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심 43미터의 종
돌아오지 않은 운임
해솔의 잠수 시계는 열한 분을 가리켰다.
해솔의 잠수 시계는 열한 분을 가리켰다.
얕은 구역에 들어온 지 열한 분. 바람은 전날보다 줄었지만 물속 시야는 팔 하나가 끝이었다. 수면 위에서 우찬이 무전으로 남은 시간을 알려 줬다. 해솔은 대답 대신 줄을 두 번 당겼다. 해저 바닥에 걸린 포장 끈을 건드리지 않은 채 위치만 표시해야 했다.
미례는 육상에서 수색팀의 출발을 보았다. 가족들 단체방에 작업 구역을 올리고 나서 휴대전화를 거꾸로 놓았다. 해솔이 물속에 있는 동안에는 답장을 읽지 않겠다고 정했다. 진동이 두 번 울리자 전화기를 다시 집었다. 다음 소식을 언제 들을 수 있느냐는 질문이었다. 미례는 아직 물속이라는 답을 쓰고, 지웠다. 작업팀의 확인을 받으면 바로 올리겠다고 썼다.
해솔은 바닥의 밝은 조각을 보았다. 표지 7814의 일부일까. 손전등을 가까이 가져가니 조각은 배의 페인트였다. 그는 손을 떼고 돌아섰다. 조금 더 깊은 곳에서 줄이 바닥에 닿아 방향을 바꿨다. 줄을 펴려던 손이 멈췄다. 통신선이 같은 자리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는 수면 위에 세 번 신호를 보냈다.
우찬이 조타실에서 일어났다.
“무슨 일이죠?”
“줄이 걸렸습니다. 해솔 씨가 먼저 올라옵니다.”
현장 책임자가 추가 작업을 끊었다. 수면에 기포가 나타나자 미례는 자신도 모르게 앞으로 한 걸음 나갔다. 안전선에서 멈췄다. 해솔이 사다리를 잡고 올라온 뒤에야 길게 숨을 내쉬었다.
“얕은 데도 위험하네요.”
해솔은 마스크를 벗었다.
“깊이를 낮춘다고 줄이 사라지진 않으니까요.”
줄 끝에는 잘린 플라스틱 고리가 달려 있었다. 해솔은 처음에 자기 장비에서 떨어졌다고 생각했다. 현장 책임자가 장비 번호와 모양을 맞춰 보니 달랐다. 해솔은 고리를 한 번 더 보았다. 누구 물건인지도 모를 작은 고리가 작업을 멈춰 놓았다.
아직 입수하지 않은 잠수사가 장비함을 열었다.
“다시 들어가서 이것만 치우면 됩니다.”
해솔은 줄이 어떻게 걸렸는지 손으로 보여 줬다. 상대가 다음 매듭을 풀려 하자 책임자가 오늘은 재진입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바닥에 다른 줄이 더 있는지는 보이지 않았다.
“저 혼자 한 번 확인하면 되는데요.”
해솔도 말했다. 책임자가 그를 보자 말을 멈췄다. 물에 들어가 있던 몸은 여전히 돌아온 이유를 알고 있었다. 갑판에 선 입만 그 이유보다 먼저 나갔다.
남은 시간은 장비 점검과 다음 구역 표시로 돌렸다. 다른 잠수사는 풀던 매듭을 되묶었다. 해솔은 고리를 현장 용기에 넣고 어디에 걸렸는지 그렸다. 좁은 그림 안에 통신선이 겹치자 자를 내려놓고 종이를 새로 펼쳤다. 내일의 사람에게는 줄 두 가닥을 구별할 수 있는 그림이 필요했다.
미례가 다가왔다.
“조각은 찾았어요?”
“페인트였습니다. 오늘은 걸리는 자리를 표시하고 나왔어요.”
그녀의 얼굴이 먼저 내려앉았다. 곧 입술이 움직였지만 괜찮다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미례는 가족들에게 작업이 중단됐고 모두 복귀했다고 썼다. 내일 같은 곳에 줄이 걸리지 않도록 구역을 다시 잡는다는 내용도 붙였다. 보내기 버튼을 누른 뒤 전화기를 주머니에 넣었다. 다시 질문이 오기 전에 넣고 싶었다.
오후 우찬은 선사 사무실로 갔다. 사고 담당자와 함께였지만 로비에서 기다리는 시간은 길었다. 벽에는 청람호의 옛 운항 사진이 걸려 있었다. 배 옆에 실린 상자들의 상표는 사진에서도 잘 보였다. 그 정상 화물은 실제로 다른 배가 받았는데, 이 배의 운임은 돌아오지 않았다.
운임 담당자가 내려왔다. 두 사람이 면담실에 앉자 그는 최종 선하증권부터 폈다. 청람호에 실은 것으로 남아 있어 자동 환급 대상이 아니었다고 했다.
“실제 운송은 다른 배가 했습니다.”
“그쪽 운임도 청구됐습니다. 정산팀에서 중복을 확인했는지는 제가 지금 답을 못 하겠어요.”
우찬은 두 장의 계산서를 내밀었다. 정상 화물 운임과 폐기 봉인 계열을 처리한다는 별도 대행비였다. 같은 날짜에 서로 다른 계정으로 승인돼 있었다. 담당자는 종이를 돌려 단말 번호를 읽더니 펜을 내려놓았다.
“이건 대표실 단말이네요.”
“대표가 직접 눌렀습니까?”
“그 방에 있던 단말이라는 뜻이에요. 비서도 썼습니다.”
우찬이 다음 질문을 꺼내기 전에 담당자가 말을 덧붙였다.
“제가 누구를 봤다고 말하는 건 아닙니다.”
그의 눈이 문 쪽으로 갔다. 밖의 직원이 지나가면서 면담실 안을 봤다. 우찬은 문을 닫아 달라고 했다. 담당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닫았다. 손잡이를 놓는 데 잠깐 시간이 걸렸다.
“모르면 모른다고 해 주십시오. 알고 계신 건 따로 적겠습니다.”
담당자가 의자로 돌아왔다.
“그날 급여 정산 때문에 대표실 앞을 지나갔어요. 안에 누가 있는지는 못 봤습니다. 승인 뒤에 비서실에서 서류를 가져오라고 연락은 왔습니다.”
우찬은 시각을 적었다. 담당자는 자신의 메모를 찾아 연락 시각을 확인해 줬다. 승인과 연락 사이에 몇 분이 있었다. 그 숫자 옆에는 사람 이름을 쓰지 않았다. 계산서가 부서를 건너가는 순서만 이어졌다.
퇴사자 계정에서 초안이 수정됐다는 이야기를 꺼내자 담당자의 얼굴이 붉어졌다. 전산 담당의 일이라고 했다.
“우리 부서 이름으로 된 문서면 제가 전부 아는 것처럼 자꾸 물으시는데요.”
우찬은 펜을 내려놓았다.
“계정 접속 기록은 전산 쪽에 요청하겠습니다. 오늘 이 계산서가 어디서 왔는지 확인하려고 온 겁니다.”
담당자가 고개를 숙여 두 계산서를 다시 봤다. 그는 서류를 받은 순서를 말했고, 우찬은 받아 적은 부분을 읽어 확인했다. 대표실을 지나갔다는 말과 실제 사용자를 보지 못했다는 말은 같은 줄에 남았다.
로비로 나오자 해솔의 전화가 왔다. 가족 회의에서 운임 이야기가 나왔다는 것이었다. 중복으로 받은 돈이 있다면 당장 수색비로 가져오자는 요구가 나왔다. 미례가 아직 어디서 누구에게 얼마가 갔는지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한 뒤 회의는 더 길어졌다.
“미례 씨 괜찮습니까?”
“괜찮다고 하면 안 되죠. 아직 남아 있어요.”
우찬은 계산서를 서류철의 첫 장으로 옮겼다. 가족 모임으로 바로 가겠다고 했다. 해솔이 차를 보내겠다고 했지만 거절했다. 사무실 앞에 오래 선 탓에 허리가 뻐근했다. 그는 정류장 쪽으로 걸어가며 설명할 두 액수를 다시 확인했다.
회의실에서 미례는 화이트보드 앞에 서 있었다. 운임 두 줄이 있었고, 중복이라는 말 아래에 빨간 동그라미를 치려다 멈춘 흔적이 보였다. 한 가족이 우찬을 보자 바로 말했다.
“뺏어 와요. 우리 사람이 바다에 있는데.”
우찬이 의자 하나를 앞으로 당겼다. 서서 답하면 숫자도 훈계처럼 높게 들릴 것 같았다. 계산서를 펼쳐 두고 앉았다.
“환수할 돈이 있으면 수색과 피해 회복에 쓰이게 해야 합니다. 오늘 확인한 것은 같은 화물에 두 운임이 잡힌 기록입니다.”
“누가 받았는데요?”
“실제로 누가 최종 수익을 받았는지는 아직 남았습니다.”
“받은 데도 모르는 돈 얘기를 왜 해요?”
미례가 마이크 없는 탁자 끝을 잡았다. 우찬은 질문한 사람의 얼굴을 보았다. 그 사람에게 조사 순서를 말하면 더 기다리라는 말로 들리리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도 사람 이름을 만들어 넣을 수는 없었다.
“기록을 확인한 오늘 말씀드리기로 했습니다. 받았다는 것까지 확인됐다고 말씀드린 적은 없습니다.”
“그럼 내일 배는요?”
미례가 답했다.
“내일 배에 들어갈 돈은 오늘 기금에서 나갑니다. 이 돈이 돌아오면 채워 넣을 수 있어요. 아직 없는 돈으로 내일 일정을 잡지는 않을 겁니다.”
질문한 가족은 보드의 운임을 보고 한동안 말이 없었다. 옆에 앉은 사람이 물컵을 밀어 줬다. 그는 컵을 쥐었지만 마시지 않았다.
해솔은 얕은 구역의 줄 걸림을 표시한 도면을 붙였다. 내일 구역을 조금 옮겨야 했다. 가족들은 종이에서 수색 예정선과 실제로 돌아온 선을 찾았다.
“오늘 제가 물에서 나왔을 때 많이 실망하셨죠.”
그가 말했다. 대답을 요구하는 질문으로 끝내지 않았다.
“이 줄을 그리려고 돌아온 건 아닙니다. 걸려서 돌아왔어요. 내일 같은 데 걸리지 않게 남기는 겁니다.”
미례는 보드의 빈칸에 ‘돌아오지 않은 운임’이라고 적었다. 그 아래에는 내일 확보한 비용을 따로 썼다. 해솔은 오늘 수색팀 전원이 복귀했다는 숫자를 도면 옆에 작게 붙였다. 가족 한 명이 그 숫자를 보다가 의자를 뒤로 밀고 나갔다. 해솔은 붙인 숫자를 떼지 않았다.
회의가 끝나도 우찬은 남았다. 대표실 단말 승인과 비서실 연락 사이의 몇 분을 다시 봤다. 출입기록 요청과 결재 경로 확인을 다음 조사에 넣었다. 멀리 복도에서 문 닫는 소리가 났다. 그때도 계산서의 어느 칸에는 사람 이름이 비어 있었다.
미례가 바닥의 종이컵을 주웠다. 해솔도 하나를 주웠다. 둘이 쓰레기통 앞에서 같은 쪽으로 비키자 미례가 피식 웃었다.
“바다에서는 그렇게 길 막으면 혼나겠죠.”
“보통은 손으로 신호합니다.”
해솔이 손바닥을 왼쪽으로 폈다. 미례가 오른쪽으로 비켰다. 컵을 버리고도 그녀는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아까 내가 실망한 얼굴 보였죠?”
“예.”
“미안해요.”
“실망할 수 있죠.”
“당신이 돌아왔다는 데 실망한 것처럼 보였을까 봐.”
해솔은 손을 멈췄다. 미례가 똑바로 그를 봤다. 다행이라는 말로 아까의 얼굴을 덮으려 하지 않았다. 해솔도 괜찮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나도 올라오면서 그 생각을 했어요. 가족이 기다리는 걸 알면서 표지만 찍고 오면 안 되는 거 아닌가. 그러다 줄이 걸렸고.”
“표지를 찍으러 간 게 아니잖아요.”
“그렇죠. 그런데 물속에서는 내가 왜 내려왔는지 자꾸 한 문장으로 말해야 할 것 같아요.”
미례는 빈 컵을 하나 더 주웠다.
“여기서는 안 그래도 돼요.”
해솔이 장비 가방을 다시 들었다. 손목에 무게가 실리자 얼굴이 조금 굳었다. 미례는 가방에 손을 대지 않고 문을 잡아 주었다. 해솔이 지나갈 때까지 기다렸다.
우찬이 불을 끄고 나왔다. 세 사람은 주차장까지 함께 걸었다. 미례는 내일 파도 예보를 보내 달라고 했다. 우찬은 현장 책임자에게 확정 구역도 받아 함께 보내겠다고 답했다. 해솔은 끄덕였다. 내일의 입수 시각을 물으려다, 오늘 돌아온 줄부터 장비 담당자에게 다시 보여 줘야 한다는 것을 떠올렸다. 가방 안에서 아직 마르지 않은 줄이 손목 쪽으로 묵직하게 기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