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미래 하드SF 재난극 28화

라그랑주 5의 유언

지수 변동 없음

아리는 실제 치료 접수증과 변동 없음 게시판 사이에서 주민이 겪는 혼란을 본다. 확인된 감압·부상 보고를 같은 정정본으로 공개하면서 등급 하락을 감수하고 보장 재원을 보호하지만, 같은 정책이 태양방사선 지수에도 여섯 달 적용됐다는 흔적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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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판 앞의 여자는 자기 치료 접수증을 화면에 대고 있었다. 접수증에는 사고번호가 있었고, 바로 위의 재단 보고에는 부상지수 변동 없음이 떠 있었다. 진아리가 옆에 서자 여자는 두 개를 번갈아 가리켰다.

“어느 쪽을 들고 가야 합니까?”

“진료는 접수증대로 받으시면 됩니다.”

“또 번호가 없어지지는 않아요?”

아리는 곧바로 괜찮다고 하지 못했다. 자동 창구에서 적격 사건이 없다는 말을 들었던 날을 기억했다. 다시 사고번호를 만들었다고 공개된 정상 화면까지 함께 바뀐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현재 청구가 열려 있는 것을 확인해 주고, 오늘 보고 정정을 다룬다고 말했다.

여자는 접수증을 접어 주머니에 넣었다. 안심했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진료실로 걸어가는 등을 보며 아리는 게시판의 초록 글씨를 오래 봤다. 정상이라는 단어가 남아 있는 동안 아픈 사람은 자기 몸을 설명하는 일을 끝낼 수 없었다.

감사실에서 권도한이 보고 저장소를 열어 놓고 있었다. 이반이 요약을 십일 분 열람한 뒤 보낸 문서가 배포본으로 이어졌다. 압력, 부상, 준비금. 세 항목이 모두 변동 없음이었다. 사고 직후의 보고도 같은 값을 유지했다.

아리는 의자를 끌어 앉았다. 오른쪽 귀 안에서 환기음이 한 번 울려 손으로 귀 뒤를 눌렀다. 도한이 괜찮으냐고 묻자 그녀는 잠깐 앉아 있겠다고 했다. 일을 멈춰야 할지 판단할 때까지 증상이 없는 척하고 서 있을 생각은 없었다.

“이 값이 바뀌면 바로 나가는 돈이 달라집니까?”

아리가 물었다.

“영향이 있습니다. 등급과 자금 회수 조건에 연결돼 있어요.”

“그러면 아픈 사람보다 돈이 먼저 반응하겠네요.”

도한은 답 대신 정정 보고의 배포 대상과 효력 시각을 보여 줬다. 투자자 쪽 창과 주민 게시판이 서로 다른 줄에 있었다. 같은 보고가 다른 속도로 도착할 수 있었다. 아리는 두 줄을 손가락으로 이어 보려다 손을 거뒀다.

***

이반은 합성블록이 적용된 뒤의 자료를 보고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말했다. 당시 승인된 수치가 정상이었으니 정상으로 보고한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통신창에 이전 보고가 나타났다. 그는 숫자 옆의 승인 표시를 확대했다.

도한은 그 앞에 요약 문서의 열람 시각을 놓았다. 밸브와 센서 정책의 변경 내용을 보았던 시각이 보고보다 먼저였다. 이반은 개별 사고를 예상했다는 뜻은 아니라고 말했다. 도한은 그것을 입증했다고 하지 않았다.

“정정 기회는 언제부터 있었습니까?”

그가 물었다.

통신창이 잠깐 정지한 듯 보였다. 지연 표시가 다시 움직이고 이반의 목소리가 왔다. 현장 이의가 들어와도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바로 재난지수에 넣을 수는 없다는 답이었다.

아리가 마이크를 켰다.

“제 귀가 아프다는 말만 있었던 때를 묻는 게 아닙니다. 휴대 계측이 교정됐고, 다른 압력 기록이 나왔고, 부상 청구도 열렸어요. 그 뒤에도 이 화면이 그대로였습니까?”

도한이 확인된 자료가 재단에 전달된 시각들을 펼쳤다. 각 문서의 수신 표시가 있었다. 어떤 것은 보완 요청을 받았고 어떤 것은 처리 중에 머물렀다. 모두 완성된 결론은 아니었지만, 아무 일도 없다는 보고를 계속 뒷받침하지는 못했다.

이반은 시장의 반응을 말했다. 재단의 등급이 떨어지면 새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워지고 대피선 연료를 사는 데에도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었다. 공기와 연료, 예비 부품은 반박하는 동안에도 소비됐다. 아리는 그 대목에서 말을 끊지 않았다. 설비기사인 그녀는 부품 청구가 반려됐을 때 현장에서 무엇을 줄여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 비용도 보여 주세요.”

그녀가 말했다.

“어느 연료가 얼마만큼 부족해지는지요. 그런데 그걸 막으려고 부상도 변동 없다고 쓰면, 우리는 아픈 몸으로 다음 일을 하게 됩니다.”

“불확실한 위험으로 자금을 무너뜨릴 수는 없습니다.”

“확인된 사고까지 불확실한 쪽에 넣어 두셨잖아요.”

아리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귀 안의 울림이 커져 마이크를 끄고 숨을 골랐다. 도한은 그녀가 쉬는 동안 공격적인 말로 빈자리를 채우지 않았다. 확인된 감압과 부상, 아직 판단이 남은 승인 의도를 서로 다른 줄에 놓았다. 정정해야 하는 쪽은 앞의 두 줄이었다.

이반에게 새 정정안이 전송됐다. 보고가 거짓이었으므로 모든 투자금이 사기였다는 문장은 없었다. 실제로 어떤 지수의 근거가 달라졌고, 어떤 범위가 아직 조사 중이며, 무엇은 더는 변동 없음으로 둘 수 없는지가 적혀 있었다.

이반은 정정안을 바로 승인하지 않았다. 자금 관리 쪽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도한은 지급 재원을 지키는 절차를 확인하는 동안에도 원보고의 문제가 없다고 표시해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공개판에 정정 검토 중이라는 고지를 붙일 시각부터 정했다.

***

리오가 감사실로 돌아왔을 때 아리는 두 개의 배포 화면을 나란히 놓고 있었다. 투자자 통지와 주민 게시판이었다. 리오는 주민에게 먼저 보내면 안 되느냐고 물었다. 투자자들이 먼저 돈을 빼 갈까 봐 걱정된다고 했다.

도한은 이미 사고보장 몫으로 구분된 재원의 상태부터 확인하자고 했다. 새 정정으로 등급이 내려가더라도 그 돈이 일반 회수 자금에 섞여 나가면 안 됐다. 재원 관리 담당자에게 기존 보전 규정과 적용된 계정의 확인을 요청해 둔 상태였다.

“답 기다리는 동안 사람들이 또 정상이라고 믿습니다.”

리오가 말했다.

“정정 검토 고지는 나갔습니다. 결론을 전부 감춰 두는 건 아닙니다.”

아리가 화면을 돌렸다. 초록색 변동 없음 아래에 고지가 붙어 있었다. 보기 좋지는 않았다. 서로 맞지 않는 문장이 한 화면에 있었지만, 원래 문장을 흔적 없이 바꾸는 것보다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관리 담당자의 회신이 도착했다. 사고보장 몫은 임의 투자 회수 대상으로 취급하지 않는다는 규정과 해당 재원의 분리 상태가 함께 왔다. 도한은 단순히 보호된다는 말만 읽지 않았다. 현재 금액, 보호되는 지출 범위, 일반 자금으로 옮길 수 있는 권한이 막힌 것을 확인했다. 아직 열리지 않은 모든 손해까지 보장한다는 뜻은 아니었다.

리오는 주민에게 그 차이를 어떻게 설명하느냐고 물었다. 아리가 먼저 답했다.

“등급은 떨어질 수 있고, 확인된 사고에 쓸 돈은 투자자가 마음대로 가져가지 못한다고요. 앞으로 필요한 돈이 다 생겼다고 말하진 말고.”

그녀는 설명을 하면서 자신에게도 같은 경계를 그었다. 거짓을 고치면 공기가 더 생기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어디에 얼마가 남아 있는지 잘못된 화면을 보고 계산하지 않을 수 있었다.

배포 시각이 정해졌다. 도한은 두 채널에 같은 정정본의 확인값을 붙였다. 거주지와 지구가 문서를 받는 순간까지 같게 만들 수는 없었다. 같은 발행 시각에 같은 내용을 풀고, 도착과 열람은 각각 남기도록 했다.

전송 대기 줄이 움직였다. 리오는 팔짱을 낀 채 기다렸다. 아리는 주민 게시판의 사본을 열었다가 아직 이전 화면인 것을 보고 닫았다. 갱신을 거듭 누른다고 먼 곳의 회신이 빨라지지는 않았다.

먼저 바뀐 것은 주민 화면이었다. 압력 사고 확인, 부상 청구 진행. 불확실한 부분은 옆에 따로 남았다. 아리는 화면을 두 번 읽었다. 통증이 줄지는 않았는데, 자기 몸이 더는 그 초록 글씨와 싸우지 않아도 됐다.

그 뒤 준비금 등급의 변동 알림이 왔다. 낮아진 등급이었다. 리오가 짧게 욕을 했다. 동료에게 좋은 소식만 가져갈 수는 없었다. 도한은 분리된 사고 재원과 일반 운영 자금을 다른 색으로 보여 줬다. 내려간 표시는 사라지지 않았다.

“이게 다음 주 부품에도 붙습니까?”

아리가 물었다.

담당자는 새 조달 조건을 확인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녀는 그 항목을 자기 작업 목록에 넣었다. 거짓말을 고쳤다는 기쁨으로 부품이 늦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지울 수는 없었다.

***

아리가 게시판으로 돌아갔을 때 아침의 여자가 다시 서 있었다. 진료를 마친 듯 팔목에 새 표식이 붙어 있었다. 그녀는 정정 문장을 오래 읽다가 아리를 알아봤다.

“이제 접수증하고 같네요.”

“확인된 부분은요.”

여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옆에 서 있던 남자는 등급이 떨어진 알림을 보고 거주지를 떠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리오가 뒤에서 대피선도 확인하겠다고 답했다. 지금 출항할 수 있다거나 누구에게 좌석이 있다고 말하지는 않았다.

아리는 여자가 새 접수증을 곱게 접는 것을 봤다. 아침에는 급히 주머니에 밀어 넣었던 종이였다. 지수가 움직인 결과는 게시판의 숫자만이 아니었다. 그러나 곧바로 옆에서는 대금이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전화가 오고 있었다. 한 줄을 고쳐 쓰는 데에도 서로 다른 삶이 달려 있었다.

감사실로 돌아오니 이반 측에서 정정 사유의 표현에 이의를 보내 왔다. 고의 은폐라는 단어를 빼 달라는 것이었다. 도한은 정정본에 그 단어가 들어 있지 않음을 보여 줬다. 선행 자료와 정정이 지연된 시간은 남아 있었다. 이반 측은 그 시간을 왜 넣느냐고 다시 물었다.

“확인한 뒤에도 보고가 유지됐기 때문입니다.”

도한은 답을 보냈다. 더 강한 형용사를 붙이지 않았다. 원래 보고의 수명만으로도 다음에 물어야 할 것이 많았다.

배포본의 변경 이력을 대조하던 아리가 화면을 멈췄다. 압력 항목과 같은 정책 이름이 다른 지수 옆에도 있었다. 태양방사선이었다. 현재 화면의 값이 낮은 것만으로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적용 이력을 요청해 시간축을 뒤로 옮겼다.

한 달, 두 달.

동일한 정책이 남아 있었다. 여섯 달 범위까지 이어졌다. 원자료를 낮추는 경로가 어디에 적용됐는지 나타내는 흔적이었다. 압력 사고를 바로잡기 위해 펼친 변경 이력이 다른 항목에서도 같은 문을 열고 있었다.

리오가 자기 작업복의 가슴을 내려다봤다. 외벽 노동자들은 선량계를 그 안에 넣었다. 그는 주머니 위를 손으로 눌렀다.

“우리 것도 줄였다는 겁니까?”

“그건 개인 선량계를 봐야 합니다.”

아리가 말했다.

“지금은 방사선 지수에도 이 정책이 적용된 흔적이 있다는 데까지예요.”

리오가 문 쪽으로 몸을 돌렸다. 동료들에게 전화를 걸려다 멈췄다. 자기 이름과 수치가 어디에 공개될지 묻는 사람도 있을 터였다. 그는 먼저 의료팀과 보관 담당자에게 원자료를 지켜 달라는 요청을 보냈다. 공개 명단을 당장 만들겠다고 하지는 않았다.

도한은 여섯 달의 정책 이력을 감압 시간선 옆에 붙였다. 폭풍의 도달 날짜나 실제 피폭량은 아직 그 화면에 없었다. 아리도 빈칸을 채우지 않았다. 그래도 다음에 봐야 할 사람이 누구인지는 알 수 있었다.

아까 게시판에서 등급 하락을 걱정하던 남자가 외벽 교대조의 이름표를 달고 있었던 것이 떠올랐다. 그는 자신의 피폭 기록보다 재단의 등급부터 걱정하고 있었다.

아리는 오른쪽 귀를 누르던 손을 내렸다. 오늘 고친 것은 압력 보고였고, 아직 고치지 못한 것은 그 화면 밖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