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심 43미터의 종
저울 위의 두 통
새벽 두 시, 미례가 보온병을 흔들었다.
새벽 두 시, 미례가 보온병을 흔들었다.
바닥에 남은 물이 한 번 출렁였다. 해솔의 빈 컵을 채울 만큼은 아니었다. 그는 밖에 나가 물을 가져오겠다고 했다. 우찬이 말리려다 말았다. 세 사람이 같은 종이를 내려다본 시간이 너무 길었다. 해솔은 문을 열고 잠깐 찬바람을 맞았다. 어제의 바다보다 보관장의 콘크리트가 더 차갑게 느껴졌다.
계근 담당은 장부를 가슴에 품고 왔다. 퇴근했다가 전화를 받고 돌아온 사람이었다. 그는 미례를 보자 오늘도 자지 않았냐고 물었다. 미례가 고개를 끄덕였다. 담당은 낮에 자기 입으로 용기 기준이 다르다고 한 순간부터 잠을 잘 수 없었다고 말했다. 아무도 누구의 밤이 더 무거운지 비교하지 않았다.
두 작은 회수 용기는 낮에 본 그대로였다. 하나는 다른 색 뚜껑이었다. 우찬은 그것을 세 번째 용기처럼 다시 세지 않았다. 같은 수집번호가 같은 자리에 붙어 있었다. 직원이 대차를 밀어 가져왔다. 밀봉한 통을 열지 않고 저울에 놓기 위해 손잡이를 잡았다. 해솔이 먼저 손을 내밀자 직원은 장갑 종류를 보았다.
“그건 물에 들어가는 장갑이죠. 이쪽 것을 쓰세요.”
해솔은 자기 장갑을 벗었다. 바다에서는 익숙한 손이 여기서는 서툴렀다. 새 장갑을 끼자 손끝이 덜 움직였다. 손잡이 아래로 다른 손을 넣어 받쳤다. 통이 대차 턱을 넘어올 때 안의 액체가 낮게 움직였다. 미례는 한 발 물러났다. 숫자를 알고 싶다고 통 안을 들여다볼 필요는 없었다.
저울의 숫자가 흔들렸다. 바닥에 닿은 대차 바퀴가 플랫폼을 건드리고 있었다. 담당이 바퀴를 옮기자 숫자가 멈췄다. 우찬은 처음 뜬 값을 지웠다. 해솔은 다리를 뒤로 빼며 통의 그림자를 보았다. 바닥 그림자가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이 숫자가 멈추는 것보다 먼저 눈에 들어왔다.
용기 자체 무게는 수집 때의 빈 통 원표에 있었다. 한 통을 빌려 온 탓에 규격만 보고 다른 통의 빈 무게를 적용한 줄이 있었다. 우찬이 서로 다른 두 원표를 놓았다. 담당은 장부에 적은 자기 글씨를 보며 머리를 긁었다. 급한 밤에 모두 같은 통처럼 보였다. 다른 색 뚜껑이 달린 것은 그 말을 믿지 않는 작은 표였다.
두 통의 내용물은 합쳐 0.18톤이었다. 미례가 계산기를 눌렀다. 그 안에는 회수액이 있었고 남은 흡착재는 별도 묶음이었다. 그것을 다시 넣으면 같은 것을 두 번 셀 수 있었다. 우찬은 수집번호마다 장부에서 줄을 그어 한번만 움직였다. 칸이 적어질수록 오늘 찾은 것이 분명해졌다.
흡착재 원표는 맨 아래 상자에서 나왔다. 물과 원래 재료가 섞여 있었다. 담당은 이 무게를 화물 원량으로 모두 더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해솔이 잘라 쓰려고 들고 온 빈 종이에 두 숫자를 적었다. 수집물 전체와 대상 물질로 환산할 범위가 달랐다. 분석기관에서 이미 분류한 표가 있었지만 합계 장부에 들어오지 않았다.
“저걸 못 봤다는 거네요.”
미례가 말했다. 목소리가 평평했다. 담당이 맞다고 했다. 우찬은 분석 표에 붙은 수집번호를 회수 경로와 다시 대조했다. 유출물 회수분으로 분류한 0.42톤 상당이 별도로 계산됐다. 그것은 바다에서 건진 젖은 흡착재 전체 무게가 아니었다. 미례는 계근표 위의 큰 1.4를 두 번 지우지 않고 옆에 작게 썼다.
12.4, 0.18, 0.42. 현재 같은 기준으로 더한 것은 13.0톤이었다.
차이는 0.8톤 남았다.
보관장 문이 밖에서 쿵 울렸다. 새벽 배송차가 도착했다. 직원이 문을 열러 갔고 미례는 차가워진 계산기를 양손으로 감쌌다. 숫자를 줄이면 마음도 그만큼 가벼워질 줄 알았다. 줄어든 것은 잘못 세어 놓은 빈칸이었다. 바다에 있는 사람이 하나라도 돌아온 것은 아니었다. 해솔이 새로 채운 보온병을 놓았다. 미례는 오늘 따뜻한 것을 마시면 기뻐하는 것 같을까 봐 잠깐 컵을 받지 않았다.
“오늘 내 목소리 이상해요?”
미례가 물었다. 해솔은 졸린 목소리라고 답했다. 미례가 처음으로 웃었다. 죄책감이나 마음의 복잡함을 먼저 읽어 주는 사람보다 졸려 보인다고 말하는 사람이 필요했다. 그는 컵을 받아 물을 마셨다. 물이 뜨거워 혀를 조금 데었다. 살아 있는 몸이 단순한 이유로 아파지는 순간이 낯설었다.
담당이 돌아와 빈 통 원표 한 장을 다시 보여 주었다. 뒤에 날짜가 쓰였다. 사인펜으로 쓴 숫자가 다른 장부의 날짜와 하루 달랐다. 수집은 밤, 입고는 자정을 넘긴 뒤였다. 해솔이 문 앞의 시계를 가리켰다. 그들도 이미 어제부터 오늘까지 같은 방에 있었다. 미례는 두 날짜를 나란히 적었다. 하나를 지우면 작업이 끊겨 보였다. 담당이 자기 집에도 아직 들어가지 못한 채 일한 사람들의 이름을 말하다가 멈췄다. 미례는 그 이름을 지금 공개할 필요는 없고 원표에는 남겨 달라고 했다.
배로 가기 전 미례는 대기실 의자에서 십 분만 눈을 붙였다. 알람을 세 개 켰다가 해솔이 깨워 주겠다는 말에 하나를 껐다. 나머지는 자기 손으로 남겼다. 해솔은 그가 잠든 틈에 컵을 씻었다. 컵 안의 커피 자국이 물에 풀렸다. 돌아온 통 두 개의 무게를 찾는 밤에 누구의 잠 한 조각까지 물건처럼 잃을 필요는 없었다.
미례가 펜을 내려놓았다. 절반 가까운 무게가 돌아왔는데 기쁘다고 바로 말할 수 없었다. 어디서 누구의 손을 거쳐 왔는지 하나씩 찾은 무게였다. 그러나 아직 남은 바다가 있었다. 담당은 전부 맞춰 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다. 미례는 맞춘다는 말 때문에 나머지를 다른 장부에서 가져와 덮을까 봐 그를 보았다.
“있는 것만 보여 줘요. 없는 건 같이 보게.”
담당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빈 계근칸을 그어 지우지 않았다. 우찬은 분석기관에 시료의 환산 기준을 확인할 질문을 남겼다. 지금 0.8이 어느 틈에서 빠졌는지는 조사와 추가 회수의 질문이었다. 해솔은 그 숫자가 작아졌다고 잠수 구역이 덜 위험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몸으로 알았다.
해 뜨기 전에 해솔은 작업선으로 갔다. 전날 정한 두 배 중 수색 배는 먼저 장비를 받고 있었다. 위험화물 대응 배는 회수장비와 인원을 실었다. 선장이 연료비를 누가 내느냐고 물었다. 미례가 보드에 적힌 하루 계약을 보여 주었다. 그는 공동 의결한 기금에서 나간다고 말했다. 남은 0.8톤을 찾으면 배를 오늘 빌리지 않아도 되냐고 누군가 물었다.
현장 책임자는 이송과 외부 포집은 오늘 진행한다고 했다. 이미 회수해 놓은 위험물도 움직여야 했다. 기금을 아끼려고 장비의 날짜를 바다의 숫자에 걸어 놓을 수는 없었다. 미례는 그 설명을 듣고 지출표의 날짜를 썼다. 해솔은 숫자를 보고 밤새 잠을 못 잤다는 사람이 실제 선장이 되어 배를 움직이는 장면을 보았다.
오전 수색은 맑은 구역부터 시작했다. 해솔과 동료 잠수사는 어제 본 금속판 쪽으로 돌아갔다. 빛이 들어와도 해저의 구석은 검었다. 해솔은 자기 손전등이 닿는 곳만 앞으로 갔다. 작은 판 뒤에는 가는 줄이 있었다. 판이 그 줄에 매달린 것인지 바닥의 다른 줄과 겹친 것인지 가까워져야 보였다.
동료가 멈춤 신호를 보냈다. 해솔은 바로 몸을 세웠다. 부력 때문에 발끝이 올라가며 뒤쪽의 물이 흔들렸다. 얇은 침전물이 피어났다. 판의 글자 절반이 사라졌다. 동료는 바닥을 가리키고 손을 펼쳤다. 줄이 판 뒤가 아니라 해솔 발 뒤로 지나가고 있었다.
해솔은 발을 크게 빼지 않았다. 발의 방향을 조금 바꾸고 줄의 그림자를 봤다. 힘을 주면 무엇이 따라올지 몰랐다. 동료가 빛을 옮겨 줄의 한 부분을 드러냈다. 손가락이 아니라 빛으로 좁은 길을 만들었다. 해솔은 그쪽으로 천천히 몸을 옮겼다. 줄은 움직이지 않았다.
통신으로 회수 대상이 보였다는 말을 전했다. 책임자는 주변 연결 확인 전에는 인양하지 않겠다고 했다. 해솔은 대답하고 가까운 바닥 바깥쪽에 위치표지를 놓았다. 오늘 얻은 것은 끝의 숫자만이 아니었다. 판이 어떻게 놓여 있고 길이 어디로 이어지는지 알았다. 가까이 갔으나 잡지 않고 돌아설 수 있었다.
귀환하려는 순간 동료의 전등이 꺼졌다. 한 번 빛이 깜박였고 완전히 사라졌다. 해솔은 자기 빛을 동료 얼굴에 비추지 않았다. 마스크 너머 눈이 더 못 보게 된다. 앞의 귀환선을 비췄다. 동료가 손을 뻗어 줄을 잡았다. 해솔은 뒤쪽 그림자가 따라오는지 보며 함께 나왔다.
수면으로 올라온 동료가 예비등을 쓰려 했는데 스위치에 손이 늦었다고 말했다. 해솔은 자기 빛을 먼저 썼다고 했다. 동료는 왜 고장 났는지 확인하겠다고 장비를 내려놓았다. 현장 책임자는 오늘 그 등의 사용을 중지했다. 누구의 장비가 더 오래 쓸 수 있는지 경쟁할 일이 아니었다.
미례가 얼굴을 보러 왔다. 해솔은 판의 온전한 번호는 아직 읽지 못했다고 말했다. 미례는 두 사람이 함께 돌아온 것을 봤다고 답했다. 그는 말을 하기 전에 멈췄다가 새 숫자를 가족들에게 전했다. 밤의 장부로 확인한 회수분과 아직 남은 차이, 오전의 위치표지와 작업 종료. 오늘의 사실들은 서로의 자리를 빼앗지 않았다.
우찬은 육상에서 초안 도착지 쪽 원표를 받았다. 동해자원 회수창고에는 청람호의 화물이라고 적힌 처리 예약이 있었다. 실제 반입 기록은 없었다. 예약에 취소라는 글자가 옅게 남았다. 처리 담당이 취소 요청은 받았지만 원본을 발송한 적이 없는 초안이라고 했다. 우찬은 작성 시각을 요청했다.
전화 너머 사내가 서류를 넘겼다. 종이 마찰음이 길었다. 해솔은 배의 좁은 통로에서 자기 몸을 지나간 줄을 떠올렸다. 물속에도 종이 위에도 무엇이 연결됐는지 보기 전에 당겨서는 안 되는 길이 있었다. 그러나 오늘은 한 번의 어둠을 함께 건너고 0.6톤의 기록을 자기 자리로 옮겼다. 우찬이 새 원표를 보냈을 때 해솔은 잠수복을 말리는 줄을 먼저 단단히 묶었다. 젖은 소매가 바람을 받으며 앞으로 펄럭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