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도시판타지 직업 코미디 40화

퇴근 후에는 요괴택배

비어 있는 칸의 무게

담비 할멈의 부조함은 나무로 만든 작은 서랍이었다. 남해온은 그 앞에서 숫자를 다시 셌다. 종이장부의 맨 아래에는 돌려받을 돈이 적혀 있었다. 서랍 안에는 그 돈이 없었다. 금속 동전 몇 개와 접힌 지폐, 아직 현금으로 바뀌지 않은 반환 청구서가 따로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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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비 할멈의 부조함은 나무로 만든 작은 서랍이었다. 남해온은 그 앞에서 숫자를 다시 셌다. 종이장부의 맨 아래에는 돌려받을 돈이 적혀 있었다. 서랍 안에는 그 돈이 없었다. 금속 동전 몇 개와 접힌 지폐, 아직 현금으로 바뀌지 않은 반환 청구서가 따로 놓여 있었다.

“돌려받기로 했다면서요.” 콩쇠가 말했다.

“그 말과 들어왔다는 말은 달라.” 할멈이 청구서를 들어 보였다. “이건 갚겠다고 쓴 종이야. 약을 사러 갈 때 내밀면 약방이 받아 주겠니?”

채원은 허위지급 동결 이후 실제 돌아온 금액과 청구 중인 금액을 두 줄로 다시 적었다. 해온은 장부 위 숫자를 보고 잠깐 안도했던 자신이 민망했다. 큰 금액은 아직 계좌도, 서랍도, 치료소도 거치지 않았다. 그 돈이 들어올 때까지 누군가의 치료 날짜는 기다릴 수 없었다.

부조함 창구 밖에 사람 셋이 서 있었다. 먼저 온 배송원은 손목 보호대를 바꿔야 했고, 두 번째는 며칠 쉰 동안의 방세가 밀렸다. 세 번째는 삿갓비였다. 어제 배차소에서 천을 가져간 뒤 손목의 흰 선이 더 번졌다. 그의 이름표는 보이지 않았고, 자신을 삿갓비라고 불러 달라는 말에도 목소리가 잠깐 걸렸다.

“치료소에서 오늘 보자고 했어.” 그가 말했다. “봉투가 내 천에 붙은 다음부터 손끝 감각이 오락가락해.”

채원은 배차소에서 발견된 조각을 그에게 보여 주지 않았다. 증거를 만지거나 상처에 대면 나아질 것처럼 말하고 싶지 않았다. 대신 진료가 필요한 증상과 어제 수색으로 멈춘 두 시간의 일을 분리해 적었다. 해온은 삿갓비가 바늘을 잡을 때마다 손가락을 여러 번 굽혔다 펴는 것을 봤다.

“내 이름을 찾아주면 낫는다고는 하지 마.” 삿갓비가 말했다.

“그렇게 말 안 하겠습니다.”

“못 찾는다고 치료를 미루지도 말고.”

해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부조함의 빈칸이 당장 그 말에 걸려 있었다.

할멈은 세 사람의 신청서를 순서대로 늘어놓았다. 먼저 온 순서로만 돈을 주면 삿갓비의 당일 진료는 밀렸다. 가장 큰 소리를 낸 사람에게 먼저 주면 방세를 못 내는 배송원이 또 밀릴 것이다. 채원이 긴급도와 이번 주 생계에 필요한 최소 금액을 적자고 제안했다. 손목 보호대 교체 시한, 방세 납부 기한, 당일 진료 예약시간을 각각 확인했다. 할멈은 손목 보호대를 갈아야 하는 배송원에게 물었다.

“내일 오전까지 지금 걸 쓸 수 있겠니?”

“의사한테 물어봐야죠. 할멈이 결정해 주면 더 편하겠지만.”

할멈은 입을 다물었다. 그러고는 그가 가져온 진료 안내문에서 교체 예정일을 찾았다. 내일 오전이었다. 방세를 기다리는 사람도 집주인이 오늘 밤까지 받아 주는 액수를 직접 확인해 왔다. 삿갓비의 예약은 두 시간 뒤였다. 모두 급했지만 급함의 모양은 같지 않았다.

해온이 종이 위에 세 칸을 그었다. 첫 칸에는 당일 진료에 필요한 교통비와 진료 선납금, 둘째에는 오늘 밤 퇴거를 막는 최소 방세, 셋째에는 다음 날 교체할 보호대 비용을 적었다. 전액을 다 채우면 서랍이 비었다. 할멈은 서랍을 열고 실제 돈을 다시 세었다. 세 칸 가운데 한 칸을 줄여야 했다.

“진료비는 치료소에 최소 선납으로 물을게.” 삿갓비가 말했다. “나머지는 검사가 끝나고 청구해도 되는지.”

채원은 그 제안을 대신 약속하지 않았다. 치료소에 전화를 걸어 접수비와 검사비를 나눌 수 있는지 확인했다. 가능한 범위를 들은 뒤 삿갓비가 직접 전화를 받아 자기 이름 대신 등록표식으로 확인을 마쳤다. 흰 선 때문에 이름이 흔들려도 진료를 받을 길은 있었다.

할멈은 오늘 쓸 돈을 세 신청에 나눠 적었다. 누가 더 불쌍한지 표를 매긴 것이 아니라 각각 오늘 넘기면 안 되는 선만 지킨 셈이었다. 삿갓비는 교통비를 받고 먼저 일어났다. 방세를 기다리던 배송원은 자신의 신청서에 전액이 아닌 금액이 적힌 걸 보고 얼굴을 굳혔다.

“나머지는 언제 줘요?”

“반환 청구가 실제 들어오는 날짜를 확인 중이야.” 할멈이 말했다. “오늘 줄 수 있는 건 이만큼이다.”

“그럼 그 전까지는요?”

할멈은 무슨 말이든 덧붙이고 싶어 보였다. 해온은 종이장부의 큰 숫자를 보지 않으려고 했다. 채원이 대신 집주인과 합의한 최소 납부액, 다음 접수 시각을 다시 읽어 줬다. 배송원은 여전히 화가 났다. 돈을 기다리는 사람에게 절차는 소음일 수 있었다.

그가 나간 뒤 콩쇠가 서랍 뚜껑을 만졌다. “내 신고가 하루만 빨랐어도 저 돈이 덜 빠졌을까요?”

“그건 조사해야지.” 채원이 말했다. “지급을 승인한 사람, 장부를 검사한 사람, 네가 알았던 사실은 각각 다르니까.”

콩쇠는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난 잘못이 하나면 낫겠어. 그렇게 나눠 놓으면 계속 남아 있잖아.”

“하나로 만들면 다른 사람 잘못까지 네게 붙어.” 해온이 말했다.

콩쇠는 대답 대신 뚜껑을 닫았다. 서랍이 비어 가는 소리는 예상보다 컸다. 해온은 그가 책임을 덜고 싶은 게 아니라 끝을 알고 싶은 거라고 생각했다. 손에 잡히지 않는 끝을 견디는 일이 콩쇠에게 가장 어려웠다.

점심 무렵 삿갓비에게서 짧은 전갈이 왔다. 진료는 받았다. 검사 결과는 나중에 나오고, 오늘은 손목을 쓰는 일을 쉬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해온은 잘됐다고 쓰려다 멈췄다. 일을 쉬면 수입이 끊긴다. 그는 ‘돌아갈 수 있는 길은 확보됐나요’라고 물었다. 삿갓비는 집으로 가는 수레를 얻었다고 답했다. 오늘의 보상은 병이 나았다는 말이 아니라, 예약을 놓치지 않고 집에 돌아간 것까지였다.

해온이 전갈을 접으려는데 첫 번째 배송원이 다시 왔다. 보호대 교체 날짜를 확인하려고 진료소에 갔더니, 자기 이름으로 된 지급 기록이 한 장 더 있었다는 것이다. 그날 그는 치료소에 오지 않았다. 종이를 손에 든 손등의 핏줄이 불거졌다.

“이것도 가짜면 내 보호대 값은 언제 나와요?”

채원은 종이를 받아 바로 ‘가짜’라고 쓰지 않았다. 지급번호가 부조함 장부의 한 줄과 이어져 있었지만, 돈이 실제 누구에게 갔는지는 아직 몰랐다. 그는 보호대 교체에 오늘 확정된 지원을 취소하지 않겠다고 설명했다. 조사 중이라는 이유로 이미 필요한 치료를 다시 미루는 건 안 된다고 했다.

배송원은 자신이 뒤늦게 온 사람 취급을 받았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처음 왔는데 왜 내 이름이 먼저 와 있죠?”

“그걸 확인하려는 겁니다.” 해온이 말했다. “당신이 오늘 가져온 종이는 다른 신청서와 섞지 않을게요.”

“그러면 내 이름으로 받은 사람이 나중에 또 오면?”

해온은 봉투를 손에 쥐던 버릇을 멈췄다. “본인확인과 인도기록을 따로 남기겠습니다. 그 사람이 같은 이름을 말해도 당신이 되는 건 아니니까요.”

배송원은 완전히 믿지는 않았지만 종이 끝을 놓았다. 해온은 그 종이가 부조함의 다음 조사에 도움이 될 거라고 말하고 싶었다. 대신 먼저 보호대 교체 예약시각을 적었다. 당장 그에게 필요한 정보는 누가 지급망을 만들었는지가 아니라, 내일 손목을 지탱할 물건을 받을 수 있는지였다.

사람이 돌아간 뒤 콩쇠가 입을 열었다. “내 이름으로도 받은 내역이 나올까?”

“나올 수도 있죠.”

“그럼 나도 종이 들고 와야 해?”

“있으면요. 없다고 당신 말을 안 듣는 건 아니고.”

콩쇠는 할멈 쪽을 흘겨봤다. 할멈은 작은 서랍 위에 있던 목재 자를 그의 앞으로 밀었다. 신고가 하루 늦은 날짜를 지우지 말고 적어 오라는 뜻이었다. 콩쇠가 자를 잡자 할멈이 말했다. “네가 늦은 건 늦은 거고, 네 이름을 가져간 손이 있으면 그 손도 찾는 거야.” 콩쇠는 잠시 자를 만지다가 주머니에 넣었다.

해온은 국수집에 약속한 봉투 확인 시간을 다시 봤다. 점포 주인은 내일 쉬는 시간에 열람대에 오기로 했다. 부조함의 돈이 부족하니 선의의 구매자에게 값도 주지 않고 물건을 내놓으라고 할 수는 없었다. 채원과 할멈이 상인 환급 계정을 따로 검토하는 동안, 해온은 실제 반환금이 들어오기 전에는 장부상 청구액을 그 계정에 적지 말자고 했다. 할멈이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지만 안도하지는 않았다.

“오늘 세 사람에게 준 돈도 이틀 뒤에는 다시 필요해.”

“알아요.”

“알면 다음에 들어오는 돈을 어느 칸에 넣을지 미리 정해 줘. 배달된 순서대로 봉투 열어 주듯이 하면 안 돼.”

해온은 서랍 앞에 남았다. 나무바닥의 닳은 자리가 오래되었다. 할멈이 이 함을 오늘 처음 연 게 아니다. 허위지급을 되찾는 것만으로 앞으로의 사고와 치료가 사라지지도 않는다. 그는 돌려받을 돈과 오늘 쓸 수 있는 돈을 서로 다른 색으로 표시했다. 그 사이의 빈 줄에 삿갓비의 진료 영수증 번호를 적었다. 누군가 돌려주지 않은 돈 때문에 누군가가 오늘 가지 못한 곳이 무엇인지, 다음에 숫자가 커져도 잊지 않으려고.

서랍이 텅 비어 보이자 할멈은 안쪽 모서리에 붙은 낡은 수리 영수증을 떼어 냈다. 다음에도 고칠 일이 생길 나무함이었다.

저녁이 가까워질 때 채원이 새 반출기록을 가져왔다. 종이틀이 나온 방의 지급장부에서, 실제로는 돈이 나간 적 없는 환입 한 줄이 발견됐다. 다른 색 잉크로 덧쓴 날이 부조함 첫 긴급지급이 끊기기 직전이었다. 누군가 서랍을 채우지 않은 채 장부만 채웠다. 해온은 그 줄을 따라가다 아직 빈칸으로 남은 승인자 자리를 봤다. 오늘은 세 사람에게 지급할 길을 만들었다. 내일은 누가 빈칸을 만들었는지 확인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