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주로 아래 19번 벨트
반품창고의 빈 입고
입고서가 가리킨 창고에는 물건이 없고 사진·하중·게이트 기록도 실물 이동을 뒷받침하지 못한다. 문영식의 검수 누락과 시각 보정 자료를 함께 남긴 조사팀은 단순한 실수와 허위 입고를 분리하며, 창고가 물건 대신 서류를 중계한 장소였음을 밝혀낸다.
반품창고 인수대에는 먼지가 얇게 내려앉아 있었다. 고태식은 탁자에 손을 짚으려다 말았다. 닦여 있지 않다는 것도 이제는 마음대로 바꿀 수 없는 상태처럼 보였다. 창고관리자 문영식이 그 손을 보고 행주를 서랍에 도로 넣었다.
“손님 오는데 지저분해서.”
“오늘은 그대로 보겠습니다.” 이나경이 말했다.
영식은 세 달치 납품서를 펼쳤다. 종이 사이에서는 묵은 먼지보다 복사기 냄새가 났다. 최근에 다시 출력한 묶음이었다. 나경은 출력본을 원본 기록과 맞춰 볼 수 있느냐고 물었다. 영식은 잠깐 창고 안쪽을 봤다가 사무실 단말을 켰다.
태식은 선반을 보고 있었다. 어제 확인한 잔량 위치는 반품창고 옆 구역이었다. 그 표시를 따라왔다면 내열 받침재가 쌓여 있어야 했다. 선반은 텅 비어 있었다. 그는 맨 뒤 어두운 곳까지 보려고 고개를 옮겼다. 다 쓴 뒤 버린 포장이라도 있을 줄 알았다.
“지금은 없는 겁니까?”
“제가 들어올 때도 없었습니다.”
“그럼 입고는 누가 받았어요?”
영식이 대답 대신 납품서를 밀었다. 수령인 칸에는 서로 다른 이니셜이 있었고, 각 행 끝에 완료 표시가 붙어 있었다. 태식은 숫자를 읽다가 영식을 봤다. 관리자가 실물을 한 번도 안 보고 완료를 남겼다는 말이냐는 질문이 얼굴에 먼저 나왔다.
영식의 손이 서류 위로 올라왔다.
“제가 서명한 칸은 아닙니다.”
“창고는 담당하시잖아요.”
그 말이 나가자 사무실 안의 공기가 굳었다. 나경이 의자를 끌어 앉았다. 서두르지 않는 소리가 더 크게 들렸다.
“먼저 들어왔다는 물건과 실제 움직임을 맞추죠. 누가 무엇을 빠뜨렸는지는 그다음에 각각 묻겠습니다.”
영식은 서류를 놓았지만 손을 무릎 밑으로 감췄다. 태식은 자기 질문이 관리자라는 직함으로 빈 선반을 채우려 했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납품서의 첫 입고중량을 읽었다.
입고 뒤 사진이 모니터에 떴다. 같은 선반이었다. 비어 있었다. 두 번째 사진도 빈 칸을 보여 주었다. 태식은 날짜를 확대했다. 출력한 보고서에만 붙인 사진이면 다른 날의 것을 썼을 수 있었다. 나경도 같은 질문을 했다.
영식은 저장된 원본 목록을 열었다. 태식은 그가 익숙하지 않은 메뉴를 더듬는 것을 보고 마우스를 가져오려다가 멈췄다. 자기 설비 제어기와 다른 단말이었다. 영식이 천천히 찾도록 기다렸다. 화면에서 파일과 시각이 맞물렸다.
사진만으로는 물건이 잠깐 들어왔다 나간 가능성을 닫을 수 없었다. 그래서 선반 하중을 봤다. 입고가 잡힌 네 구간에서 그래프는 움직이지 않았다. 태식은 세로축이 자동으로 줄어든 것은 아닌지 먼저 확인했다. 표시 단위를 바꾸어도 선은 같은 높이에 있었다.
“영점이 틀렸으면요?” 영식이 물었다.
태식은 그 질문에 처음으로 바로 답하지 않았다. 잘못된 기록일 가능성을 관리자의 핑계로 치면 자신이 아는 기계도 공정하게 볼 수 없었다. 그는 담당자가 확인할 수 있는 점검 내역과 인접한 정상 입고 구간을 요청했다.
다른 물건이 들어온 날에는 하중이 올라갔다 내려왔다. 사진에도 그 물건이 있었다. 같은 선반이 기록을 남기지 못한 장치는 아니었다. 문제의 네 구간에는 물건이 없었다. 값이 모두 영점에 머문다는 사실이 빈 사진과 겹쳤다.
태식은 선반으로 가서 잠깐 멈췄다. 흔적을 만들지 않으려고 가까이 서기만 했다. 처음 들어왔을 때는 여기서 장물을 찾을 줄 알았다. 값비싼 부품을 보고 네 회사에 돌려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 확인한 것은 없는 받침재였다.
“그러면 딴 선반에 뒀겠죠.”
그가 거의 혼잣말처럼 말했다. 영식이 고개를 들었다.
“그럴 때 쓰는 이동표가 있습니다.”
영식은 오래된 서류꽂이를 열었다. 나경이 요청하지 않은 종이가 나왔다. 선반을 바꾸거나 인수대를 거치지 못했을 때 쓰는 표였다. 네 건에는 연결되는 이동표가 없었다. 정상 건에는 경로가 있었다. 영식은 빈칸을 보여 주고 입술을 눌렀다.
“제가 검수 안 한 건 맞아요.”
나경이 펜을 내려놓았다. 영식은 그 짧은 동작을 보고 말을 이었다.
“완료로 떠 있으면 앞 교대에서 받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수령 확인이 들어왔으니까요. 물건이 다른 구역에 있겠거니 했고. 이건 제가 다시 물어봤어야 합니다.”
태식은 앞선 교대에서 끝냈다는 말을 너무 잘 알았다. 야간 설비 인계도 그 말로 짧아지곤 했다. 그 빈틈을 하나의 절도망과 같다고 여긴 것은 성급했다. 반대로 일상적인 실수니까 없던 일로 덮을 수도 없었다.
나경은 검수 누락을 따로 적었다. 영식은 그 종이를 보고 얼굴을 굳혔지만, 그녀가 그 위에 허위입고 공모라고 쓰지 않는 것도 보았다. 전자수령을 누가 어디서 처리했는지는 다른 항목이었다.
“두 개를 한 칸에 쓰면 어느 쪽도 못 고칩니다.” 그녀가 말했다.
영식은 사무실 문 쪽을 봤다. 밖에서 동료가 평소 입고를 받아도 되느냐고 손짓했다. 조사가 시작되면 창고 전체가 멈출 줄 알고 문턱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 들어오는 건 제가 나가서 확인하겠습니다.”
그는 허락을 구하는 말투로 말했다. 나경은 지후가 정해 둔 보전 구역과 정상 입고 구역을 다시 확인해 주었다. 태식도 통로를 비켜 줬다. 영식은 바깥으로 나가 물건과 송장을 함께 보고 돌아왔다. 짧은 동안이었는데 아까보다 어깨가 덜 웅크러들어 있었다.
입고게이트 센서 자료가 도착했다. 선반까지 가지 않았더라도 입고 경로를 지나왔으면 흔적이 남아야 했다. 나경은 사진 시각과 센서 시각을 곧바로 나란히 놓지 않았다. 같은 시간 기준인지부터 물었다.
영식의 얼굴이 다시 굳었다.
“여기 서버가 한번 밀렸습니다.”
태식이 고개를 들었다. 말하지 않고 넘어갔으면 네 기록의 간격을 잘못 그릴 수 있었다. 영식은 서랍 맨 아래에서 보정표를 꺼냈다. 그 위에 점검 날짜와 적용 범위가 있었다.
“왜 처음에 안 주셨습니까?”
태식이 묻자 영식은 바로 답하지 못했다. 나경도 그를 대신 변명하지 않았다.
“또 관리가 엉망이었다고 할 것 같아서요.”
영식은 종이를 탁자에 내려놓았다. “그래도 안 주면 전부 다른 시간이 되니까.”
태식은 그 표를 받아 들었다. 자기가 처음에 던진 말이 이 종이를 더 늦게 나오게 했을 수도 있었다. 그는 보정 전후를 두 줄로 남기고 영식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고맙다는 말이 검수 누락을 없애는 뜻은 아니었다. 영식도 용서받았다는 표정을 짓지 않았다.
시간을 맞춘 뒤에도 빈칸은 사라지지 않았다. 입고게이트에는 해당 물건이 들어온 움직임이 없었고, 사진과 선반 하중에도 실물이 없었다. 그런데 전자수령만 네 번 완료돼 있었다. 재고는 들어왔다가 다시 사라질 수 있는 상태로 바뀌었다.
태식은 벽에 붙은 구역도를 봤다. 창고 표시가 작은 네모로 돼 있었다. 지금까지 그는 그 네모 안에 무언가 숨었으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물건이 이곳에 없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있었다. 실물을 확인할 사람이 없는 상태에서 받았다고 만들고, 다시 나갔다고 지우는 것.
“여기가 보관소가 아니었네요.”
나경이 고개를 끄덕였다. “적어도 이 네 건은요.”
영식은 빈 선반을 보고 의자를 밀었다. 장물이 없다는 말에 안도하려다 멈춘 얼굴이었다. 창고를 깨끗이 찾았다는 게 아니었다. 자기 부서 이름이 물건 대신 거래를 통과시키고 있었다.
“그래서 제가 없어도 수령 완료가 떴던 겁니까?”
나경은 수령자 인증 기록을 요청했다. 영식이 직접 로그인해 담당 범위의 기록을 보여 줬다. 화면에는 현장 인수 단말과 다른 접속 지점이 표시됐다. 그녀는 그 자리에서 다른 권한으로 넘어가 더 열어 보자고 하지 않았다. 하지후에게 전화해 실물 없는 전자수령 네 건과 해당 접속단말 자료를 보전해 달라고 했다.
태식은 통화가 끝날 때까지 손을 뻗지 않았다. 처음에 적재대를 뜯고 싶었던 것처럼 이번에는 단말 안쪽을 열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사람이 메뉴를 누르는 일이 아니었다. 누가 언제 눌렀는지가 바뀌지 않은 채 남아 있어야 했다.
지후가 담당자와 함께 확인한 결과가 내려왔다. 네 전자수령은 임원실 원격단말에서 처리돼 있었다. 접속 직전에는 장승원 계정의 일회용 승인코드 발급이 있었다. 태식은 이름을 읽자 무전기보다 빨리 입이 움직이려 했다.
나경이 먼저 물었다. “실제로 인증한 사람도 확인됐습니까?”
아직이었다.
태식은 입을 다물었다. 자기 이름의 카드가 자신이 없는 문을 열었던 밤이 있었다. 그때 누군가도 계정 이름만 읽고 끝낼 수 있었다. 장승원이라는 이름을 보니 그 원칙이 갑자기 불편해진 것뿐이었다.
영식이 낮게 말했다. “그럼 제가 안 받았다는 건…….”
“현장에 실물이 없었던 자료와 원격수령 기록이 확인됐습니다.” 나경이 답했다. “검수 누락은 선생님 말씀대로 남기고요. 누가 허위수령을 승인했는지는 이어서 확인합니다.”
영식은 그 문장을 천천히 되짚듯 고개를 끄덕였다. 누명을 완전히 벗었다는 말도, 잘못이 없다는 말도 아니었다. 하지만 자신의 실수와 다른 사람의 행동 사이에 처음 선이 생겼다.
태식은 나오기 전 선반을 한 번 더 봤다. 영식이 행주를 들다가 이번에는 먼저 물었다. 어느 구역을 그대로 두어야 하느냐고. 나경은 지후가 정한 현장 보전 범위를 다시 짚어 주었다. 오늘 들어온 정상 물건은 다른 확인된 자리에 놓였다.
복도에서 태식이 말했다. “저는 여기서 부품을 찾을 줄 알았습니다.”
“저도 물건이 있으면 좋았겠죠.”
“없다는 걸 확인하느라 반나절이 갔네요.”
나경이 납품서 묶음을 들었다. “이제 없는 물건으로 재고를 줄인 사람에게 물을 수 있습니다.”
태식은 그제야 다음 문이 어디인지 알았다. 지하의 빈 선반이 임원실 단말로 이어졌다. 아직 사람을 잡을 수는 없었지만, 더는 현장 직원에게만 같은 질문을 할 수 없었다. 엘리베이터 호출등이 켜졌다. 그는 늘 아래층 버튼부터 누르던 손으로 위층 안내를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