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컬링 스포츠 성장물 40화

빙판 위 다섯 센티

지킬 수 있는 시간표

한 달 생활표를 벽에서 떼자 압정 자리가 네 개 남았다. 첫 주에는 단비가 그 빈칸을 싫어했다. 빠진 사람을 대신해 던질 돌이 줄어드는 것 같았다. 넷째 주 수요일에는 누가 늦을 때 무엇을 할지 종이 뒤에 적혀 있었다. 오늘은 그 종이를 계속 쓸지 결정하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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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생활표를 벽에서 떼자 압정 자리가 네 개 남았다. 첫 주에는 단비가 그 빈칸을 싫어했다. 빠진 사람을 대신해 던질 돌이 줄어드는 것 같았다. 넷째 주 수요일에는 누가 늦을 때 무엇을 할지 종이 뒤에 적혀 있었다. 오늘은 그 종이를 계속 쓸지 결정하는 날이었다.

오미란은 일곱 시 전에 스톤을 빙판 위로 올리지 않았다. 단비가 먼저 도착해 스틱을 점검했고, 혜주는 구급상자의 봉인을 확인했다. 진수는 기록기 날짜를 맞췄다. 소라온은 공용 스틱에 붙인 사용감 확인 꼬리표를 새로 읽었다. 다음 생활체육 시간 첫 투구에서 손잡이가 무겁다고 느낀 회원의 말이 기록돼 있었다. 태규와 함께 결합을 다시 봤지만, 당장 교체해야 한다는 근거도 사용감이 모두 해결됐다는 근거도 없었다. 팀은 그 자루를 적응 확인 대상으로 따로 두었다.

“장비 책임도 다시 나눕시다.” 진수가 말했다. “열쇠가 네 개면 일이 네 조각으로 나뉜 것처럼 보이는데, 실제론 누가 결석하면 하나가 막혀요.”

진수의 말에 단비가 고개를 들었다. 지난번에는 그가 유일한 열쇠를 주머니에 넣고 있어 대체 스틱을 꺼내는 데 네 분을 잃었다. 이제 각자 제한키를 맡았다. 하지만 키가 늘어도 사람의 생활은 그대로였다.

“그럼 돌려 맡아요. 누가 못 오는 주에는 미란 선생님 마스터키로 열고요.” 단비가 말했다.

“마스터키가 매번 지름길이 되면 제한키를 만든 이유가 없어.” 미란이 답했다. “정기 점검 담당과 그날 현장 확인 담당을 구분하자.”

단비는 잠깐 입술을 깨물었다. 매주 같은 사람이 모든 스틱 상태를 기억하는 편이 빠르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빠른 사람에게만 일이 쌓이는 게 지난달 혜주의 기록 노동과 닮아 있었다. 라온은 상태표를 주마다 넘길 수 있게 사진이 아닌 번호와 꼬리표로 정리했다. 장비의 위치가 바뀌어도 다음 담당자가 읽을 수 있었다.

일곱 시, 타이머가 울렸다. 미란은 지금부터 한 시간은 회의가 아닌 훈련이라고 했다. 라온이 첫 돌을 중앙 길에 놓았다. 이전보다 짧았지만 너무 짧지 않았다. 진수가 다음 투구 전에 목표선을 다시 불렀다. 단비는 공격할 수 있는 선을 제안했고, 진수는 성공 가능성과 남은 돌을 보고 측면 배치를 확정했다. 라온은 대안을 말한 뒤 손을 멈추고 확정을 기다렸다. 한 달 전 결승에서 건너뛴 순서였다.

투구가 끝나자 단비의 돌이 자기들이 그린 동그라미 바깥에 섰다. 미란은 새 캡 때문이라고 쓰지 못하게 했다. 단비가 먼저 말했다. “오늘은 놓는 순간을 늦췄어요. 첫 밀기를 줄인 것과 같이 했으니 어느 쪽 영향인지 모릅니다.”

“다음에는 하나만 바꿉니다.” 라온이 기록했다.

“그 말 나한테 한 번만 더 하면 네 스틱도 내가 점검할 거야.” 단비가 웃었다.

다음 배치에서는 진수가 호출을 한 박자 늦췄다. 평소 같으면 라온이 빈 시간을 자기 판단으로 채웠을 것이다. 이번에는 스틱 끝을 빙판에 대고 기다렸다. 진수는 상대 돌 뒤편의 남은 길을 보느라 말이 늦었다. 단비가 “지금이야”라고 속삭였지만 라온은 스킵의 확정을 듣고서야 밀었다. 돌은 원하는 선보다 조금 바깥으로 흘렀다.

“기다린 게 원인?” 단비가 물었다.

“그건 모르지.” 진수가 대답했다. “내가 늦게 불렀고 라온이 기다렸어. 선택 순서는 지켰는데 거리 감각은 다시 잡아야 해.”

미란은 두 사람을 세워 같은 위치에서 한 번 더 시도하게 했다. 이번에는 진수가 목표를 미리 말했고 라온은 복창한 뒤 던졌다. 돌은 동그라미 안에 멈췄지만 가장자리였다. 미란은 성공률 숫자를 그 자리에서 만들지 않았다. 기록지에는 호출 시각과 목표, 실제 정지 위치만 남겼다. 충분한 표본이 없다는 걸 아는 팀의 표였다.

“한 달 표 덕분에 대화가 줄어든 줄 알았는데 더 늘었네요.” 혜주가 말했다.

“던지기 전 말은 늘어도 돼.” 진수가 웃었다. “끝나고 서로 마음 읽느라 쓰는 시간보다 짧으니까.”

라온은 진수의 웃음이 조금 낯설었다. 결승 뒤에는 그의 침묵이 벌처럼 느껴졌다. 지금은 그가 늦었다고 스스로 말했고, 라온이 기다렸다고 덧붙였다. 누가 더 옳은지 판정받지 않아도 다음 돌의 선을 고칠 수 있었다. 라온은 다음에 스킵을 맡는 날이 오면 자신도 이런 늦음을 공개할 수 있을지 생각했다.

한 시간은 약속대로 끝났다. 스톤을 정리하고 신발 바퀴의 물을 닦은 뒤 미란은 벽에 새 한 달 표를 붙였다. 한 달 실제 출석과 이동시간이 작은 동그라미로 남아 있었다. 수요일 집중훈련 한 시간, 일요일 모의엔드 여든 분은 지킬 수 있었다. 한 번 대관이 바뀐 날에는 세 엔드 중 진행 중이던 둘째까지만 마치고 혜주의 막차를 지켰다. 중단한 공격 세트는 다음 수요일 첫 스무 분에 이어 갔다. ‘못 했다’는 칸만 있었으면 보이지 않았을 약속이었다.

“추가훈련은 어떻게 해요?” 단비가 물었다. “선발전이 가까워지면 이걸로는 부족할 수 있잖아요.”

진수가 이미 적어 온 제안서를 꺼냈다. 그는 본 대회 전 두 주 동안 한 번씩 사십오 분을 더 쓰자고 했다. 라온은 자기 직업재활 상담 시간표와 대조했다. 혜주는 교통비 칸을 찾았다. 미란은 전원 동의가 없으면 빠진 사람에게 벌점을 줄 수 없다고 적었다.

“그럼 한 명이 못 온다고 다들 못 해요?” 단비가 물었다.

“개인 연습은 각자 할 수 있어.” 혜주가 말했다. “팀 추가훈련이라고 이름 붙일 때 네 사람의 시간이 다 들어가니까 네 사람에게 물어야지.”

단비는 종이를 내려다봤다. 학교 이동지원 업무가 밀리는 주에는 자신이 못 올 수도 있었다. 결석자를 게으르다고 했던 말이 떠올라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때는 내가 빠져도 점수 깎지 마요.”

“지금도 안 깎아.” 미란이 말했다.

“알아요. 말로 다시 확인하고 싶어서.”

라온은 교통비를 보자 자신도 망설였다. 편의점에서 먹는 한 끼를 줄이면 된다고 쉽게 말할 수 있었다. 지난달 저녁을 건너뛴 뒤 첫 드로들이 짧아졌던 밤을 기억했다. 원인을 식사 하나로 확정하지 않았지만, 식사를 훈련비와 맞바꾸는 표를 지속 가능하다고 부를 수는 없었다. 그는 추가훈련일 전날까지 개인 교통비를 확인하고, 어려우면 취소하거나 다른 연습으로 바꾸자고 말했다.

“기록도요.” 혜주가 끼어들었다. “사십오 분 더 던지면 누가 입력해요?”

진수가 펜을 돌렸다. “현장 점 세 개만 남기고 상세는 다음 날 맡은 사람이 할게. 나도 할 수 있어.”

“지난번엔 내가 계속 했으니까 물은 거예요.”

“알아.” 진수는 이번엔 바로 눈을 들었다. “그때 내가 확인만 하는 사람으로 앉아 있었어.”

미란은 장비 책임을 매주 돌아가게 하되, 결합부에 이상이 있으면 담당 순서와 무관하게 사용을 멈추기로 했다. 태규가 살필 수 있는 시각과 대체품을 찾는 경로도 붙였다. 단비는 스틱 칸 열쇠를 넘길 때 상태표의 미완료 칸을 다음 담당자에게 읽어 줬다. 공용 자루 한 개의 사용감 확인은 아직 열려 있었다. 닫힌 칸만 넘기면 다음 사람이 같은 문제를 다시 찾게 될 것이다.

열쇠를 받은 혜주는 자기 구급상자 칸과 단비의 스틱 칸을 동시에 맡을 수 없다고 말했다. 교대는 소유 열쇠를 전부 바꾸는 일이 아니라 점검 당번을 바꾸는 일로 정리됐다. 제한키는 원래 맡은 사람에게 있고, 결석하거나 시간이 맞지 않을 때는 미란이 출입을 확인한 뒤 해당 담당자에게 상태를 전달한다. 진수는 “큰 문 열쇠만 많아지면 또 누구 주머니에 하나씩 있겠네요” 하고 웃었다. 네 분을 잃었던 밤을 웃을 수는 있어도 같은 막힘을 반복할 수는 없었다.

해가 진 뒤 라온은 상담 창구에 가져갈 시간표에 자신의 수리 예약을 적었다. 교육을 시작할 수 있는지는 아직 심사 전이었다. 그래도 어느 시간을 내줄 수 있고, 어느 시간은 생계를 위해 지켜야 하는지 한 장에 보였다. 진수가 그 옆에 아버지 병원 이동일을 적고, 혜주가 도서관 교대 확정 전 칸에는 물음표를 남겼다. 단비도 학교 행사 이동지원일을 아직 모른다고 썼다.

“물음표가 많네요.” 단비가 말했다.

“없애려고 거짓 동그라미를 치는 것보단 낫지.” 혜주가 답했다.

단비는 새 표의 빈칸에 작은 스톤을 그렸다. 미란이 왜 그렸느냐고 묻자 “이 칸은 같이 던지기로 한 거니까요”라고 했다. 네 사람이 한 번씩 옆에 점을 찍었다. 공식 선발표가 아니고 승리를 보장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다음 주 수요일 일곱 시에 무엇을 지킬지는 네 사람이 직접 정했다.

정리하고 나올 때 류승후에게서 라온의 휴대전화로 연락이 왔다. 사고 상가 영상의 시각을 대조한 자료가 준비됐다는 소식이었다. 라온은 문 앞에서 멈췄다. 한 달 표의 다음 주가 갑자기 멀어 보였다. 미란은 화면을 들여다보지 않았다. “다음 훈련 시각은 저기 있으니, 필요한 일 먼저 확인해.” 라온은 표의 점 네 개를 한 번 더 보고 전화를 받았다. 지킬 시간을 정한 날, 오래 피하던 사고의 시간도 다시 읽어야 했다.

전화 너머에서 승후가 먼저 “오늘 바로 보실 필요는 없습니다”라고 했다. 라온은 그 말을 듣고서야 바퀴에 힘을 주고 있던 손을 풀었다. 빙판에서 늦은 호출을 기다렸을 때처럼, 이번에도 서두르는 사람은 자기 자신이었다. 그는 자료를 내일 낮에 함께 보겠다고 말했다. 단비가 멀리서 “라면 먹고 가요!” 하고 불렀다. 라온은 고개를 돌렸다. 오늘 저녁은 건너뛰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