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음악 고딕 미스터리 30화

일곱 번째 트랙은 비어 있다

떠난 사람의 선택

문주는 ‘실종’이라는 글자 위에 펜을 놓고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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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주는 ‘실종’이라는 글자 위에 펜을 놓고 멈췄다.

자료벽에서 푸른 끈 세 가닥이 돌아온 물건을 이었다. 악보, 의자, 신분증 사본. 조율카드는 끈 끝에 붙일 종이가 없었다. 반대쪽 붉은 끈은 피아노 연주료 봉투와 수정 계약을 잇고 있었다. 종이가 빽빽한 벽인데도, 한 사람의 이름을 적을 자리만 자꾸 비어 보였다.

선호가 문주에게 아직 고치지 말라고 말했다. 규진은 코트를 벗지 않았다. 이솔은 문주에게 펜을 내려 달라고 하지 않고, 오늘 읽을 확인서를 책상 가운데 놓았다. 자료벽의 제목보다 그 안에 어떤 행동을 적느냐가 먼저였다.

“악보는 돌려받았고 의자도 옮겼어요. 이제 갑자기 사라졌다고 부르면 안 되잖아.”

문주가 말했다. 선호는 그 말에 반박할 수 없었다. 다만 그가 기억하는 마지막 합주와, 그 뒤 수인의 자리가 비어 있던 방 사이에는 아직 자신이 모르는 시간이 있었다.

규진이 코트 단추를 풀었다.

“그럼 자기가 선택해서 떠난 걸로 끝나는 거야?”

태오가 급여봉투의 사진을 그 앞에 옮겼다. 드럼과 베이스와 보컬의 지급 확인 옆에서 피아노만 금액과 수령 서명이 없었다. 봉투 뒤의 제작비 회수 도장이 종이에 붉게 남아 있었다.

“이건 안 끝났습니다.”

규진은 사진에 손을 대지 않았다. 자기가 받았던 봉투와 수인의 납작한 봉투가 한 묶음으로 남아 있었다. 물건이 돌아갔다고 연주료까지 돌아간 것은 아니었다.

이솔은 확인서의 첫 장을 읽었다. 마지막 합주는 해체 통지 이틀 전이었다. 수인은 카덴차를 끝까지 연주하고 원본 악보와 자기 의자 반환을 요구했다. 세 사람이 앞서 확인한 행동이었다. 말다툼의 원인과 누가 어떤 얼굴을 했는지는 각자의 부록에 남아 있었다.

문주가 한 문장에서 손을 들었다.

“‘마지막 합주를 기다렸다’는 말은 빼면 좋겠어요. 우리가 그렇게 기다렸다는 얘기를 자꾸 해서.”

이솔은 원문에 그 표현이 없는 것을 보여 주었다. ‘연주했다, 반환을 요구했다.’ 문주는 두 동사를 다시 읽었다. 자기가 좋아하던 음악을 만든 사람이 무엇을 기다린 사람이 아니라 무엇을 한 사람으로 남았다.

선호는 악보의 마지막 세 점 사진을 보았다. 그 점을 긁고 싶던 손은 오늘 무릎 아래에 있었다. 자기가 센 마흔일곱 박자가 합주를 붙잡은 줄 알았지만 수인은 그 끝을 연주한 뒤 자기 물건을 돌려달라고 했다.

“이건 내가 기억하는 거랑 맞아.”

선호가 말했다. 그것은 오늘 모두를 용서한다는 말이 아니었다. 규진은 고개를 들지 않고 확인서의 다음 장을 넘겼다.

수인 또는 지정 대리인에게 돌아간 세 물품의 수령 기록이 있었다. 어느 사람에게 갔는지 필요한 범위는 이미 확인했다. 행선지와 새 이름을 알아내려고 더 길게 선을 뻗지는 않았다. 장부에는 조율카드 한 장만 방송국 피아노 쪽에 남은 것으로 기록돼 있었다.

태오는 반환 목록의 네 번째 칸을 오래 보았다. 빈칸을 채우고 싶을 때는 꼭 그 옆의 사람에게 전화를 걸고 싶은 마음이 먼저 생겼다. 이번에는 전화를 꺼내지 않고, 신고서 첨부 악기 목록에 그 번호가 빠진 부분을 가리켰다.

“태문 씨의 설명에는 의자와 악보를 모두 두고 밤에 사라졌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반환과 이동은 신고 전에 준비돼 있었어요.”

문주가 눈을 감았다. 태문의 답변은 너무 매끈했다. 날짜와 말이 한 번도 흔들리지 않았고, 벽에 걸린 금장 음반 아래에서 수인은 아직 아무것도 하지 못한 사람으로 있었다. 지금 책상에서는 반대였다. 물건을 옮기고 요구하고 돌려받는 일이 차례로 나왔다.

“거짓말이라고 써도 되잖아요.”

선호가 말했다. 태오는 서명받은 답변의 세 지점을 보여 줬다. 이미 물증과 다른 것으로 표시한 항목이었다. 문주가 읽기 전에 이솔은 경찰 기록보존실에서 적어 온 열람 메모를 펼쳤다. 원본 초안은 복사하지 않았다. 허락된 확인 내용만 새 종이에 남아 있었다.

처음 상담 메모는 성인이 물품을 정리해 떠난 정황을 적었다. 태문의 추가 설명 뒤에는 사고 가능성이 큰 돌연 실종이라는 문구가 들어왔다. 문주는 자신의 진술도 그때 무엇을 걱정했는지 다시 떠올렸다.

“난 정말 위험할까 봐 무서웠어.”

문주가 말했다.

“그래서 신고가 전부 꾸민 일이었다고는 못 해. 그 사람 말이 틀린 데가 있어도.”

선호가 턱을 올렸다가 내렸다. 문주와 선호가 오래 침묵했다. 규진은 붉은 끈을 보며 물었다.

“그 계약을 거절하고 돈을 못 받은 것도 같이 들어가?”

이솔은 고개를 끄덕였다. 개인이 비공개로 말한 기억을 새 증거처럼 읽지는 않았다. 공개 가능한 문서와 확인 내용, 이미 각각 정리한 범위가 책상에 있었다. 계약 관계를 정리하려는 행동과 미지급을 따로 떼면 떠남은 너무 손쉬운 선택처럼 보였다.

태오는 확인서에 붙일 표현을 읽었다. ‘자발적 이탈.’ 규진이 몸을 뒤로 기댔다. 문주가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그 말이면 아무것도 안 밀었는데 혼자 걸어나간 것 같아요.”

“피해자라고만 쓰면요?”

태오가 물었다.

문주는 대답하지 못했다. 이솔은 세 물품의 푸른 끈과 미지급의 붉은 끈을 책상 위에서 만나게 했다. 별개의 종이였고, 같은 사람이 그 둘 사이에서 움직였다.

“강요된 계약과 미지급 상태에서 벗어나려고, 물품을 미리 회수하고 합주를 정리했다.”

이솔이 새 문장을 읽었다. 선호가 그 문장에서 ‘미리’를 짚었다. 오늘 가장 오래 걸려 확인한 순서였다. 규진은 ‘벗어나려고’를 가리켰다. 문주는 끝까지 읽고 펜을 다시 들었다.

“이걸로요.”

문주가 말했다. 태오는 ‘온전한 자발’을 지우고 새 문장을 넣었다. 수인이 받았던 위험과 수인이 한 결정을 한쪽씩 없애지 않는 문장이었다. 사고를 당해 갑자기 아무 준비도 없이 사라졌다는 설명은 확인한 기록과 맞지 않았다. 그 뒤의 모든 날까지 알게 된 것은 아니었다.

벽시계가 늦은 시각을 알렸다. 선호의 휴대전화 화면에 부재중 연락이 켜졌다. 그는 오늘 이 방에서 답을 다 내겠다고 말하려다 전화를 무음으로 바꾸지 않고 주머니에 넣었다. 조금 뒤 나가서 연락하겠다고 했다. 이솔은 마지막 항목을 펴며 이 페이지까지만 읽자고 했다.

규진은 새 문장 밑에 자기 이름을 적었다. 본인이 기억하는 해석을 모두 철회하는 서명은 아니었다. 오늘 함께 확인한 행동과 문서의 순서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문주와 선호도 그 범위를 읽고 서명했다. 서로 손을 잡지는 않았다.

이솔은 세 사람의 각자 부록을 한데 끼우지 않았다. 다른 말이 있었다는 사실도 같이 남았다. 문주는 자기 봉투가 닫히는 것을 기다렸다가 자료벽 앞에 섰다.

‘실종’에 두 줄을 그었다. 그 밑에 ‘이탈’이라고 적었다.

“떠날 준비를 했고. 악보를 돌려받았고.”

문주는 소리 내어 읽었다. 그 문장은 누군가 돌아오기를 바라며 만든 노래 가사가 아니었다. 사람이 자기 물건을 챙겼다는 말이었다. 문주는 펜을 내려놓고 의자 등받이에 손을 댔다.

선호가 물었다.

“지금 어디 있는지는 안 찾는 거죠?”

태오는 확인서를 덮었다. 예전의 의혹을 빠르게 풀려면 수인을 불러 한 번 묻고 싶을 수 있었다. 그 마음이 없는 척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이 문서들에서 잘못된 말을 고칠 상대는 떠난 사람이 아니었다.

“호출할 계획은 없습니다.”

태오가 말했다. 규진은 자신이 보관한 봉투가 남긴 질문은 자신과 그 돈을 처리한 곳이 받아야 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문주는 조율카드의 빈 고리를 보았다. 그 카드는 떠난 사람의 새 주소 대신 원래 피아노 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혜주가 늦게 들어왔다. 자산 사진을 확인하느라 복도에서 통화했다고 했다. 그녀가 들고 온 화면에 업라이트피아노가 있었다. 화영방송국 제2연습실의 물건이었다. 닫힌 건반 덮개 위에는 폐기 예정 표시가 붙어 있었다.

태오가 의자를 돌렸다. 이솔은 반환 목록의 카드 번호를 먼저 읽었다.

P47-314.

혜주가 자산 사진을 넘겼다. 레일 안쪽 숫자가 찍힌 사진이었다. 이솔은 확대부터 누르지 않고 전체 위치를 확인했다. 같은 번호를 가진 종이와 물건이 맞닿을 곳이 생겼다. 그 안에서 무엇을 찾을 수 있는지는 아직 몰랐다.

“내일 정오에 반출합니다.”

혜주가 말했다. 선호가 벌떡 일어났다. 지금 가서 가져오면 안 되느냐고 했다. 혜주는 열쇠가 있다고 그 물건을 자기들이 마음대로 옮길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답했다. 이솔은 피아노를 열어 본 조율사의 입회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다 없어진 뒤에 허락받으면?”

선호가 물었다. 목소리는 아까보다 높았다. 이번에는 죄책감만이 아니라 내일의 물건이 사라질 시간이 있었다.

혜주는 자산 담당자의 연락 시각과 반출 업체의 도착 시간을 확인했다. 이솔은 카드 번호와 사진을 붙여 보존 요청에 쓸 항목을 적었다. 폐기를 멈추려면 누가 기간과 비용을 맡는지부터 정해야 했다. 문주는 창밖으로 달려나갈 듯하던 선호에게 자기 의자를 밀어 주었다.

“사진부터 같이 봐. 네가 내일 찾으려면 지금 어디인지 알아야지.”

선호가 앉았다. 이솔은 이 조사에서 피아노를 새로 연주하지 않는다고 적었다. 조율카드와 번호, 부품의 흔적을 확인할 일이었다. 혜주는 조건부 보존을 요청할 시간을 잡았고 노을에게 입회 가능 여부를 물었다. 백정호 조율사와 함께 만날 준비도 필요했다.

문주는 자기 가방에서 물병을 꺼냈다. 누구도 방금 내린 결론을 축하하지 않았다. 물을 마시고, 종이를 다시 정리하고, 선호는 밖으로 나가 기다리던 연락에 답했다. 기록의 한 제목이 바뀌었지만 생활의 다음 시간은 그대로 다가왔다.

태오는 자료벽의 푸른 끈 하나가 처진 것을 고쳐 달았다. 이솔은 조율카드의 빈 고리 옆에 새 자산 사진을 붙였다. 원본의 위치를 알아낸 것이 아니라, 다음에 볼 물건의 위치가 생긴 것이다.

문주가 불을 끄려다 피아노 사진 앞에서 멈췄다. 닫힌 덮개가 검게 반사했다. 오늘은 떠난 사람을 되돌려 앉히지 않아도 그 사람이 한 일을 적을 수 있었다. 내일은 남아 있는 물건이 사라지지 않게, 정오보다 먼저 가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