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째 트랙은 비어 있다
자발적 실종이라는 말
제한 열람에서 태문의 추가 설명 뒤 신고 문구가 바뀐 순서를 확인하지만, 문주는 당시 실제로 느낀 위험까지 허위로 만들지 말라고 반박한다. 조사팀은 합주 순서·악보·의자 세 사실의 모순만 분리하고 카드 번호 누락을 확인해, 현재 수인을 호출하지 않고 공동 확인과 자산 조사로 돌아간다.
취소선은 한 번에 그어져 있지 않았다. 한이솔은 검게 겹친 부분을 보다가 시선을 오른쪽으로 옮겼다. 열람대 유리 너머로 연락 메모의 시간이 보였다. 누구의 설명이 들어온 뒤 문장이 바뀌었는지가 먼저였다.
강태오는 허용된 메모지 위에 세 칸을 그었다. 최초 상담, 추가 설명, 접수 문구. 서문주는 그 옆에 앉아 손을 무릎에 올려놓았다. 기록보존실 안에서는 다른 열람자의 종이 넘기는 소리도 조심스러웠다.
“‘자발적’을 지웠네요.”
문주가 말했다. 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자리에 돌연 이탈이라는 말을 넣었고요.”
“그럼 처음에는 우리 말을 알아들은 거였어요?”
이솔은 담당자가 펼쳐 준 다음 항목을 가리켰다. 최초 상담 메모에는 성인이 자기 물품을 정리한 정황이 짧게 적혀 있었다. 수인의 안전이 확인됐다는 문장은 없었다. 조사가 끝났다는 뜻도 아니었다. 접수 초기에 들어온 행동 몇 가지가 거기에 남아 있었다.
문주는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이솔은 그녀가 읽는 동안 기다렸다. 수인이 악보를 챙겼다는 말은 자신도 했던 것 같고, 의자까지 말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문주가 말했다.
“기억나지 않는 쪽은 그대로 두죠.”
태오는 자기 종이에 문주의 불확실한 부분까지 옮기지 않았다. 오늘 책상에 있는 것은 당시의 상담 메모였다. 지금 새로 맞추려는 기억으로 그 여백을 채울 필요는 없었다.
메모지의 첫 칸에 이솔이 쓴 문장은 짧았다.
물품 정리 정황 접수. 이후 안전 미확인.
취소선 아래로 들어간 두 번째 표현은 더 단정적이었다. 사고 가능성이 큰 돌연 실종. 그 앞에는 태문의 연락 메모가 붙어 있었다.
***
태오는 그 연락 메모와 이미 서명받은 답변을 번갈아 봤다. 제작사 회의실에서 태문은 의자와 악보를 두고 밤에 사라졌다고 했다. 마지막 합주는 해체 통지 뒤라고도 했다. 그의 말대로 놓으면 수인은 모든 관계가 끊긴 뒤 빈손으로 나간 사람이 됐다.
자료가 놓인 방향만으로도 다른 그림이 생겼다. 마지막 합주는 통지보다 앞이었다. 악보는 돌아갔다. 의자는 신고 전에 옮겨졌다.
“태문 씨 설명이 신고의 방향을 바꿨습니다.”
태오의 펜이 빠르게 움직였다. 문주는 그가 쓰는 두 글자를 봤다.
허위.
“잠깐만요.”
그녀가 말했다. 태오는 펜을 멈췄다.
“신고가 거짓이었다고 쓰는 거예요?”
“확인된 물품 정리를 돌연 실종으로 바꿨으니까요.”
문주는 스카프를 풀었다. 기록보존실이 더운 것은 아니었다. 목 아래를 감싼 천이 갑자기 거슬리는 듯했다.
“나는 그때 정말 무서웠어요.”
태오의 펜 끝이 종이에서 떨어졌다.
“수인이 준비한 건 알았다고 해도, 그 뒤에 무슨 일을 당했는지 모르잖아요. 연락이 없었고. 혹시 우리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거면 늦는다고.”
이솔은 태오가 메모지 위에 쓴 단어를 손으로 가리지 않았다. 문주의 말이 끝나길 기다렸다.
“그 사람 설명이 틀린 거랑 내가 위험을 걱정한 것까지 가짜인 건 같지 않아요.”
문주가 말했다. 목소리가 조금 커졌다. 담당자가 고개를 들었다가 다시 자료를 봤다. 문주는 주변을 보고 숨을 낮췄다. 자신이 내놓은 걱정을 변명처럼 만들고 싶지는 않은 얼굴이었다.
태오는 허위 뒤에 쓰려던 ‘신고’를 쓰지 않았다.
“맞습니다. 그 당시 실제 위험을 배제할 수는 없었겠네요.”
“지금도 다 아는 건 아니고요.”
이솔이 덧붙였다. 반환된 물건 세 개가 수인의 그 이후 모든 밤을 증명해 주지는 않았다. 신고에 잘못된 설명이 들어갔다는 것과 신고할 걱정이 전혀 없었다는 것은 별개의 말이었다.
태오는 메모지에서 그 낱말에 줄을 그었다. 새로 쓸 문장을 바로 정하지는 않았다. 문주는 풀어 둔 스카프를 접었다. 누군가를 두둔한 사람이 될까 봐, 자기 걱정을 말하는 데에도 힘이 들었던 것이다.
***
열람 종료까지 남은 시간을 담당자가 알려 줬다. 이솔은 원본 페이지를 더 빨리 넘겨 달라고 하지 않았다. 지금 확인해야 할 항목을 셋으로 줄였다.
첫째는 합주의 순서였다.
태문의 서명 답변에 있던 ‘해체 통지 뒤’를 태오가 읽었다. 이솔은 가져온 예약표와 통지서의 날짜를 읽었다. 기록보존실의 원본 위에 다른 종이를 포개지 않고 메모지의 두 줄에 나란히 썼다. 마지막 합주는 이틀 전이었다.
“기억이 엇갈릴 수는 있습니다.”
태오가 말했다.
“그래서 현재 답변과 기록이 다르다고 씁니다.”
이솔이 답했다. 고의를 밝힐 다음 작업까지 이 문장 하나가 대신할 수는 없었다.
둘째는 원본 악보였다. 모두 두고 갔다는 태문의 설명과 반환 인수기록이 달랐다. 문주가 악보 수령증을 자기 쪽에서 태오 쪽으로 옮겼다. 조금 전에는 신고 자체를 부정하지 말라고 했지만, 이 물건의 반환을 다시 없었던 일로 만들 생각은 없었다.
셋째는 개인 의자였다. 방송국에 남겼다는 말과 신고 전 발송·지정 대리인 인수 순서가 맞지 않았다.
태오는 세 항목 옆에 같은 모양으로 선을 그었다. 신고가 틀렸다는 커다란 동그라미 대신 문장 세 개가 남았다. 이솔은 그 좁아진 결과가 약해졌다고 느끼지 않았다. 무엇이 틀린지 물었을 때 각각 다른 자료를 펼칠 수 있었다.
문주가 연락 메모의 설명 제공자를 다시 읽었다.
“다들 그 사람이 제일 정확히 안다고 생각했어요.”
“왜요?”
태오가 물었다.
“날짜를 안 잊었으니까. 우리는 서로 다른 날을 말했거든요. 걱정하다가도 그 사람이 시각까지 말하면, 내가 헷갈린 거라고 생각했어요.”
이솔은 태문의 회의실에서 보았던 금장 음반을 떠올렸다. 문주의 기억 속에서는 그 사람이 가진 확신이 다른 사람의 불확실함을 대신했다. 하지만 매끄러운 진술이 정확한 날짜를 만들지는 못했다.
문주가 자기 손을 펴 봤다.
“나도 그 말을 다른 사람한테 했겠죠.”
이솔은 했다고 단정하지 않았다. 문주 역시 기억나는 사람의 이름을 새로 늘어놓지 않았다. 그녀는 대신 자신의 현재 확인서에 어떤 말을 남길지를 물었다.
태오는 세 항목을 돌려 보여 줬다.
“직접 본 것과 자료로 확인한 것을 나눠서요. 당시 느낀 위험은 그 옆에서 없어지지 않게.”
문주는 그 종이를 받아 읽었다. 고개를 끄덕인 다음 원본 초안을 향해 손을 뻗으려다가 거뒀다. 취소선 아래의 글자를 손끝으로 따라가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유리 위에서도 오늘 자기 손을 보태지는 않았다.
***
첨부 악기 목록은 열람 끝부분에 있었다. 제목에는 악기와 부속물이라고 적혔지만 모든 물건이 같은 자세함으로 기재돼 있지는 않았다. 이솔은 피아노 줄을 찾았다. 품목명과 관리 항목을 읽고, 가져온 반환 목록의 마지막 종이를 꺼냈다.
조율카드.
앞서 확인한 세 물건과 달리 그 카드는 방송국 피아노 쪽에 남은 것으로 장부에 적혀 있었다. 그런데 신고 첨부 목록에서는 해당 카드 번호를 찾을 수 없었다.
태오는 아래쪽까지 읽었다. 문주는 이솔의 종이에 적힌 항목과 원본의 빈칸을 번갈아 봤다.
“빠뜨린 걸까요?”
그녀가 물었다.
“번호가 없다는 것부터 적겠습니다.”
이솔은 목록에 없는 카드가 반드시 누군가에 의해 숨겨졌다고 말하지 않았다. 작성할 때 부속물로 따로 세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그렇다고 그 빈칸이 아무 일도 아니라며 다음 장으로 넘어갈 수는 없었다. 수인은 그 물건을 돌려받을 목록에 따로 적었다.
담당자는 원본 페이지를 복사할 수 없다고 다시 말했다. 태오는 알겠다고 하고 허용된 사실확인 메모를 보여 줬다. 자료명과 열람 위치, 카드 번호가 기재되지 않았다는 확인이었다. 수령인이나 연락처를 옮긴 줄은 없었다.
이솔은 휴대전화가 보관된 쪽을 보지도 않았다. 사진 한 장이면 쉽게 가져갈 수 있는 것을 안 가져가는 일이 오늘 새로운 성과는 아니었다. 여기서 정해진 범위를 넘어 얻은 사본은 다음 사람에게 같은 자료를 확인할 길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었다.
문주가 물었다.
“우리가 나가면 다시는 못 보는 건 아니죠?”
담당자는 필요한 추가 열람은 정해진 절차로 신청하라고 답했다. 문주는 그 말을 듣고 의자에서 조금 물러났다. 지금 한 번에 다 붙잡아 두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그녀를 진정시켰다.
태오는 메모지 맨 아래에 후속 확인 대상을 적었다. 사람의 이름 대신 방송국 악기 자산이었다. 이솔은 옆에 현재 실물 미확인이라고 덧붙였다. 장부에 남았다는 기록과 지금도 붙어 있다는 사실 사이에는 아직 확인하지 않은 시간이 있었다.
원본이 닫혔다. 문주는 취소선이 있던 자리를 마지막까지 봤다. 그 글자를 지우거나 새 글씨로 덮을 수는 없었다. 그 뒤에 다른 설명이 붙는다면 오늘 들고 나가는 종이부터 정확해야 했다.
***
밖으로 나오자 늦은 오후의 빛이 기록보존실 현관을 비스듬히 잘랐다. 문주는 스카프를 다시 두르지 않고 가방 안에 넣었다. 세 사람은 바로 헤어지지 못하고 벽 쪽에 섰다.
태오는 봉투의 입구를 접었다. 원본 초안 사본은 안에 없었다. 그 사실 때문에 손이 덜 무겁지는 않았다. 한 사람을 설명하던 문장 세 개가 틀렸다는 근거와, 그 틀림만으로는 아직 말할 수 없는 것들이 함께 들어 있었다.
“태문 씨에게 다시 묻고 싶습니다.”
그가 말했다.
이솔은 묻지 말라고 하지 않았다.
“지금 들고 있는 항목으로 질문을 나누죠. 왜 신고했느냐 하나로 묶으면 세 물건도 한꺼번에 흐려집니다.”
태오는 봉투 위에 손을 뒀다. 처음 제작사에 갔을 때는 그 사람의 말이 무너지는 순간을 보고 싶었다. 지금은 답변 한 줄이 어떻게 다른 사람의 기억까지 고쳐 놓았는지를 더 오래 봐야 했다.
문주가 현관 아래의 빈 계단을 봤다.
“찾아냈으면 좋았을까요?”
그녀의 질문은 혼잣말처럼 들렸다.
“그때요?”
이솔이 물었다.
문주는 고개를 끄덕였다가 천천히 저었다.
“그때도, 지금도. 찾으면 내가 미안하다고 할 수 있으니까. 그런데 돌아오고 싶지 않았으면 내가 찾는 것도 무서울 수 있겠네요.”
그녀는 자기 말을 곧바로 옳은 깨달음으로 만들지 않았다. 수인을 찾지 못한 시간이 사라진 것도 아니었다. 걱정한 마음이 모두 잘못이었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도 없었다.
이솔이 말했다.
“지금 잘못된 설명을 고칠 수 있는 사람은 여기에도 있습니다.”
문주는 그녀를 봤다. 자기 고백을 대신 받아 줄 수인을 불러오지 않아도, 오늘 확인한 세 항목은 자신이 읽고 바로잡을 수 있었다.
“선호하고 규진에게도 이걸 보여 줘야겠어요. 허락된 부분만.”
“복원실에서 같이 읽죠.”
태오는 오늘 열람한 원문과 자기 해석을 섞지 않은 확인 메모를 꺼내 보였다. 문주는 첫 줄부터 끝까지 읽고 다시 봉투 안에 넣었다. 내일의 상대에게 가져갈 성명이 아니라 오늘 함께 볼 자료였다.
이솔은 민혜주에게 돌아가는 시각을 알렸다. 조율카드 번호가 신고 목록에는 빠져 있다는 말과 자산 확인을 이어가야 한다는 말도 전했다. 혜주는 해당 피아노의 사진을 찾는 중이라고 답했다. 위치나 상태가 확인됐다고 말하지는 않았다.
이솔은 가방 속 네 번째 종이를 만졌다. 악보와 의자와 신분증 사본을 따라 밖으로 나갔던 선들이, 조율카드 하나에서 방송국으로 되돌아왔다.
문주가 먼저 길을 건넜다. 태오가 뒤따랐고 이솔은 보행 신호가 남아 있는 것을 보고 걸었다. 복원실 자료벽에는 아직 ‘실종’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었다. 그 제목을 다른 말로 바꾸려면, 오늘 고친 세 문장과 아직 남겨 둔 위험을 모두 그 아래에 놓아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