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도시판타지 직업 코미디 46화

퇴근 후에는 요괴택배

뒤집으면 보이는 낙서

반납표 뒷면에는 이빨 빠진 사각형이 그려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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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납표 뒷면에는 이빨 빠진 사각형이 그려져 있었다.

김콩쇠는 그림을 보고 웃었다. 자신이 소포받침의 깨진 모서리를 그렸다는 걸 알아보는 웃음이었다. 하지만 곧 그 웃음을 거뒀다. 그림을 알아봤다고 반출서가 가짜라는 말까지 얻은 것은 아니었다. 남해온은 콩쇠가 종이를 뒤집지 않고 담당자의 받침 위에서 보는 것을 기다렸다.

그날 돌려준 받침 두 개 가운데 하나는 북쪽 모서리가 깨져 있었다. 콩쇠는 그림 옆에 ‘받을 때부터’라고 적었다. 담당자는 그 설명을 당시 적은 접수문과 대조했다. 받침 반환 수량과 부서진 위치는 맞았다. 반출서에는 받침이 아니라 빈 등 양식 뭉치를 받았다고 적혀 있었다.

“같은 밤에 두 가지를 했을 수도 있죠.” 콩쇠가 말했다.

채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해온은 콩쇠가 어젯밤 바느질한 가방 끈을 만졌다. 그 오른손이 그날 무엇을 했는지 서류로 좁히고 있었지만, 지금까지의 서류만으로 모든 손동작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담당자가 두 표를 나란히 놓았다. 서명 끝의 꺾인 획은 비슷했다. 그런데 반납표에는 마지막 획 밑으로 받침 그림을 그리다 튄 잉크가 작게 붙어 있었다. 반출서에도 같은 위치에 작은 점이 있었다. 해온은 입을 열려다 멈췄다. 점 하나를 가지고 복사라고 부르면 우연한 얼룩을 제멋대로 읽을 수 있었다.

채원이 확대경을 가져왔다. 담당자는 두 종이의 결을 살폈다. 반납표의 잉크는 섬유를 따라 스며 있었고 반출서의 작은 점 주변에는 압착한 선이 있었다. 전날 수레에서 찾은 탄소지 조각을 검사할 수 있는 담당자에게 넘겨, 지금 보이는 차이를 함께 확인하기로 했다. 원본을 서로 눌러 붙이지 않았다.

콩쇠가 의자를 뒤로 밀었다.

“내 낙서가 도움이 되는 날이 있네.”

“그때 적어 둔 게 도움이 되는 거죠.” 해온이 말했다.

“네가 그렇게 말하면 낙서값 못 받잖아.”

담당자가 피식 웃었다. 콩쇠는 그 웃음을 보고 다시 등을 폈다. 오늘 자리에 온 사람이 이미 범인으로 정해져 있다는 느낌은 조금 줄었다. 신고를 하루 늦춘 날짜는 여전히 별도 줄에 남아 있었다. 그는 그 줄을 지워 달라고 하지 않았다.

열람을 마친 두 사람은 삿갓비 골목으로 갔다. 해온이 빌려 둔 금속판을 찾고, 반사판 수리가 실제 끝났는지 볼 약속이 있었다. 낮길에서는 그 틈이 아직 벽처럼 보였기 때문에 밤에 다시 만나기로 했다. 해온은 사람길에서 잠을 두 시간 더 잘 수 있었다. 콩쇠는 그 사이 치료소에서 자기 배와 발등을 살폈다.

밤에 만난 콩쇠의 조끼 앞에는 작은 보호천이 덧대어 있었다. 당분간 무거운 짐을 받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해온은 오늘 누구 짐도 빼앗아 들지 말라고 했다. 콩쇠는 “알아, 날 걱정한다고 네가 두 배 들지 말라는 뜻도 알지?”라고 되물었다.

두 사람은 가방을 각각 멨다.

삿갓비 골목의 등은 전날보다 낮은 곳에 빛을 내리고 있었다. 아래층 세입자가 새 반사판을 달았다. 해온의 금속판은 창문 옆에 따로 놓여 있었고, 모서리에는 빌릴 때 붙인 표지가 남아 있었다. 두꺼비는 고정쇠 값도 받았다고 했다. 떡 접시는 비어 있었다.

“오늘도 남겨 둘 줄 알았는데.” 콩쇠가 말했다.

“너 기다리다 내 저녁까지 차가워지냐.”

두꺼비가 창문을 닫았다. 해온은 웃으며 금속판을 가방에 넣었다. 빌려 준 물건을 되찾았다는 사실만으로 다음 배송 준비가 조금 가벼워졌다. 삿갓비는 계단 위에서 그들을 불렀다. 오늘은 아래층 불빛을 따라 내려올 수 있었다.

그는 치료소에서 받은 안내를 이야기했다. 검사를 더 해야 했고 손목을 오래 쓰는 일은 아직 쉬어야 했다. 흰 선이 어제보다 얇아 보였지만 해온은 눈으로 보는 변화가 회복 판정은 아니라는 것을 기억했다. 대신 오늘 반사판을 고쳐 계단을 다시 쓸 수 있느냐고 물었다.

삿갓비는 고개를 끄덕였다. 바늘을 잡지 못하니 작은 수선 주문을 다른 사람에게 넘겼다고 했다. 그 주문의 품삯이 자기에게 남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지금 필요한 돈이 있다고 말하면서도, 이름을 찾으면 그날 손목도 낫는다는 약속은 듣고 싶지 않다고 다시 말했다.

해온은 담비 할멈 창구에서 다음 긴급비용을 접수할 시간을 전했다. 돌아온 돈은 실제 수납 줄에 들어갔고 검사 비용의 급한 몫을 검토할 여지는 생겼다. 전액을 다 준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삿갓비는 그 짧은 설명을 듣고 주머니에서 바늘함을 꺼냈다.

“청묵이 오늘 내 천을 보러 왔어.”

콩쇠가 멈췄다.

“직접 봤어?”

삿갓비는 답하기 전에 둘의 얼굴을 살폈다. 자신이 그를 보았다고 하면 당장 잡으러 뛰어갈 것 같았다. 해온이 청묵이 한 말부터 들려 달라고 했다. 삿갓비는 오늘 저녁 문 앞에서 그를 봤다. 청묵은 자신이 맡겼던 안감 종이를 돌려받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삿갓비는 조사 대상 조각은 이미 채원에게 갔다고 말했고, 자기 물건 아닌 남은 종이를 몰래 찾아주지는 않겠다고 했다.

청묵은 그때 변명하지 않았다고 했다. 대신 빈 바늘함 아래를 한 번 본 뒤 뒷골목으로 나갔다. 삿갓비는 그에게 자기 이름으로 기록된 일을 설명하고 가라고 했지만 청묵은 대답하지 않았다.

해온은 채원에게 연락했다. 청묵을 어디서 만날 수 있는지는 아직 몰랐다. 그가 지났다는 뒷골목은 야시장이 바뀔 때마다 다른 장소로 이어졌다. 그러나 오늘 밤에는 골목 안쪽의 종이보관소가 문을 열었다. 삿갓비는 마지막에 거기 등을 보고 걸어갔다고 했다.

콩쇠는 바로 움직이려다 보호천을 만졌다. 해온이 시선을 주자 그는 발을 멈췄다. 두 사람은 채원이 올 때까지 골목 입구에 남았다. 누군가를 쫓는 속도가 자기 몸의 상태보다 앞서면 다시 도움을 받으러 올 사람만 늘었다.

종이보관소는 안쪽에서 접히는 집이었다. 벽에는 보관상자들이 층층이 쌓여 있었고 손님이 이름을 부르면 해당 상자가 내려왔다. 해온은 자기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청묵의 이름을 큰소리로 부르면 그에게 맡겨진 물건이 멋대로 내려올지 몰랐다. 보관소 주인에게 채원이 찾아온 이유를 설명했다.

주인은 청묵이 안에 있다고 했다. 들어오라는 허락은 청묵에게 직접 받아야 했다. 주인이 안쪽 칸으로 전갈을 보냈다. 한참 뒤 목소리가 나왔다.

“문 앞에서 말할게.”

청묵이 접힌 벽 사이로 나타났다. 눈 밑이 검었다. 그의 손에는 가벼운 천 꾸러미가 있었다. 콩쇠는 꾸러미부터 보았다. 방울이 들었는지 묻고 싶어 입술이 움직였지만 채원이 먼저 자리에 앉자고 했다.

청묵은 앉지 않았다.

“내 계정은 복제됐어. 그건 알고 있지?”

“그 사실과 오늘 당신이 돌려달라고 한 종이는 따로 물을 겁니다.” 채원이 말했다.

청묵이 천을 더 꼭 쥐었다. 해온은 그 손을 보고 멈췄다. 쫓아온 사람처럼 보이는 자기 몸을 한 발 뒤로 뺐다. 청묵은 꾸러미 안에 방울이 없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콩쇠 얼굴이 조금 내려앉았다. 물건이 없다는 말을 오늘도 듣는 셈이었다.

“그러면 뭘 가지고 있어?”

“원래 내 보관품.”

청묵은 천을 펴려다가 멈췄다. 그 안에서 종이가 미끄러져 나왔다. 바닥에 닿기 전에 종이가 몸을 세웠다. 긴 모서리가 보관소 상자 쪽으로 뻗었다. 주인이 놀라 내려온 상자를 다시 올렸지만 늦었다. 얇은 종이가 상자 두 개 사이에 끼었다.

벽이 한번 크게 접혔다.

해온은 청묵에게서 꾸러미를 빼앗지 않았다. 대신 상자 아래 있던 보관소 주인에게 뒤로 나오라고 외쳤다. 채원은 문턱 바깥 통로를 열고 손님들을 물렸다. 콩쇠가 상자를 받치려고 뛰어들자 해온이 그의 앞에 금속판을 밀었다.

“몸 말고 이걸 받쳐요!”

콩쇠는 판을 상자 아래 넣고 손잡이를 붙잡았다. 어젯밤 사라진 계단을 받치던 판이었다. 오늘은 종이집의 접힌 벽을 버티고 있었다. 해온은 아래 빈 상자를 치워 판이 기울지 않을 공간을 만들었다. 청묵은 잠깐 멍하니 있다가 종이 모서리를 잡았다.

“거기 뜯으면 네 꾸러미만 안 끝나요!” 해온이 소리쳤다.

청묵은 손을 멈췄다. 보관소 주인이 집의 상자를 원래 순서대로 불러야 벽이 펴진다고 했다. 그는 자기 보관표를 꺼내 번호를 외쳤다. 첫 상자가 올라가고 둘째 상자가 내려왔다. 해온은 판을 받친 채 몸을 낮췄다. 종이 모서리가 느슨해졌다.

청묵이 자기 천을 바닥에 펼쳤다. 종이가 원래 꾸러미 쪽으로 돌아왔다. 그의 손은 떨렸지만 천을 갑자기 잡아채지 않았다. 채원이 옆에서 덮개를 밀어 종이를 가렸다. 벽이 다시 펴지고 상자들이 멎었다.

콩쇠는 판을 놓자마자 앉았다. 보호천 아래 배가 당기는지 얼굴을 찡그렸다. 청묵은 그에게 다가가려다 멈췄다. 콩쇠가 먼저 말했다.

“내 몸 지금 네 설명보다 급해. 잠깐 기다려.”

해온은 그 옆에 물을 놓았다. 채원은 주인에게 사람과 상자가 다친 곳부터 확인해 달라고 했다. 보관소의 영업이 멎은 시간도 기록했다. 청묵은 그동안 꾸러미 옆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내가 맡긴 종이 맞아.” 그가 마침내 말했다. “그걸 숨겼어. 계정 복제랑 그건 다른 일이고.”

콩쇠가 고개를 들었다. 청묵은 그가 무엇을 묻기 전에 더 말을 했다.

“누가 줬는지, 누구한테 보냈는지 이야기할게. 오늘 이걸 가져가서 없애려던 건 아니야. 돌려주기 전에 내 빚까지 드러날까 봐 옮기려 했어.”

해온은 그 말이 어느 쪽으로도 면책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종이를 옮겨 숨기면 남의 이름이 더 멀어진다. 그러나 여기서 청묵을 거짓말쟁이 한마디로 밀어붙이면 그의 손에서 실제로 지나간 경로는 끝내 듣지 못할 것이다.

채원은 오늘 꾸러미를 보관하고 내일 별도 자리에서 진술을 받기로 했다. 청묵은 보관소의 상자 손실과 멎은 시간을 확인하는 종이에도 자기 표식을 남겼다. 보관소 주인은 사과를 받고도 수선비를 받겠다고 했다. 청묵은 안다고 답했다.

바깥으로 나오자 콩쇠가 해온의 금속판을 들고 있었다. 한쪽 모서리가 조금 휘었다. 그는 자기 손으로 펴 보려다 멈췄다. 내일 점검하고 써야 하는 장비였다. 해온은 판을 가방에 넣고 콩쇠의 속도에 맞춰 걸었다.

청묵을 찾았다. 방울은 찾지 못했다. 반출서 서명은 의문을 좁혔지만 결론이 나지는 않았다. 해온은 오늘 그 세 문장을 서로 바꾸지 않고 출발표 아래에 적었다. 옆에서 콩쇠가 펜을 달라고 했다. 그는 마지막 줄에 ‘판 하나 휨’이라고 보탰다. 남의 손이 무엇을 했는지 알아보는 밤에, 자기 손으로 바꾼 물건도 남겨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