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법정·사회파 드라마 50화

바다가 증언석에 앉는 날

들고 오지 않은 봉투

은실은 회관 탁자에 쟁반을 놓고 자기가 왜 회의마다 차를 타야 하느냐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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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실은 회관 탁자에 쟁반을 놓고 자기가 왜 회의마다 차를 타야 하느냐고 물었다.

만석이 습관대로 쟁반을 받으려다가 멈췄다. 은실은 웃고 있지 않았다. 식당 일이 다시 생겼다고 회관에서 하는 일이 줄어든 것도 아니었고, 남들이 마시는 차를 계속 자기 가게에서 가져올 수는 없었다.

가람은 자기 앞에 있던 종이를 치우고 쟁반을 내려놓을 자리를 만들었다. 재문이 컵을 돌렸고, 만석이 물을 끓이러 갔다. 은실은 그제야 의자에 앉았다. 누구 하나 특별히 나쁜 사람이어서 생긴 일이 아니었지만, 그 말로 계속 같은 사람이 쟁반을 들게 해서는 안 됐다.

오늘 회의는 지금까지 실제 진행된 일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긴급 창구의 양식이 바뀌었고, 첫 정화 비용이 들어와 작업을 시작했다. 은실의 첫 식사 주문도 실제 결제됐다. 하지만 어장 전체가 열리지 않았고, 주민들의 최종 손해가 다 지급된 것도 아니었다.

만석이 종이에 큰 글씨로 시작한 일과 남은 일을 적었다. 옆 사람이 완료라고 적자고 하자 만석은 끝난 것도 있고 시작만 한 것도 있다고 답했다. 가람은 그 말을 대신 설명하지 않았다. 두 사람이 자기 말로 칸을 나누게 기다렸다.

회의에 온 주민 한 명은 돈이 들어왔으니 예전 공동 요구도 바뀌어야 하지 않느냐고 했다. 태곤은 그 자리에서 임금 유지와 안전 전환이 아직 구체적으로 정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주민은 어민 지원을 받는 자리에서 왜 공장 직원 이야기를 또 하느냐고 반문했다.

태곤이 입을 열기 전에 은실이 말렸다. 찬성 일흔여덟, 반대 열아홉, 무효 셋을 적었던 공동 요구에는 처음부터 여러 항목이 있었다. 한 항목이 움직였다고 나머지 사람의 질문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자신은 이제 식사를 팔 수 있지만 가게의 다른 손실까지 끝났다고 하지 않는다고 했다.

가람은 당시 기록에 붙여 둔 반대 의견도 함께 보자고 했다. 오늘 확인하는 것을 주민 전원의 새 합의로 발표할 생각은 없었다. 만석은 바꿀 것이 있으면 각자 먼저 말하자고 했다. 큰 표결 하나 뒤에 조용히 숨을 필요는 없었다.

태곤은 위험한 공정을 정지한 동안 안전하게 할 수 있는 일과 교육을 찾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작업을 맡을 사람들의 의사도 물어야 했다. 누가 회사 직원 전체를 대신해서 원치 않는 전환을 약속할 수는 없었다. 만석은 교육을 하면 임금이 나오는지도 물었다.

“그걸 받아내려고 준비합니다. 교육한다는 말만 받고 집에 갈 수는 없죠.”

태곤이 답했다. 만석은 그럴 줄 알았다고 말하지 않았다. 어민에게 조업 재개를 약속한 종이만 주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표정으로 먼저 이해했다.

가람은 오후에 예정된 정리 심리에 제출할 현재 상태표를 보여 줬다. 회사의 보수 회신, 보험사의 인수 판단, 늦은 통지, 실제 손해 기간을 각기 다른 줄에 두었다. 주민 이름도 비용 항목에 따라 나눴다. 한 번 받았던 돈을 같은 손해로 다시 계산하지 않았고, 받은 적 없는 돈을 합계에 넣지 않았다.

은실은 자기 줄에서 식사대금 열네 번을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재문은 긴급 지원이 들어온 줄과 아직 조사 중인 조업 손실을 따로 봤다. 만석은 엔진 고장 하루가 빠진 칸을 찾았다. 그 하루 때문에 자신의 남은 손실도 믿을 수 없다는 말이 나오면 가만있지 않겠다고 했다.

“그때는 수리 내역과 뒤에 멈춘 날짜를 같이 내면 됩니다.”

가람이 답했다. 만석은 앞서 화를 내려고 했던 주민에게 그 종이를 보여 줬다. 오늘 서로의 손해를 줄이자는 모임이 아니라, 남은 손해를 더 정확히 말하자는 자리였다.

법정에는 주민들이 모두 가지 않았다. 은실은 첫 주문 다음의 식사를 준비해야 했고, 재문은 수리집에서 틀을 찾기로 했다. 두 사람은 자기 자료를 맡기되 가람이 새로운 합의까지 대신 하지 않도록 범위를 정했다. 만석과 태곤만 함께 움직였다.

차 안에서 두 사람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만석은 태곤에게 회사 사람들이 세희를 어떻게 보는지 묻고 싶어 했다. 가람은 그 질문이 나올 것을 알고 있었지만 먼저 말을 끊지는 않았다. 태곤은 묻기도 전에 세희가 모든 직원에게 같은 사람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 사람이 뭘 봤는지 알아야죠. 환경관리자라고 모든 결재를 아는 건 아니고, 모른다고 다 끝나는 것도 아니고.”

만석은 창문을 조금 내렸다. 태곤의 말이 가람의 설명과 닮았지만,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의 입에서 나오니 다르게 들리는 모양이었다. 그는 자기가 모든 어민을 똑같이 아는 것도 아니라고 말했다. 둘의 짧은 대화가 끝난 뒤 가람은 운전에 집중했다.

심리에서 안주원 재판장은 지금까지 확인한 자료와 아직 다투는 부분을 나눠 다시 제출하게 했다. 회사가 공사 범위를 넓게 회신한 문제와 보험사가 현장 확인을 생략한 판단은 서로를 지우는 설명이 아니었다. 통지 지연의 경위와 그로 인해 더 늘어난 손해도 다른 자료가 필요했다.

보험사 대리인은 우선 비용을 집행한 것이 최종 담보를 전부 인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다시 밝혔다. 가람은 그 범위를 집행 기록에 그대로 남기자고 했다. 대신 그 비용이 실제 필요한 기술 작업에 쓰인 사실까지 추후 손해 전체의 포기를 받은 것처럼 설명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회사 대리인은 주민 피해와 회사의 공정 정지 비용을 함께 제출했다. 가람은 임금 유지 계획은 아직 구체적으로 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태곤이 준비한 현장 업무 목록도 제출했다. 회사의 비용이라고 적힌 큰 숫자가 곧 작업자에게 갈 돈은 아니었다.

재판장은 현재 안전조치와 관련한 진행 상황을 계속 제출하고, 임금과 전환 계획도 실제 집행 주체와 일정을 붙여 정리하도록 했다. 오늘 모든 책임이나 보험 범위를 확정한 판단은 아니었다. 하지만 안전을 말하면서 돈이 들어갈 자리를 비워 두는 답은 더 받지 않겠다는 질문은 분명했다.

만석은 끝난 뒤 복도에서 태곤에게 오늘은 자기 질문도 들렸냐고 물었다. 태곤은 들렸다고 했다. 자신도 어민 지원금이 언제 들어오는지 궁금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만석은 둘이 특별히 사이좋아졌다는 사진을 찍지는 말자고 했다. 태곤이 웃으며 동의했다.

가람은 세희에게 현재 자료 정리의 범위를 알리는 문자를 보냈다. 어제 전화로 말한 종이를 당장 제출하라는 요청은 하지 않았다. 세희는 오늘 저녁 따로 보겠다고 답했다. 회관에는 가지 않겠다고 했다.

마을로 돌아왔을 때 재문은 수리집에서 긴 틀을 찾아왔다. 새로 고친 부품은 없었고, 맡긴 동안 비를 피할 받침을 쓴 흔적만 있었다. 그는 주인에게 약속한 날을 지킨 것이 뿌듯하다고 했다. 틀은 이제 자기 집의 확보한 자리에 놓을 수 있었다.

정미의 가게에는 줄인 상자만 남았다. 합의한 연장 비용도 들어왔고, 정미는 자기 물건이 들어갈 자리를 다시 만들었다. 재문은 그 자리 한쪽에 틀까지 넣자는 말을 하지 않았다. 물건을 맡겼다고 공간의 모든 빈칸이 자신의 것은 아니었다.

은실의 식당에서는 새 손님 둘이 식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해안 작업 때문에 온 사람들만은 아니었다. 오래전 단골이 근처에 왔다가 간판 불을 보고 들어왔다고 했다. 은실은 좋아하는 반찬을 기억했지만 서비스로 식사를 주지는 않았다. 손님은 돈을 내고 다음에 또 오겠다고 했다.

가람은 가게 문밖에서 그 장면을 보았다. 오늘 확인한 작은 일들에 법원 문서의 이름을 붙이고 싶지 않았다. 수리집 약속을 지키고, 공간을 다시 합의하고, 한 끼를 팔고, 돈을 받았다. 사람들은 자기 일의 주어로 돌아오는 중이었다.

세희와 만난 곳은 찻집의 같은 자리였다. 그녀의 가방은 전날보다 두꺼워 보였지만 꺼낸 것은 휴대전화뿐이었다. 가람은 종이를 가져오지 않았느냐고 묻지 않았다. 세희가 먼저 집에 두고 왔다고 말했다.

“제가 들고 오면 여기서 바로 보고 싶어질 거잖아요.”

가람은 그렇지 않다고 쉽게 답하지 못했다. 알고 싶은 마음은 있었다. 누구에게 어떤 경고가 갔는지, 없어졌다는 종이에 무엇이 남았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세희가 그 마음을 견디게 만드는 것은 오늘 만난 목적이 아니었다.

“보여 주시기로 한 범위에서 보겠습니다. 오늘 안 정해도 되고요.”

세희는 자기 보고를 나중에 찾으려 했는데 시스템의 목록에서 사라져 있었다고 했다. 자신이 별도로 출력해 둔 것이 남았다. 왜 없어졌는지, 누가 지시했는지 직접 보지는 못했다. 가람은 그 차이를 오늘도 나눠 적었다.

종이에는 동료 이름과 사건 외의 내용도 섞여 있었다. 세희는 그것까지 모두 공개되면 자신이 지키려 한 사람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가람은 원본을 없애거나 필요한 내용만 새로 꾸미자는 뜻이 아니라, 보관과 열람 범위를 따로 정하자는 설명을 했다.

“회사에서 제가 누구 말을 듣고 왔다고 할 거예요.”

“제 말을 듣고 오셨다고 쓰지 않겠습니다.”

“제 말이 회사 직원 모두의 말도 아니고요.”

가람은 그 역시 적었다. 세희가 무엇을 직접 알고 있는지 묻기 위해서는, 먼저 누구를 대신하는 사람으로 만들지 않아야 했다. 그녀는 가람이 적은 두 문장을 직접 읽었다. 휴대전화를 다시 가방에 넣는 손이 처음보다 덜 빨랐다.

밖에서 버스가 지나갔다. 세희는 오늘 그 버스를 타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그 말만으로 그녀에게 아무 걱정이 없다고 볼 수는 없었다. 가람은 차를 데워 달라고 요청했고, 이번에는 세희가 자기 차를 끝까지 마셨다.

헤어지기 전 세희가 물었다. 종이를 보여 주면 내일 회사에서 자신이 앉을 자리가 없어질 수도 있느냐고. 가람은 그런 일이 절대 없다고 약속하지 않았다. 어떤 보호를 요구할 수 있는지, 누구와 어떤 위험을 준비할지 먼저 정하자고 했다.

세희는 태곤에게도 같이 들을 수 있는지 묻겠다고 했다. 가람은 그녀가 정한 사람과 범위를 먼저 알려 달라고 했다. 증거 한 묶음을 얻는 것보다, 그 묶음을 들고 온 사람이 이후에도 자기 말로 살아갈 수 있는지가 다음 질문이었다.

찻집을 나설 때 세희가 가방 손잡이를 다시 잡았다. 그 안에 종이는 없었다. 가람은 빈 가방이 오늘 두 사람이 지킨 첫 약속이라고 생각했다. 보고 싶은 것을 보지 않는 일부터 다음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