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째 트랙은 비어 있다
돈이 멈춘 방
정산 담당자의 손톱에 붉은 매니큐어가 남아 있었다.
정산 담당자의 손톱에 붉은 매니큐어가 남아 있었다.
지난밤에 지우다 만 색이었다. 그는 태오에게 그 손을 보이지 않으려고 계산기를 바짝 끌어당겼다. 제작실에서 일한 것은 오래됐지만 수인의 돈을 개인적으로 관리한 적 없다고 했다. 이솔은 그를 과거의 모든 지시를 기억하는 사람처럼 부르지 않았다. 오늘 그가 가져온 지출결의서와 관련 계정의 거래명세가 탁자에 놓였다.
양도금. 태오는 그 세 글자를 먼저 읽었다. 수인의 이름은 돈을 받은 사람 칸에 없었다. 내부 정산계정으로 이체됐다는 숫자가 있었다. 정산 담당자는 당시 회사가 개인 지급 전에 돈을 모아 두는 방식을 썼다고 했다. 태오가 그 다음 이체를 묻자 그는 자료가 없다고 답했다.
“없어서 못 찾은 겁니까, 지급하지 않은 겁니까?”
담당자는 계산기를 내려놓았다. 잘못 말하면 모든 미지급을 자기에게 씌울 것 같다는 얼굴이었다. 태오는 어제 검사실에서 태문을 받쳤던 손으로 자료를 뒤집었다. 이 계정에 들어온 돈은 다른 지출과 섞여 있었다. 받은 돈 한 줄만으로 누가 마지막에 손에 쥐었는지 말할 수는 없었다.
이솔이 빈 지급확인서를 내밀었다. 제작실이 제출한 양식이었고 수령인 칸은 공란이었다. 담당자는 서류가 원래 그랬다고 했다. 돈은 현금으로 줄 때도 있고 계약이 끝나면 장부에 맞춰 넣기도 했다는 답이었다. 태오의 어깨가 굳었다. 종이가 없으면 지급했다고 말하고, 돈이 없으면 종이를 보라고 하는 구조였다.
“그때 현금을 찾은 날짜부터 봅시다.”
태오는 목소리를 낮췄다. 담당자는 오래 보관한 회사 거래명세를 폈다. 개인의 현재 통장을 열어 달라는 요청은 없었다. 관련 계정의 자료를 제출할 권한은 제작실이 정해 줬고 다른 직원의 급여는 가림 처리돼 있었다. 그러나 그 가림 아래 해당 금액이 현금 인출된 행은 없었다.
담당자가 날짜를 다시 넘겼다. 일주일, 한 달, 분기 끝. 다른 금액의 현금은 나왔지만 양도금에 대응하는 지급은 찾지 못했다. 회사의 세금 신고자료에도 같은 돈은 지급 완료된 연주자 대금이 아니라 미정산 부채로 남았다. 태오는 그 줄을 보고 펜 끝을 멈췄다.
“왜 양도금 지급이라고 내셨습니까?”
정산 담당자는 자기 입으로 지급 완료를 말한 적 없다고 했다. 지출결의서가 있으니 옛 목록과 함께 보냈을 뿐이었다. 태문 제작실의 답변서에서는 그 결의서를 지급증명으로 불렀다. 서류 제목을 가진 돈과 실제 손에 닿은 돈 사이에서 한 사람이 다시 이름을 잃고 있었다.
담당자는 갑자기 가방을 열었다. 안에서 작은 음표 스티커가 떨어졌다. 아이가 음악학원에서 받아 붙여 준 것이었다. 그는 그것을 주워 지퍼 안에 넣다가 이솔에게 보여 줬다.
“우리 애는 수업료 하루만 늦어도 혼나고 와요. 옛날에는 회사가 늦게 주는 건 다들 참는 줄 알았어요.”
말을 끝낸 뒤 그는 얼굴을 붉혔다. 핑계처럼 들릴까 봐서였다. 이솔은 스티커를 탁자 위에서 밀어 주며 그날의 장부를 마저 보자고 했다. 직원이 지금 느끼는 후회가 실제 지급의 빈칸을 채워 주지는 않았다. 그래도 후회를 입 밖으로 꺼낸 손은 다음 장을 숨기지 않았다.
미정산 부채는 이듬해 다른 계정으로 넘겨졌다. 금액이 갑자기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제작비 정산에 합산됐다. 받는 사람 칸에 수인은 없고 법인 이름만 있었다. 담당자는 이것이 개인에게 지급한 기록은 아니라고 말했다. 자기가 확인할 수 있는 결론을 스스로 고른 것이다.
태문에게 전화가 갔다. 그는 양도대금은 계약에 따라 처리됐다고 말했다. 누가 실제 받았는지 질문에는 오래된 담당자가 기억하지 못할 수 있다며 정산 담당자를 탓했다. 옆에서 듣고 있던 담당자의 손이 계산기를 눌렀다. 숫자가 아니라 같은 버튼이 계속 눌렸다.
이솔이 전화기를 스피커로 돌릴지 물었다. 담당자가 직접 고개를 끄덕였다. 태문은 자기 말이 들린다는 것을 알고 잠시 조용해졌다. 담당자는 자료에서 확인한 미정산 부채와 계정 대체를 읽었다. 태문은 불편한 서류만 골랐다고 했다. 담당자는 그럼 빠진 지급자료를 달라고 답했다.
태오는 담당자를 대신해 소리치지 않았다. 자기 이름으로 읽는 숫자가 필요했다. 전화가 끝나자 담당자는 계산기를 밀어 놓고 손을 무릎에 뒀다. 손톱 끝의 붉은 색이 보였다. 그는 다음에 이 일을 자기 회사에서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두려웠지만 오늘의 장은 이미 제출돼 있었다.
노을은 그날 회의에 오지 않았다. 원반의 외부 감정에 앞서 현재 보관 상태를 확인하고 있었다. 태오에게 온 사진에는 보관함 열두 개가 보였다. 일흔두 장을 넣을 수 있다는 주문 상자와 다른, 실제 개별 관리번호가 붙은 물건들이었다. 태오는 사진을 바로 문주에게 보내지 않았다. 오늘 듣는 사람의 권리와 보존하는 물건의 위치는 다른 요청이었다.
혜주는 기관 회의실에서 기다렸다. 회수해야 할 돈을 지금 바로 지급할 방법을 묻는 사람들이 있었다. 수인을 찾아 부르면 모든 서류에 사인을 받을 수 있지 않느냐는 말도 나왔다. 문주는 의자를 뒤로 밀었다. 밖으로 나가려다 문턱에서 멈췄다.
“그 사람은 회사가 내민 종이에 자기 삶을 다 넣고 싶지 않았어요.”
문주의 목소리가 낮았다. 누군가 법적으로 돈 받으려면 이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주는 다 아는 척하지 않았다. 그런 절차가 있을지 몰라도 지금 이 방에서 수인이 어디 사는지 찾자고 정할 이유는 없다고 했다. 그가 자기 기억 하나를 돈 받는 법의 지름길로 내놓지 않았다.
혜주는 미상 연주자 P 명의의 관련 미정산 몫을 별도 보전하는 안을 가져왔다. 즉시 개인에게 지급했다는 결과는 아니었다. 나중에 권한 있는 사람이 받을 수 있도록 제작비 일반계정에서 다시 쓰지 못하게 두는 것이었다. 실제 대상과 액수는 서류 검토를 거쳐 정해야 했다. 오늘은 회사 내부 계정으로 사라진 돈을 더는 다른 제작비로 돌리지 않을 요구였다.
태오는 자기 회사의 손해 조사 의견에 그 내용을 넣었다. 지급했다고 적힌 돈이 실제 지급자료로 뒷받침되지 않았고, 별첨의 양도권한도 확인되지 않았다. 소유자 변경을 미루기 위해 기술 검사만 더 기다릴 필요는 없었다. 다른 독립 빈칸이 이미 드러났다.
문주는 의자에 다시 앉았다. 정산 담당자가 주머니에서 작은 음표 스티커를 꺼내 책갈피에 붙였다. 방 안에서 아무도 노래하지 않았지만 그 작은 그림 때문에 문주는 오래전 급여봉투가 빈 채 돌려오던 날을 떠올렸다.
“나는 수인이 돈 얘기하면 연습 분위기를 깬다고 생각했어요.”
그가 말했다. 태오는 처음에 자신도 이 사건을 비싼 원반의 돈 문제로만 봤다고 답했다. 두 사람은 서로의 후회를 먼저 비교하지 않았다. 이름을 붙여 부를 수 있는 잘못이 자기 안에도 있었다.
회의가 끝나고 이솔은 문주와 별관 앞을 걸었다. 문주는 여전히 보관실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오늘의 청년은 문밖에서 케이스를 닦고 있었다. 공연장에서 한 곡의 연주료를 받았다고 자랑했다. 금액은 작았지만 자기 이름이 지급표에 제대로 적혔다고 했다.
문주는 그 종이를 보겠다고 하지 않았다. 청년이 먼저 접힌 부분을 펼쳤다. 개인 계좌번호는 손으로 가렸다. 이름과 곡, 연주한 날짜가 남았다. 이솔은 그 세 줄을 보고 오늘의 방에서 끝내 나오지 않은 수령표를 생각했다.
청년은 자기 곡을 문주에게 들려주고 싶다고 했다. 별관 안에서 한 번만 치겠다는 제안이었다. 문주가 고개를 저을 줄 알았던 이솔은 그가 케이스 손잡이를 함께 들고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그 방은 수인의 방이라고 부르지 않던 곳이었다. 오늘은 현재 연주자가 쓰는 방이었다.
청년이 건반을 눌렀다. 낮은 음이 벽에 닿아 돌아왔다. 문주는 그 소리가 별관 보관실의 옛 잔향인지 분석하지 않았다. 박자를 세지도 않았다. 청년이 손을 떼자 마지막 음이 길게 남았다. 문주는 이번에는 사라진 사람의 침묵 대신 손을 뗀 연주자를 눈앞에서 볼 수 있었다.
청년은 두 번째 곡을 시작하다 손을 멈췄다. 페달이 제대로 돌아오지 않아 음이 엉겼다. 그는 고장이라며 짜증을 냈다가 발뒤꿈치 아래 깔린 케이블을 발견했다. 문주가 몸을 굽혀 케이블을 옆으로 치웠다. 청년은 미안하다고 하고 웃었다. 문주는 그에게 다시 처음부터 할 필요 없다고 말했다. 방금 멈춘 데서 이어도 자기는 들을 수 있었다. 청년은 한 박자 숨을 쉬고 다음 마디를 쳤다. 실수 하나를 처음으로 돌리는 벌처럼 쓰지 않는 연습이 시작됐다.
태오는 문밖에서 늦게 합류했다. 신발 소리를 줄이려고 문턱에서 멈췄다. 청년은 그런 태오를 보고 웃으며 그냥 들어오라고 했다. 오늘 연습은 비밀이 아니며 다만 녹음은 하지 말라는 말이었다. 태오는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넣고 의자에 앉았다.
곡이 끝났을 때 네 사람이 박수를 쳤다. 청년은 돈 받는 공연도 아닌데 고맙다며 인사했다. 문주는 돈 받는 공연이어도 고마우면 박수 친다고 답했다. 그 말에 청년이 웃었다. 연주료를 달라고 말하는 손과 음악을 좋아하는 손이 같은 몸에 있어도 되는 자리였다.
태오는 밤에 인세 장부의 첫 줄을 펼쳤다. 양도금 뒤에는 공식판 판매와 방송 사용료가 있었다. 수인의 피아노 기여를 미상 연주자 P로 남긴 원본표와, 제작실의 수익 장부에서 윤태문 이름으로만 적힌 줄이 마주했다. 그는 계산기를 옆에 놓고 첫 판매 기간부터 다시 읽었다. 이번에는 빈 수령인 칸을 모르는 척 지나가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