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음악 고딕 미스터리 40화

일곱 번째 트랙은 비어 있다

차가 멈춘 자리

서문주는 별관이라는 두 글자에 전화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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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주는 별관이라는 두 글자에 전화를 끊었다.

태오는 화면을 내려다봤다. 통화가 끊긴 것이 아니라 문주가 손으로 종료한 것이었다. 잠시 뒤 문자가 왔다. *거기서 우리 연습했어요. 이솔 씨한테 주소는 내가 줄게요.*

“화난 걸까요?”

태오가 묻자 이솔은 고개를 저었다.

“길을 먼저 아는 사람이 생겼으니 답답할 거예요.”

문주는 한참 후 주소가 아니라 사진 한 장을 보냈다. 낡은 건물 앞에 네 사람이 서 있었다. 두 명은 카메라를 보고, 한 명은 눈을 감고, 수인은 반쯤 열린 차 문 뒤에 가려졌다. 문주는 사진 아래에 한 줄을 썼다. *같은 문인데 돌아갈 때는 누구도 같은 차를 타지 않았어요.*

이솔은 사진을 확대하지 않았다. 수인의 얼굴이 더 선명해지는 일보다 문주가 왜 저 장면을 골랐는지가 궁금했다.

“별관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도 될까요?”

문주의 답은 늦게 왔다. *전화로는 싫어요. 거기 가기 전에 만나죠.*

태오는 건물 주소를 이미 운송일지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문주를 빼놓고 현장으로 달리면 그에게 또 남의 이야기로 수인의 시간을 설명하는 사람이 된다. 그는 차 키를 책상에 놓았다.

오후에는 최노을이 창고 사진을 보러 왔다. 노을은 붉은 띠보다 촬영 때마다 달라지는 물방울 흔적을 먼저 보았다. 선반 아래를 타고 흐른 물이 일부 색을 진하게 만들었다. 띠의 성분을 사진으로 확정하지 못하지만, 적어도 셸락의 가루가 날아앉은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시료 하나 떼면 간단하지 않나요?”

태오가 말했다.

“남은 게 얇아요. 떼는 순간 위치 정보가 사라질 수 있어요.”

노을은 확대 사진 위에 투명 종이를 얹었다. 띠가 곧게 끝나는 곳과 오래된 종이 섬유가 비틀리는 곳을 따로 그렸다. 종이를 걷자 원본 사진은 다시 작은 벽으로 돌아왔다.

“원반을 넣은 상자일 수도, 사다리 포장일 수도 있어요. 재료만 알아도 어느 때 붙었는지는 다른 문제고요.”

태오는 투명 종이를 들어 보았다. 자신에게는 다 닮은 붉은 점들이 노을에게는 서로 다른 층이었다. 그가 보고 싶은 이야기와 물건이 내놓는 시간이 같지 않았다.

김연복에게서 창고의 옛 반출일지 사본을 대조한 답이 왔다. 제삼 준공창고에서 윤태문 제작실 별관으로 보낸 기록 한 장, 그날 다른 보관칸에서 나간 짐 두 건. 반출차 번호는 셋 다 달랐다. 태오는 4712를 찾아내겠다는 마음으로 번호들을 읽다 그만뒀다. 4712는 피아노 액션을 옮긴 앞선 운송 기록이었다. 같은 차여야만 같은 보관 흐름이라는 생각은 자기 머리가 만든 조건이었다.

“출고장에 수량이 있네요.”

이솔이 손끝으로 짚었다. 기록물 상자 열둘. 앞서 운전자의 아들이 보관한 수첩에도 음반 상자 열둘이 적혀 있었다. 둘이 같은 상자인지 확인할 길이 생겼지만, 열둘을 원반 장수로 읽을 수는 없었다.

연복은 날짜가 같은 운송장 접수번호를 찾아 주었다. 태오는 전화를 들고 운송회사에 물었다. 회사 이름은 두 번 바뀌었고, 당시 창고 직원은 은퇴했다. 대신 보존 기간이 지난 장부를 누군가 마구 버리지 않도록 작은 기록실에 맡겼다는 답을 받았다. 통화를 끊은 태오는 놀랐다.

“옛 서류를 이렇게 챙겨 둔 회사도 있군요.”

“사고가 나면 누가 어느 물건을 맡았는지 필요하니까요.”

노을의 목소리는 건조했다. 오래된 기록이 남은 이유는 대개 낭만적이지 않았다.

기록실에 가자 직원은 서류철을 내밀기 전에 용도를 물었다. 이솔이 방송국 원반 보존 경로 확인이라고 답하자 직원은 난처해했다. 같은 철에 다른 고객의 주소와 품목이 있었다. 허용된 사건 번호만 가린 사본을 만들기로 했다. 태오는 기다리는 동안 작은 창문 밖의 도로를 보았다. 빈 트럭이 후진하다 두 번이나 멈췄다. 운전자는 바퀴가 닿을 자리를 확인하고 나서야 손을 들어 신호했다.

사본에는 열두 상자의 봉인 번호가 있었다. 앞부분은 창고 출고장과 맞았다. 도착지는 윤태문 제작실 별관, 수령란에는 이름 대신 법인 직인이 찍혀 있었다. 태오는 그 도장을 아는 듯했지만 바로 말하지 않았다. 옛 밴드의 법인 이름과 닮은 글자였다.

“이 직인, 해산 뒤에도 쓸 수 있었나요?”

직원은 그걸 모른다고 했다. 자기 직무는 배달할 때 받은 날인을 보관하는 일이었다. 누구의 권한으로 찍혔는지는 별도 조사라며 수령 시각을 보여 주었다.

저녁 여섯 시 십 분. 문주가 보낸 사진 속 건물에 전등이 켜져 있었다면 사람 얼굴을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솔은 그 상상을 입 밖에 내지 않았다.

기록실 문을 나서니 문주가 서 있었다. 그가 만나자고 했던 곳은 별관이 아니라 이 기록실 앞이었다. 태오는 깜짝 놀라 서류 봉투를 가슴 쪽으로 끌어당겼다.

“나를 보고 숨기려는 표정 같네요.”

“다른 고객 서류가 같이 있어서요.”

문주는 봉투를 달라고 하지 않았다. 그날 사진을 태오에게 보여 주었다. 네 사람이 앞에 서 있고, 뒤에는 수하물을 내리는 차가 있었다. 문주는 차에 실린 악기들이 누구 것인지 하나씩 말했다. 자기 케이스, 규진의 앰프, 선호의 드럼 부속. 수인의 의자는 없었다.

“의자는 먼저 돌려받았으니까.”

이솔이 말했다.

“그렇죠. 나는 그걸 까먹고 있었다는 게 싫어요.”

문주는 사진 속 자기 얼굴을 손톱으로 가렸다.

“그날 나는 수인이 우리를 버리고 간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차 문을 닫는 걸 도와주지도 않았죠. 지금 와서 내가 다 알아봐 줄 자격이 있나 모르겠네요.”

“자격 때문에 여기 온 건 아니잖아요.”

태오의 말에 문주가 웃었다.

“돈 때문에 온 사람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 줄은.”

“그 얘기 들어도 됩니다.”

태오는 웃지 않았다. 문주는 사진을 접지 않고 가방에 넣었다.

세 사람은 별관에 곧장 가지 않았다. 문주가 먼저 근처 찻집으로 데려갔다. 수인이 마지막으로 그 건물에서 한 말은 위치가 아니라 부탁이었다고 했다. *내 방을 본 사람처럼 말하지 마.* 문주는 그 말을 지키려고 이제까지 별관에 대해 묻는 질문에 화를 냈다.

“오늘은 왜 말해 줍니까?”

이솔이 묻자 문주가 창밖을 봤다.

“그 방을 봤다고 말하는 사람이 생기기 전에, 내가 보지 못한 것부터 말하고 싶어서요.”

그는 사진 속에서 수인이 차 뒤로 가려진 부분을 가리켰다. 자기가 본 것은 별관 앞까지였다고 했다. 누가 밤에 상자를 받았는지 모른다. 수인이 그때 그 건물에 있었는지도 모른다. 태오는 운송장의 수령란을 떠올렸다. 법인 직인은 사람 얼굴이 아니었다.

문주는 찻잔을 비우고서야 한 가지를 더 말했다. 별관 출입문은 안쪽에서 걸어 잠그는 구조가 아니었다. 당시 복도 끝 관리실 열쇠로도 열렸다. 태오는 영화처럼 문을 부수고 들어갈 장면을 상상했던 자신이 우스웠다.

문주는 손가락으로 찻잔 받침을 두드렸다. 넷, 다섯, 여섯. 이솔이 세기도 전에 손이 멎었다.

“수인이 연습할 때마다 내가 박자를 먼저 셌어요. 빨라지면 다시 하자고 했고요. 마지막에는 내가 숫자를 놓쳤죠.”

“왜요?”

“수인이 중간에 손을 뗐거든요. 한 박자를 쉬는 게 아니라 건반에서 완전히 뗐어요. 그날은 그게 나한테 보이더라고요.”

문주는 그 장면을 증거라고 말하지 않았다. 연주가 어떤 테이크에 남았는지 자신도 몰랐다. 다만 손을 뗀 사람을 자꾸 갑자기 사라진 사람이라고 부른 것이 미안했다.

이솔은 47초 원반에서 들리는 마찰음을 떠올렸다. 문주의 기억 속 손 움직임과 연결하고 싶은 마음이 올라왔다. 하지만 두 장면 사이에는 녹음 날짜와 방까지 여러 겹의 틈이 있었다. 그는 문주의 말 자체를 듣기로 했다.

“나도 처음에는 그 침묵을 다 채워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지금은요?”

“누가 비워 놓기로 했는지 알면, 그 자리에 소리를 억지로 넣지는 않을 거예요.”

문주는 입가를 움직였다. 좋아서 웃은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럼 별관에서 아무것도 나오지 않으면?”

태오가 물었다.

“아무것도 없다고 말하겠죠.”

이솔의 대답이 너무 빨라 문주가 고개를 들었다. 그는 지금껏 아무것도 없다는 말을 하려고 이렇게 먼 길을 온 것이냐고 물었다. 이솔은 차마 그렇다고만 할 수 없었다. 원반을 지키기 위한 조사비는 나가고, 사람들은 자신이 무언가 밝혀 줄 거라고 기다렸다. 그 기대가 때때로 문주의 기억보다 무거웠다.

“찾고 싶어요. 그런데 못 찾은 자리에서 다른 사람 얼굴을 끌어다 놓지는 않겠습니다.”

태오는 두 사람 사이에 놓인 사진을 보았다. 보험의 대상은 원반이지 기억이 아니라고 생각하던 자신이 수인의 사진을 펴 보려는 손을 멈추고 있었다. 그에게도 돌아갈 때 타야 할 차가 달라진 셈이었다.

문주는 종업원이 가져온 계산서를 먼저 집었다. 태오가 돈을 내겠다고 하자 종이를 들어 보였다.

“당신들이 회사 돈으로 내면 이 대화도 조사비가 돼요. 오늘은 내가 불렀습니다.”

그 말이 우스워 셋 다 잠깐 웃었다. 문주는 계산을 하고 돌아와 종이컵에 남은 물을 마셨다. 목소리가 조금 쉬어 있었다. 그가 별관을 다시 보러 갈 생각은 없다고 하자, 이솔은 같이 가 달라고 하지 않았다.

“여기 가면 답이 있을까요?”

“안 가 보면 모릅니다.”

문주가 말했다.

“하지만 누구의 방이라고 부르지는 마세요. 수인이 쓴 방인지조차 저는 모르니까.”

이솔은 그 약속을 했다. 별관으로 들어갈 문을 찾는 것과, 누군가의 삶에 들어갈 권리를 얻는 것은 달랐다. 문주가 보낸 사진에서 수인은 여전히 반쯤 가려져 있었다. 이솔은 그 가려진 부분을 억지로 펴지 않은 채 사진을 돌려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