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도시판타지 직업 코미디 43화

퇴근 후에는 요괴택배

신발 한 짝이 먼저 퇴근했다

남해온의 왼쪽 신발이 발을 빼고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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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온의 왼쪽 신발이 발을 빼고 뛰었다.

그는 편의점 뒤에서 물을 마시던 중이었다. 발바닥이 갑자기 차가워지더니 운동화 한 짝이 배수구 쪽으로 달렸다. 김콩쇠가 웃음을 터뜨렸다. 해온은 양말로 젖은 바닥을 밟으며 신발을 쫓았다. 운동화는 쓰레기봉투 앞에서 몸을 숙이고 골목으로 방향을 꺾었다.

“너만 퇴근하면 나는 뭐 신고 가!”

콩쇠가 그제야 일어났다. 그는 운동화 앞에 손바닥을 놓았지만 신발은 그 손을 발판 삼아 뛰어넘었다. 평소 해온이 절대로 넘지 못할 높이였다. 두 사람은 가로등 아래서 운동화를 붙잡았다. 해온은 끈을 꽉 쥐고서야 숨을 골랐다. 혀를 빼문 것처럼 안감이 밖으로 나와 있었다.

콩쇠가 안쪽을 들여다봤다.

“길먼지가 들었어.”

“먼지도 퇴근을 알아요?”

“길먼지는 신는 사람이 가려던 데로 먼저 가. 요괴길에서 신발 젖었지?”

어젯밤 국수집에서 돌아올 때 웅덩이를 밟았다. 그전에 삿갓비의 계단 아래서도 발이 젖었다. 언제 들어왔는지 모르지만 오늘 새 배송에 나가면 신발이 목적지를 골라 뛰어갈 수 있었다. 해온은 운동화 바닥을 털었다. 검은 가루가 작은 화살표처럼 모여 다시 안으로 파고들었다.

“물로 씻으면?”

“덩어리 져. 더 빨라지지.”

해온은 콩쇠를 노려봤다. 그는 “내가 몰랐다고 한 적은 없잖아”라고 했다가 해온의 표정을 보고 뒤로 물러섰다. 먼지 털어 주는 가게가 있는 건 지금 기억났다고 덧붙였다. 해온은 편의점에서 쓰는 고무장화를 꺼냈다. 길먼지 가게까지는 왼발만 장화였다.

점주가 출입문 앞에 선 두 사람을 보고 물었다.

“요즘 새 유행이냐?”

“신발 수리요.”

“한 짝은 큰 걸로 수리했네.”

해온은 대답 대신 근무 종료 시간을 확인했다. 점주는 새벽 교대 때 장화는 돌려놓으라고 했다. 남의 일터 장비까지 요괴길에 두고 올 수는 없었다. 해온은 장화 이름표를 가방의 작은 주머니에 넣었다.

먼지 털어 주는 가게는 지하철 폐쇄 통로의 세 번째 환풍구 뒤에 있었다. 빗자루들이 벽에 거꾸로 매달려 있었고, 바닥 한쪽에는 낡은 구두가 새끼고양이처럼 잠들었다. 주인은 털이 긴 족제비 요괴였다. 운동화를 보자 당장 털어 줄 수 있지만 신발이 기억한 길 하나는 남겨야 한다고 했다.

“기억까지 가져가면 다시 집에 못 가는 물건이 돼.”

해온은 집으로 가는 길을 남기고 배송지 길먼지만 떼어 달라고 했다. 주인은 해온이 직접 자기 집 방향을 떠올리게 했다. 월세방 문 앞의 낮은 턱, 밤마다 울리는 수도관, 복도 끝 다른 방의 빨래 냄새가 떠올랐다. 운동화가 몸을 움츠렸다. 그는 자기 집이 이 신발에게도 집이었음을 처음 알았다.

빗자루 하나가 내려와 신발 밑창을 훑었다. 가루가 작은 산을 만들었다. 족제비는 그 위에 철사 덮개를 씌웠다. 안쪽에서 화살표 셋이 따로 움직였다. 하나는 국수집, 하나는 삿갓비 골목으로 향했다. 마지막 하나는 두 방향을 번갈아 가리켰다.

해온은 고개를 들었다. 채원이 말한 같은 번호의 두 점포가 떠올랐다. 그러나 신발 먼지가 그 번호에서 왔다는 증거는 없었다. 그는 먼저 자기 신발에서 왜 두 길이 보이는지 물었다.

“둘 다 밟았거나,” 족제비가 말했다. “한 길이 둘처럼 찍혔거나. 네 발로 가 본 데는 네가 알겠지.”

해온은 둘째 점포에 간 적이 없었다. 족제비는 가루를 종이에 떨어뜨려 주지 않았다. 바람만 불어도 움직이는 것을 증거처럼 들고 다닐 수는 없다고 했다. 대신 가게의 먼지통에 남겨 두고 채원이 찾아오면 같은 상태를 보여 주겠다고 했다. 해온은 연락할 방법과 보관하는 데 드는 비용을 적었다. 집으로 가는 길을 남긴 운동화는 다시 얌전해졌다.

오늘 맡은 소포는 난방용 벽돌 두 장이었다. 수취인은 폐지 줍는 밤손이라는 요괴였다. 주문한 이름과 지정 표식, 가게의 실제 출고가 맞았다. 콩쇠는 벽돌을 품에 안고 웃었다.

“이건 움직여도 느리겠지.”

“그런 말 하고 나서 움직인 적이 몇 번이죠?”

벽돌은 움직이지 않았다. 대신 콩쇠의 배에서 큰 소리가 났다. 해온은 편의점에서 산 찐빵을 나눠 줬다. 야간배송 보수는 아직 정산 전이었다. 둘이 오늘 식비를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찐빵 크기가 알려 줬다.

밤손은 저수지 아래 오래된 건물의 옥상에 살았다. 올라가는 길은 안쪽 계단뿐이었다. 건물 관리인이 출입을 허락했어도 옥상방 수취인의 허락은 별도로 받아야 했다. 해온이 복귀신호를 보내고 건물 문을 열자 복도에 쌓인 폐상자가 바스락거렸다. 종이 사이에서 작은 손들이 빠져나와 벽돌을 가리켰다.

“하나만 놓고 가.”

“수취인에게 전할 물건입니다.”

“위에 가는 동안 우리가 먼저 얼어.”

해온은 멈췄다. 폐상자 사이의 요괴들이 정말 추워 보였다. 배송원에게 딱한 얼굴을 보이는 모든 사람이 거짓말하는 건 아니었다. 그러나 벽돌 한 장을 내주면 주문한 밤손은 반쪽 난방을 받는다. 그는 관리인에게 아래 복도의 임시 난방 문제가 있는지 연락했다. 관리인은 창고의 작은 등 하나를 사용할 수 있다며 위치를 알려 줬다.

콩쇠가 그 등을 가져왔다. 상자 요괴들은 뜻밖의 빛을 보고 잠깐 말이 없었다. 작은 등은 뜨거운 벽돌처럼 오래 난방할 수 없었지만 모여 있을 한 구석은 만들었다. 해온은 벽돌을 지키고 계단에 발을 올렸다. 등은 관리인 물건이니 옮길 때는 다시 물어 달라는 말을 남겼다.

계단 중간에서 벽이 흔들렸다. 물결 그림자가 천장을 덮었다. 건물 밖 저수지의 물이 실제로 들어온 것은 아니었다. 야간에 비친 물그림자가 오래된 틈을 타고 요괴길 계단을 적시고 있었다. 해온의 신발 밑창이 바닥에 붙었다. 그는 방금 먼지를 털어 낸 운동화에 소리쳤다.

“집 가는 길밖에 없다며!”

운동화는 움직이지 않았다. 콩쇠가 먼저 계단 위를 짚었다. 다음 한 칸이 미끄러웠다. 벽돌은 무거웠고 두 사람의 손은 젖었다. 내려가서 대체 길을 찾으려 했을 때 밤손이 위쪽에서 불렀다. 옥상 문을 열어 둔 채 자기 방 앞에 작은 등불을 내려놓았다.

빛이 계단을 타고 내려왔다. 물그림자는 그 빛을 피하며 옆으로 밀렸다. 그러나 아래층 등과 위층 등 사이에 한 층이 여전히 어두웠다. 삿갓비 골목에서 빌려 둔 금속판이 있었다면 각도를 돌릴 수 있었을지 모른다. 해온은 없는 물건을 아쉬워하는 대신 오늘 가방의 물건을 뒤졌다.

반환 수납함의 빈 뚜껑이 나왔다. 돈은 담비 할멈에게 이미 인도했고, 함은 돌려드리러 가지고 가는 길이었다. 함을 빛받이로 써도 되는지 채원에게 물을 시간이 필요했다. 콩쇠가 젖은 계단에서 벽돌을 더 높이 받쳤다.

“내 팔이 답장보다 빨리 떨어지면 어쩌냐.”

해온은 물건을 바닥에 내릴 수 있는 마른 칸부터 찾았다. 둘이 벽돌을 내려놓은 뒤 채원에게 연락했다. 함 안쪽에 표식을 손상시키지 않는다면 바깥면을 임시로 쓸 수 있다고 했다. 해온은 뚜껑을 떼지 않고 함 전체를 열어 세웠다. 빛이 젖은 금속에 닿고 계단 중앙을 비췄다.

콩쇠가 벽돌 한 장을 들었다. 해온도 한 장을 잡았다. 이제 각자 한 손은 난간을 잡을 수 있었다. 세 계단을 오르자 물그림자가 무릎 높이로 치솟았다. 해온은 숨을 들이켜며 발을 멈췄다. 그림자는 발목을 실제로 차갑게 만들었다. 앞으로 밟으면 빛 밖이었다.

위에서 밤손이 등불을 더 가까이 밀었다. 해온은 그 불빛을 따라 난간을 짚었다. 콩쇠는 아래에서 기다렸다가 해온이 마른 칸에 올라선 뒤 따라왔다. 앞선 사람이 급하게 손을 끌어당겨 둘 다 넘어지는 일은 없었다. 벽돌은 옥상 문 앞에서 다시 한 묶음이 됐다.

밤손은 자기 확인 말을 했고 안으로 들어오라고 했다. 방 한가운데 쇠 받침이 준비돼 있었다. 그는 벽돌을 받고 먼저 손바닥을 비볐다. 복도 아래 사람들이 춥다는 이야기를 듣자 입술을 깨물었다.

“내가 두 장 주문하면 욕심인가?”

해온은 고개를 저었다. 밤손 방도 추웠다. 자신의 배송품을 받는 것은 남의 추위를 외면한다는 판정이 아니었다. 밤손은 그렇다면 내일 관리인과 난방 배치를 상의하겠다고 했다. 오늘 받은 한 장을 급히 아래로 던져 줄 생각은 멈췄다. 벽돌 한 장이 계단을 굴러떨어지면 따뜻함 대신 사고가 될 것이다.

돌아가려는 해온에게 밤손이 자기 폐지 묶음 옆을 가리켰다. 봉투에 찍힌 번호를 어제 골목 공지에서 봤다고 했다. 그 번호와 비슷한 표식이 든 탄소지가 고물 수레에 실려 있었다. 버려진 것인 줄 알았으나 다른 골목의 상인이 자기 것을 찾으러 와 가져갔다고 했다.

“누군지는 몰라. 수레 바퀴 하나가 다른 것보다 작았어. 굴러갈 때 기우뚱해서 내가 밀어 줬지.”

해온은 그것만으로 사람을 찾겠다고 하지 않았다. 대신 그 수레가 간 방향과 밤손이 본 표식의 실제 모양을 적었다. 밤손은 기억을 따라 그림을 그리다 자신 없는 부분은 빈칸으로 뒀다. 두 길을 가리킨 먼지와 복사 표식이 든 탄소지가 아직 한 사건인지는 몰랐다.

옆에서 콩쇠가 기침했다. 그의 조끼 밑단이 물그림자에 젖어 있었다. 해온은 밤손이 건네는 마른 천을 받았다. 콩쇠의 몸을 닦아 주려다 먼저 내밀었다. 콩쇠는 천을 받아 자기 배부터 닦았다.

“간판 맞은 데 아직 아픈데 거기만 차가워.”

“오늘 벽돌이 안 뛰어서 다행이네요.”

“넌 꼭 물건이 조용하면 말이 많아져.”

내려가는 길은 밤손이 비춰 준 등과 관리인의 등이 이어졌다. 해온은 마지막 계단을 내려온 뒤 수납함을 닫았다. 함은 다시 빈 함이었고, 뚜껑에 물자국이 남아 있었다. 담비 할멈에게 돌려줄 때 사용한 일과 닦은 상태를 말해야 했다. 반환금이 들어갔다는 기록만 남겨서 끝낼 일이 아니었다.

밖에는 어느새 가는 비가 내렸다. 해온은 운동화 한 짝에 비닐 덮개를 씌웠다. 오른쪽에도 씌웠다. 콩쇠가 그 모양을 보고 배를 잡고 웃다가 아파서 웃음을 멈췄다. 해온은 편의점 장화는 가방에 잘 있다는 걸 확인하고 출발했다.

신발을 수리한 족제비에게서 연락이 왔다. 두 방향을 가리키던 먼지 하나가 움직임을 멈췄다고 했다. 누군가 연결된 길의 표식을 빼거나 접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변화였다. 정확히 무엇이 바뀌었는지는 그 가루로 알 수 없었다.

해온은 길 가운데 멈췄다. 콩쇠도 웃음을 거두었다. 밤손이 말한 작은 바퀴 수레를 떠올리자 어두운 골목이 이전보다 짧아 보였다. 자신이 아직 가지 않은 길에서 누군가는 이미 물건을 옮기고 있었다.

해온은 채원에게 연락하고 편의점 방향으로 발을 돌렸다. 지금 무작정 수레를 찾아 뛰면 복귀 약속을 어기고, 다음에 볼 수 있는 흔적까지 자기 발로 섞을 수 있었다. 그는 운동화 끈을 다시 묶었다. 오늘 신발은 먼저 퇴근하려 했지만, 돌아갈 길은 결국 두 사람이 같이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