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도시판타지 직업 코미디 42화

퇴근 후에는 요괴택배

국수집 간판이 달아나는 밤

국수집 주인은 열람대에 봉투 대신 간판을 들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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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집 주인은 열람대에 봉투 대신 간판을 들고 왔다.

남해온은 문을 열어 주다가 뒤로 물러섰다. 간판이 살아 있었다. 나무판 양쪽에서 짧은 발이 튀어나와 바닥을 긁었다. 주인은 노끈으로 간판을 몸에 묶고 겨드랑이에 봉투를 끼웠다. 콩쇠가 의자를 내주자 간판이 그 의자에 먼저 올라앉았다.

“내가 앉을 자리야.” 주인이 말했다.

간판은 싫다는 듯 의자 등받이를 물었다. 낡은 이름 세 글자 가운데 마지막 글자만 꺼멓게 부풀었다. 주인은 어제까지 이런 적이 없었다고 했다. 오늘 낮에는 그냥 문에 붙어 있었는데, 밤 장사를 쉬고 봉투를 빼자 간판이 문고리를 잡고 버텼다.

“약속한 시간에 오려면 들고 오는 수밖에 없었어.”

해온은 간판을 묶은 노끈을 더 당기지 않았다. 나무 모서리 한쪽이 이미 갈라져 있었다. 채원은 봉투와 간판을 별개로 받아 적었다. 주인은 자기 아버지가 칠한 판이라고 두 번 말했다. 그것을 보상표 안의 대체품 한 개로 쓰면 안 됐다.

“판은 고칠 수 있겠죠?” 주인이 물었다.

채원은 옆에 마련한 받침을 가리켰다. 먼저 판을 다치지 않게 놓을 곳이었다. 간판이 의자에서 내려오지 않자 콩쇠가 자기 앉을 자리를 포기하고 바닥에 받침을 펼쳤다. 해온은 나무판 아래를 받쳤다. 둘이 동시에 들어 올렸을 때 간판의 이가 의자에서 빠졌다. 이라고 생각한 것은 거칠게 일어난 나무 가시였다.

주인이 내민 봉투는 접수표의 겉표식과 맞았다. 안쪽을 펴는 데 동의하느냐는 말에 그는 이미 여기까지 들고 왔다고 답했다. 채원은 그것이 판을 뜯어도 된다는 말까지 포함하는지 다시 물었다. 주인이 얼굴을 찌푸렸다.

“그건 안 돼. 봉투만 펴 봐.”

해온은 간판을 눕힌 자리를 남겨 두고 봉투를 열람대 중앙에 놓았다. 콩쇠는 가방에서 압착판을 찾다가 빈 손을 보았다. 어젯밤 삿갓비 골목의 등에 빌려 둔 판이었다. 오늘은 조정소 받침을 빌려야 했다. 한밤중 선행은 다음 업무의 빈칸으로 따라왔다.

봉투의 겉에는 국수집 별칭이 있었다. 안쪽 첫 접힘을 펴자 별칭 뒤에 다른 획이 나타났다. 주인이 손을 뻗었다. 해온은 그의 손목을 잡는 대신 종이를 뒤집었다. 이곳에서 자기 이름 아닌 타인의 전체 이름을 볼 필요는 없었다. 채원이 가림판 사이로 발급번호를 확인했다.

간판의 마지막 글자가 크게 꿈틀거렸다.

주인은 벌떡 일어났고, 간판도 받침에서 몸을 세웠다. 노끈이 해온 발목에 걸렸다. 그가 한 발 물러서자 간판은 문 쪽으로 뛰었다. 콩쇠가 몸을 날려 문 앞에 서는 바람에 나무판이 그의 배를 정면으로 들이받았다.

“내가 국수 먹은 값은 냈는데!”

콩쇠의 외침에도 판은 멈추지 않았다. 채원이 문밖 사람에게 비키라고 소리쳤다. 해온은 열람대의 봉투를 덮었다. 그 순간 간판의 다리가 짧아졌다. 주인은 노끈을 잡아당기지 않고 갈라진 모서리를 받쳤다. 간판이 바닥에 털썩 앉자 해온 발목에서 끈이 풀렸다.

“열면 뛰고 닫으면 멈춰요.” 해온이 숨을 골랐다.

“우리 간판이 남의 이름을 따라가는 거야?”

아직 그렇게 단정할 수 없었다. 하지만 봉투를 펴는 동작과 나무판의 움직임은 두 번 겹쳤다. 채원은 별도로 확인할 작은 가림막을 가져왔다. 해온이 판을 받치고 주인이 노끈 끝을 잡은 상태에서 바깥 접힘만 다시 폈다. 간판은 고개만 들었다. 두 번째 접힘을 건드리자 다리가 길어졌다.

해온은 즉시 멈췄다. 간판은 다른 사람의 이름을 물리적으로 숨기고 있는 물건일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물건은 주인 아버지가 만든 간판에 붙어 있었다. 간판부터 부수면 두 문제를 같이 망가뜨릴 것이다.

“이름이 제 가게에서 나가면 손님도 길을 잃겠네요.” 주인이 말했다.

해온은 전날 그릇 두 개가 놓였던 빈 테이블을 떠올렸다. 이름을 잃은 사람에게 돌려줘야 할 것이 있다는 말은 쉽게 했다. 그동안 그 이름으로 길을 찾던 국수집은 어떻게 할지 묻는 데는 늦었다. 주인은 자신의 이름을 살린다고 믿고 봉투를 샀다. 남의 피해를 알게 된 뒤에도 손님이 사라지는 것을 두렵다고 말할 수 있었다.

채원이 상인 보전 심사에서 확인된 항목을 보여 줬다. 구매 사실과 해당 표식의 제한 통지를 받은 뒤 보관한 사실이 대조됐고, 그 중 구매대금 일부를 돌려줄 수 있었다. 아직 나머지 비용을 무조건 보전하는 결정은 아니었다. 담비 할멈이 마련한 별도 상인 계정의 실제 잔액 안에서 지급할 액수였다.

주인은 숫자를 보고 씁쓸하게 웃었다.

“다 못 받는 거 알아. 그런데 그 돈 받으려고 판을 여기 두고 가야 합니까?”

채원은 고개를 저었다. 오늘 요구하는 것은 봉투의 임시 보관과 열람이었다. 간판은 필요한 상태를 기록한 뒤 주인에게 돌려줄 물건이었다. 주인은 봉투를 맡기되, 판을 안전하게 가게에 다시 달 때까지 함께 와 달라고 했다. 해온은 편의점 교대 시간을 보고 가능한 시간을 말했다. 오늘 약속을 지키려면 배송 한 건을 다른 사람에게 넘겨야 했다.

콩쇠가 그 건을 자기가 맡겠다고 했다. 해온이 놀라 보자 그는 배를 문질렀다.

“국수집 간판에 한 번 졌으면 다른 데서 만회해야지.”

채원은 콩쇠의 현재 운행 가능 범위를 확인하고 대체 배차를 정했다. 조사 중인 사람이라는 이유로 혼자 마음대로 송장을 가져가게 할 수는 없었다. 콩쇠도 이번에는 표를 기다렸다. 그 사이 주인은 간판을 돌려 안쪽의 고리를 보여 줬다. 봉투를 끼운 틈이 거기 있었다.

해온은 틈에 얇게 붙은 접착자국을 보았다. 판 자체가 이름 봉투를 먹은 것은 아니었다. 봉투를 걸던 끈과 판의 고리가 가까이 닿으며 새 접힘이 생겼다. 채원은 판에서 떨어질 수 있는 바깥 종이만 먼저 분리했다. 간판은 잠깐 발을 휘저었지만 봉투가 가림막 안으로 옮겨지자 움직임을 멈췄다.

주인은 나무 표면을 어루만졌다. 칠이 벗겨진 곳에서 아버지가 쓰던 붓자국이 나왔다. 살아 움직이는 발보다 그 자국을 보는 얼굴이 더 긴장돼 있었다. 해온은 갈라진 모서리에 종이 조각을 끼워 억지로 맞추지 않았다. 판 수선은 주인이 고른 수선사에게 맡기기로 했다.

국수집에 도착했을 때 골목은 어두웠다. 문 위의 등이 깜박였다. 그 전구가 낮에도 깜박이는지 주인은 기억하지 못했다. 봉투를 단 뒤에는 간판 이름이 먼저 빛나서 전구를 덜 신경 쓴 것 같다고 했다. 해온은 가게 문을 들어가기 전에 주인에게 안쪽에 둬도 되느냐고 물었다. 주인이 문을 활짝 열었다.

가게 안에는 육수 냄비 두 개와 말리던 국수틀이 있었다. 주인은 그릇을 꺼내다 멈췄다. 오늘 국수까지 주면 조사받는 사람의 대접처럼 느껴질까 봐서였다. 해온은 밥부터 먹으러 온 게 아니라고 말하고 노끈을 내려놨다. 주인이 안쪽에서 사다리를 가져왔다.

“전구 내가 바꿀게요.”

“전기 수리도 해요?”

“아뇨. 불 꺼진 걸 다시 켜야 할 것 같아서.”

해온은 사다리 옆에 멈췄다. 의욕으로 전기 작업을 대신할 수 없었다. 주인은 웃으며 스위치를 내리고 자기가 평소 하던 교체만 하겠다고 했다. 켜도 안 되면 전문 수리사를 부르겠다고 덧붙였다. 해온은 사다리를 받치는 일을 맡았다. 손등 반창고가 손잡이에 붙었다 떨어졌다.

새 전구는 주인이 가게 안에 보관한 것이었다. 주인이 교체한 뒤 전등이 환해졌다. 골목 입구에서는 여전히 가게가 잘 안 보였다. 해온은 주인과 함께 모퉁이까지 걸어갔다. 주인은 가게를 바라보다 아버지가 쓰던 작은 화살표 판을 떠올렸다. 오래전 길공사 때 썼던 것으로, 창고에 남아 있었다.

그 판은 도로 쪽에 마음대로 세울 수 없었다. 주인이 옆 점포 주인에게 자기 벽 앞에 놓을 수 있는지 물었다. 점포 주인은 문을 가리지만 않으면 된다고 했다. 두 사람이 바깥에 판을 놓고 돌아오는 동안 해온은 불빛의 각도를 보고 있었다. 밤길을 살리는 데 남의 이름이 아닌 등과 화살표가 먼저 도움이 될 수 있었다.

“봉투 사기 전에 이걸 해 봤으면 좋았을 텐데.” 주인이 말했다.

해온은 그렇다는 말로 그를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았다. 대신 판 아래 묻은 먼지를 닦았다. 주인은 걸레를 내밀었고, 해온은 자기 손이 아니라 걸레로 먼지를 털었다. 골목의 노란 빛이 화살표 끝에 닿았다.

둘이 다시 문 앞에 왔을 때 손님 하나가 모퉁이를 돌았다. 여기가 그 국수집이냐고 물었다. 주인은 반가워 뛰어나오다 오늘 쉬는 시간이 길어졌다는 걸 떠올렸다. 그는 아직 불을 다시 올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손님이 그럼 기다릴 수 있느냐고 물었다.

해온은 이 장면이 곧 정상 영업 복구라는 표가 되지 않게 생각을 멈췄다. 손님 한 명이었다. 하지만 주인은 그 한 명 때문에 오늘 육수 냄비를 버리지 않아도 됐다. 그는 간판을 다시 달지 않고 문 옆 안전한 자리에 세웠다. 모서리는 내일 수선하기로 했다. 화살표 판을 보고 온 손님이 식탁에 앉았다.

“배달 청년은 안 먹고 갑니까?”

해온은 시계를 봤다. 먹고 가면 점주에게 또 늦었다고 연락해야 했다. 그는 오늘은 안 되겠다고 했다. 주인은 국물만 보온병에 담아 줬다. 해온이 값을 내려 하자 주인은 어제도 냈다며 손을 저었다. 둘이 잠시 서로 보다가, 해온은 가게에서 파는 보온병 포장값을 함께 내고 국물값도 받게 했다. 주인은 투덜거리며 영수증을 끊었다.

돌아오는 길에 콩쇠와 합류했다. 그는 대신 맡은 소포를 제대로 전하고 돌아왔지만 조끼 앞에 소금이 가득 묻어 있었다. 수취인이 수산물 말리는 요괴라 문턱 바깥이 소금더미였다고 했다. 해온이 국물 뚜껑을 열자 콩쇠의 눈이 반짝였다.

“또 그 집?”

“자기 등 켜고 장사 다시 시작했어요.”

“그럼 손님은 이제 자기 발로 찾아가겠네.”

둘은 편의점 뒤편에서 국물을 나눠 마셨다. 콩쇠는 소금 묻은 손을 씻고 왔다. 해온은 국물이 손등 상처를 덥히는 동안 가방 안 봉투를 생각했다. 주인의 간판에서 떨어진 종이는 채원에게 보관돼 있었다. 아직 이름을 돌려준 것은 아니었다.

열람실에 남은 채원에게서 전갈이 왔다. 봉투의 바깥표식은 마지막 발급번호였지만 안쪽 종이결은 기록된 계약지 견본과 달랐다. 그 봉투가 진짜 이름을 붙들고 있다는 것과 원부 조각이라는 것은 아직 다른 말이었다. 게다가 같은 번호가 다른 점포에 찍힌 기록도 남아 있었다.

해온은 국물 뚜껑을 닫았다. 콩쇠는 그 얼굴을 보고 웃음을 거뒀다. 길을 잃은 가게 하나는 다시 불을 켰는데, 번호 하나는 여전히 두 곳을 가리키고 있었다.

“한 곳에서 나갔다가 다른 곳에 갔을 수도 있지.” 콩쇠가 말했다.

“시간이 안 맞으면요?”

“그럼 내일 그 안 맞는 데를 보자.”

해온은 처음으로 그 답이 느리다고 느끼지 않았다. 국수집 손님은 이미 앉아 있었고, 아버지의 간판은 부서지지 않았다. 다음 밤을 기다릴 만큼 작은 결과 하나가 오늘 손에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