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도시판타지 직업 코미디 3화

퇴근 후에는 요괴택배

내 목소리로 한 허락

가짜 목소리를 피한 남해온이 수취인의 허락을 구하는 동안, 상자의 낯선 매듭과 자신이 대신 쓴 서명이 새 의문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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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개의 거울문은 남해온의 목소리로 서로 다른 거짓말을 했다.

왼쪽 문은 편의점에 손님이 기다린다고 했다. 가운데 문은 점주가 CCTV를 보고 있다고 했다. 오른쪽 문은 죽은 아버지가 안에 있다고 했다.

목소리는 모두 해온의 것이었다. 자기가 자기에게만 쓰는 낮은 음성까지 훔쳐 갔다.

콩쇠가 등에 진 상자 때문에 몸을 좌우로 흔들었다. “한 시간 오십오 분. 청색 가루 있는 오른쪽부터 보자.”

“문을 열지 않고 봅니다.”

“안 열고 안을 어떻게 봐?”

“안쪽 사람이 답하게 해야죠.”

해온은 오른쪽 문에서 세 걸음 떨어져 섰다. 송장에는 수취인 이름 ‘복달’이 완전히 적혀 있었다. 그대로 읽어 주면 문 안의 가짜가 이름까지 따라 할 수 있었다.

그는 엄지로 마지막 글자를 가렸다.

“수취인 성명 첫 글자는 복입니다. 안쪽 사람이 본인이면 끝글자와 주문 여부를 말하세요.”

왼쪽 문이 즉시 대답했다. 해온의 목소리였다. “달. 주문했어. 들어와.”

가운데 문도 같은 말을 했다. 오른쪽까지 이어졌다.

콩쇠가 기뻐했다. “셋 다 맞았네!”

“틀렸습니다.” 해온은 한숨을 쉬었다. “제가 끝글자를 가린 걸 이 길은 다 알고 있어요. 이름만으로는 부족해요.”

손잡이의 붉은 경고문이 한 줄 늘었다. ‘녹음·흉내·대리응답은 허락이 아니다.’

해온은 그 문장을 손으로 짚었다. “허락말은 누가 정합니까?”

콩쇠가 수염을 비볐다. “집주인이 문을 걸 때 정해. 보통은 ‘들어오시오’나 ‘발 들이시오’ 같은 거.”

“배달원이 모르는 말이어야 합니까?”

“원래는 그렇지.”

“그걸 먼저 말했어야죠.”

“배송원은 손잡이 잡으면 진짜 문에서 떠오르거든.”

해온이 붉은 경고를 가리켰다. “손잡이 잡기 전에 허락을 확인하라잖아요.”

콩쇠는 경고문을 읽고도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규칙이 바뀐 모양인데.”

“언제부터요?”

“백결이 배차를 중개하기 시작한 뒤로 글씨가 자주 늘었어.”

해온은 그 이름을 기억했다. 첫 송장의 발송인 흔적이 없다고 했을 때 콩쇠가 언급한 자. 익숙한 화면으로 길을 속이고, 배달원 이름으로 반송 서명을 만든다는 자.

“그럼 지금 문을 열면 누구 이름으로 남습니까?”

콩쇠가 대답하지 못했다.

가운데 문의 검은 실밥이 기어 나와 해온의 운동화 앞에 닿았다. 실 한 올이 발목을 감으려 했다. 해온은 문턱을 넘지 않고 뒤로 물러났다. 실밥은 경계선 밖까지 따라오지 못하고 말라붙었다.

“저 문은 아닙니다. 수취인 발자국도 없고, 저건 사람을 끌어당겨요.”

왼쪽 문 아래 젖은 발자국은 바깥으로만 향해 있었다. 안으로 들어간 자국이 없었다. 오른쪽에는 작은 고무신 자국과 맨발 자국이 겹쳐 있었다. 청색 가루도 문턱 안쪽에서 밖으로 묻어나온 모양이었다.

“오른쪽이 가장 가능성 높습니다.” 해온이 말했다. “그래도 문은 안 엽니다.”

그는 오른쪽 문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이름은 더 묻지 않겠습니다. 이 문을 건 당사자만 아는 허락말을 직접 말하세요. 주문하지 않았다면 거부한다고 답해도 됩니다.”

세 문이 조용해졌다.

송장의 붉은 선이 한 칸 줄었다. 콩쇠는 발을 동동 굴렀지만 재촉하지 않았다.

한참 뒤 오른쪽 문 안에서 늙은 남자의 쉰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달이 아니라 볕을 빌려 사는 복달이다.”

해온은 콩쇠를 보았다. “저게 허락말입니까?”

콩쇠의 눈이 커졌다. “옛 도깨비들은 본이름 앞에 수수께끼를 달아. 송장에 없는 말이야.”

문 안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배달원이 이름을 대신 만들지 않았다면, 오른발 말고 그림자부터 들이시오.”

오른쪽 문 앞 붉은 등이 켜지며 해온의 그림자가 문턱 너머로 길게 뻗었다. 왼쪽과 가운데 문은 여전히 해온 목소리로 들어오라고 속삭였다.

“이제 진짜다.” 콩쇠가 말했다.

“수취 허락은 됐고, 물건 주문 여부는 안 됐습니다.”

“안에 들어가서 물으면 되지.”

“그림자만 먼저 들이라고 했잖아요.”

해온은 오른발을 땅에 붙인 채 몸을 옆으로 틀어 그림자 끝만 문턱 안으로 보냈다. 오른쪽 문이 소리 없이 열렸다. 왼쪽과 가운데 거울에는 해온 얼굴이 비쳤다가 검은 물처럼 무너졌다.

“사람 배달원, 들어와도 좋소.” 이번에는 안쪽 늙은 목소리가 말했다.

그제야 해온이 문턱을 넘었다. 콩쇠도 뒤따르려 했지만 등에 진 상자가 문틀에 걸렸다.

“옆으로.”

“내 뿔이 먼저 들어가야 균형이—”

“상자가 먼저예요. 배송물이 문에 부딪치면 누구 책임인데요?”

둘이 실랑이하는 사이 마당 안에서 작은 도깨비 하나가 나왔다. 콩쇠보다 머리 하나 컸고, 흰 수염은 허리까지 내려왔다. 손에는 대나무 빗자루를 들고 있었다.

그는 해온보다 콩쇠를 먼저 알아봤다.

“김콩쇠, 네가 웬일로 사람을 달고 왔느냐.”

“복달 어른께 온 배송입니다.”

“내가 네 이름을 어떻게 믿지?” 해온이 물었다. “문에서 들은 수수께끼 외에 본인임을 확인할 표식이 있습니까?”

늙은 도깨비는 기분 나빠하기보다 눈을 가늘게 떴다. “요즘 배달원은 손님한테 신분을 내놓으라 하나?”

“가짜 문 세 개가 제 목소리를 냈습니다. 이름은 이미 송장에 노출됐고요. 그 이름을 다시 말하는 것 말고, 문을 만든 사람이 가진 표식을 보여 주세요.”

콩쇠가 해온 옆구리를 찔렀다. “어른한테 너무 따져.”

“당신 이름으로 왔다가 다른 이름으로 바뀐 소포예요. 덜 따져서 여기까지 온 겁니다.”

복달은 한동안 해온을 보더니 빗자루 끝으로 문 안쪽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재로 그린 작은 해가 있었다. 문밖 오른쪽 돌에도 같은 해가 반쯤 닳아 있었다. 송장이나 골목 어느 곳에도 없던 표식이었다.

“해가 뜨면 사라지고, 지면 내가 다시 그린다.” 복달이 말했다. “이 문을 거는 표식이다.”

해온은 허락말, 그림자 순서, 해 표식을 메모했다. 셋이 서로 맞았다. 그제야 오른쪽 문을 진짜 수취인의 문으로 확인했다.

“이제 상자 내려도 되지?” 콩쇠가 물었다.

“문턱 안은 아직 안 됩니다. 주문 확인부터.”

복달이 빗자루를 세웠다. “무엇을 가져왔기에 저리 뜸을 들이느냐?”

해온은 상자를 등에 진 콩쇠를 문 바깥에 세워 둔 채 송장만 들어 보였다. ‘복달’이라는 이름 아래 품목은 ‘묵은 복 한 주머니’였다. 발송인 칸은 비어 있었다.

“묵은 복 한 주머니. 주문하셨습니까?”

복달의 흰 눈썹이 꿈틀했다. “복이 묵으면 액이 되는데 그걸 누가 주문하겠느냐.”

콩쇠가 끼어들었다. “장터에서 지난달 복 항아리 찾으셨잖습니까.”

“내가 찾은 것은 손주 시험 복을 담을 빈 항아리였지, 누가 쓰다 버린 복주머니가 아니다.”

“그 주문에서 바뀐 걸 수도 있겠네요.” 해온이 말했다. “주문 날짜와 판매자를 기억합니까?”

복달은 마당 안으로 들어가 장부 한 권을 가져왔다. 마지막 거래는 스무 날 전, 품목은 빈 옹기, 판매자는 달구목 공방이었다. 오늘 소포의 포장 날짜와 발송처는 공란이었다.

“다른 물건입니다.” 해온이 말했다.

콩쇠가 송장을 뒤집었다. “그래도 수취인 이름과 문은 맞아. 일단 들인 뒤 확인하면—”

“들인 뒤에는 제가 받은 게 되지 않소?” 복달이 물었다.

콩쇠의 입이 다물렸다.

해온은 편의점에서 보관 서명 한 번 했다가 백일 계약을 뒤집어쓴 일을 떠올렸다. 수취인의 이름이 맞다는 사실과 수취인이 물건을 원한다는 사실은 같지 않았다. 자기 이름이 적혀 있다고 모든 책임까지 자기 것이 되는 것도 아니었다.

“상자는 문밖에 둡니다. 내용물 확인도 수취 의사를 정한 뒤에 하죠.”

“시간이 한 시간 반밖에 없어.” 콩쇠가 송장의 붉은 선을 가리켰다. “여기서 거부하면 반송까지 오늘 배송이야.”

“그럼 더 빨리 절차를 찾아야지, 더 빨리 떠넘기면 안 되죠.”

콩쇠가 뿔을 감싸 쥐었다. “왜 첫날부터 제일 까다로운 것만 나오냐.”

“첫날이라 까다로운 줄 아는 겁니다. 백일째면 당신처럼 그냥 들이밀었을지도 모르죠.”

그 말에 콩쇠가 발끈하려다 멈췄다. 편의점에서 해온 대신 수취인으로 적힌 자기 이름도 누군가의 조작이었다. 원래 물건을 받으려던 도깨비가 이제 다른 사람에게 받으라고 재촉하고 있었다.

“나는 배달완료율이 낮으면 장터 입구 배차로 밀려.” 콩쇠가 말했다. “거기는 하루 종일 빈 수레만 정리해. 그래서 이름 맞으면 빨리 넘기는 게 서로 좋다고 생각했어.”

“복달 어른한테도 좋은지는 안 물었고요.”

“그래. 안 물었다.”

콩쇠는 상자를 내리지 않은 채 문밖에 쪼그려 앉았다. 처음으로 남은 시간을 말하지 않았다.

복달은 문턱 안에서 상자를 살폈다. 누런 포장지는 젖지 않았는데 모서리만 축축했고, 뿔 달린 얼굴 그림의 웃음은 편의점에서보다 길어져 있었다. 안에서 작은 방울이 세 번 울렸다. 정식 길을 알려 주던 소리와 같았지만 마지막 음이 조금 낮았다.

“이건 복 방울이 아니오.” 복달이 말했다. “넘어질 때 나는 귀울림을 흉내 낸 소리지.”

상자 안에서 쿵 소리가 났다. 마당 처마의 호리병들이 동시에 흔들렸다. 해온은 한 걸음 물러났다. 아직 문턱 안으로 들이지 않았는데도 열기가 뺨에 닿았다.

“포장 표찰만 보여 주시겠소?” 복달이 물었다.

해온은 상자에 손대지 않고 콩쇠를 옆으로 돌렸다. 복달이 등불을 높이 들었다. ‘묵은 복 한 주머니’ 아래, 빗물 자국처럼 보이던 흰 선이 드러났다. 두 갈래 끈이 서로 만나지 않은 채 상대편 이름표만 바꿔 걸고 있었다.

복달의 눈썹 사이가 깊어졌다. 그는 흰 선 가까이에 등불을 댔다가 곧 물렸다.

“이 매듭, 어디서 받았소?”

해온은 편의점 앞에 상자가 놓였던 때부터 자기 이름으로 수취 서명을 한 일, 송장 이름이 콩쇠에서 복달로 바뀐 일을 차례로 말했다. 백일 동안 배송하지 않으면 이름이 빠지지 않는다는 대목에서 복달의 수염이 들썩였다.

“남의 이름 두 글자를 훔쳐 백 일을 부린다?”

“제 이름은 세 글자입니다. 계약서는 두 글자만 가져갔고요.”

“그럼 한 글자는 아직 네 것이구먼.”

“그 한 글자로 항의 중입니다.”

복달이 처음으로 짧게 웃었다. 상자 안에서 다시 쿵 소리가 나자 웃음은 바로 멎었다. 그는 문턱 안쪽의 돌상을 빗자루로 가리켰다.

“확인하려면 저 위에 놓아야겠소. 다만 내 마당으로 넘기지는 말고 문턱에 걸쳐 두시오.”

콩쇠가 남은 시간을 확인했다. “상자를 내려놓으면 배송으로 잡힐 수도 있습니다.”

해온이 그를 봤다. “아까는 들이자고 했잖아요.”

“아까는 내 완료율만 봤고, 지금은 네 서명도 봤으니까.”

콩쇠는 등에 멘 끈을 풀지 않았다. 처음으로 규칙보다 먼저 해온의 대답을 기다렸다. 해온은 돌상과 문턱, 송장 아래쪽의 빈 발송인 칸을 번갈아 보았다.

“놓기 전에 상자 네 면을 먼저 봅시다. 받는다는 뜻이 되는 동작은 아직 하지 않고요.”

복달은 고개를 끄덕이고 등불 두 개를 더 가져왔다. 하나는 포장지의 붉은 도장에, 하나는 흰 선에 비췄다. 정면에서는 물자국이던 선이 옆빛에서는 매듭처럼 솟았다. 그러나 두 갈래가 만나는 부분은 발송인 도장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장터에서 비슷한 걸 본 적은 있소.” 복달이 말했다. “같은 자가 묶었다고 말하려면 도장 아래까지 봐야 해.”

“뜯어야 합니까?” 콩쇠가 물었다.

“아니. 포장지를 뜯지 않고 빛을 더 낮춰 보자.”

해온은 휴대전화 카메라를 켰다. 화면에는 여전히 젖은 얼룩만 찍혔다. 그는 편의점 영수증 뒷면에 보이는 만큼의 매듭을 그렸다. 선이 도장 아래로 들어간 자리는 비워 두었다.

“왜 마저 안 그려?” 콩쇠가 물었다.

“안 보이니까요. 모르는 데를 이어 그리면 다음에는 그 그림만 믿게 됩니다.”

상자 속에서 작은 방울이 울렸다. 이번에는 맑은 배송종 소리 뒤에, 누군가 먼 곳에서 숨을 삼키는 듯한 소리가 붙었다. 복달의 손이 등불 손잡이에서 멈췄다.

송장의 붉은 선은 한 시간 반 아래로 내려갔다. 상자는 아직 콩쇠의 등에 있었고, 돌상은 비어 있었다. 진짜 수취인의 문을 찾았지만 표찰 안쪽 물건의 정체도, 흰 매듭의 주인도 확인되지 않았다.

복달이 등불 심지를 더 낮췄다.

“이제 도장부터 봅시다. 저게 누구 물건인지 정하기 전에, 누가 남의 이름을 걸었는지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