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음악 고딕 미스터리 50화

일곱 번째 트랙은 비어 있다

상자에 붙이지 않은 얼굴

복도 끝에서 카트 바퀴가 턱을 넘었다. 이솔은 떨어진 연필을 주우며 그 소리에 귀를 세웠다. 움직일 물건마다 바닥이 다른 소리를 냈다. 아직 떠나지 않은 함들은 그 소리를 기다리는 듯 조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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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도 끝에서 카트 바퀴가 턱을 넘었다. 이솔은 떨어진 연필을 주우며 그 소리에 귀를 세웠다. 움직일 물건마다 바닥이 다른 소리를 냈다. 아직 떠나지 않은 함들은 그 소리를 기다리는 듯 조용했다.

윤태문은 변경 요청을 거두는 서면에 직접 서명하지 않았다.

제작실 담당자가 보내 온 답변에는 법인 직인이 찍혔다. 장비 양도서와 후대 별첨을 근거로 신청한 원반 소유자 변경은 철회한다는 내용이었다. 태오는 직인을 보고 처음에는 허탈했다. 사람의 얼굴까지 마주한 뒤 얻은 끝이 도장 한 개였다. 그러나 그 도장을 누가 어떤 권한으로 찍었는지 제출표에 남아 있었다.

혜주는 답변을 기관 기록에 접수했다. 원반 목록을 장비 계약의 일부로 취급하던 등록 초안이 폐기됐다. 노을은 그 소식을 듣고도 수장고의 봉인을 새로 풀지 않았다. 물건은 같은 자리에 있었고 관리할 손도 그대로였다. 오늘 바뀐 것은 그 물건 앞에 세우려던 잘못된 이름이었다.

태오의 회사는 고가 특약의 평가자료를 다시 심사하기로 했다. 12.1킬로그램을 원반의 중량으로 읽었던 전제와 권리 양도를 뜻한다고 본 별첨이 빠졌다. 보험금이 당장 누군가에게 지급되는 결론은 아니었다. 태오는 그 답을 읽고 자기가 낸 의견서의 첫 줄을 고쳤다. 미스터리 원반이라는 말 대신 실제 목록과 보관번호를 적었다.

다음 사건 배정표에서 그의 이름이 빠져 있었다. 팀장은 이 일에 더 붙어 있으라는 뜻이라 말했다. 태오는 그것이 배려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보관료와 재평가 비용이 줄지 않은 사건에서 누군가는 회사와 고객의 화를 계속 받아야 했다. 그는 배정표를 닫고 이솔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늘 열두 장 보러 가도 됩니까?”

이솔은 감정이 아니라 운송 준비를 확인하는 날이라고 답했다. 태오는 알겠다고 했다. 이제는 오늘 손이 닿는 물건과 내일 귀로 들을 소리를 한데 묶지 않고 기다릴 수 있었다.

수장고 앞에서 혜주가 관리번호 열둘의 표를 내밀었다. 모든 원반이 처음 기증 목록의 일흔두와 어떻게 이어지는지는 아직 대조할 부분이 있었다. 현존하는 열두 물건은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태오는 번호를 가방의 별첨 사본에 적지 않았다. 이 목록은 현재의 실물 목록으로 따로 남겨야 했다.

첫 보관함은 외부 감정 대상인 다른 원반이었다. 원반은 세운 상태로 지지됐고 라벨의 가장자리에 작은 들뜸이 있었다. 태오는 둥근 표면이 너무 얇아 보인다고 했다. 노을은 옆면에서 보면 그렇게 보인다며 빛을 낮췄다. 손을 대지 않았는데도 빛이 닿은 홈이 물처럼 움직였다.

두 번째 보관함은 종이속지가 조금 찢겼다. 찢긴 날짜를 바로 알 수는 없었다. 노을은 원반을 꺼내지 않고 보관함 안의 받침과 접촉면을 사진으로 남겼다. 태오는 수량을 세는 동안 더 빨리 끝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두 번째 물건에서 멈춘 손을 보자 속도가 바뀌었다.

세 번째 함에서 문주가 왔다. 그는 오늘 원반을 보겠다고 직접 정했다. 자기 청취 사본을 지운 사람이 원본도 안 보겠다고 약속한 것은 아니었다. 그가 유리 너머 서 있는 원반을 보고 손을 주머니에 넣었다. 반사적으로 사람 얼굴을 찾는 손을 숨긴 듯했다.

“이것들이 다 같은 소리를 갖고 있나요?”

문주가 물었다. 노을은 매트릭스 번호와 표기부터 다르다고 답했다. 수량은 같아 보여도 소리와 판본이 같다는 뜻은 아니었다. 문주는 그 말을 듣고 가장 가까운 라벨의 글자를 읽었다. 미상 연주자 P라는 기록은 별도 관리표에 있었다. 사람의 이름을 원반 표면에 새로 쓰지 않았다.

혜주는 케이스의 번호를 하나씩 확인했다. 원반마다 이동 때 허용할 방향과 완충 상태가 달랐다. 외부 감정소의 촬영 장비를 여기로 가져올 수 있는 물건도 있었고 옮겨야 하는 것도 있었다. 열두를 한 수레처럼 한꺼번에 보내면 관리가 쉽지만 위험한 한 장이 전체를 붙잡을 수 있었다.

“다 보내는 일정으로 예산을 받았어요.”

혜주가 말했다. 노을은 일정표를 받았다. 붉은 펜으로 바꾸려다 멈췄다. 자신이 일방으로 취소하면 혜주가 다음 회의에서 혼자 돈을 설명해야 했다. 둘은 물건의 상태에 따라 나누는 비용을 같이 계산했다. 이동을 줄이되 외부 장비를 들여오는 값이 더 드는 구간이 있었다.

태오는 자기 회사에도 같은 내용을 내겠다고 말했다. 사람을 놓치지 않으려고 비용을 늘린 일이 또 생기지만 지금 그 대가를 숨기지 않을 것이었다. 그는 발등이 아직 아파 서 있던 자세를 바꿨다. 문주가 의자를 가져왔다. 태오는 앉아도 되느냐고 노을에게 물었고 노을은 통로만 비우라고 했다.

열두 번째 관리함은 별도 지지재가 있었다. 표면에 닿지 않게 라벨을 살펴보니 다른 함보다 가림지가 두꺼웠다. 문주가 이름을 보여 달라고 하지 않았다. 그는 관리표의 미상 표기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사라진 사람의 얼굴을 찾는 날이 아니었다.

이솔은 별관 선반의 바닥 윤곽 사진을 한 번 꺼냈다. 네모 두 개와 원반 관리함 열둘. 주문한 36장용 두 상자와 실제 현존하는 열두를 같은 수량으로 묶을 근거는 없었다. 그 비교표의 빈칸은 다음 원반 이력 대조로 이어졌다. 오늘 발견한 새 물건은 없었지만 앞으로 손에 맡길 실제 물건들의 얼굴이 생겼다.

점검 중 방의 문이 열리며 작은 바람이 들어왔다. 보관함 옆 종이가 들렸다. 문주는 손을 뻗어 누르려다 멈췄고 이솔이 종이의 끝만 고정했다. 직원이 문을 닫자 공조 소리가 다시 일정해졌다. 누군가 들어오는 일조차 둥근 물건에는 공기의 움직임이었다.

그날 검사실에서 남은 원반의 감정 견적이 왔다. 태오가 금액을 보며 눈을 감았다. 특약의 높은 평가가 흔들리는데 감정비는 오르는 구조였다. 값이 떨어지면 보존할 이유도 줄어드는지 회사가 다시 물을 터였다. 태오는 그 질문의 답을 작품의 낭만에서만 찾지 않았다. 원본의 출처와 상태를 알아야 지금 보장하는 손해도 제대로 정할 수 있었다.

문주는 회사 사람들이 힘들어 보인다며 커피를 사 왔다. 수장고 안으로 들이지 않고 문밖 의자에 놓았다. 이솔은 캔을 받아 따며 별관 첫날을 떠올렸다. 그때는 문주가 보낸 메시지 앞에서 모두 자기 행동을 변명했다. 오늘 문주는 같은 문앞에서 다른 사람의 늦은 휴식을 기다렸다.

태오는 오늘의 결과를 짧게 말했다. 잘못 붙은 소유자 변경 요청은 철회됐고 제출된 별첨의 시기가 밝혀졌으며 첫 인세 표본의 몫이 대기계정에 보전됐다. 문주는 그 다음에 수인을 찾았다는 말이 나올까 잠깐 몸을 굳혔다. 태오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그는 캔커피를 마시고 내일 자기 신발이 조금 덜 아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주가 웃었다. 그 사소한 바람이 오늘의 큰 결론보다 먼저 편하게 들렸다. 이솔은 웃는 두 사람을 사진으로 남기지 않았다. 자료에 넣을 얼굴과 지금 함께 있는 얼굴은 같은 것이 아니었다. 문주는 태오의 신발끈이 부은 발등을 눌러 꺼져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신발을 벗어 보라고 했다. 태오는 어린애처럼 발을 내밀었다. 문주가 끈을 한 칸 건너 묶자 위의 압력이 줄었다. 태오는 같은 신발인데 덜 아프다고 말했다. 문주는 공연장 뒤에서 가수들 신발을 수도 없이 다시 묶었다고 했다. 그때 수인이 자기 신발은 자기가 묶겠다고 손을 빼던 것도 기억했다. 그는 태오의 손에 끈 끝을 돌려줬다. 마지막 매듭은 태오가 직접 만들었다.

혜주가 검토 자료의 표지를 새로 썼다. YT-721. 별관 보관 경로와 후대 별첨, 지급되지 않은 양도금의 근거, 분리 보전한 정산 몫이 한 사건번호 아래 들어갔다. 제목은 비어 있는 원반의 비밀이 아니라 보관과 권리 확인이었다. 노을은 더 자극적인 제목을 붙이지 않는 것이 마음에 든다고 했다.

늦은 저녁에 현재 연주자가 전화했다. 별관 선반이 흔들리지 않아 케이스를 꺼내기 편해졌다는 말이었다. 그는 수리한 기사에게 감사 문자를 보냈고 태오에게도 공연 사진 대신 새 곡의 제목을 알려 줬다. 제목에는 일곱도 마흔일곱도 없었다. 비가 그친 뒤의 계단이라고 했다.

문주는 제목이 좋다고 말했다. 소리로 과거를 암호화하지 않아도 현재의 계단 한 개가 노래가 될 수 있었다. 청년은 이번 공연에서 직접 표를 파는데 셋이 오면 노을도 와야 한다고 했다. 노을이 옆에서 내가 왜 표의 수량이 되느냐고 말하자 통화 너머로 웃음이 났다.

수장고를 닫기 전 노을이 이동 예정 함의 한쪽 받침을 다시 살폈다. 지지재 아래 작은 굳은 점이 있었다. 보존작업 때 붙은 것이면 기록에 있어야 했다. 현재 점검표에는 없었다. 빛을 바꾸니 그것은 접착재가 아니라 얇은 검은 파편이었다.

노을은 원반을 꺼내지 않았다. 표면을 누른 것이 있는지 옆에서 보려고 다른 렌즈를 요청했다. 혜주는 다음날 운송시간을 확인했고 이솔은 함의 번호를 적었다. 태오는 다시 의자에서 일어났다. 지난 사건의 결론을 얻었다고 내일의 물건이 안전해지는 것은 아니었다.

얇은 검은 점 하나가 수장고의 조용한 공기 속에 있었다. 그 점이 어디에서 떨어졌는지, 같은 함의 원반에서 나온 것인지 아직 알 수 없었다. 노을은 현재 상태 사진을 남기고 함을 따로 움직이지 않게 했다. 자기 손에 맡길 다음 질문이 손바닥보다 작게 보였다.

문주는 문밖에 남아 기다렸다. 창고 안을 보겠다고 했던 아침의 마음이 저녁에는 다른 사람의 작업을 끝까지 기다리는 일로 바뀌었다. 세 사람은 나올 때 내일 시간을 정했다. 닫힌 문은 사건을 끝내는 벽이 아니라 다음에 다시 열어 확인할 물건을 지키는 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