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에는 요괴택배
멈춘 송장의 시험
도윤은 자기 이름을 되찾기 위해 한 차례의 제한 확인에 동의하지만 진행 도중 중단을 요구한다. 해온은 더 얻을 수 있는 자료를 포기하고 즉시 멈추며, 이미 확보된 번호와 발급 순서를 기존 기록에 대조해 열한 사고가 같은 위조 원부로 연결됨을 확인한다.
김도윤은 봉인실 의자에 앉기 전에 먼저 물었다.
“이거 하고 나면 제 이름 지워집니까?”
남해온은 의자를 당기던 손을 멈췄다. 민채원이 탁자 맞은편에서 고개를 저었다. 오늘 시험 하나로 원부의 이름을 완전히 돌려받는 것은 아니었다. 도윤은 의자에 앉지 않고 봉투부터 봤다.
“그러면 왜 또 봐야 합니까.”
봉투 안에는 효력이 정지된 위조송장이 있었다. 도윤이 실제로 하지 않은 수취가 그의 이름으로 적힌 종이였다. 불운을 옮기거나 지급을 일으키는 기능은 멈춰 있었다. 하지만 거래소 원부와 연결된 흔적은 남았다. 전날 문턱 안에서 같은 이름이 붙은 송장을 본 뒤 채원이 그에게 설명한 내용이었다.
해온은 그 말을 듣고도 도윤이 곧바로 동의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름을 지우고 싶다는 사람에게 한 번 더 이름이 있는 종이를 보자고 청하는 자리였다. 그 자신도 편의점으로 돌아가는 길이면 송장을 통째로 찢는 생각을 했다.
채원은 의자를 권하지 않고 먼저 시험에서 얻으려는 것을 말했다. 연결된 원부번호와 위조발급 순서. 그것을 알아야 남은 위조본을 찾을 방향이 생겼다. 연결을 읽는 일이 도윤의 실제 치료비 청구나 보상권을 포기하는 뜻은 아니었다. 시험을 거절해도 그 권리는 남았다.
“거절하면 제가 방해한 게 됩니까?”
도윤이 물었다. 채원은 아니라고 답했다. 해온도 고개를 끄덕였다. 문턱 앞에서 기다리는 동안 이름 하나만 더 내면 될 것 같던 콩쇠의 얼굴이 떠올랐다. 오늘 도윤에게도 모두를 위해 참으라고 하면 같은 짐을 다른 사람에게 올리는 셈이었다.
도윤은 그제야 앉았다. 오른손을 탁자에 올리다가 보호대가 모서리에 걸려 자리를 조금 옮겼다. 해온은 의자를 더 밀어 주지 않고 어느 쪽이 편하냐고 물었다. 도윤이 가리킨 쪽으로 빈 공간을 만들었다.
“한 번만 허락합니다.”
그가 말했다. “제가 멈추라고 하면 원부번호를 못 봐도 바로 떼어 주세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해온이 답했다. 채원은 시작하기 전 제한과 중단 조건을 다시 읽었다. 이미 멈춘 지급과 불운 이전이 돌아오는 징후가 있으면 즉시 중단한다. 정한 연결 정보 외의 자료를 더 끌어오지 않는다. 도윤이 그만하겠다고 하면 이유부터 묻지 않는다. 한 번의 시험이 끝나면 다시 봉인한다.
도윤은 중간에 손을 들었다. 해온의 몸이 먼저 움직였다. 아직 송장을 대지도 않았는데 빈 손을 탁자에서 떼었다. 도윤이 잠깐 그를 봤다.
“질문하려고요.”
“네. 지금은 아무것도 시작 안 했습니다.”
봉인실 문가에서 준비물을 내려놓던 콩쇠가 작게 말했다. “빠르군.”
해온은 돌아보지 않았다. “오늘은 빠른 쪽으로 실수하겠습니다.”
도윤의 입꼬리가 아주 조금 움직였다. 질문은 간단했다. 말이 안 나오면 손을 들기만 해도 되느냐는 것이었다. 채원은 가능하다고 했다. 해온은 멀쩡한 손을 작게 들어도 보이도록 자기 위치를 바꿨다. 보호대를 한 손을 굳이 높이 들게 하지 않았다.
콩쇠는 도울 것이 없느냐고 물었다. 채원은 시작 뒤에는 바깥 연락을 받으며 방 안을 드나들지 말라고 했다. 그는 중요한 임무를 받았다는 얼굴로 문을 지키러 나갔다. 곧 고개만 다시 내밀었다.
“아무도 안 오면?”
“잘 지키고 계신 겁니다.” 해온이 답했다.
콩쇠는 만족스럽게 문을 닫았다. 도윤이 그쪽을 보다가 물었다. 원래 저렇냐고. 해온은 더 긴 설명은 다음 기회에 하겠다고 했다. 웃음이 조금 났지만 송장에 손대는 동안에는 다시 조용해졌다.
채원이 봉인 상태를 확인하고 기록 담당과 허용 범위를 맞췄다. 원격문턱은 이곳에서 기존 연결을 확인할 수 있도록 마련된 제한된 접점이었다. 남의 문을 어디든 열 수 있는 지름길이 아니었다. 해온은 송장을 떼어 낼 손의 위치와 놓을 받침을 먼저 보았다. 손이 꼬이거나 봉투에 걸리지 않도록 빈 탁자 위에서 동작만 확인했다. 아무 기능도 켜지지 않은 상태였다.
도윤은 그 빈 동작을 끝까지 봤다. “정말 떼면 끝나는 거죠?”
채원은 정한 시험의 연결을 종료하는 방식이라고 답했다. 이미 피해가 없었던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며, 도윤의 이름이 저쪽 원부에서 사라지는 것도 아니었다. 다만 이 자리의 시험을 계속하게 할 권한은 도윤에게 있었다.
해온이 말했다. “중단신호가 결과보다 먼저입니다.”
그 말이 자신에게 주는 약속이라는 것을 알았다. 번호 마지막 한 자리만 보면 될 때도 멈출 수 있어야 했다. 어제 거래소 안에서 송장이 지나갈 때 손을 뻗지 않는 것보다 어려울 수도 있었다.
도윤은 책상 아래 발을 고쳐 놓았다. 해온은 준비됐느냐고 한 번 물었다. 도윤이 고개를 끄덕인 뒤 말로 시작해도 된다고 했다. 채원이 시각을 남겼다.
송장이 원격문턱에 닿았다.
처음에는 아무 반응도 없었다. 해온은 종이를 더 세게 누르고 싶은 손에 힘을 빼었다. 안 읽힌다고 여러 번 떼었다 붙이면 한 번의 시험이라는 약속을 자기 편한 대로 바꾸게 될 수 있었다. 채원은 정한 범위 안에서 연결을 기다렸다.
송장 가장자리에 원부를 가리키는 표기가 드러났다. 지급 쪽은 멈춘 상태였고 불운 이전도 정지 상태로 남아 있었다. 해온은 그 확인을 들었지만 도윤의 얼굴에서 시선을 오래 떼지 않았다.
기록 담당이 첫 번호를 읽었다. 채원은 원부번호와 연결되는 발급 순서를 분리해서 받았다. 도윤의 실제 이름을 방 안에서 반복해 부를 필요는 없었다. 해온에게는 번호보다 종이가 가벼워졌다는 감각이 먼저 왔다. 지우고 싶은 이름이 여전히 다른 곳과 이어져 있다는 것이 눈앞에서 보였다.
도윤이 물었다. “저쪽에서도 제가 여기 있는 걸 압니까?”
채원이 현재 시험에서 확인할 수 있는 범위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해온은 도윤의 멀쩡한 손이 탁자에서 떨어지는 것을 봤다. 손가락이 펴졌다.
“그만.”
도윤의 말이 끝나기 전에 해온은 송장을 뗐다.
연결 표기가 사라졌다. 기록 담당은 읽던 뒤쪽 항목을 멈췄다. 채원은 도윤에게 왜 그러느냐고 묻지 않고 종료 시각부터 확인했다. 해온은 송장을 정한 받침에 놓고 손을 떼었다. 종이 위의 글자가 조금 전보다 희미해 보였다. 더 가까이 들여다보지 않았다.
한동안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도윤은 올렸던 손을 천천히 내렸다. 호흡이 달라졌는지 해온이 마음대로 평가할 수는 없었다. 그는 물컵을 가리키고 마시겠느냐고만 물었다. 도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컵을 건네받은 도윤이 말했다. “끝까지 보면 더 알 수 있었겠죠.”
“더 나올 수도 있었겠죠.” 채원이 답했다.
해온은 그녀가 아니라고 거짓말하지 않는 것이 좋았다. 놓친 정보가 있을 수 있었다. 그것이 도윤이 중단을 선택한 값을 죄책감으로 청구할 이유는 아니었다.
“그럼 제가 끊은 거네요.”
“네. 끊으라고 하셔서 끊었습니다.” 해온이 말했다. “처음에 그렇게 하기로 했으니까요.”
도윤은 컵을 두 손으로 감쌌다가 보호대가 불편해 한 손을 내려놓았다. 다음 말까지 시간이 걸렸다.
“저쪽에서 또 제 이름을 부르는 것 같아서 싫었습니다.”
채원은 그 말을 시험 결과에 임의로 붙이지 않았다. 실제 저쪽 누가 부른 소리가 확인된 것은 아니었다. 도윤이 이 과정을 계속 견디기 어렵다고 말한 것으로 들었다. 해온도 들리지 않은 목소리를 들었다고 만들어 넣지 않았다.
“다시 안 합니다.”
그는 짧게 말했다. 원부번호를 놓쳤다면 오늘은 놓친 대로 돌아가야 했다. 한 번만 하겠다는 사람에게 두 번째가 더 안전하다고 설득하고 싶지 않았다. 채원은 실제 보상권과 치료지원에 이번 중단이 불이익을 주지 않는다는 점을 다시 확인했다.
송장은 도윤이 보는 앞에서 이중 봉인됐다. 안쪽 봉인과 바깥 봉투의 표식을 각각 확인했다. 해온은 손바닥을 펴 보였다. 종이조각도 이름표도 남아 있지 않았다. 도윤은 봉투를 한참 보고 어디에 보관되는지 물었다. 채원이 답하고 필요한 확인서를 건넸다.
문밖에서 콩쇠가 조용히 물었다. 끝났느냐고. 채원이 그렇다고 하자 그는 문을 조금 열었다.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잘 지켰다는 보고를 했다. 그리고 자기만 두 번 물어봤다는 말을 덧붙였다.
해온이 말했다. “그건 내부 반입 두 건입니다.”
“질문은 짐이 아니잖아.”
“받는 사람에 따라 무겁습니다.”
콩쇠는 입을 다물고 물주전자를 들었다. 이번에는 필요한 사람에게만 컵을 내밀었다. 도윤이 사양하자 바로 거뒀다. 해온은 그 모습을 보고 웃지 않았다. 오늘 배운 것이 문턱에서만 쓰이는 것은 아니었다.
기록 담당이 확보한 결과를 정리해 가져왔다. 시험이 멈추기 전에 원부번호와 위조발급 순서는 이미 남아 있었다. 끊긴 뒤의 추가 내용은 없었다. 채원은 있는 부분만 읽고 종료 이후 빈칸을 추정으로 채우지 않았다.
도윤은 의자에 다시 앉았다. “그러면 필요한 건 나온 겁니까?”
“오늘 목표했던 연결 번호는 확인됐습니다. 원부 자체를 가져온 것은 아닙니다.”
해온은 뒤늦게 손에 힘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 결과가 나와서 자신이 옳았다는 뜻은 아니었다. 아무것도 못 얻었어도 똑같이 떼었어야 했다. 그는 손바닥을 바지에 문질렀다. 다음번에 누구를 만나도 그 순서를 잊지 않으려 했다.
채원은 확보된 번호를 기존 사고 자료와 맞췄다. 사람 이름 대신 난수번호가 나왔다. 하나, 둘, 서로 다른 날짜와 장소의 기록이 같은 원부 묶음으로 이어졌다. 열한 사고였다. 도윤은 그 숫자를 보고 자기 봉투를 돌아봤다.
“다들 이렇게 자기 이름을 봤습니까?”
“각자 공개하고 확인한 범위가 다릅니다.”
채원은 열한 사람을 한 줄의 사연으로 묶지 않았다. 해온도 몸이 얼마나 다쳤는지 순서대로 세어 보려 하지 않았다. 같은 원부에 들어 있다는 사실은 각자의 상처가 같은 크기라는 말이 아니었다.
도윤이 일어섰다. 해온은 그의 가방을 들려고 손을 뻗었다가 멈췄다. 들어 드릴지 물었다. 도윤은 문밖까지만 부탁한다고 했다. 해온은 그만큼 들었다. 복도 의자에 놓아 달라는 말을 듣고 정확히 그 자리에 내려놓았다.
“정말 바로 떼더군요.”
도윤이 말했다.
해온은 대단한 일을 했다는 표정을 짓지 않으려고 고개를 조금 숙였다. “연습한 대로 했습니다.”
“그래도 할 때는 다르잖아요.”
그는 대답하지 못했다. 도윤은 확인서를 가방에 넣고 보호대 없는 손으로 지퍼를 닫았다. 자기 이름을 모두 돌려받은 사람의 걸음은 아니었다. 하지만 적어도 오늘은 멈추라고 말했을 때 다른 사람이 들었다.
해온이 봉인실로 돌아오자 채원은 열한 표찰을 준비하고 있었다. 내일 공개결정에서 보여 줄 것은 이름 없는 연결이었다. 콩쇠가 표찰 간격을 손가락으로 재다가 세 개를 떨어뜨렸다. 해온은 바닥에 앉아 번호를 확인하며 주웠다.
이번에는 빨리 모았다는 이유로 아무 자리나 채우지 않았다. 각 표의 날짜와 번호를 보고 하나씩 놓았다. 원부는 아직 저쪽에 있었고, 동결 결정도 아직 남았다. 오늘 손에 쥔 것은 한 번의 허락으로 확인한 연결뿐이었다. 그 허락은 시험이 끝난 자리에 함께 멈춰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