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법정·사회파 드라마 49화

바다가 증언석에 앉는 날

보지 않은 사람이 한 판단

유채린은 법정에 가져온 파일의 이름을 바꿀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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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채린은 법정에 가져온 파일의 이름을 바꿀 수 없었다.

이미 당시에 붙인 이름이었고, 제출 목록에도 그대로 들어갔다. 현장 확인 대체 검토. 가람은 첫 장을 읽고 완료 회신이 도착한 뒤 현장검사를 생략한 판단이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 문서가 곧바로 과실을 인정한다는 뜻은 아니었다. 하지만 보험사가 무엇을 보고 무엇을 보지 않았는지는 이전보다 분명해졌다.

회사 대리인은 문서가 나오자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보험사가 현장을 봤다면 위험을 발견했을 것이라며, 회사 회신 하나에 모든 판단을 맡긴 것을 문제 삼았다. 보험사 대리인은 회사가 완료했다는 답과 작업 사진을 함께 보냈다고 반박했다.

가람은 작업 사진의 원본과 설명을 같이 보자고 했다. 외주업체에서 확인한 세 장은 지상 연결부와 보온재 작업의 사진이었다. 세희의 모습이 있는 사진도 있었다. 화면 속 그녀는 측정기에 가까이 서 있었고, 지하관을 보고 있지 않았다.

“이 사진으로 관벽 검사까지 확인됐다고 판단한 근거가 무엇입니까?”

보험사 대리인은 당시에 다른 완료 자료도 함께 검토했다고 했다. 가람은 그렇다면 그 자료를 특정해 달라고 했다. 사진이 넓게 찍혔다는 이유로 보이지 않는 땅 아래까지 공사가 끝났다고 할 수는 없었다. 반대로 오늘 사진의 한계를 발견했다고 당시 담당자의 실제 판단이 모두 밝혀진 것도 아니었다.

채린은 기록으로 확인되는 판단 근거를 정리해 설명했다. 완료 회신의 문구와 비용 표가 검토 목록에 있었고, 현장 방문을 대신할 수 있다고 본 이유가 적혀 있었다. 관벽 점검의 구체적인 수행 내역까지 확인했는지는 별도의 목록에서 더 봐야 했다.

회사 대리인이 그 설명에 끼어들었다. 그렇다면 보험사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고 했다. 채린은 그 부분을 숨기지 않고 제출하는 중이라고 답했다. 다만 회사가 수행한 공사의 범위와 회신의 범위가 다르다는 질문도 없어지지는 않았다.

가람은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책임을 상대에게 넘기려는 말이 빠르게 오갔지만, 방청석 사람들은 그 사이 한 걸음도 움직이지 못했다. 만석은 오늘도 무릎 위에 두 손을 놓고 있었다. 은실은 회사와 보험사의 설명이 바뀔 때마다 작은 수첩에 선을 그었다.

재판장은 당시 인수 판단과 회사 정보 제공을 같은 자료 위에서 대조하도록 했다. 누가 더 잘못했느냐를 오늘 하나로 정하지는 않았다. 가입 전 위험을 알았는지, 어떤 공사가 실제 수행됐는지, 그 자료를 받은 뒤 어떤 판단을 했는지 각각 확인할 일이었다.

가람은 현재 진행한 긴급 작업 비용도 제출했다. 이미 들어온 회사 돈과 보험사 우선 집행분, 실제 첫날 작업에 사용한 항목을 분리했다. 회사와 보험사가 부담을 다투는 과정에서 이 비용을 주민들이 다시 돌려주어야 한다는 이야기로 바뀌지 않도록 집행 조건을 확인해 달라고 했다.

보험사 대리인은 회사에 대한 추가 부담이나 사후 정산 문제는 남아 있다고 했다. 가람은 주민이 그 약정의 당사자로 잘못 들어가지 않았는지를 확인하자고 했다. 긴급 작업을 받았다고 미래 손해 전체를 포기하는 서명이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오전 창구의 문제가 여기에도 이어져 있었다.

회관에서 발견한 초안 양식은 수정됐고 아직 서명된 주민이 없었다는 결과를 함께 냈다. 회사 대리인은 단순한 양식 착오였다고 말했다. 가람은 그런 착오가 실제 지급 현장까지 갈 수 있었던 경로도 고쳐 달라고 했다. 주민들에게 문장 하나를 잘못 읽지 않을 의무만 요구할 수는 없었다.

심리가 끝나고 복도에 나오자 만석이 은실의 수첩을 빌려 봤다. 은실이 그어 놓은 선은 누가 어느 말을 했는지를 나눈 것이었다. 만석은 이걸 다 정리해야 내 손해를 말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은실은 자신도 몰라서 적었다고 답했다.

가람은 두 사람의 수첩을 덮지 않았다. 다만 오늘 확인한 일만 간단히 설명했다. 보험사가 현장검사를 생략한 판단 기록이 나왔고, 그 판단의 근거를 더 대조하게 됐다. 회사가 실제 공사보다 넓은 완료 회신을 했다는 질문도 남아 있었다. 돈을 먼저 집행한 것이 누구에게든 면죄부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만석은 회사 둘 다 잘못했으면 빨리 끝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가람은 하나의 잘못을 확인해도 모든 손해의 액수와 모든 사람의 몫이 자동으로 정해지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만석의 얼굴이 굳었다. 가람은 곧바로 그래서 기다리기만 하자는 뜻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현재 위험을 줄이는 일은 시작했습니다. 들어온 돈이 어디로 나가는지도 확인합니다. 손해 조사도 사람별로 계속하고요.”

만석은 대답 대신 창밖을 봤다. 거기서 부두가 보이지는 않았다. 법원 건너편의 작은 주차장만 보였다. 그는 한참 뒤 오늘 긴 틀을 찾는 날을 다시 잡았다고 말했다. 재문이 수리집 주인과 시간을 바꿨다는 것이다. 실제 조업이 언제 열릴지 몰라도, 맡긴 약속은 계속 조정할 수 있었다.

채린이 복도로 나왔다. 만석은 이번에는 보험이 있느냐고 묻지 않았다. 직접 현장을 볼 사람도 계속 오는지 물었다. 채린은 현재 작업 내역은 담당자와 함께 확인하고 있으며, 이후 방문 일정도 작업 책임자와 맞추겠다고 했다. 그녀 혼자 공사 현장을 평가한다고 말하지 않았다.

“오면 사진만 찍고 가지 말고, 은실네에서 밥 먹어요.”

만석의 말에 은실이 손을 들었다. 오려면 몇 명인지 미리 알려 달라고 했다. 채린은 오늘 바로 약속할 수는 없지만, 일정을 정하면 연락하겠다고 답했다. 만석은 기다리는 약속이 하나 더 생겼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가람은 이번에도 은실이 직접 연락받도록 했다.

주차장에서 재문이 전화를 했다. 상자를 일부 꺼내 줄인 뒤 정미와 연장 비용을 합의했고, 오늘 돈을 보냈다는 소식이었다. 정미도 입금 확인을 보냈다. 가람은 다른 사람의 돈을 대신 확인한 뒤 자기 장부에 넣는 대신, 두 사람이 합의와 입금 내역을 각각 보관하라고 했다.

재문은 이미 정미가 장부에 적었다며 웃었다. “변호사님보다 빠르네.”

가람은 정말 빠르면 좋겠다고 했다. 누군가의 평범한 약속이 자신 없이도 이행되는 날이 늘어야 했다. 은실은 버스 시간을 확인하고 먼저 정류장으로 걸었다. 만석이 따라가다 다시 가람을 불렀다.

“오늘 그 사진에 세희 씨 있었잖아.”

“측정기를 확인하는 장면이었습니다.”

“그 사람은 그때 뭘 더 알고 있었을까?”

가람은 자신도 물어야 할 질문이라고 했다. 사진 한 장이 세희를 모든 일의 책임자로 만들지는 않지만, 세희가 실제 알고 보고한 것을 안 물을 이유도 없었다. 만석은 그 차이를 머리로는 알겠다며 손가락을 관자놀이에 댔다. 마음까지 따라가는 데는 시간이 더 걸렸다.

해안의 오후 작업은 계획된 시간 안에 마쳤다. 가람이 도착했을 때 현장 책임자가 주민 입회자들에게 다음 날 바꿀 작업 위치를 설명하고 있었다. 전날과 같은 곳에 서면 일부가 보이지 않았다. 주민 한 명은 굳이 자리를 바꾸지 말자고 했고, 다온은 안전 통로와 관찰 자리를 같이 옮기는 이유를 설명했다.

만석은 먼저 새 자리를 걸어 봤다. 길이 젖어 있었고 좁은 구간이 있었다. 그는 자기보다 다리가 불편한 주민이 이 길을 걸을 수 있을지 물었다. 현장 책임자는 입회 인원과 이동 지원 방식을 다시 확인하겠다고 했다. 같은 자리에서 같은 설명을 하는 것만이 공정한 입회는 아니었다.

다온은 가람에게 새 대조 결과를 아직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재문의 영상과 세척 후보의 시각은 확인했지만, 그 시간에 관을 통해 이동했는지 다른 자료가 더 필요했다. 가람은 오늘 법정에서도 모르는 칸이 줄어든 것과 결론이 나온 것을 구분했다고 말했다.

“그 구분을 싫어하는 사람이 많죠.”

“저도 좋아서 하는 날만 있지는 않습니다.”

가람이 답했다. 다온은 잠깐 웃었다. 두 사람은 젖은 길을 돌아 올라왔다. 더 많은 자료를 찾는 동안 지금 볼 수 있는 사람을 놓치지 않는 일은, 각자의 직업과 별개로 계속 배워야 했다.

회사 담당자는 그날 저녁 홍보비를 정화 계정에서 집행하지 않겠다고 확인했다. 대신 주민 설명은 정해진 현장 안내로 계속하기로 했다. 가람은 그 연락을 만석과 은실에게 보냈다. 접힌 현수막이 어디로 갔는지 더 쫓지는 않았다. 오늘의 비용이 다른 목적으로 나가지 않은 것이 우선이었다.

채린은 다음 제출 자료에 보험사 내부 검토자와 회사 회신 담당자를 구분한 목록을 붙였다. 계정 기록과 사람의 기억을 대조해야 할 항목도 적었다. 가람은 명단을 보고 곧바로 누구를 법정에서 공격할지 정하지 않았다. 먼저 각 사람이 무엇을 직접 알 수 있었는지 표시했다.

세희의 이름은 그 가운데 있었다. 가람은 그녀에게 오늘 제출된 사진과 발언 범위를 알려 줬다. 허락 없이 그녀의 과거 얘기를 회사 전체의 해명으로 쓰지는 않았다고 했다. 세희는 잘 알겠다고 답하고 한동안 연락이 없었다.

가람은 사무실 불을 하나 끄고 창문을 열었다. 바다 냄새가 여기까지 오지는 않았다. 찻집에서 식어 버린 세희의 차가 떠올랐다. 누군가를 증인으로 부르는 일은 그 사람을 설명이 필요한 곳에 세우는 일이었다. 설명할 수 있다는 사실과 그 자리에 설 수 있다는 사실은 같지 않았다.

휴대전화가 울렸다. 세희였다. 가람은 바로 받았다. 세희는 내일 어디서 만나는지부터 묻지 않았다.

“제가 따로 남긴 종이가 있어요. 보고한 건데, 나중에는 없는 종이가 됐어요.”

가람은 무엇인지 먼저 말해 달라고 재촉하지 않았다. 세희가 한 번 더 숨을 고른 뒤, 그 종이를 누구에게 보여 줄지 자신도 정하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