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에는 요괴택배
내 이름을 쓴 오른손
김콩쇠는 자기 이름을 왼손으로 썼다.
김콩쇠는 자기 이름을 왼손으로 썼다.
원본 반출서를 펼친 담당자가 오른손으로 쓰라고 하자 그는 펜을 내려놓았다. 남해온은 그 옆에서 숨을 삼켰다. 평소에는 자기 이름을 누가 훔쳤냐며 큰소리치던 콩쇠가, 오늘은 종이 앞에서 등을 둥글게 말고 있었다.
“똑같이 나오면 나도 믿을 것 같아서.”
담당자는 방금 쓴 종이를 반출서 위에 포개지 않았다. 글씨가 비슷하다는 말로 조사를 끝낼 수 없다고 했다. 해온도 콩쇠를 대신해 펜을 들지 않았다. 콩쇠가 직접 오른손으로 이름을 쓰고 날짜를 적을 때까지 기다렸다.
마지막 획이 두 번 꺾였다. 반출서의 마지막 획도 두 번 꺾여 있었다. 콩쇠의 얼굴이 하얘졌다. 해온은 서명 자리 바깥을 봤다. 반출서에는 콩쇠가 물건을 받았다는 기록 옆에 발급방울 손잡이의 표식이 찍혀 있었다. 실물 방울은 아직 찾지 못했다. 이곳에 있는 것은 그날 종이에 남긴 자국뿐이었다.
“내 도구라고 내 손까지 같이 찍히는 건 아니잖아요.” 콩쇠가 말했다.
채원이 이전 보관 점검의 표본을 가져왔다. 손잡이 모서리의 패인 흠이 같은 위치에 있었다. 콩쇠가 자기 오른손을 무릎 아래로 감췄다. 해온은 두 종이 옆에 놓인 그의 손을 따라 보다가, 표본을 콩쇠가 볼 수 있는 쪽으로 돌렸다. 도구의 흠과 글씨는 남았고, 그날 손잡이를 든 사람의 칸은 아직 비어 있었다.
콩쇠가 반출 날짜를 읽다가 얼굴을 들었다.
“그날 야간 서쪽 운행을 했어.”
해온은 바로 그럼 서명이 맞을 수도 있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콩쇠는 오래된 운행표를 가지고 왔다. 날짜를 숨기려고 안 꺼낸 것은 아니었다. 가져와 놓고 자기 이름이 맞아 보이는 순간 더 무서워진 것이었다.
운행표에는 반출서와 같은 밤이 있었다. 콩쇠는 배차소에 들렀고 빈 소포받침 둘을 돌려줬다. 그때 청묵이 안쪽 창구에 앉아 있었다. 방울을 직접 보았는지는 기억하지 못했다. 자기 손으로 찍었다고 기억나는 도구는 반납표의 작은 네모 도장이었다.
“반납표도 내 이름으로 썼지. 그 종이를 가져다 옮긴 거면?”
담당자는 반납표 원본을 찾을 범위를 적었다. 현재 반출서의 서명만 보고 그 가능성을 확정하지 않았다. 콩쇠는 오늘 자신에게 유리한 기억을 새로 만들고 있는 것처럼 보일까 봐 말을 멈췄다. 해온은 그가 그날 한 일을 끝까지 말하게 했다.
“받침이 하나 깨져 있었어. 청묵이 내가 깼냐고 물었고, 난 물건 받았을 때부터 그랬다고 했어. 그래서 모서리에 흠 모양을 그렸지.”
해온이 담당자를 보았다. 반납표가 있으면 흠 그림도 함께 남아 있을 수 있었다. 서명을 베낀 것이라면 그림을 같이 베끼지는 않았을지도 몰랐다. 담당자는 서랍을 확인하러 갔다. 콩쇠는 손에 쥔 펜을 돌리다가 책상 위에 놓았다.
“내가 신고 하루 늦은 건 여기서도 써야 해?”
“그건 지우지 말아요.” 해온이 말했다. “하지만 지금 보는 밤과 같은 날인지는 날짜로 적고요.”
콩쇠는 달력에서 두 날짜를 짚었다. 분실을 알았던 밤과 신고한 밤 사이가 그대로 남았다. 그 하루 때문에 자신에게서 빠져나간 모든 물건을 되찾지 못한 것처럼 느꼈지만, 반출서에 적힌 양식 수량까지 모두 자기가 받았다고 기억할 수는 없었다.
서랍에서 돌아온 담당자는 아직 반납표를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오래된 표들이 건물 수리 때 임시 보관함으로 옮겨져 있었다. 콩쇠는 피곤한 얼굴로 의자에서 일어났다. 담당자가 오늘 조사에서 확인된 사실을 읽자 그는 자리에 다시 앉았다. 보고할 말이 남아 있었다.
“내가 안 받았다는 것도 아직 확인 안 된 거죠?”
“그렇습니다.”
“그 말도 적어요. 나중에 안 받았다고 끝나도 오늘 몰랐다는 건 남기고 싶어.”
해온은 콩쇠가 받아 든 열람기록을 가방의 비에 젖지 않는 칸에 넣어 줬다. 콩쇠는 잠깐 막으려 했다. 자기 종이를 해온에게까지 들키기 싫은 몸짓이었다. 이미 모두 읽은 종이인데도 그랬다. 해온이 가방을 돌려주자 그는 두 손으로 받아 들었다.
오늘 밤 콩쇠는 위험한 현장 운행에서 빠졌다. 배와 발등의 통증이 아직 남아 있었다. 채원은 그것을 조사 때문에 내린 제재인 것처럼 기록하지 않았다. 콩쇠는 자기 몸 때문에 쉬는 것과 자기 이름 때문에 못 나가는 것을 분리해 들었지만, 마음까지 분리하기는 어려웠다.
해온은 혼자 동쪽 운행을 맡았다. 출발 전 복귀신호와 도움 부를 방법을 확인했다. 콩쇠는 편의점 안에서 송장 받침을 정리했다. 밖으로 따라 나오려는 몸을 계산대 모서리로 누르는 듯했다. 해온이 냉장고 셋째 문 앞에 섰을 때 그가 불렀다.
“내 이름 또 나오면 먼저 소리치지 마.”
“보는 것부터 적을게요.”
“소리치는 건 내가 해도 되니까.”
해온은 웃고 문을 열었다.
오늘 물건은 반딧불 알을 담은 작은 통이었다. 밤길 등 관리인이 주문했고 발신지와 수취표식이 맞았다. 통 옆에는 흔들지 말고 똑바로 세워 달라는 요청이 적혀 있었다. 해온은 완충 받침 위에 통을 묶었다. 지난번 약 봉투처럼 혼자 걷는 물건은 아니었다. 그러나 통 속의 빛이 해온 발걸음에 맞춰 조금씩 밝아졌다.
등 관리인은 야시장과 다른 골목을 맡았다. 그 골목 끝에 약방이 있었고, 낮에는 담벼락으로 보이는 입구가 밤 조명 아래서 열렸다. 해온이 모퉁이를 돌았을 때 골목은 평소보다 환했다. 관리인이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아직 본인확인을 하기 전이라 해온은 통을 내려놓지 않았다.
확인 말을 건네자 관리인이 엉뚱한 답을 했다.
“빛을 받으면 알게 돼.”
해온은 가로등 아래 얼굴을 다시 봤다. 관리인의 어깨 그림자가 몸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뒤쪽 벽에 붙은 흰 종이가 웃고 있었다. 종이 위의 관리인 얼굴은 실제 얼굴과 똑같았지만 목 아래 몸은 없었다.
그는 통을 품에 안고 뒤로 물러섰다. 통 속 반딧불 알이 한꺼번에 번쩍였다. 그림자 관리인은 손을 길게 뻗었다. 해온은 그 손끝을 피해 옆 점포 처마 아래로 들어갔다. 닫힌 문을 두드렸다. 통을 잡은 팔이 저렸다. 평소 콩쇠에게 짐을 나눠 맡기던 거리를 오늘은 혼자 뛰고 있었다.
벽을 두드리자 점포 주인이 창문을 열었다. 그가 “가게 뒤로 돌아와”라고 했을 때 해온은 뒤쪽으로 갈 수 있는 실제 길부터 봤다. 거짓 계단을 따라 내려가던 경험을 되풀이할 수는 없었다. 창문 안에서 주인이 작은 외등을 켰다. 빛은 바로 그 문까지 닿았다.
해온은 그 빛을 따라 달렸다. 그림자의 손이 가방에 닿았다. 어깨끈 한쪽이 늘어졌다. 그는 통을 먼저 몸 안쪽으로 돌리고 벽에 등을 붙였다. 점포 주인이 안쪽 문을 열어 해온을 들였다. 긴 손은 문턱 앞에서 멎었다. 해온의 허락이 아니라 가게 주인의 허락으로 들어온 공간이었다.
“저거 처음 보는 얼굴인데.” 주인이 말했다.
“등 관리인 얼굴을 쓰고 있어요. 실제 관리인에게 연락할 수 있습니까?”
주인은 골목 모퉁이 종을 울렸다. 해온은 그 소리에 몸을 굳혔다. 발급방울이 아니었다. 가게들이 밤길에 문제가 생겼을 때 쓰는 철판이었다. 콩쇠가 찾는 방울 소리와 달랐다. 철판 두 번 뒤에 다른 골목에서 짧은 대답이 왔다.
진짜 등 관리인은 사다리를 들고 나타났다. 자기 얼굴이 벽에 붙어 있다는 것을 보고 욕을 했다. 그는 종이를 붙잡으려고 빛 안으로 뛰어들려 했다. 해온이 창문에서 그를 불렀다.
“그 전에 알 통 받아요!”
통은 오늘 주문한 물건이었다. 관리인이 본인확인을 마치고 안전한 안쪽으로 들어와 물건을 받았다. 가짜 얼굴을 쫓는 일이 물건 인도를 대신하지 않았다. 통은 그의 작업대에 똑바로 놓였다. 관리인은 이 통을 쓰면 꺼진 등을 다시 켤 수 있지만 당장 알을 모두 터뜨리듯 쏟아부을 수는 없다고 했다.
해온은 밖의 빛을 보았다. 가짜 얼굴 뒤의 전등은 평소와 다르게 너무 흰색이었다. 관리인은 자기가 달던 반딧불등이 아니라 종이등이 덧씌워져 있다고 말했다. 빛이 세다고 좋은 밤길이 되는 것이 아니었다. 가짜 그림자를 키우는 빛도 있었다.
둘은 다른 등부터 켰다. 관리인이 새 통에서 필요한 만큼만 옮겨 실제 골목등에 넣었다. 점포 주인은 자기 외등을 더 낮은 각도로 돌렸다. 두 빛이 겹치자 가짜 얼굴의 손이 짧아졌다. 해온은 골목 한가운데 뛰지 않고 가게 바깥 벽을 따라 이동했다. 자신에게 날아올 물건을 피할 공간을 남기고 있었다.
관리인이 사다리로 종이등 가까이 올라갔다. 해온은 아래를 받쳤다. 흰 종이가 펄럭이며 사다리를 밀었다. 그는 어깨에 힘을 넣어 버텼다. 종이의 한 모서리가 관리인 팔을 할퀴었다. 관리인은 욕을 한 번 더 하고 등 덮개만 집게로 잡았다.
덮개가 떨어지자 흰빛이 줄었다. 가짜 얼굴은 벽에 납작하게 붙었다. 해온이 사다리를 다시 세우는 동안 관리인은 덮개를 금속함에 넣었다. 얼굴 종이까지 구기려다가 자기 얼굴과 눈이 마주쳤다. 욕이 멎었다. 그는 집게를 해온에게 넘겨 종이를 따로 받게 했다.
실제 골목등이 켜지자 약방 문이 보였다. 안에서 기다리던 노인이 천천히 나왔다. 그는 한 시간째 앞문을 찾지 못했다고 했다. 해온은 그가 집으로 가는 길까지 관리인에게 확인받는 것을 보았다. 새 등은 물건 하나를 받을 곳보다 훨씬 넓은 길을 돌려놓았다.
배송 완료를 적고 돌아오는 길에 해온의 가방 끈이 끊어졌다. 그는 통을 이미 인도한 것에 안도했다. 서류 가방은 품에 안고 편의점까지 돌아왔다. 콩쇠가 그 모양을 보더니 바느질 함을 꺼냈다.
“내 손도 쓸모 있네.”
해온은 가방을 맡겼다. 콩쇠의 오른손이 바늘을 잡았다. 아침에 자기 이름을 두 번 꺾어 쓸 때와 달리 손이 안정돼 있었다. 그가 삐뚤게 세 땀을 꿰매자 가방은 일단 버텼다. 해온은 콩쇠가 바느질도 할 줄 알았냐고 물었다.
“잘한다고는 안 했어. 빚만 늘어.”
두 사람은 짧게 웃었다.
해온이 오늘 본 가짜 관리인 얼굴을 설명하자 콩쇠는 바늘을 내려놓았다. 남의 얼굴을 붙여 배송품을 받으려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이름을 쓸 수 있는 사람이기도 했다. 그러나 오늘 얼굴 종이와 아침 반출서가 같은 손에서 나왔는지는 아직 몰랐다.
채원에게 보낸 기록의 답은 새벽에 왔다. 임시 보관함에서 콩쇠가 말한 소포받침 반납표 후보를 찾았다는 소식이었다. 모서리에는 작은 흠 그림이 있었다. 원본 반출서와 대조는 다음 열람에서 해야 했다. 해온은 그 전갈을 읽어 줬다. 콩쇠는 오른손을 펴서 한참 보았다.
“내가 그린 건지 내일 알겠네.”
“당신이 기억하는 받침도 같이 봐요.”
콩쇠가 고개를 끄덕였다. 해온은 수선한 가방을 들어 봤다. 끈이 팽팽해졌다. 아직 손잡이에 남은 도장이 누구 손으로 찍혔는지는 몰랐다. 오늘 밤 가방을 버티게 한 세 땀은 누가 꿰맸는지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