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판 위 다섯 센티
네 번째 손잡이
교육실의 공구 서랍에는 손잡이가 네 개 달려 있었다. 소라온은 맨 아래 손잡이를 잡았다가 팔을 거뒀다. 상체를 깊이 숙여야 서랍 안이 보였다. 지난 금요일 떨어뜨린 나사를 찾을 때와 같은 각도였다. 그는 첫날부터 책상을 바꾸자고 말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교육실의 공구 서랍에는 손잡이가 네 개 달려 있었다. 소라온은 맨 아래 손잡이를 잡았다가 팔을 거뒀다. 상체를 깊이 숙여야 서랍 안이 보였다. 지난 금요일 떨어뜨린 나사를 찾을 때와 같은 각도였다. 그는 첫날부터 책상을 바꾸자고 말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정은은 출석표를 내려놓고 기다렸다. 라온 옆자리의 중년 남자가 자기 서랍을 힘껏 당겼다. 안에 든 렌치가 한꺼번에 앞으로 쏟아졌다. 남자는 허리를 짚고 웃었다.
“나도 첫날부터 민원 넣어야겠네.”
라온도 웃었다. 남자는 용수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예전에 배관 일을 했고, 지금은 손에 힘이 오래 유지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가 공구를 주우려 하자 정은은 두 사람에게 오늘 쓸 것부터 골라 상판 위에 놓자고 했다. 서랍은 공구를 넣는 장소이지, 모든 사람이 같은 자세로 여는 시험지가 아니었다.
라온은 낮은 서랍의 수납함만 올려 달라고 요청했다. 정은이 함을 올리자 그는 필요한 네 가지를 직접 골랐다. 불필요한 공구가 빠지니 손을 옮길 공간이 생겼다. 금요일에는 넓은 작업대가 좁게 느껴졌는데, 오늘은 같은 크기의 상판에 빈자리가 보였다.
열두 주 과정의 첫 실습은 해체가 아니라 분류였다. 케이블 고정부품과 비슷하게 생긴 부품들이 한 봉지에 들어 있었다. 라온은 보자마자 손이 먼저 나갔다. 익숙한 것들을 오른쪽에 모았다. 용수는 천천히 하나씩 뒤집어 보고 왼쪽에 모았다.
“저건 다른 거예요.”
용수가 라온의 오른쪽 더미를 가리켰다. 라온은 작은 와셔를 집었다. 겉지름은 같았지만 두께가 달랐다. 사고 전 공장에서 통째로 받은 봉지 안에서는 같은 규격일 거라고 믿고 집어 들던 물건이었다. 여기서는 섞여 있었다.
“눈은 내가 빠른데 뒤집는 건 선배가 빠르네요.”
“빠르긴. 손에서 놓칠까 봐 오래 잡고 있는 거지.”
용수는 그 말을 하다가 부품 하나를 떨어뜨렸다. 두 사람은 동시에 바닥을 봤다. 라온이 긴 집게를 잡고, 용수는 굴러간 방향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집게가 부품을 물었을 때 작은 박수가 났다. 다른 교육생이 쳤다. 용수는 우승한 사람처럼 고개를 숙였다.
정은은 네 주마다 작업환경과 결과를 함께 볼 것이라고 다시 설명했다. 오늘 분류한 부품은 교육용이고, 고객 의자를 손대는 단계가 아니었다. 라온은 자기 기록지 첫 줄에 ‘두께 확인’이라고 썼다. 시간을 재기 전에 잘못 고른 것을 빼는 일을 배웠다.
점심 뒤에는 작은 조립 지그를 썼다. 라온은 금요일 평가에서 가까이 옮긴 위치를 기억해 상판 안쪽에 놓았다. 용수는 반대편에서 힘을 받칠 수 있는 자리를 골랐다. 두 사람의 팔이 한 번 부딪혔다. 라온은 지그를 자기 쪽으로 조금 더 옮겼다가, 용수의 손목이 꺾이는 것을 봤다.
“이 위치는 내가 편한 것만 보고 잡았네요.”
그들은 지그를 돌렸다. 어느 쪽에서도 팔을 과하게 뻗지 않는 사선이 나왔다. 고정볼트를 조일 때 용수의 손이 떨렸다. 라온은 바로 대신 조이지 않고 물었다. 용수는 지그가 돌아가지 않게 받쳐 달라고 했다. 라온은 요청한 면만 잡았다.
이번에는 용수가 라온에게 같은 질문을 했다. 라온은 케이블을 놓는 동안 반대편을 지지해 달라고 말했다. 두 손이 서로의 작업을 가로채지 않고 물건을 사이에 두었다. 마지막 부품이 자리에 앉았다. 금요일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둘 중 누구도 바닥에 물건을 남기지 않았다.
“다음에는 혼자도 해봐야죠.”
라온이 말했다. 정은은 혼자 할 때 쓸 고정도구도 차례로 시험할 것이라고 했다. 용수는 오늘은 자기가 공짜 지그였다고 웃었다. 라온은 점심 커피를 자신이 샀으니 완전히 공짜는 아니라고 받아쳤다. 용수가 수납함을 가리켰다.
“커피 한 잔에 일 너무 많이 시키는데.”
라온은 웃으며 완성된 연습용 장치를 내려놓았다. 새 직장에 들어간 것이 아니라 첫 수업을 마친 날이었다. 그런데 출석표에 적힌 자기 이름 옆에 빈칸 하나가 채워지자, 다음 주 같은 자리에 돌아오는 일이 구체적으로 느껴졌다.
수요일에 컬링장에 도착했을 때는 손이 평소보다 피곤했다. 그는 미란에게 오늘 교육에서 어떤 동작을 했는지 짧게 말했다. 미란은 처음 두 돌 뒤 상태를 보자고 했다. 단비는 스틱을 넘겨주다가 라온의 가방에서 보이는 작은 투명함을 발견했다.
“학교 준비물 같네요.”
“그렇지. 나사 잃어버리면 혼나.”
“형은 벌써 잃어버렸잖아요.”
혜주가 뒤에서 웃었다. 라온이 억울한 얼굴을 하자 단비는 찾아서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진수는 기록기를 준비하며 자기 학창 시절 공책을 가장 자주 잃어버렸다고 말했다. 혜주는 지금도 기록을 잘 흘린다며 시간을 확인했다. 열아홉 시였다.
첫 배치는 상대 역할 돌 두 개가 하우스 앞쪽을 지키고 있었다. 진수는 라온에게 바깥 가드를 요구했다. 라온은 목표를 복창하고 눈을 그 선에 먼저 옮겼다. 의자를 정지한 상태로 맞춘 뒤 스틱 끝에 스톤을 걸었다. 손을 뻗는 거리를 짧게 조정하니 교육실에서 지그를 가까이 옮긴 감각과 닮았다.
첫 돌은 바깥에 섰다. 조금 높았지만 길을 만들었다. 라온은 스틱을 내려놓고 손을 폈다. 팔의 당김이 크게 늘지 않았다. 두 번째 목표는 가드 뒤가 아니라 반대쪽 앞자리였다. 그는 첫 돌의 힘을 그대로 기억하되 선을 다시 봤다.
이번 돌은 중앙을 넘지 않고 하우스 앞쪽에 멈췄다. 두 돌이 같은 편에 몰리지 않았다. 혜주가 자기 차례를 준비하면서 낮게 말했다.
“오늘은 둘이 서로 안 싸우네요.”
라온은 자기 첫 두 돌을 보았다. 단비에게 ‘다음엔 둘 다 좋게’라는 말을 들은 뒤 꼭 그런 돌을 던져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지금 두 돌은 완벽하지 않았지만, 다음 사람이 들어갈 자리를 서로 남겼다.
혜주의 드로가 높은 가드 뒤로 조금 길게 들어갔다. 단비는 그 돌을 이용해 상대 앞돌을 건드리고 싶어 했다. 진수는 강한 히트를 부르다가 멈췄다. 바깥 가드와 하우스 사이가 생각보다 좁았다. 단비가 스틱을 들어 기다렸다.
“대안은요?”
단비가 물었다. 진수는 마지막 돌에서 대안을 미리 정하겠다고 말했던 것을 떠올렸다. 그는 붙이는 선을 함께 설명했다. 단비는 자신의 힘으로 상대 돌만 정확히 밀어내는 길보다, 그 돌 옆에 멈춰 다음 직선을 막는 쪽을 선택했다.
돌이 느리게 굽었다. 다섯 센티쯤 남았을 때 단비는 자기도 모르게 바퀴를 쥐었다. 누구도 얼음 위로 손을 뻗지 않았다. 스톤이 상대 돌에 살짝 닿고 멈췄다. 높은 소리가 아니라 낮은 접촉음이었다. 혜주가 숨을 내쉬었다.
“붙었어요.”
단비는 곧장 웃지 못하고 돌을 두 번 봤다. 정면 길이 막혀 있었다. 강하게 치우는 대신 남겨 둔 돌이 더 성가신 모양을 만들었다. 그녀가 진수에게 엄지를 들어 보였다. 진수도 웃었다. 라온은 교육실에서 서로의 손을 대신하지 않고 지그를 받친 장면을 떠올렸다.
진수의 마지막 돌은 안쪽을 돌아 들어가야 했다. 그는 놓는 순간을 서두르지 않았다. 스톤은 혜주의 돌 앞에서 멈췄고, 모의 배치에서 자기 팀 돌 하나가 가장 가까운 자리를 차지했다. 미란이 아직 투구한 선과 목표를 같이 보라고 하자 네 사람이 한꺼번에 떠들었다. 서로 무엇이 좋아졌는지 말하느라 순서가 엉켰다.
미란은 웃으며 손가락 하나를 들었다. 남은 시간은 짧았다. 그들은 같은 출발 배치를 한 번 더 만들었다. 두 번째에는 라온의 가드가 너무 안으로 들어갔다. 혜주의 길이 좁아졌다. 라온이 미안하다고 하자 혜주는 자기가 다른 길을 보겠다며 눈높이를 낮췄다.
그녀의 돌은 바깥을 크게 돌고 하우스 가장자리에서 멈췄다. 목표보다 멀었지만 들어갈 길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단비는 첫 배치처럼 붙이려다가 상대 역할 돌을 살짝 밀어 옆으로 빠졌다. 진수는 이번에는 마지막 돌을 던지기 전에 오늘 배치가 바뀐 이유를 짧게 짚었다. 한 점을 만드는 데 실패해도 처음 돌부터 순서를 볼 수 있었다.
스무 시가 되자 혜주가 종료를 알렸다. 단비가 방금 붙인 돌을 다시 던지고 싶다고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라온은 그 표정을 보고 내일 교육실에 혼자 남아 한 번 더 조립하고 싶었던 자신을 떠올렸다. 다음 시간에 쓸 목표를 적는 것으로 손을 거뒀다.
장비를 넣는 동안 진수가 물었다.
“교육실에서는 누구랑 같이 해?”
라온은 용수를 설명했다. 손이 느린데 부품 두께를 먼저 알아보는 사람이라고 했다. 혜주는 팀에도 느린 사람이 있는데 기록은 제일 빠르다고 자신을 가리켰다. 단비는 아무도 느리다고 말하지 않았는데 왜 스스로 그러느냐고 했다. 혜주는 웃으면서 오늘 붙임 성공 표시를 보여 줬다.
용수에게서 사진이 왔다. 교육실에서 떨어뜨렸던 부품 하나를 작은 접시 가운데 놓고 찍은 사진이었다. ‘오늘의 우승컵.’ 라온은 컬링장 배치 그림을 답으로 보냈다. 용수는 복잡해서 모르겠지만 빨간 동그라미가 더 많으니 이겼냐고 물었다. 라온은 점수가 아니라 돌 위치라고 설명하다가 통화를 눌렀다. 두 사람이 웃는 사이 용수는 자기 집 공구 서랍도 하나 올렸다고 말했다. 다음 수업에 그 사진을 함께 가져오기로 했다.
라온은 집으로 돌아와 투명함을 작업대에 놓았다. 케이블 조립 기록과 컬링 기록이 서로 다른 종이에 남았다. 그는 네 번째 손잡이를 열기 어려웠던 장면을 적다가 지웠다. 대신 다음 수업에 수납함을 어디에 놓을지 간단한 그림을 그렸다. 같은 그림 옆에는 바깥 가드 두 개를 그렸다. 오늘 손이 만든 자리가 둘이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