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째 트랙은 비어 있다
서명이 지나간 자리
검사실에서 윤태문은 코트를 벗지 않았다. 코트 소매가 의자에 닿을 때마다 마른 천 소리가 났다. 태오는 그 소리를 들으며 자기 재킷을 벗었다. 오늘은 소매 아래에 손을 감춘 채 기다리고 싶지 않았다. 그는 양손을 탁자 위에 놓았다.
검사실에서 윤태문은 코트를 벗지 않았다. 코트 소매가 의자에 닿을 때마다 마른 천 소리가 났다. 태오는 그 소리를 들으며 자기 재킷을 벗었다. 오늘은 소매 아래에 손을 감춘 채 기다리고 싶지 않았다. 그는 양손을 탁자 위에 놓았다.
노을은 그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문앞의 의자를 옮겼다. 촬영대에 가까이 앉으려던 태문이 멈췄다. 오늘은 원본을 만질 사람이 정해져 있었다. 태문은 제출자의 입회가 있는데도 자기 문서를 못 보느냐고 물었다. 이솔은 촬영이 끝날 때 확인할 자리를 내주겠다고 했다.
태오는 태문 뒤에 서 있었다. 사진에서 완벽한 회상을 하던 사람은 실제로도 옷깃 하나 흐트러지지 않았다. 태오는 그 얼굴을 보고 더 미워하고 싶은 마음을 거뒀다. 정돈된 옷이 옛 문서의 순서를 증명할 수는 없었다. 태문은 태오를 보자 자기 회사와 보험사의 관계를 먼저 언급했다.
“당신 이름으로 변경을 막았다고 들었습니다.”
태오는 맞다고 답했다. 태문은 변호사를 부르겠다고 했다. 노을이 촬영대의 덮개를 열며 말했다.
“오늘은 선을 봅니다. 사람 목소리 크기는 사진에 안 남아요.”
태문은 웃었다. 기술자의 농담이라 넘기려는 얼굴이었다. 노을은 웃지 않았다. 검사실 담당자가 별첨 원본을 올렸다. 어제 따로 봉투에 되돌린 원반 목록이었다. 서명은 오른쪽 아래에서 오래된 검수인의 끝을 지나갔다.
빛이 꺼졌다. 방 안에 모니터만 남았다. 노을은 먼저 평소 조명에서 찍힌 전체 사진을 띄우고 사선 조명 사진을 옆에 놓았다. 태오는 수인의 이름처럼 보이는 획을 좇았다. 검수인의 작은 날짜에서 눈이 멎었다. 2006년 숫자 끝에 푸른 선이 걸렸다.
담당자는 잉크색만 보고 시기를 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오래된 펜을 나중에 써도 같을 수 있었다. 대신 두 선이 만나는 곳을 확대했다. 인장의 붉은 가장자리와 서명의 푸른 획이 같은 종이 결 위에 놓였다. 빛을 바꾸자 푸른 획의 경계가 이어졌다.
태문은 화면을 보고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그 도장을 나중에 다시 찍었을 수도 있습니다.”
담당자는 그 말도 확인할 질문이라고 답했다. 입고 당시 사진과 검수기록을 열었다. 2006년에 별도 자료를 받았을 때 찍은 검수인 원본이 그곳에 있었다. 사진에는 붉은 도장이 있었고 현재 그 위를 가로지르는 푸른 획은 보이지 않았다. 낮은 해상도였지만 교차하는 부분은 보였다. 별첨의 수결이 나중에 보완됐다는 흔적은 입고 기록에도 있었다.
“서명을 받았다고 제출한 날짜가 언제입니까?”
이솔이 태문에게 물었다. 태문은 1999년 계약과 함께 정리했다고 답했다. 담당자가 그 답을 받아 적었다. 손의 주인을 현재 필적과 대조하지 않아도 제출 설명의 시간은 물을 수 있었다. 오늘 필요한 것은 수인에게 전화를 거는 일이 아니었다.
노을은 교차점을 더 가까이 촬영했다. 종이를 눌러 편다고 하지 않았다. 말린 부분을 그대로 받침에 놓고 초점을 바꿨다. 태문은 자기가 손으로 잡으면 똑바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담당자는 고개를 저었다. 태문은 손을 의자 아래에 놓았다.
태오의 손가락이 쑤셨다. 어제 자재를 발등에 떨어뜨린 곳도 신발 속에서 아팠다. 빛을 기다리는 짧은 시간마다 통증이 찾아왔다. 그는 사인이 누구 것인지 밝혀지면 사건이 한 번에 끝나리라는 상상을 했었다. 지금 원본은 그보다 작은 답을 주고 있었다. 그러나 그 작은 답이면 잘못된 소유자 이름 하나를 멈출 수 있었다.
문이 열리고 혜주가 들어왔다. 보관기관의 검수 담당자가 동행했다. 그는 2006년 입고 당시에는 목록에 서명이 없다가 보완서를 받아 표시를 더했다고 말했다. 본문 계약의 실물과 같이 받은 것은 아니었다. 태문은 그때 사본과 원본이 섞였을 수 있다고 했다.
“그 보완서를 누가 냈습니까?”
태오는 처음으로 질문했다. 담당자가 제출표를 내밀었다. 윤태문 제작실 명의와 당시 담당자의 접수 서명이 있었다. 윤태문 개인이 직접 펜을 들었다는 증거는 아니었다. 하지만 제작실이 1999년 완성된 계약이라고 보험사에 설명한 자료는 2006년 이후 손을 탔다.
검수 담당자는 마지막 접수표를 읽다 말았다. 태문이 그의 이름을 불렀기 때문이었다. 제작실이 그 기관에 오래 기증해 왔다는 말이 따라왔다. 담당자는 종이를 접을 듯 손가락을 구부렸다. 그는 이 자료를 다루며 자기가 당시 받은 보완서가 맞는지 확인해 달라는 전화부터 받고 왔다. 지금 대답에 따라 다음 기증 협의가 깨질 수도 있었다. 혜주는 그의 등을 가려 주듯 앞에 서지 않았다. 담당자가 직접 말할 시간이 필요했다. 태오도 회사 이름이 등장한 뒤 바로 목소리를 낮췄던 자기 경험을 알았다. 담당자는 접수표를 다시 폈다. 그날 실제 받은 장과 별도 봉투의 번호를 읽었다. 태문은 그를 향해 그렇게 기억이 좋았으면 왜 지금껏 몰랐느냐고 말했다. 담당자는 사진과 장부를 오늘 다시 찾아봤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노을이 화면에 접수번호를 올렸고 담당자는 눈을 돌리지 않았다.
태문은 코트 앞섶을 풀었다. 방이 덥다는 듯 목을 만졌다. 혜주는 공조를 더 낮추지 않았다. 종이가 놓인 방의 온도는 사람 기분에 맞춰 바꾸지 않았다. 태문은 물을 달라고 했다. 이솔이 문밖에서 종이컵을 가져왔다. 그가 받는 손이 흔들렸지만 흘리지는 않았다.
노을은 촬영한 사진을 두 번 확인했다. 서명과 검수인의 교차 관계는 입고 사진, 보완기록, 현재 물리 원본과 함께 검토할 수 있었다. 종이 결 위에서 새 획이 오래된 도장 모서리를 덮었다. 검사실 담당자가 서면에 적을 결론을 읽었다. 수결이 계약 본문에 적힌 1999년 날짜와 동시에 존재했다는 제출 설명을 지지하지 않으며 후대 보완을 확인했다는 말이었다.
태문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그린 게 아니라는 건 적어야 합니다.”
“그린 사람을 특정한 검사가 아닙니다.”
담당자가 답했다. 태문은 그 문장을 자기 승리처럼 붙잡고 싶어 했다. 이솔은 제출자의 설명이 틀린 부분을 다른 질문으로 남겼다. 누가 자료를 보완했고 어떤 권한으로 원반 목록을 장비 양도서에 붙였는지, 그때 수인이 대금을 받은 기록이 있는지. 태문은 지금 답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노을이 덮개를 닫았다. 태문은 촬영대를 돌아 나가려 했다. 문옆에서 장비 케이블에 신발이 걸렸다. 그는 중심을 잃고 손을 뻗었다. 태오가 팔을 받쳤다. 코트가 어깨에서 비틀렸다. 태문은 고맙다고 하지 않았지만 태오의 팔을 밀치지도 않았다.
태오는 잡은 손을 놓았다. 넘어지는 사람을 받았다고 그가 제출한 잘못된 문서를 믿게 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 사실을 굳이 말할 필요는 없었다. 케이블은 노을이 벽 쪽으로 정리했다. 다음 사람이 넘어지지 않을 자리였다.
태문이 나간 뒤 검사실이 한동안 조용했다. 혜주는 자기 손바닥을 보다가 갑자기 웃었다. 긴장해서 펜을 너무 세게 잡아 자국이 남았다. 노을이 그녀의 펜을 받아 탁자에 놓았다. 태오는 원본 봉투가 닫히는 소리를 들었다. 묵직한 쇠문이 아니라 종이 덮개 하나가 겹쳐지는 소리였다.
이솔은 문주에게 오늘 나온 결과를 어떻게 말할지 물었다. 노을은 서명이 진짜가 아니라고 단정하면 안 된다고 했다. 그 사람이 진짜로 서명했더라도 언제 어떤 내용을 보고 한 것인지는 다른 문제였다. 태오는 자신의 회사에 보낼 의견도 그 범위로 쓰겠다고 했다. 과장된 한 줄이 그들을 다시 붙잡을 수 있었다.
밖으로 나오니 문주가 건너편에서 기다렸다. 원본 사진을 보려고 온 것이 아니라 촬영 끝났다는 말만 들으려 했다. 그의 손에는 공연 청년의 새 연습 녹음이 담긴 메모리 장치가 있었다. 현재 연주자는 자기 연습을 공개하지 않으려 했지만 오늘은 문주에게 먼저 들려줬다. 사용 범위를 정해 건넨 것이었다.
문주는 검사 결과를 듣고 눈을 감았다.
“그 이름이 그냥 옆에 붙어 있었군요.”
이솔은 이름을 쓴 주인은 아직 모른다고 답했다. 문주는 알겠다고 말했다. 그는 새 연습 파일을 태오에게 주지 않았다. 청년이 자기에게만 들려준 것이라 했다. 태오는 그 설명을 들으며 오래된 별첨을 함부로 합쳐 버린 담당자의 손을 떠올렸다.
세 사람은 가까운 식당으로 갔다. 태오는 발등이 아파 걸음이 느렸다. 문주가 왜 절뚝거리냐고 묻자 어제 상자를 놓쳤다고 답했다. 문주는 오래된 비밀을 푼 대가치고 볼품없다며 웃었다. 태오도 웃었다. 이솔은 둘을 앞세우고 속도를 맞췄다.
밥이 나오기 전에 태문의 제작실에서 자료가 왔다. 양도대금 지출결의서였다. 돈을 받은 사람 이름은 수인이 아니라 제작실 내부 정산계정이었다. 태오는 화면을 보고 숟가락을 놓았다. 지출했다고 적힌 돈의 길을 따라가야 했다.
문주가 그를 보며 말했다.
“먹고 봐요. 수인도 밥 안 먹은 사람들하고 연습하기 싫어했어요.”
그 말은 문주가 아는 과거의 한 조각이었다. 태오는 화면을 뒤집고 밥을 한 입 먹었다. 내일 물을 질문이 생겼다고 오늘 자기 몸을 버릴 이유는 없었다. 방금 서명의 시간을 바로잡은 사람들이 작은 식탁에 앉아 현재의 따뜻한 밥을 먹었다.
식당을 나올 때 문주는 태오에게 연습의 마지막 쉬는 부분을 설명했다. 숫자를 세지 말고 연주자가 숨을 들이쉬는 시간을 기다리라고 했다. 태오는 그 말을 기억하려 했다. 다음날 은행과 정산장부에서 마주할 빈칸도 누군가의 숨을 함부로 다른 이름으로 채운 자리일지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