뉘었다.

가족들에게 전달할 내용은 사고 담당 조사관과 맞췄다. 미례는 개인 이름을 지금 공개할지 결정할 권한이 자신에게 없다고 했다. 대신 해당 행위가 구체적으로 진술되고 자료 대조 중이라는 내용을 전했다. 가족 사내가 이제 잡아갈 수 있느냐고 물었다. 우찬은 조사기관이 조치를 결정할 일이라고 답했다. 사내는 답이 마음에 안 들었지만 오늘은 같은 질문을 세 번 하지 않았다.

재필에게는 안내판 변경을 요청한 사람이 직접 통화를 인정했다는 사실을 따로 전했다. 재필은 한참 말이 없었다. 해솔은 자기 설명이 들리지 않았는지 물었다. 재필이 들었다고 했다. 사고 전 전화가 자신에게만 남은 소리가 아니었다. 다른 사람의 입에서 같은 날짜와 같은 요청이 나왔다.

“그럼 제가 아무것도 안 들었던 것은 아니네요.”

재필이 말했다. 해솔은 그렇다고 답했다. 재필이 자기 기억이 전부 틀려진 사람처럼 느끼지 않아도 되는 작은 보상이었다. 그가 모든 기억을 정확히 가진 것도 아니었고 전화 건 사람을 원래부터 알아맞혔던 것도 아니었다. 오늘 한 가지가 맞았다. 그 정도면 수첩을 다시 자기 가방에 넣을 수 있었다.

밤에 우찬은 접수증과 메일 제출목록을 정리했다. 물류 자료에는 실제 선적 확인칸의 서명이 빈 곳이 있었다. 돈의 승인과 선적 현장의 서명이 같은 손은 아니었다. 서명이 있어야 할 페이지는 원래 물류담당의 반환철에 들어갔으나 선사에서는 없다고 했다. 대리가 보관한 메일의 첨부 제목에는 그 페이지 번호가 있었다.

해솔은 물속의 천 사진을 다시 봤다. 희미한 그림자 가운데 색이 하나 남았다. 그는 그것이 사람의 옷이라고 먼저 믿지 않았다. 그러나 확인할 팀을 기다리는 동안 사진을 지워 마음을 보호하지도 않았다. 미례가 빈 탁자에 새 컵을 놓았다. 내일 가족들을 기다리게 할 장소가 아니라 같이 앉을 장소였다.

재필은 집에 돌아가 수첩의 빈 뒷장을 폈다. 오늘 들은 날짜를 새로 쓰고 옛 메모와 떨어뜨렸다. 전화가 사실로 돌아온 날이었다. 창문 밖에서 차가 지나갔다. 그는 그 소리를 통로의 발소리와 섞지 않았다. 잠들기 전에 자기 방 불을 끄는 손이 보였다. 한때 누구의 손인지 몰랐던 이야기에도 이제 이름 하나가 들어왔고, 그의 손은 여전히 오늘의 방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