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컬링 스포츠 성장물 35화

빙판 위 다섯 센티

저녁을 건너뛴 드로

수요일 여섯 시 사십이 분, 소라온은 수리한 믹서기를 손님 차 트렁크에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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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여섯 시 사십이 분, 소라온은 수리한 믹서기를 손님 차 트렁크에 실었다.

“소리가 전보다 큰 것 같은데요?”

손님이 시동을 걸다 말고 물었다. 라온은 떠나려던 바퀴를 멈췄다. 다시 전원을 연결하고 빈 통과 재료를 넣은 통의 소리를 각각 들려줬다. 칼날이 자리를 잡는 첫 이 초가 조금 컸지만 회전은 일정했다.

“고장은 아닙니다. 그래도 내일까지 써 보시고 진동이 커지면 가져오세요.”

설명을 끝냈을 때는 여섯 시 사십칠 분이었다.

라온은 체육관까지 바퀴를 밀며 편의점에 들렀다. 삼각김밥 하나와 물을 집어 무인계산대에서 바코드를 찍었다. 결제 승인음이 나자 영수증과 김밥을 가방에 넣고 다시 달렸다.

자동문을 통과한 시각은 여섯 시 오십 분이었다.

“정확하네요.” 단비가 말했다.

라온은 웃을 숨도 없어 고개만 끄덕였다. 손바닥은 림 마찰로 뜨거웠고 속은 비어 있었다. 십 분 동안 물을 마시고 경기용 의자로 옮겨 앉았다. 김밥 포장 비닐이 가방 안에서 바스락거렸지만 꺼내지 않았다. 회의실은 음식 반입이 안 됐고, 로비까지 돌아가면 타이머 시작을 놓칠 것 같았다.

일곱 시, 네 사람이 타이머를 눌렀다.

준비 십 분은 지난주보다 빨랐다. 라온은 의자 점검에 서명했고 진수는 다시 열지 않았다. 일곱 시 십 분, 거리 세트가 시작됐다.

라온의 첫 드로는 하우스 앞에서 멈췄다.

“열다섯 칠.” 혜주가 시간을 불렀다.

평소보다 짧았다. 라온은 두 번째 스톤을 당겼다.

“손목을 조금 더 고정해요.” 단비가 말했다.

“첫 돌은 힘이 덜 갔습니다.”

두 번째는 첫 돌보다 이십 센티 길었지만 목표선에는 닿지 못했다. 세 번째도 짧았다. 스틱을 미는 순간 어깨 앞이 텅 빈 듯 힘이 빠졌다. 손끝 감각은 멀쩡한데 팔이 명령을 반 박자 늦게 받았다.

단비가 하우스에서 돌아왔다.

“자세가 무너져요. 여섯 개 더 갑시다.”

혜주가 기록판을 넘겼다. “거리 시간은 이십 분뿐이야.”

“이 상태로 전술 들어가면 더 버려요.”

라온은 네 번째 스톤을 걸었다. “할 수 있습니다.”

그 말과 달리 손바닥에는 식은땀이 났다. 스틱 손잡이가 미끄러워 장갑을 고쳐 잡았다.

단비가 그의 가방을 발끝으로 밀어 통로에서 치우다가 비닐 소리를 들었다.

“그거 뭐예요?”

“수리 부품입니다.”

“김밥 냄새 나는 부품도 있어요?”

라온이 대꾸하지 않자 단비가 가방에서 손을 뗐다.

“저녁 안 먹었죠?”

“끝나고 먹습니다.”

“지난 수요일도?”

혜주가 새 기록표를 내려다봤다. 지난주 상세 입력에 라온이 적어 둔 메모가 있었다. ‘수리 인계 직후 도착, 피로 높음.’ 그 전 수요일도 첫 드로 세 개가 짧았다.

“그날도 수리 납품하고 바로 왔다고 했죠.”

라온의 목이 뻣뻣해졌다. “제 식사까지 기록할 겁니까?”

“뭘 먹었는지 묻는 게 아니에요.” 단비가 말했다. “준비가 안 됐다는 사실을 숨기면 제 호출도 틀린 자료가 됩니다.”

“배고프다고 말하면 돌이 길어집니까?”

“적어도 자세 탓이라고 여섯 개 더 던지게 하진 않죠.”

단비의 말이 돌아와 자기 가슴을 찔렀다. 여섯 개 더 던지자고 한 사람은 단비였다. 그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말했다.

“나도 지금 보고 알았어요. 그래서 멈추자는 거예요.”

진수가 전술판 앞에서 물었다. “어지럽거나 몸에 이상이 있습니까?”

“그런 건 없습니다.”

미란이 끼어들었다. “우리가 진단할 일도 아니다. 확인할 건 오늘 식사 여부, 이동시간, 본인이 느끼는 피로, 네 가지 돌의 결과까지.”

라온은 자기 몸이 공동 점검표의 장비가 된 기분이었다. 고정 끈처럼 확인하고 서명하라는 말로 들렸다.

“안 먹었다고 매번 보고해야 합니까?”

혜주가 펜을 내려놓았다. “말하고 싶은 만큼만. 다만 경기 결과랑 같이 볼 정보가 없으면 우리는 또 동작만 탓할 거예요.”

“먹을 형편이 되는지도 쓰라고 하겠네요.”

단비의 얼굴이 굳었다. “그건 안 물어요.”

“팀이 시간을 맞추자고 해서 수리품도 빨리 넘기고 왔습니다. 이제는 밥까지 제시간에 먹고 오라고요?”

“당신이 숨긴 십 분 때문에 지금 열다섯 분을 쓰고 있잖아요.”

빙판이 조용해졌다.

라온은 반박할 수 없었다. 네 개의 짧은 돌이 하우스 앞에 늘어서 있었다. 생계를 지키려고 저녁을 미뤘지만, 그 선택은 이미 팀의 거리 세트를 잡아먹고 있었다.

“오늘은 어떻게 합니까?” 진수가 물었다.

미란이 벽시계를 봤다. 일곱 시 이십사 분.

“라온 씨가 선택해.”

끝까지 밀어붙이면 전술 이십 분을 지킬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손으로 던진 수치가 다음 호출 자료가 되는 것도 싫었다.

“십 분 쉬겠습니다.”

라온이 말했다.

단비가 가방을 바라봤다. “회의실은 음식 안 되잖아요.”

“로비로 갔다 오죠.”

진수가 타이머를 멈추려 하자 라온이 막았다.

“전체 육십 분은 그대로 갑니다. 제 거리 세트를 줄이겠습니다.”

“벌 주는 것처럼 만들지 마요.” 단비가 말했다.

“벌이 아니라 오늘 제가 낼 비용입니다. 대신 다음부터는 시작 전에 말하겠습니다.”

라온은 생활용 의자로 옮겨 타지 않고 경기용 의자 상태로 빙판 밖 휴게의자에 갔다. 가방에서 삼각김밥을 꺼냈다. 차가운 밥이 목에 걸렸다. 단비가 물을 건넸지만 포장을 뜯어 주지는 않았다.

“전 학교 야간 이동지원을 맡은 날엔 커피로 버팁니다.” 그가 말했다.

라온이 쳐다봤다.

“왜 그 얘기를 지금 합니까?”

“나도 써야 공평하니까. 남의 것만 표시하면 잔소리표잖아요.”

혜주는 기록지 구석에 두 칸을 만들었다. 식사 완료 여부와 피로도. 어느 메뉴를 먹었는지, 왜 못 먹었는지는 없었다.

“자발적으로 쓰는 칸.” 혜주가 말했다. “비워 둔다고 감점도 없고.”

라온은 마지막 한입을 삼킨 뒤 ‘미완료’에 동그라미를 쳤다. 이미 먹은 뒤였지만 훈련 시작 시점의 상태였다.

진수가 자판기 앞에서 따뜻한 물을 뽑아 왔다. 그는 컵을 라온 옆에 두고 맞은편에 앉았다.

“인쇄소에서도 마감 날엔 식사를 넘길 때가 있습니다.”

“형도 표시하라는 말은 안 했습니다.”

“그래서 말하는 겁니다. 당신만 관리받는 모양이 되면 이 칸은 오래 못 갑니다.”

진수는 지난 화요일 병원 주차 영수증을 꺼냈다. 아버지를 모셔다 드린 뒤 인쇄소로 돌아가 컵라면으로 저녁을 때웠고, 다음 훈련에서는 첫 드로가 길었다고 했다.

“그게 컵라면 때문인지 피곤해서인지는 모릅니다. 그냥 그날 준비가 평소와 달랐다는 건 말할 수 있죠.”

라온은 따뜻한 컵을 두 손으로 감쌌다. 차가운 손가락 끝이 천천히 풀렸다.

“전 굶었다고 말하면 돈 없는 사람으로 보일까 싫었습니다.”

단비가 옆에서 포장지를 접었다. “나는 학교 야간 이동지원이라고 말하면 훈련 덜 한 사람으로 보일까 싫었고요.”

혜주도 기록판을 무릎에 놓았다. “나는 막차를 말하면 팀 발목 잡는 사람 같았고.”

진수가 마지막으로 말했다. “나는 불안하다고 말하면 스킵 자격이 없어 보일까 봐 장비를 네 번씩 확인했습니다.”

누구도 라온에게 더 자세한 이유를 요구하지 않았다. 네 사람의 숨긴 사정이 같은 것이어서가 아니라, 숨길 때 빙판에서 다른 모양으로 튀어나온다는 점만 같았다.

라온이 미완료 동그라미 옆에 선 하나를 그었다.

“다음에는 시작 전에 말하겠습니다. 먹을 돈이 없든 시간이 없든, 이유는 제가 말하고 싶을 때만.”

“그걸로 충분해요.” 혜주가 답했다.

일곱 시 삼십사 분, 그는 다시 스틱을 잡았다.

남은 거리 세트는 두 개뿐이었다. 첫 돌이 목표선 앞에 닿았고 두 번째는 그보다 조금 길게 섰다. 혜주가 시간을 읽었다. 평소 범위였다.

“자세는 아까랑 같았어요.” 단비가 말했다.

“팔이 덜 비었습니다.”

그들은 원인을 확정하지 않았다. 먹어서 나아졌다고 단정하지도 않았다. 다만 더 던지라는 호출을 멈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건 알 수 있었다.

전술 시간은 열 분 남짓이었다. 미란은 두 엔드를 한 엔드로 줄였다. 라온은 첫 가드를 놓고 단비가 드로, 혜주가 탭, 진수가 마지막 방어를 맡았다. 짧았지만 네 사람의 호출은 한 번도 끊기지 않았다.

복기 십 분에는 빨간 점이 하나도 없었다. 라온은 자기 칸에 ‘식사 미완료, 피로 높음, 첫 세트 지연 선택’이라고만 썼다.

“다음부터 미완료면 첫 세트를 십 분 늦추겠습니다.” 그가 말했다. “상세 음식도 이유도 안 씁니다.”

“그 십 분을 어디서 확보하죠?” 진수가 물었다.

“여섯 시 오십 분 도착 뒤에 먹으면 일곱 시 준비가 밀립니다.”

미란은 체육관 직원에게 회의실 외 음식 섭취 공간을 물었다. 직원은 그 자리에서 허락하지 않고 시설 담당자에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다음 날 답이 왔다. 로비 휴게구역은 훈련 전 십오 분 동안 사용할 수 있었다. 쓰레기를 바로 치우고 통행을 막지 않는 조건이었다.

공유표에 새 칸이 생겼다.

도착 시각. 준비 가능 시각. 실제 타이머 시작 시각.

단비가 메시지를 남겼다.

‘먹었냐고 묻지 않고, 시작할 수 있냐고 묻겠습니다.’

라온은 답 대신 다음 수요일 수리 인계 마감을 여섯 시 이십 분으로 바꿨다. 손님 하나가 늦은 시각을 원해 다른 날로 넘어갔다. 적은 수입에서 작은 기회 하나가 빠졌다.

그는 그 빈칸을 지우지 않았다.

육십 분을 지키는 데는 스톤의 속도만이 아니라, 빙판에 오기 전 몸에 남겨 둘 힘도 필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