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째 트랙은 비어 있다
지우고 싶은 소리
문주는 문손잡이를 놓쳤다가 다시 잡았다. 손바닥에 땀이 차 있었다. 지우자는 말을 꺼내는 일도 자기 이름을 내놓는 일만큼 어려웠다.
문주는 문손잡이를 놓쳤다가 다시 잡았다. 손바닥에 땀이 차 있었다. 지우자는 말을 꺼내는 일도 자기 이름을 내놓는 일만큼 어려웠다.
문주는 재생 버튼 위에 손을 올린 채 오지 않았다.
회의실 밖 복도에서 이솔이 그를 발견했다. 휴대전화 화면에는 첫 47초 캡처에서 허용받아 받은 짧은 청취 사본이 있었다. 원반을 새로 재생한 것이 아니었다. 문주는 그 파일을 오늘 회의에서 다시 들을 자신이 없다며 화면을 껐다.
“없애 달라고 한 말부터 지우고 싶네요.”
그가 말했다. 이솔은 아직 회의가 시작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한 번 입에 올린 생각을 반드시 실행할 필요는 없었다. 문주는 휴대전화를 가방에 넣고 회의실 문을 열었다. 노을이 촬영 때 쓰는 작은 받침을 정리하고 있었다. 오늘 탁자에는 원반이 없었다.
혜주가 방송국의 보관 책임자와 공개음원 담당자를 소개했다. 원본 보존, 물리 소유의 확인, 연주 사용, 공개에 관한 담당이 함께 앉았다. 문주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자기 47초를 둘러싸는 기분이 들어 의자 끝에 걸터앉았다. 수인의 이름이 나올 때마다 누군가 그 사람을 소유하는 말이 따라올까 두려웠다.
공개음원 담당자는 보호 구간을 온라인 안내에서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물었다. 음악이 없는 트랙을 미스터리로 설명한 홍보문이 클릭을 모았고 평가액에도 영향을 줬다. 문주는 그 문구를 보고 얼굴을 찡그렸다. 영원히 사라진 피아니스트의 마지막 숨이라는 줄이 있었다.
“누가 마지막이라고 했습니까?”
그가 물었다. 담당자는 이전 제작실의 자료에서 받았다고 답했다. 수인의 현재 상태를 아는 사람은 없었다. 태오는 그 문장이 보험평가의 자료에도 인용됐다는 것을 확인했다. 잘못된 문구가 값이 되고, 값이 다시 이야기의 진실처럼 돌아왔다.
이솔은 홍보문을 거두고 확인된 사실로 수정하는 안을 냈다. 47초의 의도적 보호 구간과 두 테이크의 편집, 출처가 확인된 자료만 남기고 실종의 최후 같은 표현은 지우자고 했다. 문주는 그 문장을 읽었다. 원반을 깨뜨리지 않고도 다른 사람이 마음대로 붙인 얼굴 하나를 떼어 낼 수 있었다.
보관 책임자는 원본을 폐기하는 요구가 들어오면 어떤 절차가 필요한지 설명하려 했다. 문주가 손을 들었다.
“오늘 제가 남의 물건을 없애 달라는 요구는 안 합니다.”
그는 말하고서 목을 만졌다. 자기가 수인을 지키던 사람이라고 말할 때마다 수인의 생각까지 대신 정할 위험이 있었다. 보호라는 이름을 붙이면 그 위험이 더 안 보였다. 그는 자신에게 준 사본은 듣지 않고 지울 수 있는지 물었다.
이솔은 그 사본의 사용 약조를 확인했다. 문주가 자기 청취파일을 삭제하는 것은 기관 원본을 없애는 일과 달랐다. 그는 휴대전화를 꺼냈다. 모두 앞에서 버튼을 누를 필요는 없었다. 문주는 화면을 자기 쪽으로 돌리고 파일을 지웠다. 휴지통까지 지울 것인지 묻는 창에서 잠깐 손이 멎었다.
태오는 문주가 울 줄 알았다. 그러나 그는 짧게 숨을 내쉬고 화면을 껐다. 오늘의 삭제는 수인이 세상에서 사라졌다는 증거가 아니었다. 문주가 밤마다 같은 소리를 돌려 듣지 않기로 정한 일이었다. 탁자 아래 그의 손이 조금 덜 떨렸다.
회의는 물리 원반의 권리를 다뤘다. 제작실이 제출한 장비 양도서에 원반 소유를 주장할 근거가 없었고 후대 별첨의 권한도 확인되지 않았다. 방송국이 기증받은 물건의 이전 권리는 다른 기증자료와 대조해야 했다. 보관자가 가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연주의 사용권까지 갖는 것은 아니었다.
태오가 질문을 했다. 원반이 실제 안전하게 보관돼 있으면 보험 소유자 변경은 누가 요청할 수 있는지, 제출자 권한이 부족하면 고가 특약의 평가를 어떤 범위에서 다시 보아야 하는지. 그 질문은 수인의 집을 찾지 않아도 받을 답이었다. 보관 책임자는 원반을 현재 수장고에서 외부 감정으로 옮기기 전에 권한과 품목을 좁히겠다고 말했다.
노을은 원본의 첫 캡처를 공개판으로 바로 쓸 수 없다고 했다. 장비 기준잡음과 분석용 파일, 청취용 사본은 따로 보존됐다. 누구에게 무엇을 들려줄지 정하지 않은 채 최고 해상도 파일을 홍보에 넣으면 과거의 잘못을 더 선명하게 복제할 수 있었다. 공개음원 담당자가 홈페이지 자료를 펼쳐 해당 파일 경로를 확인했다.
문주는 이번에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자기 기억을 묻는 사람이 생길 때 사용 범위를 말할 수 있었다. 합주 당시 손을 뗀 장면은 자신이 기억하는 말로 남기되, 현재 소재와 최후를 상상하는 문구에는 쓰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누군가 자기 말을 대신 요약한 문장을 읽고 한 단어를 고쳤다.
돌연. 그 단어였다. 그는 수인이 그 전에 물건을 돌려받고 대금을 물었던 행동을 말했다. 돌연이라는 한 단어는 그 손의 움직임을 없앴다. 담당자는 홍보문에서 그 말을 지웠다. 수정된 문장을 모니터에서 확인하자 문주는 눈을 감았다. 오늘 누군가에게 실제 돌려준 것은 원반보다 먼저 한 사람의 선택이었다.
혜주는 분리 보전 요청한 정산액의 현재 상태를 말했다. 첫 판매 표본의 피아노 참여 몫은 제작실의 일반 제작비에서 다시 집행하지 않는 답을 받았다. 이후 방송 사용료와 다른 판매 기간은 추가 대조할 일이었다. 문주는 그 돈이 자기에게 들어오는지 묻지 않았다. 자기 몫이 아닌 돈이 보호자라는 이유로 자기 계정에 붙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태오는 그 답을 듣고 자기 보고서의 연락인 칸을 지웠다. 문주가 자료 협조자라는 이유로 수인의 모든 권리를 대신 행사할 사람처럼 등록돼 있던 초안이었다. 그는 새 초안을 문주에게 보여 줬다. 문주는 한 번 읽고 고개를 끄덕였다. 자기 이름이 사라져서 손해 본 표정은 아니었다.
공개음원 담당자는 홍보문의 옛 문장을 고치며 혜주에게 화면을 보냈다. 바뀐 제목은 덜 자극적이었다. 담당자는 방문자가 줄면 자신이 설명해야 한다며 한숨을 쉬었다. 문주는 그 말을 듣고 손을 책상에서 뗐다. 다른 사람의 직업이 자기 한마디에 어려워질 수 있었다. 그는 제목을 다시 세게 써도 된다고 말하려다가 멈췄다. 수인의 삶을 마지막 숨이라고 붙여 방문자를 모으는 일을 자기가 허락할 권한은 없었다. 담당자는 화면에서 수인의 사진을 끌어내고 물리 원반의 라벨 사진만 남겼다. 클릭이 줄면 다른 안내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문주는 그에게 현재 연주자의 공연 소식은 어떠냐고 물었다. 담당자는 사용 허락이 있으면 새로운 음악의 안내를 따로 넣을 수 있다고 답했다. 사라진 얼굴의 그림자 대신 살아 있는 사람의 공연을 소개할 자리가 화면 끝에 생겼다.
회의가 끝날 무렵 태문이 전화로 답변을 보냈다. 수결이 후대에 보완된 것은 인정하지만 당시 구두 양도 합의가 있었다는 주장이었다. 그 합의를 들은 사람과 대금의 실제 지급을 요구하는 질문이 다시 나갔다. 태오가 아무 답도 없으니 거짓이라고 한 번에 끝내지는 않았다. 그러나 구두라는 새 말 하나로 오늘 확인된 장비 계약을 원반 계약으로 다시 쓸 수도 없었다.
혜주는 변경 요청을 철회할지 묻는 서면을 보냈다. 태문은 당장 답하지 않았다. 문주는 그 반응을 기다리며 자신도 듣지 못한 구두 합의를 기억해 내야 할 것 같은 압박을 느꼈다. 그는 이솔에게 그런 말을 들은 적 없다고 말했다. 기억이 비었다는 것과 합의가 없다는 것을 자신이 전부 증명할 수 없다는 것도 알았다.
이솔은 문주의 말을 그대로 받았다. 모르는 기억을 찾느라 그를 밤새 붙잡지 않았다. 탁자 위에서 필요한 종이가 정리되자 문주는 의자에 등을 기댔다. 처음 들어올 때보다 더 깊이 앉을 수 있었다.
밖에서 청년이 기다리고 있었다. 문주가 연습에 오겠다고 약속한 날이었다. 청년은 회의가 이렇게 길 줄 몰랐다며 라면을 사 왔다. 물이 불어서 면이 부었다. 문주는 젓가락을 받아 맛있겠다고 거짓말하지 않았다.
“엄청 불었네요.”
“돈 주고 샀어요.”
“그러니까 먹어야죠.”
둘은 복도 끝 휴게실에서 라면을 먹었다. 태오도 남은 한 젓가락을 얻었다. 오래된 원반을 다루는 사람이 뜨거운 면을 소리 내 먹는 것이 우습고 좋았다. 노을은 컵을 원본 자료가 있는 방으로 가져가지 못하게 했다. 그 말에 모두 웃으며 문을 닫았다.
청년은 자기 새 곡에 쉼표가 너무 많다고 선생에게 지적받았다고 했다. 문주는 왜 쉼표를 썼는지 물었다. 청년은 손이 아파서 쉬고 싶었다고 답했다. 문주는 한동안 웃지 못했다. 과거의 보호판을 설명하려 만든 큰 문장보다 지금 손 아파 쉬고 싶다는 말이 더 솔직했다.
“그럼 손 안 아프게 쳐요. 쉼표는 그다음에 고치고.”
문주가 말했다. 청년은 그 답이 마음에 든 듯 고개를 끄덕였다. 누구도 그의 쉬는 시간을 다른 연주자의 실종 암호로 바꾸지 않았다.
그날 밤 공개 안내문의 수정본이 올라오기 전 내부 확인 화면이 왔다. 확인된 47초, 두 방의 보존 음향, 편집의 흔적, 미상 연주자 P. 수인의 사진과 이름을 새로 공개하는 문구는 없었다. 문주는 자기 청취파일이 사라진 휴대전화로 그 화면을 봤다. 없앤 것과 남긴 것이 각각 자기 자리에 있었다.
태오는 보험 목록에서 소유자 변경 보류가 유지됐다는 답을 받았다. 소유자와 연주권, 공개와 돈이 한 묶음으로 붙어 있던 서류가 풀렸다. 이솔은 내일 실제 남은 원반의 외부 감정 목록을 보러 가겠다고 했다. 열두 관리번호가 기다리고 있었다. 서류의 이름을 바로잡은 다음에는 그 이름 아래 놓인 둥근 물건들을 안전하게 만날 차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