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에는 요괴택배
작은 바퀴가 남긴 원
야시장이 열리기 전부터 바닥에 둥근 자국이 생겼다. 네 바퀴 수레가 남긴 줄이라기에는 한 줄만 자주 끊겼다. 남해온은 밤손이 그려 준 수레 그림을 펴 들고 신발 끝을 자국 옆에 놓았다. 같은 수레라고 부르기에는 아직 부족했다. 하지만 큰 바퀴 셋과 작은 바퀴 하나가 움직이면 무엇이 생기는지는 눈앞에서 보였다.
야시장이 열리기 전부터 바닥에 둥근 자국이 생겼다. 네 바퀴 수레가 남긴 줄이라기에는 한 줄만 자주 끊겼다. 남해온은 밤손이 그려 준 수레 그림을 펴 들고 신발 끝을 자국 옆에 놓았다. 같은 수레라고 부르기에는 아직 부족했다. 하지만 큰 바퀴 셋과 작은 바퀴 하나가 움직이면 무엇이 생기는지는 눈앞에서 보였다.
채원은 시장 출입구에 멈춰 있었다. 오늘도 시장 전체를 막는 날은 아니었다. 제한된 열한 발급표식에 연결되는 물건의 보관 상태를 확인하러 왔다. 콩쇠는 시장 천막 아래에서 코를 킁킁거리며 냄비 쪽을 봤다.
“탄소지 타는 냄새가 나?” 해온이 물었다.
“전 부치는 냄새. 중요한 냄새야.”
해온은 가방에서 빵을 꺼냈다. 콩쇠는 그것을 보고 배를 문질렀다. 국수집 간판에 맞은 자리는 더 붓지 않았지만 멍처럼 푸르러졌다. 채원은 통증이 심해지면 배송을 중단하라고 했고, 콩쇠는 자기가 말하겠다고 했다. 오늘 힘 쓰는 일을 전부 해온에게 맡기겠다는 말은 아니었다.
작은 바퀴 수레는 시장 안쪽 신발 매대 옆에 있었다. 주인은 뿔 한쪽이 유난히 짧은 산양 요괴였다. 채원이 공지를 보여 주자 그는 자기 수레가 탄소지를 운반한 것은 맞다고 했다. 다만 맡긴 물건을 옮겨 준 품삯을 받았고 안쪽 내용까지 알지는 못했다고 했다.
해온은 수레 위에서 어젯밤 본 수납함과 비슷한 나무상자를 찾았다. 산양은 빈 상자를 열어 보여 줬다. 검은 종이들이 빠져나간 뒤에도 바닥에 손바닥 모양 얼룩이 남아 있었다. 그것을 잡아내려고 닦지 않았다는 말에 콩쇠가 놀랐다.
“보통은 이런 거 더러워서 닦잖아.”
“더러운 게 아니라 내가 받은 물건 흔적이니까. 맡길 때 깨끗했다고 우기면 어쩔 거야.”
산양은 거래 장부를 가져왔다. 그 이름을 해온과 콩쇠에게 통째로 보여 주지 않았다. 채원에게 필요한 거래 줄만 가려서 내밀었다. 해온은 물건을 어디에 내려놓았는지 들었다. 시장 반대쪽, 문 없는 가판대였다. 빗물을 파는 장사가 밤마다 잠깐 쓰는 자리라고 했다.
그 가판대에는 다른 상인이 들어와 있었다. 검은 항아리를 놓고 비 한 잔 값을 받고 있었다. 해온이 탄소지를 찾는다고 하자 상인은 항아리 뚜껑을 열었다. 비가 항아리 밖으로 거꾸로 쏟아져 올라갔다.
콩쇠가 재채기를 했다.
“종이는 없는데 물은 많네요.”
상인은 국수집 봉투에 찍힌 번호를 보자 손을 내밀었다. 자신도 그 번호를 보고 보관 중인 물건이 있다고 했다. 해온은 먼저 물건을 보여 달라고 했다. 상인이 가판대 밑에서 꺼낸 것은 비에 젖지 않는 낡은 영수증이었다. 구매액과 일부 환급을 받았다는 표시가 있었다.
“나는 아직 못 받았어. 그런데 받았다고 종이가 왔어.”
채원이 표를 읽는 동안 해온은 종이가 자기 가방 쪽으로 당겨지는 걸 느꼈다. 상인의 손에서 벗어나려는 게 아니라, 해온이 들고 온 국수집 거래 확인 사본에 붙으려는 것이었다. 해온은 두 종이를 떨어뜨렸다. 그 사이에서 얇은 검은 선이 늘어났다.
콩쇠가 손가락으로 선을 튕겼다. 종이 두 장이 탁 소리를 냈다. 해온의 가방에서 번호가 서로 같은 확인표가 밖으로 밀려나왔다. 그는 급히 가방을 닫고 뒤로 물러섰다.
“둘을 붙이지 마.” 채원이 말했다.
상인은 영수증을 가판대에 내려놓았다. 해온은 자기 사본을 가림봉투에 넣었다. 검은 선이 짧아지더니 받았다는 표시에 파고들었다. 상인은 화가 나서 항아리를 쳤다. 비가 해온 머리 위에서 와르르 떨어졌다.
“돈 안 받았다고 말하면 내 종이가 거짓말하고, 종이를 믿으면 내가 돈을 두 번 달란 사람이야!”
해온은 젖은 얼굴을 닦았다. 상인의 분노는 이해됐다. 그러나 비를 사람 얼굴에 쏟아서는 자기 말을 더 잘 전할 수 없었다. 채원이 항아리 뚜껑을 닫아 달라고 했다. 상인은 한 번 더 주먹을 들다가 멈췄다.
오늘 환급을 지급할 상대인지, 돈을 이미 받았는지부터 확인해야 했다. 채원이 담비 할멈에게 해당 지급번호와 실제 수납·지급 기록을 물었다. 해온은 그동안 가판대 밑에 묻은 작은 바퀴 자국을 봤다. 산양의 수레를 세워 둔 장소가 맞았다. 하지만 탄소지는 어디에도 없었다.
“종이 내린 뒤에 누가 왔어요?”
“내가 오기 전에 빠졌지. 전 장사한 사람을 물어봐.”
전 장사한 사람은 빗물 장사가 아니라 종이모자 수선사였다. 해온은 옆 점포를 거쳐 연락할 방법을 찾았다. 그때 산양이 수레를 밀고 돌아왔다. 일을 마친 뒤 바퀴를 고치려고 지나가는 길이었다. 작은 바퀴가 갑자기 덜컹거리자 상자가 바닥에 떨어졌다.
나무상자 모서리에서 검은 종이 한 조각이 튀었다.
콩쇠가 먼저 발을 뻗어 조각을 막았다. 산양이 소리를 질렀다. 종이가 콩쇠 발등에 달라붙고 신발끈을 잡아당겼다. 해온은 어젯밤 자기 운동화가 달아나던 모습을 떠올려 발을 움츠렸다. 콩쇠는 넘어지지 않으려고 수레 손잡이를 잡았고, 수레는 작은 바퀴 때문에 돌아가기 시작했다.
“손잡이 놓지 마!” 산양이 외쳤다.
“놓으면 내가 눕잖아!”
해온은 수레 앞을 가로막았다. 멈추는 대신 판자가 그의 무릎에 닿았다. 둔한 통증이 올라왔다. 채원은 가판대 앞 사람들을 물리고 수레의 큰 바퀴 뒤에 나무받침을 밀었다. 바퀴가 받침에 올라탄 순간 산양이 손잡이를 꺾었다. 수레는 항아리를 한 뼘 남겨 놓고 멈췄다.
콩쇠가 주저앉았다. 종이가 발등을 놓지 않았다. 해온이 잡아 뜯으려 하자 채원이 손을 막았다. 종이에는 신발에 묻은 물이 검은 선을 살리고 있었다. 그는 마른 받침을 신발 아래 넣고 종이가 스스로 붙어 나올 수 있는 바깥 모서리를 찾았다. 산양이 상자 바닥과 같은 종이판을 내줬다.
물기가 더 많은 판 쪽으로 검은 종이가 이동했다. 콩쇠는 그제야 발을 뺐다. 조각은 작았지만 종이 두 장을 한 번 더 찍을 만큼 검었다. 방금 영수증에서 길게 늘어난 검은 선과 닮았다. 채원은 모양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같은 도구라고 결론 내리지 않았다. 오늘 실제 조각과 두 표가 접촉하려던 상태를 함께 남겼다.
“내 상자에서 나온 거면 내 잘못도 있습니까?” 산양이 물었다.
“어떤 물건을 알고 받았는지부터 확인할 겁니다.” 채원이 말했다.
산양은 작은 바퀴를 쳐다봤다. 수레를 빨리 고쳤더라면 조각이 바닥 틈에 끼어 있는 것을 봤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떠오른 얼굴이었다. 해온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그러나 사고가 난 뒤에는 누구나 앞의 작은 틈을 큰 원인처럼 보게 됐다. 그는 산양에게 상자가 처음 내려왔을 때 보았던 것만 이야기해 달라고 했다.
담비 할멈의 답은 그때 왔다. 빗물 상인에게 실제 지급한 적은 없었다. 지급번호는 있었으나 상인 이름과 겹치는 환급 표시는 장부상 기록에서만 돌고 있었다. 상인은 긴 숨을 내쉬었다. 자기 돈을 두 번 달라는 사람이 아니었다는 말을 들은 순간 화가 조금 가라앉았다.
그의 구매 사실은 앞서 제출한 원본과 맞아 오늘 지급할 일부 보전액이 준비돼 있었다. 채원은 그 돈을 상인에게 보내고 실제 수령 여부를 확인했다. 상인은 눈앞에서 지폐를 세었다. 해온은 번호가 살아 있는 영수증과 그가 손에 쥔 현금을 구분해 기록했다. 국수집 주인이 오늘 받은 돈도 같은 방식으로 이미 별도 수령이 확인돼 있었다.
“이제는 받았다고 적어도 돼.” 상인이 말했다.
그는 손으로 직접 받은 칸에 표식을 찍었다. 이전 종이의 검은 선 위에 덧쓰지는 않았다. 새 표는 검은 선 없이 깨끗했다. 해온은 오늘 그 한 줄이 어제 부조함에서 본 큰 숫자보다 믿을 만하다고 느꼈다.
종이모자 수선사는 장사를 접은 골목 끝에서 만났다. 접힌 모자들이 그의 어깨에 매달려 있었다. 그는 탄소지를 받아 안감으로 쓰면 어떠냐는 제안을 받았으나 거절했다고 했다. 만지자 손끝에 남의 말이 따라붙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맡긴 사람은 서쪽 배차소 문지기에게 전달해 달라는 말을 남기고 돌아갔다.
“문지기가 누군지는 알아요?” 해온이 물었다.
수선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청묵이었다. 다만 그가 직접 물건을 가져갔는지는 보지 못했다. 수선사는 옆 가판대에 맡긴 뒤 자기 장사를 정리했다. 그 뒤 탄소지가 사라졌다고 했다. 채원은 전달 요청과 실제 수령을 각각 적었다. 청묵의 복제된 계정이 앞서 쓰인 사실만으로 오늘 그의 손에 종이가 있다고 쓸 수는 없었다.
콩쇠가 유난히 조용했다. 해온은 멍든 배가 아파서 그런 줄 알고 물었다. 콩쇠는 배를 만지던 손을 주머니에 넣었다.
“청묵이 내 반출서명 물어봤던 게 생각나.”
“언제요?”
“방울 잃기 전에. 내가 서명 끝을 왜 두 번 꺾느냐고.”
해온은 그 말을 듣고 종이모자 수선사 쪽을 돌아보지 않았다. 새로운 기억은 새 기록이었다. 서로 다른 사람이 지금 앞에 있다는 이유로 한 증언이 다른 증언의 근거가 되지는 않았다. 그는 콩쇠에게 장소와 당시에 한 답을 떠올려 달라고 했다.
“예쁘라고.” 콩쇠가 말했다. “실제로는 급하면 끝을 다시 짚는 버릇인데.”
그는 장부에 자기 이름을 한번 써 봤다. 마지막 획이 두 번 꺾였다. 해온은 그 획을 보고도 반출 사본과 당장 겹치지 않았다. 내일 원본을 놓고 확인해야 했다. 콩쇠가 장부를 덮자 모자 수선사가 작은 종이받침을 내밀었다.
“발 다쳤으면 집에 가서 쉬어. 뛰어다니는 신발 안감은 내가 안 고쳐.”
해온과 콩쇠가 동시에 그를 봤다. 수선사는 길먼지 소문이 벌써 퍼졌다고 했다. 콩쇠가 웃기 시작하자 해온이 먼저 길을 나섰다. 오늘 사람을 쫓으러 왔다가 수레를 멈추고, 못 받은 돈을 받게 한 밤이었다. 그의 운동화는 얌전했다. 이번에는 무릎이 먼저 집을 원했다.
편의점 뒤에서 해온은 장화를 반납하고 무릎에 냉찜질을 했다. 콩쇠도 자기 배에 작은 냉주머니를 올렸다. 둘이 나란히 앉아 있자 점주가 묻지도 않고 쓰레기 정리는 아침에 하라고 했다. 해온은 고맙다고 말하고 오늘 맡은 목록을 닫았다.
채원은 검은 조각을 원규칙 견본과 비교할 준비를 했다. 해온에게 온 마지막 전갈에는 청묵을 아직 찾지 못했다는 내용과, 콩쇠 명의 반출서명 원본을 내일 열람할 수 있다는 내용이 따로 적혀 있었다. 콩쇠는 그 말을 보고 냉주머니를 더 세게 눌렀다. 웃음이 사라진 자리에도 그가 앉아 있는 것은 변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