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판 위 다섯 센티
몸이 들어갈 자리
작업대 다리가 소라온의 무릎을 막았다. 상판을 낮추면 팔은 편해졌는데, 의자를 더 넣을 수 없었다. 비스듬히 돌리자 오른팔은 올라가고 왼쪽 어깨는 멀어졌다. 임태규가 그 모습을 보고 줄자를 꺼냈다. 라온은 줄자가 상판 높이를 재기 전에 손을 뻗었다.
작업대 다리가 소라온의 무릎을 막았다. 상판을 낮추면 팔은 편해졌는데, 의자를 더 넣을 수 없었다. 비스듬히 돌리자 오른팔은 올라가고 왼쪽 어깨는 멀어졌다. 임태규가 그 모습을 보고 줄자를 꺼냈다. 라온은 줄자가 상판 높이를 재기 전에 손을 뻗었다.
“이렇게 하면 됩니다.”
그는 펜치를 잡았다. 태규는 높이를 적는 대신 지금 하는 일을 보여 달라고 했다. 고객 물건은 열지 않았다. 라온이 빈 케이블과 자기 연습용 지그를 올렸다. 케이블을 고정하려는 순간 램프 그림자가 가운데를 덮었다.
램프를 오른쪽으로 옮기자 공구함이 밀렸다. 다시 펜치를 잡으려면 몸을 더 돌려야 했다. 태규가 종이에 화살표를 그렸다. 라온은 다음 동작을 빨리 해 보려다가 케이블 끝을 놓쳤다. 바닥으로 떨어진 끝이 바퀴 옆에 걸렸다.
“이게 전부 제 속도로 적히면 느린 사람이 되겠네요.”
태규가 펜을 내려놓았다. “공구함이 저기에 있는 속도까지 라온 씨 속도예요?” 그는 떨어진 케이블을 먼저 주워 주지 않았다. 라온이 부탁한 뒤에야 끝을 집어 손에 놓았다. 받는 손의 방향을 묻느라 두 사람은 또 몇 초를 썼다.
라온은 그 몇 초가 싫었다. 사고 전에는 누가 펜치를 어디 두었든 찾아서 잡았다. 몸을 비틀면 아직 그때와 비슷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이고 싶었다. 그런데 지그 하나를 고정한 뒤 왼쪽 어깨에 남은 당김은 비슷하지 않았다. 그는 케이블을 내려놓고 의자를 정면으로 돌렸다.
책상 한쪽에 생활 의자, 작업대, 경기 스틱 견적이 겹쳐 있었다. 류승후가 왔을 때 그 세 장을 갈랐다. 라온은 총액부터 합쳐 보려 했지만 류승후는 실제 쓰는 곳을 따로 물었다. 경기 스틱으로 부품함을 가까이 끌어오는 웃긴 장면을 태규가 흉내 내자 라온도 짧게 웃었다. 일할 자리를 만드는 데 경기 성적표를 가져갈 이유는 없었다.
태규는 작업평가 상담기관의 연락처를 건넸다. 조절 가능한 상판 사진도 받았다. 라온은 사진을 크게 보다가 높이 아래의 접근 폭을 물었다. 태규가 자기 의자로 직접 들어가 봐야 알 부분을 짚어 줬다. 라온은 금요일 평가 종이에 그 질문을 적었다. 지원이 된다고 답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들고 가서 보여 줄 케이블이 생겼다.
오후 고객이 수리품을 찾으러 왔다. 라온은 완료된 기기를 켜고 교체 부품을 설명했다. 고객이 소리를 듣고 얼굴을 폈다. 예전보다 오래 걸렸다는 말은 두 사람 사이에 남았지만 다시 작동하는 물건도 그 앞에 있었다.
“다음 것도 가져와도 되죠? 일 다시 크게 하시나 봐요.”
라온은 즉시 받겠다고 할 뻔했다. 금요일 평가가 있고 교육은 아직 시작하지 않았다. 그는 이번 주 접수 가능한 날부터 말했다. 고객이 일정표를 보다가 다음 주에 연락하겠다고 했다. 문이 닫히자 라온은 놓친 물건의 무게를 손에 느끼는 듯했다.
“잡아 놓고 늦게 드려도 됐는데.”
그가 중얼거리자 태규가 말했다. “그분이 오늘은 날짜를 고르고 갔네.”
라온은 받은 수리비를 부품비와 작업비로 갈랐다. 다음 주 물건의 금액은 넣지 않았다. 접수할 수 있는 날을 말했다고 일이 생긴 것은 아니었지만, 다시 전화가 올 날짜는 생겼다. 그는 그 날짜 옆에 작은 칸을 남겼다.
고객이 나간 뒤 공구함을 아래로 옮겼다. 태규는 허락을 듣고 나서만 손을 댔다. 상판을 같이 낮출 때 라온이 먼저 누구 손을 빼야 하느냐고 물었다. 태규가 자기 손의 위치를 말하고 낮은 받침에 닿은 것을 확인했다. 안정된 상판 앞으로 의자가 조금 더 들어갔다.
두 공구는 가까워졌다. 대신 램프 선이 부품함을 걸었다. 선을 뒤로 보내고 케이블을 놓자 이번에는 기록지가 들어갈 곳이 없었다. 라온이 웃었다.
“몸 들어왔다고 종이가 나가네요.”
태규가 작은 받침을 옆에 뒀다. 두 사람이 케이블을 다시 잡는 동안 종이는 그 받침에서 기다렸다. 라온은 어깨를 돌리지 않고도 빈 지그를 고정했다. 평소 하던 순서를 바꾸니 더딘 부분도 있었다. 그는 잘된 한 동작만 찍지 않고 공구함과 램프, 기록지를 함께 사진에 넣었다.
수요일 저녁 일곱 시, 컬링장 타이머가 시작됐다. 단비는 일요일 마지막 히트의 감각을 다시 찾겠다며 먼저 의자를 세워 놓았다. 혜주는 도서관 근무 전에 식사를 마쳤고 진수도 일찍 와 있었다. 라온은 네 사람의 스틱이 한곳에 놓인 것을 보고 가방을 내렸다.
미란이 거리 세트를 불렀다. 라온은 작업대에서처럼 의자를 정면으로 더 넣고 싶었다. 팔이 가까워지면 첫 밀기도 편해질 듯했다. 그가 바퀴선을 바꾸려 하자 미란이 물었다.
“오늘 바꿀 건 의자입니까, 첫 밀기입니까?”
라온은 램프 선이 공구함을 걸던 장면을 떠올렸다. 두 가지를 바꾸면 어느 쪽이 돌을 움직였는지 또 모르게 될 것 같았다. 그는 기존 의자 위치를 유지했다. 첫 동작만 보기로 하고 노란 돌을 받았다.
드로는 짧았다. 중앙 앞에 놓인 돌을 보자 단비가 고개를 기울였다. 다음 공격에 쓸 길을 막고 있었다. 라온은 팔이 편해졌으니 잘 갔을 거라는 생각부터 접어야 했다. 진수가 다음 목표를 바깥으로 불렀다. 그는 복창하고 첫 돌 옆을 지나는 길을 봤다.
둘째는 깊었다. 혜주가 목표와 실제를 각각 찍었다. 라온은 둘째 쪽에만 눈을 두고 싶은 마음을 참았다. 첫돌이 짧았기 때문에 지금의 바깥길을 골랐고, 그 길에서는 힘을 더 쓴 결과가 깊었다. 두 돌은 서로 관계없는 점 두 개가 아니었다.
다음 모의 배치에서 혜주가 드로를 놓았다. 조금 짧았다. 단비는 상대 역할로 놓인 돌을 히트로 밀고 자기 돌을 옆에 남겼다. 모의 기록지의 칸에 미란이 결과를 적었다. 단비가 스틱을 가슴에 안고 라온에게 돌아왔다.
“오늘은 내가 더 남겼죠.”
“오늘은요.”
“칭찬 왜 이렇게 짧아요?”
“다음 돌에도 남길까 봐 길게 준비해 둘게요.”
단비가 웃고 스틱을 내려놨다. 진수는 이미 목표를 바꾸고 있었다. 라온이 호출을 받아 가드 옆으로 돌을 보냈다. 중앙 바깥에 멎었다. 부른 정확한 자리는 아니었지만 상대가 직선으로 들어올 길을 좁혔다. 혜주가 세 번째 점을 찍었다.
라온은 그녀가 첫 두 점 위에 펜을 덧대지 않는 것을 봤다. 자기도 작업평가에 편해진 한 장면만 보여 주려고 했던 것 같았다. 어떤 자리를 바꿨는지 보려면 그전 몸이 어디에 걸렸는지도 있어야 했다. 그는 짧았던 첫 드로의 목표를 한 번 더 확인하고 스틱을 무릎 위에 놓았다.
전술 세트 끝에서 단비는 공격을 원했다. 혜주는 뒤의 돌이 가까워 가드를 두는 편이 낫다고 했다. 진수는 하우스로 내려가 두 사람이 본 각을 확인했다. 라온은 자기가 던질 정면 드로만 보다가, 단비 쪽의 바깥 선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 같은 배치인데 자리마다 남은 길이 달랐다.
진수가 가드를 확정했다. 단비가 입술을 조금 내밀었지만 내려놓은 스틱을 다시 들지는 않았다. 라온의 돌은 짧게 멎었다. 중앙을 가리는 선도 기대보다 좁았다. 혜주가 아직 남은 틈을 표시했다. 미란은 다음 일요일 모의 엔드에서 그 배치를 다시 쓰자고 했다.
“지금 한 번 더 하면 거기 맞출 수 있을 것 같은데.”
라온이 말하며 벽시계를 봤다. 여덟 시였다. 단비도 그 틈을 봤다가 정리함을 열었다. 한 시간 안에서 맞추지 못한 돌은 다음 일요일에 남았다. 라온은 스틱을 넣었다. 한 번 더 잘 던져서 오늘을 좋은 숫자로 끝내고 싶은 마음까지 없어진 것은 아니었다.
로비에서 단비가 평가 날짜를 물었다. 금요일이라고 하자 그녀는 가능한 훈련 시간을 알려 달라고 했다. 잘할 거라는 말을 들으려던 라온이 웃었다.
“평가도 안 했는데 일정을 받아?”
“선발전 연습도 해야 하니까요. 가능한 날부터.”
진수와 혜주는 평소 시간표를 유지하기로 했다. 아버지의 병원 이동과 도서관 근무를 먼저 확인해야 했다. 대회 전 두 주의 추가 사십오 분은 아직 모든 조건이 맞지 않았다. 단비는 그 칸을 채우지 않고 휴대전화에 확인할 표시만 했다.
라온은 집에서 새 상판 사진을 다시 열었다. 사진 속 빈 공간에 자기 무릎이 들어가는 상상을 하다가 줄자를 가져왔다. 자기 의자에서 잰 값과 현장에서 직접 확인할 값을 다른 줄에 적었다. 금요일에는 고객 정보를 가린 작업 사례와 연습 기록을 가져갈 생각이었다. 경기 스틱 견적은 다른 봉투에 넣었다.
오늘 옮긴 받침 위로 기록지를 올리자 받침이 자꾸 돌아갔다. 그는 바닥 고무면을 뒤집어 봤다. 포장용 보호막을 아직 떼지 않은 채였다. 사진을 태규에게 보내자 답장이 바로 왔다.
‘제발 그건 떼고 평가 보자.’
라온은 소리 내 웃었다. 보호막을 벗기자 고무면이 상판에 붙었다. 종이를 눌러도 받침은 돌아가지 않았다. 그 사진을 지우려다가 남겨 뒀다. 사고 전에도 새 공구를 사면 한 번씩 했던 종류의 실수였다. 오늘 어깨를 얼마나 멀리 돌렸는지와는 다른 이유로 웃을 수 있었다.
태규에게 답장을 보내고 나서 라온은 금요일에 보여 줄 작업을 한 번 더 펼쳤다. 빈 케이블이 공구함에 가려지지 않도록 놓고, 고객 사례의 이름과 전화번호는 덮었다. 사진으로는 편해 보였던 자리에 직접 앉자 팔꿈치가 램프 받침에 닿았다. 그는 램프를 멀리 밀지 않고 받침의 방향을 돌렸다. 옆의 기록지가 이번에는 밀리지 않았다.
‘현장에서 이 높이도 확인.’
라온은 적고 펜을 내려놓았다. 평가실에서 하고 싶은 말이 지원을 달라는 한 문장만은 아니게 됐다. 어디서 막히고 어디까지 직접 할 수 있는지, 지금 몸으로 보여 줄 순서가 생겼다. 남은 케이블을 집어 지그 안으로 넣었다. 작업대 앞으로 조금 더 가까이 들어간 의자에서, 그는 케이블 끝을 자기 손으로 고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