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도시판타지 직업 코미디 38화

퇴근 후에는 요괴택배

가져올 수 있는 세 가지

서쪽 배차소 앞에는 새벽부터 손수레 두 대가 세워져 있었다. 채원은 건물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수레 주인들에게 확인서를 먼저 읽어 주었다. 오늘 살필 것은 종이틀, 발급방울, 지급장부 세 가지였다. 건물에서 장사하던 사람의 물건을 통째로 가져갈 수 있는 허가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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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 배차소 앞에는 새벽부터 손수레 두 대가 세워져 있었다. 채원은 건물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수레 주인들에게 확인서를 먼저 읽어 주었다. 오늘 살필 것은 종이틀, 발급방울, 지급장부 세 가지였다. 건물에서 장사하던 사람의 물건을 통째로 가져갈 수 있는 허가가 아니었다.

“장사꾼 물건도 저 안에 있는데요.” 콩쇠가 물었다.

“그래서 수레가 있어.” 채원이 말했다. “목록에 없는 물건은 주인이 가져갈 길을 열어 둬야지.”

남해온은 서쪽 배차소를 처음 봤을 때보다 출입문이 작아 보인다고 생각했다. 백결의 이름이 걸린 곳이라 커 보였던 것뿐이다. 문을 잠그는 쇠고리가 사람 손 높이에 있었다. 그 아래에는 밤사이 붙은 쪽지들이 바람에 떨렸다. 밀린 수리비를 받으러 온 사람, 보관해 둔 상품을 찾는 사람, 자기 이름이 적힌 봉투가 있는지 확인하러 온 사람이 남긴 글이었다.

첫 쪽지 주인은 안쪽 방을 빌려 바느질을 하던 삿갓비였다. 그는 본명을 말하지 않았고 그럴 필요도 없었다. 바느질 바늘과 검은 천 두 필만 찾겠다고 했다. 채원이 동행 확인을 붙이자 그는 안으로 들어갔다. 해온은 그가 종이틀에 가까이 가지 않게 지키면서도, 바늘을 손에 쥘 때까지 문을 막지 않았다.

배차소의 첫 방은 비어 있었다. 벽에는 발급방울을 걸던 둥근 흉터가 남았다. 콩쇠가 그 자리를 한참 봤다. 자신이 분실신고를 늦췄던 물건이 정말 여기 있었는지, 흉터만으로는 알 수 없었다. 해온이 그의 등을 밀지 않았다.

두 번째 방에서 종이틀이 나왔다. 나무틀 가장자리에 열한 개의 홈이 있었고, 홈마다 같은 방향으로 종이가 눌린 흔적이 남았다. 채원은 옆 상자에 든 손님 봉투를 건드리지 않고 틀의 위치를 표시했다. 조정소 담당이 들고 온 봉인지를 붙이자 가장 아래 홈에서 흰 실 한 올이 걸려 나왔다. 콩쇠는 손을 뻗다 말았다.

“이것도 가져갑니까?”

“틀에 붙은 상태를 먼저 적어. 따로 떼면 어디서 나온 실인지 다툴 거야.”

콩쇠가 눈앞에서 실을 보고도 잡지 않는 데는 힘이 들었다. 해온은 그 실이 계약함 안쪽의 실과 비슷한지 묻지 않았다. 비슷하다는 말이 입에서 나오면 금방 같은 물건이 되어 버릴 것 같았다.

복도 끝에서는 삿갓비가 천을 꺼내다 소리를 질렀다. 자기 천 아래에 이름 봉투 하나가 끼어 있었다. 봉투 겉에는 그의 가게에서 쓰던 표식이 붙어 있었지만, 그는 처음 보는 물건이라고 했다. 채원이 달려와 그를 방 밖으로 내보내지 않았다. 대신 손님 물건과 조사 대상이 섞인 자리를 그대로 표시하고, 삿갓비에게 방 안에서 어디까지 본 것인지 물었다.

“오늘 천을 들 때 처음 봤어. 어제도 그제도 내 바늘은 저쪽에 있었고.”

“봉투 안쪽을 확인해도 됩니까?”

“내 것이 아니라는데 왜 내 허락을 받아?”

“당신 천에 붙어 있고, 당신 물건을 옮겨야 하니까요. 봉투는 소유자가 따로 있을 수 있습니다.”

삿갓비는 망설이다 천을 한 필만 먼저 가져가겠다고 했다. 다른 한 필은 봉투와 닿은 위치를 그린 뒤 가져갔다. 그는 일을 못 한 두 시간을 누가 보상할지 물었다. 채원은 현장에서 약속할 수 있는 금액이 없다고 답하고, 수색으로 인한 영업중단 확인서를 적었다. 해온은 삿갓비가 그 종이를 받기 전에 자기 바늘 수를 세는 모습을 봤다. 잃어버린 이름을 찾는 일이 남의 오늘 일을 잃게 만들 수 있었다.

세 번째 방에서 지급장부를 찾았다. 앞쪽 몇 장은 이름을 가린 채 부조금이 지출된 날짜와 금액만 보였다. 열한 사고와 겹치는 칸들이 있었다. 그러나 뒤쪽에는 전혀 다른 소액 거래가 많았다. 사람과 요괴가 섞여 사는 시장의 수선비, 병원비, 겨울 연료비가 같은 장부에 들어 있었다. 해온은 전부 백결의 돈으로 불러 버리면 실제 도움을 받은 사람들까지 의심받겠다고 생각했다.

채원은 결정에 적힌 발급표식과 연결된 쪽만 분리해 봉인하고, 다른 장은 현장 사본 목록에 위치만 남겼다. 장부를 뜯는 동안 한 상인이 들어와 자기 가게의 외상기록을 돌려 달라고 했다. 오늘 안에 재료를 사려면 그 장을 보여 줘야 한다고 했다. 채원은 장부 전체를 가져가면 그가 거래처에 증명할 방법이 없어지는 걸 알았다. 해당 장의 겉보기 기록을 두 사람 앞에서 옮겨 적고, 원본 중 조사 대상 밖 부분은 확인받아 돌려주었다. 상인은 고맙다고 하지 않았다. 늦어진 시간은 여전히 늦어진 시간이었다.

상인은 문을 나서다 콩쇠에게 물었다. “당신들이 제 장부를 보고 제 손님 이름도 다 본 겁니까?”

“아니요.” 해온이 대신 말했다. “오늘 목록에는 점포표식과 거래 날짜만 남겼어요.”

“그럼 내가 다음번에 이름 봉투를 샀다는 말을 들으면 누가 책임집니까?”

해온은 쉽게 부인할 수 없었다. 밖에서 기다리던 손님들은 조사 대상과 상인 물건이 같은 건물에 있다는 것만 봤다. 소문은 봉인 범위처럼 정확히 멈추지 않았다. 채원이 상인에게 확인서 한 장을 더 내밀었다. 오늘 반환한 장의 항목, 조사 대상과 무관해 돌려준 사유가 적혀 있었다. 상인은 한참 읽고 접어 넣었다.

“우리 집엔 어제부터 아이가 물어요. 왜 사람들이 가게 앞에서 이름을 숨기냐고.”

“그 질문에 우리 서류가 다 답해 주지는 못합니다.” 채원이 말했다.

상인은 쓴웃음을 지었다. “정직하긴 하네요.”

해온은 그가 떠나는 길을 비켜 주었다. 곧장 소문을 멈춰 주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다. 대신 오늘 밤 배달목록에서 그 가게가 불필요하게 위험표식으로 묶였는지 확인하겠다고 했다. 누구의 봉투를 샀는지 밝히라는 요구가 아니었다. 상인은 어깨를 낮추고 수레 손잡이를 다시 잡았다.

건물 안쪽에서는 담당자가 지급장부의 봉인지가 들뜨지 않았는지 보고 있었다. 해온은 자기도 모르게 상인에게 준 확인서와 봉인지의 번호를 눈으로 비교했다. 같을 필요가 없는 번호였다. 그래도 물건을 밖으로 내보낼 때마다 어디서 왔고 누구에게 돌아갔는지 적는 방식이 조금씩 이해됐다. 자신의 첫 서명은 그런 확인을 하나도 거치지 않았다는 게 오래된 상처처럼 따끔했다.

해온에게 맡겨진 것은 출입하는 사람의 이름을 받아 쓰는 일이 아니었다. 스스로 말한 점포표식과 들고 나간 물건만 적는 일이었다. 그런데 수레에 바늘과 천을 싣던 삿갓비의 손목에 옅은 흰 선이 있는 게 보였다. 이름표를 떼다 남은 자국 같았다.

“어제 시장에 있었어요?” 해온이 물었다가 곧 얼굴이 달아올랐다. 이미 물었다.

삿갓비는 수레 끈을 당겼다. “왜, 내 이름을 찾으면 바늘을 돌려줄 건가?”

“아뇨. 당신 물건은 이미 가져갈 수 있어요. 묻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그는 해온을 한 번 오래 보더니 끈을 묶었다. “그 말을 듣기는 드물지.”

방울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 콩쇠는 빈 걸이 흉터를 손으로 가리켰다. 바닥 먼지에 새로 끌린 자국이 있었다. 하지만 언제 생긴 자국인지 몰랐다. 누가 방울을 가져갔다는 결론을 내리기에는 그것만으로 부족했다. 채원은 흔적을 기록하고 빈칸을 그대로 남겼다.

배차소 밖에서 인수목록을 읽을 때, 종이틀 하나와 지급장부의 해당 쪽은 봉인되어 있었다. 발급방울은 ‘미발견’이었다. 해온은 그 말이 실패 같아 싫었지만, 없는 것을 발견했다고 적는 순간 다음 사람이 여기서부터 잘못된 길로 갈 걸 알았다.

콩쇠가 옆에서 말했다. “세 개 중 둘이면 반 이상은 했네.”

“비율로 보면 그렇죠.”

“왜? 기분 좋아하라고 해 줬는데.”

해온은 장부를 든 채원과 천을 싣고 가는 삿갓비를 번갈아 봤다. “오늘 손님들 물건은 돌려줬어요. 그게 더 낫습니다.”

콩쇠는 입술을 삐죽이며 말했다. “둘 다 잘한 걸로 해.”

수레가 떠난 뒤 채원은 종이틀의 홈 수와 창립원규칙의 빈 등 수를 대조했다. 열한 홈이 열한 계약을 뜻하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각 홈에 남은 압착선의 방향이 달랐다. 같은 원부에서 복사했다면 동일해야 할 모서리 셋이 뒤집혀 있었다. 해온은 해온 자신의 계약함에서 검게 변한 점을 떠올렸다.

그때 삿갓비가 돌아왔다. 첫 수레의 바늘함 아래에 작은 종이조각이 걸려 있었다고 했다. 그는 손대지 않고 상자째 밀어 왔다. 해온이 먼저 고맙다고 하자 삿갓비는 이렇게 말했다.

“내 바늘로 만든 게 아니라고 해 줘야 해. 그것부터.”

채원은 조각을 현장에서 기록했다. 흰 실과 같은 방향으로 접힌 안감 조각이었다. 글씨는 한 획뿐이었다. 백결의 이름도, 삿갓비의 이름도 읽을 수 없었다. 그래도 어느 방의 어느 상자에서 나왔는지는 남았다. 해온은 삿갓비의 바늘함과 조각을 한 문장에 묶지 않도록 각각 적었다.

늦은 아침, 해온은 다음 주에 대신 받아야 할 편의점 교대표를 휴대전화로 확인했다. 잠을 줄인 하루의 대가였다. 종이틀의 열한 홈을 떠올리자 밤까지 기다리기 싫었지만, 그는 교대표에 수락을 눌렀다. 오늘 가져온 두 물건이 무엇을 증명하는지는 채원과 함께 열람실에서 확인해야 했다. 이 배차소를 더 뒤진다고 세 번째 물건이 저절로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다.

콩쇠는 현관을 잠그기 전, 방울이 걸렸던 벽을 한 번 더 봤다. “내가 신고를 제때 했어도 여기까지 왔을까?”

“모르죠. 그랬으면 달라졌을 부분을 찾아야 해요.”

“그래야 벌을 덜 받나?”

“그래야 다음 사람이 같은 일을 안 겪을지도요.”

콩쇠는 대꾸하지 않았다. 해온은 그가 손가락으로 빈 고리의 높이를 짚는 동안 기다렸다. 문을 닫고 나오자 벽의 둥근 흉터가 보이지 않았다. 없어진 것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