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컬링 스포츠 성장물 29화

빙판 위 다섯 센티

독단의 마지막 샷

경기 전에 정한 마지막 투구를 맡은 라온은 6대6에서 한 점 드로 호출을 명확히 듣는다. 단비가 연 길 옆의 더블 각으로 자신을 증명하려다 상대 한 돌만 걷고 자기 돌을 잃어6대7로 패하고, 호출 녹음과 차트를 들고 복기실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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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용 순서표에서 소라온의 이름은 마지막 칸에 있었다. 배진수는 그 종이를 접수석에 내기 전에 네 사람 앞으로 한 번 더 돌렸다. 윤혜주가 자기 줄을 짚었고 김단비는 라온 바로 앞의 두 칸을 확인했다.

“호출은 진수 형이 합니다.”

라온이 먼저 말했다. 진수는 고개를 끄덕이고 제출했다. 라온은 종이가 접수 담당자의 손으로 넘어가는 순간을 지켜봤다. 경기 중에 잘 던지는 사람을 보고 순서를 바꾸는 것이 아니었다. 이미 네 사람이 자기 몫을 받아 들었다.

준결승을 마친 지 오래 지나지 않아 손등의 테이프도 그대로였다. 라온은 들뜬 모서리를 눌렀다. 제안, 확인, 복창. 첫 글자에 스틱 손잡이가 닿아 조금 번져 있었다.

한강팀 정태문이 다가와 악수를 청했다.

“다시 만나네요.”

라온은 그의 손을 잡았다. 첫 승리 뒤에는 열두 센티 보정을 칭찬받았다. 이번에는 서로의 손을 놓고 각자 장비를 확인하는 것으로 인사가 끝났다. 태문은 자기 선수의 고정 상태를 확인하러 갔다. 라온을 시험하려는 사람처럼 돌아보지도 않았다.

라온은 전광판의 비어 있는 마지막 엔드 칸을 봤다. 저 칸에 들어갈 돌이 이제 자기 몫이었다. 그는 진수가 앞쪽에서 배치를 잡기 위해 순서를 바꿨다는 설명을 기억했다. 자신이 팀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라서 마지막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

결승은 준결승처럼 풀리지 않았다. 중앙을 좁게 쌓으면 한강팀은 강하게 정리했고, 간격을 벌리면 그 사이로 드로를 넣었다. 진수는 앞선 순서에서 가드를 세웠다가 다음 엔드에는 길을 남겼다. 정태문도 같은 배치를 두 번 그대로 쓰지 않았다.

리드일 때에는 첫 두 돌을 놓고 뒤를 지켜봤다. 오늘은 앞의 여섯 돌이 모양을 바꿀 때마다 라온이 던질 선도 달라졌다.

한 번은 단비가 남긴 노란 돌 뒤에 붙이는 드로를 놓았다. 목표보다 조금 길었지만 진수가 지정한 범위 안이었다. 다른 엔드에서는 상대가 면을 닫아 놓아서 바깥쪽을 택했다. 그때도 진수의 확정을 들었다. 손등의 단어를 매번 확인하지 않아도 몸이 잠깐 기다렸다.

점수는 한쪽으로 오래 기울지 않았다. 한강팀이 좋은 샷을 할 때에는 라온도 손을 들었다. 박수가 끝나면 곧장 다음 배치를 봤다. 상대에게 박수를 보내는 손과 이기고 싶은 손이 다르지는 않았다.

마지막 엔드를 앞두고 육 대 육이 켜졌다.

“우리 해머입니다.”

혜주가 말했다. 마지막 돌을 쥔 쪽. 라온은 그 말과 함께 자기 이름이 적힌 칸을 떠올렸다.

진수가 모인 세 사람을 봤다.

“한 점이면 끝납니다. 두 점 만들려고 길을 좁히지 맙시다.”

단비가 물을 마신 뒤 뚜껑을 닫았다.

“한 점 길을 남기고, 마지막 드로.”

라온도 같은 말을 복창했다. 네 사람 모두 필요한 점수가 몇 점인지 알고 있었다. 누구도 두 점을 따야 이긴다고 말하지 않았다.

빙판으로 돌아가는 동안 라온은 손등을 내려다봤다. 테이프를 떼고 새것을 붙일 시간이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준결승을 이겼을 때 붙어 있던 것이었다. 그는 손바닥으로 한 번 눌러 놓고 스틱을 들었다.

***

마지막 엔드의 앞선 돌들이 쌓이고 지워졌다. 진수가 만든 가드는 한강팀의 돌에 밀려 옆으로 갔다. 혜주는 그 뒤로 길을 다시 열었다. 상대는 버튼 가까이에 붉은 돌 하나를 세웠고, 다음 기회에 또 하나를 다른 깊이에 넣었다.

두 개가 남았다는 사실이 라온의 시야를 차지했다. 앞쪽 돌과 뒤쪽 돌 사이에 비스듬한 선이 있었다. 강하게 제대로 맞히면 하나가 다른 하나를 데리고 나갈 것처럼 보였다. 그는 아직 자기 차례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앞에는 단비의 돌이 남아 있었다.

진수는 단비에게 가드를 옆으로 밀어 드로 통로를 넓혀 달라고 했다. 단비가 목표를 확인했다. 라온은 그녀가 대답을 들은 뒤 한 번 더 고개를 숙이는 것을 봤다. 준결승에서 자기 손이 멈췄던 만큼의 시간이었다.

노란 돌이 가드의 옆면을 건드렸다. 앞을 막던 돌이 옆으로 밀렸고 단비의 돌은 하우스 바깥 원 쪽에 남았다. 빨간 두 돌보다 중심에서 멀었다. 지금은 득점 돌이 아니었지만 그것까지 밖으로 나간 것은 아니었다.

단비 뒤에 한강팀의 두 투구와 라온의 첫 투구가 교대로 지나갔다. 라온의 첫 돌은 바깥으로 흘렀고 상대의 두 돌도 득점 배치를 늘리지는 못했다. 붉은 두 돌과 단비의 노란 돌, 열린 드로 통로가 그대로 남았다.

진수가 드로 경로를 손으로 짚었다. 단비가 남겨 준 통로였다.

라온은 다른 것을 봤다.

가드가 옆으로 움직이면서 붉은 두 돌의 접점이 더 잘 드러났다. 둘을 모두 걷고 자기 돌이 안에 남으면 단비의 노란 돌도 점수에 들어올 수 있었다. 한 점을 위한 통로 바로 곁에 두 점을 위한 그림이 생겼다.

자신이 먼저 알아봤다는 생각에 숨이 짧아졌다.

그는 연습 때 같은 각을 맞혔던 돌을 기억했다. 첫 충돌 뒤 두 붉은 손잡이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회전했었다. 다음 실패에서는 자기 돌만 밖으로 나갔고, 그다음에는 첫 돌을 너무 얇게 쳤다. 기억은 성공한 장면부터 재생됐다.

“더블은 십팔. 드로는 칠십일입니다.”

혜주가 두 수치를 말했다. 자신들이 쌓아 온 그 각도와 드로 구역의 훈련값이었다. 어느 쪽도 오늘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증은 아니었다. 하지만 어느 쪽을 더 자주 해냈는지는 분명했다.

라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혜주가 숫자를 잘못 기억했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그 표를 자신도 봤다. 다만 지금 보이는 각이 표 속의 평균보다 조금 쉬울 것 같았다. 손끝이 오늘 잘 살아 있었다. 준결승에서 자신의 프리즈가 남았던 순간이 떠올랐다.

진수는 하우스 쪽에서 몸을 돌렸다.

“드로 한 점입니다. 시간도 있고 길도 열렸어요. 호출대로 놓으세요.”

라온은 문장 끝까지 들었다. 관중석에서 의자 끄는 소리가 났지만 목소리를 가리지는 않았다. 숫자가 줄어드는 시계에도 아직 여유가 있었다.

“드로 한 점.”

그는 복창했다. 혜주가 준비 상태를 물었고 라온은 준비됐다고 했다.

단비는 자기 돌이 만든 빈 길을 보고 있었다. 그녀는 라온 쪽에 더 요구하지 않았다. 마지막 사람이 그 길로 들어가면 됐다.

라온의 입술이 조금 열렸다. 더블을 제안할 수 있었다. 진수에게 다시 각을 보라고 말하고, 십팔 퍼센트와 오늘의 모양이 얼마나 다른지 설명할 수도 있었다. 그러면 안 된다는 답을 들을 것 같았다.

그는 입을 닫았다.

드로로 한 점을 따면 네 사람이 이겼다고 말할 것이다. 마지막에 자신이 던졌어도 단비가 길을 열었고 진수가 불렀으며 혜주가 앞을 만들었다고 할 것이다. 그 말은 전부 맞았다. 그런데 지금 두 돌을 한꺼번에 걷으면 처음 보이는 것은 자신의 손이 될 것 같았다.

라온은 힘을 싣는 위치로 스틱을 조금 바꿨다.

***

차이는 크게 보이지 않았다. 같은 스틱이 같은 노란 손잡이에 걸려 있었다. 그러나 몸 앞에서 스틱이 움직이는 속도는 드로 때와 달랐다.

“라온 씨.”

진수가 불렀을 때에도 라온에게는 멈출 순간이 있었다. 그는 그 부름을 끝까지 듣지 않았다. 앞으로 미는 손에 힘을 더했다.

노란 돌이 빨라졌다. 손에서 멀어지는 동안 라온은 잠깐 기뻤다. 망설이지 않고 보냈다는 기분이었다. 두 점을 만들어 놓으면 그다음 설명은 훨씬 쉬울 것 같았다.

단비가 짧게 숨을 들이켰다. 혜주는 의자를 받치던 손을 아직 떼지 않았다. 진수의 팔이 하우스 위에서 멈췄다. 아무도 돌의 경로를 바꿀 수 없었다.

스톤이 가드 옆을 지났다. 라온이 본 비스듬한 선보다 조금 안쪽이었다. 붉은 첫 돌의 얇은 면을 때려야 했다. 지금은 가운데에 가까웠다.

소리가 컸다.

첫 붉은 돌이 뒤로 밀렸다. 노란 돌이 접점에서 옆으로 흘렀다. 라온은 뒤쪽 붉은 돌을 봤다. 그것까지 움직여야 했다. 처음 돌의 궤적이 뒤쪽을 비껴갔다. 한강팀의 돌 하나가 하우스 밖으로 빠졌지만 다른 하나는 버튼 가까이 그대로 남았다.

자기 노란 돌은 회전을 계속했다. 바깥 원을 지나 완전히 나갔다. 단비가 남긴 노란 돌 하나가 멀리 보였다. 중심에 남은 붉은 돌보다 가까워질 방법은 없었다.

그제야 라온은 팔을 내려놓았다.

진수와 정태문이 함께 하우스를 확인했다. 라온은 측정으로 뒤집힐 만한 간격을 찾았다. 그런 거리가 아니었다. 빨간 돌 하나가 분명하게 가까웠다. 더 이상 던질 노란 돌도 없었다.

한강팀 쪽에 한 점이 붙었다.

육 대 칠.

라온은 두 붉은 돌이 모두 나가는 장면을 머릿속에서 한 번 더 재생했다. 실제 하우스에는 하나가 남아 있었다. 그 둘을 맞바꿀 수가 없었다.

***

정태문이 먼저 다가왔다. 라온은 손을 내밀면서 사과하려다가 멈췄다. 상대에게 할 말은 축하였다. 태문은 악수를 받고 다른 선수에게로 갔다. 한강팀 선수들은 서로 손을 맞잡았다. 그들의 승리는 라온을 벌주기 위해 마련된 결말이 아니었다. 남겨야 할 돌을 남기고 마지막 결과를 확인한 쪽의 승리였다.

라온은 돌아와 단비를 봤다.

“두껍게 맞혔습니다.”

단비가 대답하지 않았다. 혜주는 장비가방을 열었다가 다시 닫았다. 진수가 스틱을 무릎에 놓고 말했다.

“왜 그 돌을 던졌습니까?”

라온은 ‘각이 보였다’고 답할 뻔했다. 그 말로는 진수의 질문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빼게 됐다. 왜 그 각을 제안하지 않고 던졌는지, 왜 한 점으로 이기는 돌을 다른 돌로 바꿨는지 말해야 했다.

“제가 바꿨습니다.”

그가 겨우 말했다.

“들었습니다. 호출은 드로였습니다.”

진수는 바로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 단비는 하우스 쪽을 봤다. 아직 치우지 않은 그녀의 노란 돌이 바깥 원에 있었다.

라온은 그 돌을 가져오겠다고 움직였다. 단비가 손을 들어 막았다.

“잠깐 둬요.”

라온은 휠에서 손을 뗐다. 단비가 직접 자기 돌을 바라보는 동안 기다렸다. 방금 전에는 기다릴 시간이 있었는데도 기다리지 않았다. 지금은 누가 시켜도 그 시간을 돌려줄 수 없었다.

미란이 다가왔다. 그녀는 누구의 어깨도 먼저 두드리지 않았다. 진수에게 마지막 엔드 차트를, 혜주에게 호출 녹음을 챙겨 달라고 했다. 폐회식 사진 안내가 들렸다. 미란은 복기실을 확인한 다음 다시 오겠다고 진행요원에게 말했다.

라온은 목에 아직 걸리지 않은 메달을 떠올렸다. 준우승이라는 말로 오늘을 끝내면 겉으로는 첫 대회에서 잘한 팀이 될 수 있었다. 아무도 그것을 성과가 아니라고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단비가 만든 길을 두고 다른 돌을 던진 일은 그 안에서 저절로 사라지지 않았다.

“제가 먼저 설명하겠습니다.”

그가 말했다.

진수는 차트를 접지 않았다.

“여기서 짧게 사과하고 끝내지는 맙시다.”

라온은 알겠다고 했다. 네 사람 앞에서 말해야 할 문장이 한 줄보다 길다는 것을 이제 알았다. 그는 휴대전화 화면에 사과를 적으려다가 지웠다. 자기 마음을 그럴듯하게 요약하는 말부터 쓰고 싶어졌기 때문이었다.

복기실로 가는 길에 벽의 전광판이 보였다. 육 대 칠이 아직 켜져 있었다. 라온은 사진을 찍었다. 손떨림 때문에 첫 장이 기울어 두 번째를 찍었다. 화면을 잘라 숫자만 남기려다가 그대로 두었다. 하우스 뒤편에서 장비를 정리하는 세 사람도 함께 찍혀 있었다.

손등의 테이프가 엄지 쪽에서 떨어졌다. 그는 구겨 버리지 않고 다시 눌렀다. 읽을 수 없어서 어긴 약속은 아니었다.

복기실 문 앞에서 단비가 먼저 안으로 들어갔다. 혜주가 전술판을 들고 뒤따랐다. 진수는 마지막에 라온이 들어올 자리를 남기고 의자를 옮겼다. 그 빈자리가 용서라는 뜻인지 라온은 묻지 않았다.

그는 무릎 위에 차트를 놓았다. 마지막 두 선 가운데 자신이 던진 선은 하나였고, 던질 수 있었던 선도 하나 남아 있었다. 이제는 어느 쪽도 지우지 않고 말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