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음악 고딕 미스터리 45화

일곱 번째 트랙은 비어 있다

떨어져 있던 이름

계약 원본을 보관한 방은 너무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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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원본을 보관한 방은 너무 밝았다.

태오는 햇빛이 닿지 않는 곳을 찾다가 문 옆에 멈췄다. 이솔은 그에게 의자를 밀어 줬다. 방 가운데 탁자 위에 검은 천을 깔았고 원본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혜주는 보관 담당자에게 재편철 전 사진이 담긴 매체를 요청했다. 담당자가 컴퓨터를 켜자 팬이 돌았다. 오래된 소리가 아니라 지금 아침의 긴장을 만드는 소리였다.

계약은 얇은 장비 양도서였다. 두 장의 본문과 세 장의 별첨. 태오가 회사에서 받은 사본과 묶인 순서는 같았다. 이솔은 처음부터 별첨 마지막에 있는 서명을 찾지 않았다. 본문 마지막 문장에 적힌 별첨 목록부터 읽었다. 장비 사양표 두 장이 전부였다.

“세 번째 별첨은 본문에서 부르지 않네요.”

혜주가 말했다. 담당자는 오래된 계약이면 붙이는 과정에서 빠졌을 수 있다고 했다. 태오가 들고 온 사본의 세 번째 별첨에는 원반 일흔두 장과 수인의 이름처럼 보이는 서명이 있었다. 그 한 장이 실제 원반 소유권의 가장 큰 근거로 제출됐다.

노을은 별첨의 모서리를 보고 앉은 자세를 바꿨다. 종이마다 구멍이 달랐다. 본문 두 장과 사양표 둘은 같은 높이에서 두 번 눌린 흔적이 있었다. 원반 목록은 한쪽 구멍이 가장자리에서 더 멀었다. 꿰맨 새 실 때문에 현재는 같은 줄에 묶였으나 원래 구멍의 위치가 남아 있었다.

태오는 탁자 아래에서 주먹을 폈다. 별첨을 따로 작성했다가 정당하게 추가했을 수도 있었다. 그는 서로 다른 구멍을 찍어 달라고 한 뒤, 본문의 양도 품목을 소리 내어 읽었다.

소형 녹음장비, 금속 부속, 보관 운반용 설비 일부.

원반의 제목도 연주자의 이름도 없었다. 12.1킬로그램이 바로 그 품목의 중량이었다. 어제 떨어져 나온 운송장의 뒷장이 그 짧은 문장의 어깨를 받쳤다. 이솔은 원반 목록이 언제 계약에 편입됐는지 묻는 질문을 적었다.

담당자가 재편철 전 사진을 열었다. 원본 네 장이 넓게 펼쳐져 있었고 옆에 종이봉투 하나가 있었다. 봉투 안에서 별첨 마지막 장이 반쯤 나왔다. 원반 목록이었다. 별첨은 본문과 붙어 있지 않았다.

태오는 화면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사진의 날짜는 최근이었다. 이 사진만으로 1999년 계약 당시의 상태를 정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보관기관이 받은 뒤 한 장이 별도 봉투에 있었다는 사실은 보였다. 혜주가 그 봉투를 달라고 하자 담당자가 표정을 굳혔다.

“신청한 건 계약 다섯 장입니다.”

“다섯째 장을 담은 봉투입니다.”

혜주가 말했다. 담당자는 다른 물품이 섞일 수 있다며 일어섰다. 태오는 또 기다리는 일이 답답했으나 오늘은 의자를 밀지 않았다. 창밖에서 청소차가 지나가고 탁자 위에서는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았다. 작은 손목시계 소리가 갑자기 커졌다.

태오에게 회사에서 메시지가 왔다. 소유자 변경안을 고객에게 이미 설명했으니 반대 근거를 오후 세 시까지 달라는 말이었다. 태오는 시간을 확인했다. 열한 시가 넘었다. 그는 답장에 원본 열람 중이라고 쓰고 지웠다. 그 말로는 팀장이 시간을 주지 않을 터였다.

이솔이 휴대전화를 보았다. 태오는 화면을 돌려 보여 줬다. 이솔은 먼저 위로하지 않았다.

“지금 결론을 내면 우리가 모른다고 말한 장도 들어가요.”

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팀장에게 원본의 편철 사진과 본문의 별첨 목록을 보내겠다고 답했다. 고객 전체 계약에 다른 사람 개인정보가 있으므로 필요한 장만 가린 뒤 전달해야 했다. 시간은 줄어들고 일을 해야 할 손은 많았다.

봉투가 나왔을 때 담당자의 장갑이 떨렸다. 종이봉투 겉에는 입고일과 항목 이름이 적혔다. 별첨 보완본. 계약의 본문을 입고한 날보다 나중의 날짜였다. 작은 보관표에서 원반 목록은 별도 번호를 받았다. 기록을 합친 사람이 그것을 본문의 세 번째 별첨으로 재편철한 것이다.

혜주가 담당자에게 누가 그렇게 묶었는지 물었다. 그는 자기가 요청을 받았다고 답했다. 태문 제작실의 소유자 변경에 쓸 사본을 만들면서 한 계약의 관련 자료는 한데 묶어 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받은 종이를 훼손하지 않고 보기 쉽게 정리하려던 일이었다.

“그럼 제가 잘못한 겁니까?”

담당자가 물었다. 혜주는 그를 혼내려고 온 얼굴이 아니었다. 하지만 여기서 잘못한 일이 없다고 답하면 지금 다른 소유자의 이름을 넣게 된 원인이 다시 숨었다. 그녀는 요청서와 정리 전 사진을 함께 남겨야 한다고 말했다. 담당자는 새로 묶은 끈을 바라보다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솔은 원반 목록을 따로 올려 달라고 했다. 노을이 비스듬한 빛을 비췄다. 수인처럼 보이는 수결은 오른쪽 아래에 있었다. 번진 끝 획 하나가 검수인 가장자리를 지나갔다. 태오는 사본에서는 그 선이 서명의 일부인 줄 알았다.

검수인 안에는 날짜가 있었다. 2006년.

태오는 입을 열려다가 턱에 힘을 줬다. 서명이 그 날짜 위로 지나간다면 서명이 1999년에 있었다는 제출 설명과 맞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겹친 것처럼 보이는 선이 실제 어느 쪽 위인지 보려면 촬영이 필요했다. 노을이 손을 내밀자 태오가 자기 팔을 뒤로 뺐다. 종이를 잡고 눈앞까지 가져오려던 손이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볼 수 있죠?”

이솔이 담당자에게 물었다. 그는 외부 검사 촬영이 필요한 경우 입회를 신청해야 한다고 했다. 태오는 오후 세 시를 떠올렸다. 신청서가 문턱에서 끝나면 소유자 변경 설명이 먼저 고객에게 가버릴 터였다.

혜주가 자신이 오늘 접수번호를 받겠다고 했다. 태오는 그 사이 원본 편철 상태와 분리 입고 기록으로 변경 검토를 보류할 의견을 냈다. 회사의 메시지는 날카로웠다. 단지 서류 정리 차이 때문에 지급을 미루는 것 아니냐는 물음이었다.

태오는 통화를 걸었다.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가 무엇을 결정하는지 알 수 있었다. 본문이 원반을 부르지 않으며 별첨은 후대 별도 입고본, 출고 중량은 장비 항목이라는 사실을 말했다. 이 세 가지를 현재 소유자 변경의 전제로 쓸 수 없다고 했다.

팀장은 그 보고에 자기 이름을 달라고 했다. 태오는 달겠다고 답했다. 통화가 끝나고 그는 서명 칸을 눌렀다. 회사 직인 옆에 본인 이름이 들어갈 자리가 떴다. 평소라면 자료가 충분한지 마지막으로 동료에게 물었을 것이다. 오늘은 그 동료가 고객에게 먼저 한 설명까지 검토해야 했다. 태오는 화면을 돌려 본문의 별첨 목록과 다시 맞췄다. 달라진 것은 없었다. 이름을 적은 뒤에야 손을 탁자에서 뗐다.

이솔이 물병을 내밀었다. 태오는 급하게 마시다 사레가 걸렸다. 노을이 휴지를 줬다. 태오는 두 번 기침하고 의자에 앉았다. 팀장에게 대답할 때보다 물을 삼킬 때 몸이 더 흔들렸다.

보류 의견을 보내기 직전 첨부 파일이 열리지 않았다. 스캔 프로그램이 마지막 장을 가로로 돌려 다른 페이지와 합쳤다. 혜주는 파일을 다시 만들었고 태오는 본문 한 장씩 대조했다. 두 시 삼십 분. 노을이 창밖의 햇빛을 가려 원본 사진에 생긴 밝은 띠를 없앴다. 이솔은 새 파일의 이름에 분리 입고 날짜를 적었다. 누구도 짜증을 낼 틈 없이 손을 나눴다. 태오가 전송을 누를 때까지 탁자 위에서 팬 소리만 났다. 화면에 접수번호가 나타나자 혜주가 눈을 감았다.

오후 두 시 사십 분에 보류 의견이 접수됐다. 보험 목록의 소유자 이름을 바꾸는 절차는 멈췄다. 원반 자체를 어디론가 옮기는 명이 나온 것은 아니었다. 태오는 접수 화면을 닫기 전에 변경 대상의 이름이 그대로인지 확인했다. 고객이 화내고 다음 사건이 줄어들 가능성은 남았다. 어느 일을 잃게 될지는 오늘 화면에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반대 의견에서 자기 이름을 빼 달라는 전화를 다시 걸지는 않았다.

별첨은 원래 봉투에 다시 들어갔다. 본문과 사양표는 다른 봉투에 놓였다. 담당자는 새 보관사진을 찍었다. 한데 묶어 놓으면 깔끔해 보였던 종이들이 흩어지니 오히려 어떤 장이 어느 날 왔는지가 보였다. 태오는 재편철 전 사진을 새 의견서의 첫 장에 넣었다. 보기 좋게 합쳐진 사본보다 먼저, 떨어져 있던 종이가 보이게 했다.

저녁에 문주를 만났을 때 이솔은 서명 사진부터 보이지 않았다. 문주가 자기 기억의 사용 범위를 정했던 것처럼 수인의 이름처럼 보이는 필적도 함부로 진짜라 읽을 수는 없었다. 먼저 별첨이 본문과 따로 입고된 사실과 소유자 변경이 멈췄다는 결과를 전했다.

문주는 오래 입술을 깨물었다. 수인의 이름이 아무 물건 위에서나 주인을 가리키는 화살표가 되는 것이 화났다. 그는 사진을 보겠다고 했다. 노을이 준비한 가림본이 탁자에 놓였다. 문주는 수결을 보고 닮았다고 말했다. 자기에게 온 옛 악보 메모의 필체와 같다는 확정은 하지 않았다.

“닮게 만드는 사람은 누군지 알아요?”

태오가 고개를 저었다. 문주는 그 답을 듣고 손톱으로 종이 끝을 눌렀다. 화가 들어갈 자리가 없었다. 조금 뒤 그가 고개를 들었다.

“수인을 찾으면 빠르게 끝나겠죠.”

이솔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문주는 스스로 고개를 저었다. 사진을 손안으로 끌어당겼다가 다시 탁자 가운데 놓았다. 자기 화가 오래 떠난 사람의 전화번호를 찾게 만들고 있었다. 그는 사진을 이솔에게 돌려줬다.

“이 종이를 만든 사람에게 물어요. 떠난 사람 말고.”

태오는 그 말을 다음 질의의 첫 줄에 썼다. 윤태문 제작실에 보낼 질문이었다. 별첨의 입고와 검수인의 뒤에 놓인 서명. 종이 위의 손이 누구 것이든 지금 답해야 할 곳은 그 자료를 제출한 곳이었다.

문주는 찻잔 받침을 한 번 두드렸다. 리허설 때 박자를 세던 손이었다. 오늘은 셋을 세지 않고 한 번만 두드렸다. 빈 소리가 났다. 태오는 그 소리를 녹음하거나 의미를 붙이지 않았다. 다음 날 검사실에서 무슨 선이 먼저 놓였는지 볼 때까지, 오늘의 조용한 한 번이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