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컬링 스포츠 성장물 50화

빙판 위 다섯 센티

첫 공구의 무게

수정된 문장에는 라온이 표시했던 줄이 남아 있었다. 지우고 덮은 것이 아니라, 무엇이 바뀌었는지 나란히 확인할 수 있는 문서였다. 승후는 책임비율과 휴업 손해, 확정된 치료비, 열두 주 재활비의 항목을 다시 짚었다. 직업교육의 자부담은 라온이 따로 준비할 몫으로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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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된 문장에는 라온이 표시했던 줄이 남아 있었다. 지우고 덮은 것이 아니라, 무엇이 바뀌었는지 나란히 확인할 수 있는 문서였다. 승후는 책임비율과 휴업 손해, 확정된 치료비, 열두 주 재활비의 항목을 다시 짚었다. 직업교육의 자부담은 라온이 따로 준비할 몫으로 놓였다.

라온은 예정 진료의 범위까지 읽었다. 며칠 전 급하게 자른 화면을 보던 눈과 달랐다. 한 문장이 어디까지 이어지는지 끝을 확인하고 다음 줄로 내려갔다. 운전자 쪽에서도 같은 수정본을 확인했다는 답이 있었다. 아직 서로 다른 마음을 같은 말로 부를 필요는 없었다.

서명할 때 펜이 처음에는 잘 나오지 않았다. 라온은 여백에 작게 선을 긋고 다시 잡았다. 승후가 새 펜을 내밀려다 라온이 손을 드는 것을 보고 기다렸다. 잉크가 나온 뒤 자기 이름을 썼다. 큰 감각이 몸을 지나갈 줄 알았는데, 손에는 펜을 조금 세게 잡은 자국만 남았다.

밖으로 나오자 점심 시간이 지나 있었다. 태규는 라온에게 메뉴 사진 세 개를 보냈다. 라온이 아무거나라고 답하자 곧바로 ‘아무거나라는 식당은 안 보인다’는 메시지가 왔다. 그는 국수 사진을 골랐다. 태규가 주문해 두겠다고 했다.

식탁에서 태규는 합의금으로 제일 먼저 살 것을 묻지 않았다. 라온이 먼저 공구받침 이야기를 꺼냈다. 태규는 자꾸 시범 판을 가져다주는 것도 끝내야 한다며 웃었다. 라온은 돈이 들어온 다음 주문하겠다고 했다. 오늘 서명했다고 당장 계좌에 숫자가 생긴 것은 아니었다.

실제 입금은 약정한 날에 확인됐다. 라온은 통장 화면을 한 번 보고 닫았다가 다시 열었다. 사고 뒤 비용을 보면서 계속 줄어드는 숫자에 익숙해져 있었다. 이번에는 늘어난 숫자가 있었다. 그러나 그것을 한 번에 물건으로 바꾸고 싶은 마음은 예상보다 작았다.

그는 생활을 안정시키는 돈과 교육 자부담, 비상 비용을 각각 남겨 두었다. 경기 스틱 견적은 다시 접었다. 마음에 둔 손잡이와 새 캡 사진은 여전히 예뻤지만, 현재 공용 장비로도 훈련할 수 있었다. 라온은 공구받침과 교육용 소모품부터 주문했다.

태규가 영수증을 가져왔을 때 라온은 작은 판을 먼저 꺼냈다. 금요일 평가에서 부품을 떨어뜨린 손이 같은 물건을 잡았다. 태규는 설치를 대신하지 않았다. 라온이 보호막을 떼고 놓는 것을 보며 아주 진지한 얼굴로 박수를 쳤다.

“오늘 가장 어려운 작업 통과.”

“그 사진 이제 그만 보여 줘.”

태규는 웃었다. 라온은 처음 가격을 지불한 자기 교육 공구에 나사를 올렸다. 주변의 턱이 낮아서 손은 자유롭게 들어오고 물건은 밖으로 잘 나가지 않았다. 판이 새것이라 빛났다. 고객 장비를 바로 고칠 자격을 사는 물건은 아니었지만 다음 실습에 가져갈 수 있었다.

교육실에서 용수는 판을 보고 자기 접시보다 멋지다고 했다. 라온은 집게로 작은 와셔를 꺼내 보였다. 용수가 직접 써 보더니 칸이 좀 더 높으면 자기에게 좋겠다고 했다. 라온은 태규에게 받은 정보대로 각자 다른 크기를 고르면 된다고 말했다.

오늘은 케이블을 지정된 순서로 분리하고 부품을 다시 모으는 연습이었다. 라온은 시작 전에 지그와 공구의 위치를 정했다. 용수는 상판 위의 넓은 종이를 접고 자기 손이 놓일 자리를 만들었다. 두 사람이 동시에 시작하자 정은은 어느 쪽을 더 빨리 보라는 말 없이 옆에서 기록했다.

라온의 손이 한 번 멈췄다. 부품이 판의 모서리에 걸려 있었다. 금요일 같으면 손을 길게 뻗었을 것이다. 그는 집게를 써서 중앙으로 가져왔다. 다음 부품이 내려앉을 자리를 비워 둔 뒤 케이블을 놓았다. 작은 변화였는데 팔을 옮기는 횟수가 줄었다.

용수는 중간에 손을 쉬었다. 라온도 마지막 조임 전에 잠깐 멈췄다. 둘은 상대가 쉬는 시간을 구경하지 않고 자기 순서를 다시 보았다. 정은은 연습이 끝난 뒤 어느 동작에서 전보다 덜 돌아갔는지 물었다. 라온은 공구받침을 가리켰다. 용수는 라온에게 받쳐 달라는 말을 일찍 한 것이 좋았다고 했다.

라온이 집게를 정리할 때 정은은 첫 네 주 평가까지 남은 실습을 보여 줬다. 그는 달력의 빈 날을 봤다. 한 번 교육받고 모든 작업을 되찾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 같은 실패를 아무 준비 없이 반복하는 달력도 아니었다. 라온은 판을 가방에 넣고 다음 수요일 훈련시간을 확인했다.

교육이 끝난 뒤 작은 수리 작업의 인도가 있었다. 사고 후 라온이 접수했던 물건 중 이미 맡을 수 있는 범위로 나눠 둔 것이었다. 고객은 고쳐진 손잡이를 당겨 보고 전보다 덜 흔들린다고 말했다. 라온은 작업한 부분을 가리키고 남은 사용상의 주의를 설명했다. 고객이 다른 고장도 한꺼번에 맡길 수 있느냐고 묻자, 그는 현장에서 상태를 보고 담당 범위를 나눠야 한다고 답했다.

예전 같으면 먼저 전부 가져오라고 했을 것이다. 이번에는 자기 작업대에 올릴 크기를 손으로 그려 보였다. 고객은 다음에 사진부터 보내겠다고 했다. 라온은 실제 받은 수리 대금을 따로 적었다. 큰 입금이 있었던 통장 화면과 상관없이 오늘 손잡이가 움직인 값이었다.

태규는 고객이 나간 뒤 공구받침이 벌써 돈을 벌었느냐고 농담했다. 라온은 판 없이 해 둔 작업이라 판의 공을 빼 줘야 한다고 말했다. 태규가 영수증을 내려놓고 웃었다. 둘은 작업대를 정리했다. 라온은 오늘 교육에서 쓴 부품함을 고객 물건과 섞이지 않게 가방에 넣고, 작업 완료표에는 고객이 확인한 날짜를 썼다. 자기 이름이 비용 서류뿐 아니라 작은 완료표 아래에도 남았다.

컬링장에 도착하자 미란이 하우스 쪽에 여러 표적을 놓고 있었다. 다음 주부터 포지션을 비교하는 공개 평가를 시작한다고 했다. 외부에서 다른 팀 훈련도 보는 평가자가 올 예정이었다. 평가양식은 오늘 모두에게 공개됐다. 진수도 스킵 칸을 받아 들고 한숨을 쉬었다.

“설명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표가 많네.”

단비는 표를 세어 보더니 진수에게 자기 것과 같은 종이라고 말했다. 혜주는 복사본 네 장을 나란히 놓았다. 이름을 가리고 보면 누구 것도 특별히 넓거나 좁지 않았다. 라온은 리드와 세컨드의 시도란을 번갈아 봤다.

미란은 현재 포지션을 오늘 뒤집겠다는 뜻이 아니라고 짧게 말했다. 각자 익숙한 자리와 다른 자리에서 돌을 던져 보고, 어떤 선택이 팀에 남는지 보자고 했다. 라온은 그 설명보다 오늘 표적에 가드가 이미 놓여 있다는 사실에 먼저 긴장했다. 첫 돌을 놓는 사람이 아니라 그 돌 뒤로 들어가는 사람이 될 차례였다.

진수가 목표를 불렀다. 라온은 바깥을 타고 앞돌 뒤에 멈추는 드로를 받았다. 지난 수요일 한 번 성공한 자리와 비슷했지만 오늘 가드는 조금 높았다. 같은 힘을 쓸 수는 없었다. 그는 선을 복창하고 스톤을 밀었다.

돌이 가드를 지나 안쪽으로 굽었다. 혜주가 낮게 숨을 들이켰다. 스톤은 하우스의 바깥 고리에 섰다. 목표보다 짧았다. 라온은 다음 돌의 힘을 조금 늘리겠다고 했고, 진수는 선을 더 좁히지 말라고 했다. 손에서 바꾸는 것과 스킵이 부르는 것을 하나씩 나눴다.

두 번째 돌은 안으로 돌아 들어갔다. 가드 뒤에 숨었지만 상대 역할 돌보다 멀었다. 단비는 자기 차례에 그 돌을 살짝 밀어 가까이 보내겠다고 했다. 진수가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붙여 놓은 돌을 쓰는 연습이 아니라 같은 목표의 개인 시도를 비교할 시간이었다. 단비는 입을 삐죽 내밀다가 라온에게 스틱을 받았다.

그녀의 첫 돌은 길었다. 두 번째 돌은 라온의 앞돌을 건드리지 않고 안쪽에 섰다. 단비가 기뻐하다가 바로 두 돌을 모두 봤다. 혜주의 첫 드로는 높이가 맞았고 폭이 좁았다. 두 번째는 더 넓게 돌아 들어갔다. 진수는 첫 시도에서 가드를 맞혀 옆으로 보냈다.

단비가 기다렸다는 듯 말했다.

“스킵님도 표에 적습니다.”

진수는 기록해 달라고 했다. 두 번째 돌을 준비하면서 그는 자기 첫 실수가 라온의 리드 가드가 높았기 때문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오늘 가드는 미란이 놓은 공통 표적이었다. 스틱을 조금 고쳐 잡고 같은 목표로 다시 밀었다. 스톤이 가드 바깥을 돌아 목표 옆에 섰다.

라온은 진수의 두 번째 선을 눈으로 따라갔다. 미란은 네 사람의 성공한 돌만 모으지 않고 전부 같은 양식에 적었다. 혜주가 기록을 받아 정리하면서, 자기 투구 차례에는 기록을 내려놓고 손을 비웠다. 진수가 그 순간 대신 위치를 적었다.

한 시간이 끝났을 때 라온의 손에 종이 한 장이 남았다. 자기 이름 아래 짧은 돌과 가까운 돌이 같이 있었다. 그는 공구받침을 사면서 느낀 것과 비슷한 기분을 느꼈다. 새것을 가진 기쁨보다, 다음에 무엇을 바꾸면 되는지 물건으로 볼 수 있는 기쁨이었다.

단비는 로비에서 새 스틱을 언제 살 것이냐고 물었다. 라온은 교육 공구를 먼저 샀다고 말했다. 단비가 아쉬운 얼굴을 하자 혜주는 공구 사진을 보여 달라고 했다. 사진을 본 단비가 판의 턱을 가리켰다.

“돌도 이거 있으면 밖으로 안 나가겠네요.”

혜주는 판에 그린 작은 부품칸을 보고 자기는 기록지 놓는 받침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진수는 다음 훈련에 펜 끈부터 달자고 말했다. 오늘 기록기를 못 찾던 기억이 돌아온 혜주가 진수의 커다란 돌 그림을 가리켰다. 두 사람은 서로의 장비부터 바꾸라고 웃었다.

진수가 그럼 하우스를 전부 그 판으로 만들자고 했다. 네 사람은 말도 안 되는 컬링장을 잠깐 상상하며 웃었다. 라온은 스틱 가방을 닫았다. 자기 돌은 여전히 얼음 위를 나가고, 나사는 판 안에 남았다. 두 가지를 서로 다른 손동작으로 익혀 가는 생활이 이제 시작돼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