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구조·재난 스릴러 50화

수심 43미터의 종

남아 있던 주소

재필의 수첩은 가운데가 울었다.

글자 크기

재필의 수첩은 가운데가 울었다.

마른 종이는 원래 두께로 돌아가지 않았다. 젖은 부분과 마른 부분 사이에 파도 같은 주름이 있었다. 재필은 페이지를 펼치다가 모서리를 놓쳤다. 해솔이 잡아 주려 손을 내밀자 그는 잠깐만 기다리라고 말했다. 자기가 펴고 싶었다. 해솔은 손을 거두고 탁자 위에 빈 받침을 놓았다.

수첩의 한 장에는 주소의 뒷부분이 남았다. 동해자원이라는 글자와 취소 표시. 재필은 사고 전 전화를 받고 안내판을 고치려 쓴 메모라고 말했다. 앞의 날짜는 눌린 자국만 있었다. 우찬이 사진을 찍고 빛의 방향을 바꿨다. 다른 페이지 뒤의 글씨가 비치는 것이 아니라 그 장에 실제로 적은 줄이었다.

“목적지가 바뀌었다는 말만 들었어요. 물건이 바뀐다는 말은 못 들었고요.”

재필이 말했다. 우찬은 당시 화물을 직접 본 적이 있는지 물었다. 그는 한 구획의 바깥 포장만 보았고 안쪽은 못 봤다고 했다. 자신이 종이를 고쳤으니 사람들에게 물건이 정상이라고 믿게 만든 것은 아니냐고 물었다. 해솔은 그 질문에 급히 아니라는 답을 주지 않았다. 재필이 바꾼 종이의 실제 위치를 확인해 보자고 했다.

안내판은 승객이나 하역 담당에게 보여 주는 문서가 아니었다. 선원 통로의 화물 도착지 메모였다. 공식 선하증권을 대신하지 않았다. 그러나 선원들이 그 메모를 보고 다른 질문을 하지 않았을 가능성은 있었다. 재필은 그 말을 듣고 손을 탁자 밑으로 내렸다. 모든 책임이 사라진다는 말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었지만 자기 손이 닿은 작은 일을 보는 것은 어려웠다.

전화 건 사람의 이름은 수첩에 없었다. 재필은 사무실 번호였다고 기억했다. 통화의 앞부분에서 운영본부라고 말했다. 우찬은 그를 이름 하나로 이끌지 않았다. 선사에서 제출한 내선 연결표와 당시 외부 통화기록을 요청했다. 지아가 맡은 것은 접수한 자료가 같은 날의 것인지 확인하는 일이었다. 그녀를 아무것이나 열 수 있는 전산 담당으로 만들지 않았다.

해솔은 육상 보관장으로 갔다. 그날 오후 7814 회수표지의 원본 수집봉투를 볼 수 있었다. 같은 보관장에서 1874 금속판도 받아 두었다. 두 물건이 같은 자리에서 나왔다는 설명은 최초 요약표에 있었지만 실제 사진번호는 달랐다. 해솔은 원본 두 사진을 오래 보았다. 바닥판의 색이 달랐다.

그 봉투는 앞서 전시에서 확인한 정상 봉인7814 냉동 컨테이너 자체의 봉투가 아니었다. 최근 회수팀이 받은 별도 작은 표지 조각이었다. 컨테이너의 정상 봉인과 수중1874 절단선을 나눠 보았던 기록은 그대로였다. 해솔은 두 물건의 관리번호부터 갈라 놓았다. 같은 숫자가 적혔다고 작은 덮개 조각이 컨테이너의 귀환을 대신할 수는 없었다.

회수팀 담당이 들어왔다. 그는 처음 표지를 받았을 때 청람호 회수품이라고 썼다고 했다. 자신의 팀이 청람호 사고 현장의 작업을 맡았고 그날 바지선 위에서 봉투들을 묶었다. 실제 어느 구획에서 건졌는지는 다른 잠수사의 원기록에 있었다. 우찬은 작업 현장 이름과 물건을 찾은 장소를 같은 칸에 쓴 줄을 보았다.

“이걸 제가 옮겨 썼습니다.”

담당은 자기 글씨를 가리켰다. 바닷속에서 구한 사진이 아니라 육상의 요약을 다시 읽은 사람이었다. 해솔은 틀렸으니 전부 버리자고 하지 않았다. 담당의 표에는 어떻게 요약이 만들어졌는지가 남았다. 그 표 뒤에 원기록을 붙일 수 있었다.

원기록을 쓴 잠수사는 오후에 돌아왔다. 다른 현장에서 일하고 와서 머리가 젖어 있었다. 그는 7814 표지를 바닷속 청람호에서 떼어 오지 않았다고 했다. 당시 바지선의 빈 운반 포장 안에서 발견했다. 빈 포장은 항구의 하역구역에서 빌려 온 것이었다. 작업선에 있던 정상 냉동화물 재사용 포장과 비슷했다.

해솔은 자신의 손전등이 비추지 못했던 바다의 칸이 육상의 말 한 줄로 지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래도 7814가 어느 냉동화물 상자에서 떨어졌는지는 아직 아니었다. 원기록에는 빈 포장을 가져온 하역차량 번호가 있었다. 정상 2.1톤의 차량과 다른 차였다. 항구 장비 대여 업체의 차였다.

업체 직원은 빈 보냉 포장을 여러 배에 빌려줬다고 말했다. 냉동화물을 다른 배로 옮길 때 바깥 받침과 여분 덮개를 남겼고, 청람호 사고 회수 작업에 다시 보냈다. 표지가 붙은 여분 덮개는 최초 정상화물의 것과 같은 일련번호 체계였지만 실제 본 화물이 든 상자와 다른 부속이었다. 당시 남은 포장 사진이 있었다.

사진에서는 붉은 청 자가 잘린 표지가 넓은 덮개에 붙어 있었다. 다른 배 선원이 떼어 냈다는 표지의 일부와 모양이 맞았다. 우찬은 그 선원에게 사진을 먼저 보내지 않고 당시 떼어 낸 것이 상자 본체인지 덮개인지 추가로 물었다. 선원은 덮개 귀퉁이였다고 답했다. 그 뒤에야 두 사진을 대조하게 했다. 선원이 같은 모서리라고 말했다.

표지 하나의 길은 항구의 정상화물, 남은 덮개, 장비 대여 업체, 회수 작업 바지선으로 이어졌다. 2.1톤이 정상 도착한 기록과 청람호 회수품으로 분류된 표지가 이제 맞설 필요가 없었다. 표지가 바다에서 화물 전량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었다. 해솔은 처음 이 숫자를 보고 물속으로 더 들어가려 했던 자신을 떠올렸다.

우찬은 최근 요약표의 작은 표지 조각 분류만 정정했다. 정상7814 봉인 컨테이너의 기존 확인과 정상화물 도착기록을 바꾸는 정정은 아니었다. 별도 여분 덮개의 조각이 회수 바지선에서 받아진 과정을 그 컨테이너의 수중회수로 확대하지 않았다. 최근의 두 칸이 잘못 겹친 것이었고 오래전 전시의 칸막이를 걷어낼 이유는 없었다.

“이걸 찾으려고 안쪽으로 갔으면.”

그가 말끝을 삼켰다. 우찬은 오늘 원기록을 찾았다고 답했다. 위험한 가정을 끝까지 상상해 몸을 벌줄 필요는 없었다. 해솔은 표지 사진을 저장하고 보관팀 인계번호를 적었다. 육상에서 길을 찾았다는 것을 가족에게 숨기지 않았다.

대여업체 직원은 사진을 가져다준 뒤에도 돌아가지 않았다. 업체 이름이 사고 기사에 들어갈까 봐 물었다. 선박에 유해물질을 실은 회사처럼 보이면 대여 주문이 끊길 수 있었다. 우찬은 업체가 빈 덮개를 제공한 경로를 조사했고 폐기 화물 선적의 주체라고 확인한 것은 없다고 답했다. 직원은 그걸 문장으로 적어 줄 수 있느냐고 했다. 자기 거래처에도 설명할 것이 필요했다.

해솔은 그 말을 듣고 사진만 얻어 돌아가는 자신의 속도를 늦췄다. 사람이 입을 열어 주었다고 그 뒤의 하루가 안전해지는 것은 아니었다. 우찬은 확인한 범위를 담은 자료 수령증을 만들어 주었다. 직원은 돈을 달라는 것이 아니라 자기 이름과 함께 무엇을 주었는지 남는 종이를 원했다. 그는 종이를 받고서야 창고 밖으로 걸었다. 주머니에 넣으려다 종이가 구겨질까 봐 차의 조수석에 놓았다.

미례가 업체 사진을 쓰는 범위를 물었을 때 직원은 차량 번호를 가려 달라고 했다. 그 번호가 표지 이동을 확인하는 데는 필요했지만 가족방에 공개하는 데까지 필요하지는 않았다. 미례는 번호 대신 자료의 수령일을 적었다. 표지를 떼는 선원의 얼굴도 사진에서 잘렸다. 한 숫자의 길을 찾으려고 모든 사람의 얼굴을 함께 가져올 필요는 없었다.

해솔은 창고문 밖에서 작업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지난번에는 종이가 날아가자 달려들 뻔했다. 오늘은 직원이 덮개를 묶는 동안 울타리 밖에 서 있었다. 기다림이 자기 손을 쓸모없게 만드는 것 같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차량이 돌아가는 각도를 보고 먼저 빈길을 알려 줄 수 있었다. 직원이 고맙다는 손짓을 했다. 해솔은 손을 한 번 들었다. 물속에서 쓰는 신호와는 달랐지만 땅 위에서도 몸을 돌려보내는 길이 있었다.

미례는 설명을 받고 첫 요약표를 가족방에 올린 적이 있음을 확인했다. 그는 정정 사진을 만들었다. 본 화물 도착과 회수 표지 분류를 나란히 놓았다. 표지를 따라 해저의 또 다른 화물을 찾을 근거가 없어졌다는 사실이었다. 미례는 그 말을 쓰다가 멈췄다. 누군가는 헛수색을 했다고 비난할 것이었다.

그는 작성자를 공개할지 물었다. 우찬은 담당의 개인 이름 대신 요약 과정과 원기록을 공개하자고 했다. 미례는 자기가 올린 글에는 자기 이름을 남겼다. 옛 글을 지우고 오늘의 정정만 남기면 처음 무엇을 믿었는지 사라졌다. 그는 아래에 새 글을 달고 확인자료를 넣었다. 가족 한 명이 잘못 알았다는 뜻이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저녁에 재필이 다시 왔다. 안내판 사진을 찾은 선원의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그 선원은 정상화물의 목적지가 옮겨 간다고 듣고 화물 종류를 따로 묻지 않았다. 사진에는 재필이 쓴 취소 표시가 있었다. 그는 자기가 쓴 글씨를 보고 안도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우찬은 그의 진술과 실제 안내판이 맞는다는 사실을 기록했다.

신지아가 제출한 내선 연결표에서는 재필에게 건 전화가 운영본부의 내선에서 나간 것으로 좁혀졌다. 당시 같은 자리에서 업무를 본 직원은 정해진 근무표에 있었다. 우찬은 그 사람에게 면담 요청을 보냈다. 재필은 그가 내 얼굴을 기억할까 봐 무섭다고 말했다. 우찬은 둘을 같이 만나게 할 계획이 없다고 했다. 재필이 그 말을 듣고 자신의 수첩을 다시 펼쳤다.

가운데 울었던 종이를 조심히 누르자 다음 장의 눌린 선이 보였다. 취소 초안의 도착지와 같은 짧은 주소가 있었다. 해솔은 바로 숫자를 읽으려 하지 않았다. 보존 담당이 들여다볼 때 종이를 눌러 손상시키지 않도록 받침에 놓았다. 재필은 사라진 말을 찾아내면 그날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종이가 돌아온다고 그날로 돌아가지는 않아요.”

해솔이 말했다. 재필은 알고 있다고 했다. 알고 있어도 몸이 그런 식으로 기다린다는 말이었다. 해솔은 그의 옆 의자에 앉았다. 작은 수첩을 가지고 온 사람의 몸을 다시 바다로 보내지 않고 오늘 여기 머물게 할 수 있었다.

우찬은 오늘 끝난 두 갈래를 적었다. 정상화물과 회수 표지의 분류 문제, 재필이 수정한 선원 안내판. 그리고 내일 물어야 할 하나의 길을 남겼다. 운영본부 내선에서 나온 지시가 공용 단말의 승인과 같은 문서를 가리켰는지. 미례가 방의 불을 켰다. 어둠이 들어오기 전에 누군가 스위치를 눌렀다. 모두가 그 손을 볼 수 있었다. 그런 단순한 순간이 오늘 조사한 승인 버튼보다 더 또렷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