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판 위 다섯 센티
막차보다 오 분 먼저
그 주 일요일 낮 빙판은 청소년 대회에 배정됐다.
그 주 일요일 낮 빙판은 청소년 대회에 배정됐다.
체육관이 대신 내준 시간은 저녁 일곱 시부터 여덟 시까지였다. 원래 일요일 모의훈련보다 이십 분 짧았지만 네 사람이 모두 가능한 대체 시간은 그것뿐이었다. 혜주는 도서관 야간 근무가 없는 대신 막차가 있었다.
여섯 시 오십 분, 그는 로비에서 주먹밥을 다 먹고 내려왔다. 라온은 식사 완료 칸을 묻지 않았다. 혜주가 스스로 동그라미를 치자 기록판만 받아 들었다.
일곱 시, 타이머가 시작됐다.
오늘 계획은 모의엔드 세 개였다. 평소 일요일 계획보다 한 엔드 적었고, 준비 시간을 줄이지 않기 위해 각 엔드 사이 복기를 마지막으로 미뤘다. 벽시계 옆에는 미란이 큰 글씨로 적은 시각이 붙었다.
빙판 종료 19:45.
정리 완료 19:56.
건물 출발 20:00.
혜주의 막차는 여덟 시 십칠 분이었다. 건물에서 승강장까지 빠르게 가도 십이 분이 걸렸다.
“세 엔드면 충분합니다.” 진수가 말했다.
혜주는 막차 앱을 켰다. “중간에 길어지면 셋째는 못 해요.”
“생각시간을 정해서 합니다.”
첫 엔드는 십이 분 만에 끝났다. 라온의 두 가드가 서로 다른 깊이로 섰고 단비가 사이 길을 열었다. 진수의 마지막 드로가 버튼 앞에 닿자 누구도 길게 환호하지 않았다. 스톤을 바로 되돌리고 두 번째 배치를 만들었다.
두 번째 엔드는 시작부터 엉켰다.
상대 역할의 미란이 측면 가드 뒤에 스톤을 숨겼다. 라온이 가드를 얇게 밀었지만 노출 면은 절반뿐이었다. 혜주가 중앙 드로로 다점을 막자 단비는 공격 기회를 포기했다고 반발했다.
“오른쪽 히트면 빼낼 수 있었어요.”
“연습 성공률이 낮아.” 진수가 말했다. “한 점만 주는 배치로 갑니다.”
“모의엔드에서까지 안전한 것만 하면 언제 늘어요?”
“오늘 셋째 엔드에서 공격 세트를 하려고 했습니다.”
단비가 벽시계를 봤다. “그 셋째를 할 시간이 있긴 해요?”
두 사람의 말 사이에서 시간이 더 빠르게 줄었다. 라온은 스틱 끝으로 현재 득점 후보만 가리켰다.
“지금 논쟁 끝내도 이 엔드가 십 분은 더 갑니다. 단비 씨 대안 성공률 확인하고, 형이 정하세요.”
혜주가 기록표를 보았다. “같은 접점 열 번 중 네 번.”
진수는 하우스와 단비를 번갈아 봤다.
“이번에는 중앙 드로. 셋째 엔드는 전술판에서 공격선까지 확인합시다.”
단비가 입술을 깨물었지만 복창했다. 두 번째 엔드는 한 점을 내주는 배치로 끝났다.
그때 혜주의 휴대전화가 진동했다.
막차 출발까지 48분.
벽시계는 일곱 시 이십구 분이었다. 빙판에는 아직 두 번째 엔드 스톤이 흩어져 있었고 계획표에는 셋째가 남아 있었다.
진수가 말했다. “정리 빨리 하면 마지막 엔드까지 됩니다.”
혜주가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
“빙판을 나가는 시간이 끝이 아니에요. 장비를 돌려놓고 승강장까지 가야 제 훈련이 끝납니다.”
“셋째는 공격 전술 검증입니다. 아까 선택을 미룬 이유가 사라져요.”
“택시비는 누가 냅니까?”
진수의 입이 닫혔다.
지난번 혜주가 보여 준 영수증은 만팔천 원과 만구천오백 원이었다. 도서관 하루 근무에서 교통비와 식비를 빼고 나면 가볍게 넘길 돈이 아니었다.
단비가 말했다. “제가 내면 되잖아요.”
혜주가 바로 고개를 저었다.
“그럼 다음에도 늦게 끝내고 누군가 돈 내면 된다는 얘기가 돼.”
“그럼 공격 훈련은 또 밀려요.”
“내 막차도 매주 있어.”
말이 부딪친 뒤 아무도 다음 스톤을 놓지 못했다. 타이머만 흘렀다.
라온은 전술판을 가져와 셋째 엔드 자석을 그대로 옮겼다.
“진행 중인 둘째는 끝냅시다. 셋째는 여기서 첫 수만 정하고 다음 수요일 첫 전술 과제로 넘기죠.”
진수가 물었다. “배치가 실제와 다르면 검증이 안 됩니다.”
“사진과 좌표를 남겨 제가 집에서 맞춰 오겠습니다. 완전한 검증은 아니라고 표시하고요.”
“또 기록으로 대신합니까?”
라온의 눈썹이 움직였다. “기록이 경기 대신은 아닙니다. 다음 경기의 시작점을 남기는 겁니다.”
혜주가 막차 앱을 껐다. “저 때문에 끊는다고 쓰지 마세요.”
“막차 때문에 끊는 게 맞잖아요.” 단비가 말했다.
“아니. 우리가 정한 건물 출발 시각 때문에 끊는 거야. 그건 내 사정 듣고 팀이 같이 정한 시간이니까.”
미란이 빙판 종료 자석을 19:45에서 19:43으로 옮겼다.
“이 엔드까지. 셋째는 전술판. 정리는 담당 구분 없이 먼저 끝난 사람이 다음 걸 맡는다.”
진수는 마지막까지 하우스를 봤다. 공격선 하나를 실제로 던져 보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얼굴에 그대로 남았다.
“좋습니다.”
그가 스틱을 들었다. “이 엔드까지만 하고 정리는 나눕시다. 다음 표부터 건물 출발 시각을 먼저 적겠습니다.”
단비는 곧바로 투구 위치로 가지 않았다. 전술판에 남겨 둔 셋째 엔드 자석을 손가락으로 밀었다.
“제가 하려던 히트, 다음 수요일에도 같은 모양이 나와요?”
“그대로는 안 나옵니다.” 진수가 말했다.
“그럼 오늘 포기한 거네요.”
그 말에 혜주의 손이 막차 앱 위에서 굳었다. 라온은 단비가 화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단비에게 공격 훈련은 남는 시간에 주는 상이 아니었다. 자기 강점을 팀이 정말 쓸지 확인받는 자리였다.
“포기한 게 아니라 비용을 알고 미룬 겁니다.” 라온이 말했다.
“말은 쉽죠. 당신 거리 세트였어도 넘겼을까요?”
라온은 바로 답하지 못했다. 자기 짧은 드로였다면 십 분을 더 달라고 했을지도 몰랐다.
“아마 싫었을 겁니다.” 그가 인정했다. “그래서 수요일 첫 이십 분을 단비 씨 공격선으로 고정하죠. 누구 거리 세트도 먼저 끼워 넣지 않고.”
진수가 전술판에 ‘수요일 전술 1’이라고 썼다. “제가 오늘 배치를 사진으로 남기겠습니다. 실제 얼음에서 달라지는 건 다시 판단하고, 히트 시도 자체는 먼저 보장하죠.”
혜주가 말했다. “내 막차가 단비 훈련을 없앤 게 아니라 순서를 바꿨다는 것까지 적어요.”
단비는 세 사람을 보다가 자석에서 손을 뗐다.
“수요일 첫 이십 분. 늦으면 안 기다려요.”
“우리 모두 여섯 시 오십 분 도착입니다.” 라온이 말했다.
“그 말 녹음했어요.”
혜주가 기록기를 들어 보이자 단비가 마침내 웃었다. 밀린 샷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누구의 호의에 기대지 않은 다음 자리를 얻었다.
남은 스톤은 네 개였다. 단비의 드로가 상대 득점 돌 앞에 붙었고 혜주가 바깥 가드를 세웠다. 진수는 마지막 스톤으로 상대의 두 점 길만 닫았다. 화려한 역전은 없었지만 한 점 손실로 엔드를 끝냈다.
시계는 일곱 시 사십이 분이었다.
“철수.”
미란의 말과 함께 네 사람이 움직였다.
혜주가 기록기를 끄려 하자 라온이 먼저 전원을 내리고 케이스에 넣었다. 진수는 자기 구급상자를 반납한 뒤 혜주의 삼각대까지 접었다. 단비는 스톤 손잡이를 닦고 두 줄로 맞췄다.
“제 담당인데요.” 혜주가 말했다.
“오늘은 먼저 끝난 사람 순서.” 라온이 케이스 지퍼를 닫았다.
진수는 장비함을 잠근 뒤 다시 열지 않았다. 반납표에는 각자 한 줄씩 이름이 들어갔다. 네 사람이 엘리베이터 앞에 모인 시각은 일곱 시 오십삼 분이었다.
문이 늦게 열렸다. 다른 층에서 수영 강습을 마친 아이들이 한꺼번에 탔다. 혜주의 손가락이 무릎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먼저 내려가요.” 단비가 말했다.
“의자로 계단 갈 수는 없잖아.”
“알아요. 그냥 마음이 먼저 내려갔어요.”
혜주가 웃었다. 짧지만 미안하다는 웃음은 아니었다.
건물을 나온 시각은 여덟 시였다. 계획표에 적힌 그대로였다. 네 사람은 정류장까지 함께 갈 수 없었다. 진수와 단비는 반대 방향이었고 라온은 콜택시 승차구역으로 가야 했다.
라온이 혜주의 가방을 보았다. “기록기 케이스는 장비함에 넣었습니다. 오늘은 이 가방만 들고 가면 돼요.”
“확인.”
혜주는 혼자 버스정류장 쪽으로 바퀴를 밀었다. 젖은 보도블록에서 앞바퀴가 한 번 흔들렸지만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여덟 시 십이 분, 단체방에 사진이 올라왔다. 막차 전광판 아래 혜주의 손목시계가 함께 찍혀 있었다.
‘오 분 전에 도착.’
단비가 가장 먼저 엄지 표시를 보냈다. 진수는 한참 뒤에 문장을 썼다.
‘셋째 엔드 사진과 좌표 부탁합니다. 수요일 첫 20분에 이어서 하겠습니다.’
라온은 집에 도착해 전술판 사진을 열었다. 세 번째 엔드 자석은 아직 아무도 던지지 않은 선택 앞에 멈춰 있었다. 실제로 검증하지 못한 선을 성공처럼 칠하지 않고 시작 좌표만 맞췄다. 그리고 수요일이 왔다.
일곱 시 십 분, 준비를 마친 네 사람은 거리 세트보다 먼저 일요일의 배치를 빙판에 만들었다. 사진 속 간격을 줄자로 베끼지는 않았다. 같은 선택이 생길 만큼 가드와 상대 득점 돌을 놓고, 단비가 주장했던 오른쪽 히트 길을 열었다.
“기록하고 다르다고 취소하기 없기.” 단비가 말했다.
“얼음이 다른데 사진과 같다고 우기는 것도 없기.” 혜주가 받았다.
진수는 하우스 뒤에서 브러시 손잡이 끝으로 접점을 가리켰다. 안전한 중앙 드로를 택하던 일요일과 달리, 이번에는 단비가 말한 얇은 면이었다.
“오른쪽 바깥 반 개. 상대 돌만 빼고 우리 돌은 측면에 남긴다.”
단비가 복창했다. “바깥 반 개, 히트 앤 롤.”
첫 시도는 두꺼웠다. 상대 돌은 빠졌지만 단비의 돌도 함께 하우스 밖으로 미끄러졌다. 스톤 두 개가 벽 쪽 고무에 차례로 닿았다. 단비는 스틱을 무릎에 세운 채 진수를 보았다.
“그래서 일요일에 안 시킨 거죠?”
진수는 실패한 스톤이 아니라 비어 버린 측면을 보았다. 예전 같으면 성공률 네 번을 다시 읽었을 것이다.
“아니요. 그래서 오늘 두 번째가 있는 겁니다.”
그는 같은 자리에 스톤을 다시 놓았다. 접점은 바꾸지 않고 속도만 한 단계 낮췄다. 단비가 의자의 고정점을 맞추는 동안 라온은 옆에서 손을 대지 않았다. 혜주는 초시계를 들되 색연필 뚜껑은 열지 않았다.
두 번째 돌은 가드 바깥을 얇게 스쳤다. 상대 득점 돌이 하우스 밖으로 밀려나고, 단비의 돌은 측면 원 안에 반쯤 걸렸다.
“노랑?” 혜주가 물었다.
단비가 숨을 고르며 말했다. “다음 돌까지 봐요.”
라온은 열린 길로 드로를 넣었다. 돌은 단비의 스톤 안쪽을 지나 버튼 앞에서 멈췄다. 일요일에 포기한 공격선이 혼자 빛난 것이 아니라 다음 샷이 설 자리를 만들었다.
혜주가 그제야 파란 점을 찍었다.
단비는 진수 쪽으로 돌아보았다. “성공률, 이제 다섯 번인가요?”
“열두 번 중 다섯.”
“여전히 낮네요.”
“그래도 팀이 써 본 다섯 번입니다.”
단비는 웃으며 다음 스톤을 끌어왔다. 미뤄 둔 차례는 표에서 보장된 순간이 아니라, 실패 뒤에도 같은 얼음에서 한 번 더 던질 때 비로소 돌아왔다.
훈련 뒤 네 사람은 각자 맡은 장비를 들고 장비함 앞에 모였다. 라온은 의자 끈을 말았고, 단비는 스틱 헤드를 닦았고, 혜주는 기록기 전원을 껐고, 진수는 구급상자의 봉인을 확인했다.
그런데 문을 연 사람도, 마지막에 잠근 사람도 진수뿐이었다.
단비가 스틱을 든 채 물었다.
“일은 네 칸인데 문은 왜 한 사람 거예요?”
진수의 손 안에서 열쇠가 작게 흔들렸다. 방금 빙판에서는 단비에게 두 번째 시도를 돌려줬다. 장비함 앞에서는 아직 누구에게도 두 번째 열쇠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