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그랑주 5의 유언
지구 수신증의 두 서명
도한은 자동 공동서명과 개별 위험 인식을 분리하고 이반 단말의 사고 관련 알림 메타만 제한 열람한다. 요약이 십일 분 표시·확인된 뒤 변동 없음 보고가 전송됐다는 흐름이 드러나고, 리오는 교대를 놓치며 그 좁은 증거를 지켜 낸다.
전자수신증의 두 서명은 같은 밀리초에 붙어 있었다. 하나는 위험위원회 서버인감, 다른 하나는 이반 노의 생체키에서 파생된 번호였다. 권도한은 두 줄을 확대하다가 멈췄다. 크게 보인다고 다른 뜻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지구의 누군가가 사고 순간 화면을 읽고 손가락을 댄 기록도 아니었다.
리오 박은 의자에 앉지 않았다. 공동감사석 뒤로 주민 세 사람이 서 있었고, 리오의 외벽 작업복에는 교대 표식이 그대로 붙어 있었다. 오늘도 일을 빠진 시간만큼 누군가는 자기 몫을 더 해야 했다.
“둘 다 찍혔습니다. 더 필요한 게 뭡니까?”
그가 물었다.
도한은 수신증 위에 사전토큰의 유효기간을 띄웠다. 구십 일이었다. 사고 때 돌아온 영점사 초의 응답은 지구의 실시간 판단일 수 없었다. 그보다 먼저 만들어 둔 조건이 거주지 쪽에서 적용됐다. 지금 보고 있는 두 줄은 그 자동 공동서명의 일부였다.
“조건을 맡긴 책임과, 어떤 위험을 알고 맡겼는지는 따로 봐야 합니다.”
“누른 손가락이 매번 달라야 책임이 생깁니까?”
“아닙니다. 그래서 당시 손가락만 찾지는 않을 겁니다.”
도한은 토큰 발급과 조건표, 알림, 취소할 수 있는 권한을 서로 다른 칸에 놓았다. 리오가 화면을 자기 쪽으로 돌렸다. 붉은 경고 대신 작은 글씨가 늘어나자 그의 턱이 굳었다.
“우리는 저 조건으로 공기를 잃었습니다.”
“그 사실은 어제 확인했습니다. 오늘 확인할 사람의 행위 때문에 다시 지우지 않겠습니다.”
도한은 예약밸브와 데이터교체가 같은 묶음에서 움직였다는 결과를 화면 왼쪽에 남겼다. 새 의문을 열 때마다 이미 확인한 사고까지 사라지는 것처럼 보이지 않게 했다. 뒤에 서 있던 주민 하나가 그 왼쪽 화면을 휴대 단말로 찍었다. 도한은 촬영을 막지 않았다. 아직 사람의 사적 자료는 들어오지 않은 화면이었다.
이반과의 통신이 연결되기까지 리오는 교대 담당자에게 오늘 늦는다고 연락했다. 이유를 적는 칸에서 손이 멈췄다. 서명을 확인하러 왔다고 썼다가 지웠다. 동료들이 보기에는 이미 확인된 일을 또 확인하러 남는 셈이었다. 그는 공동감사 참관이라고 다시 썼다.
전송됐다는 표시가 떴다. 빠진 작업 시간이 없어지지는 않았다.
***
이반 노는 통신창의 화면을 나누지 말아 달라고 했다. 자기 얼굴 옆에 붉은 사고선이 붙어 있으면 설명을 듣기 전에 결론부터 만든다는 이유였다. 도한은 사고선의 색을 바꾸지 않았다. 대신 서명 확인과 책임 판단이 다른 단계라는 표제를 위에 놓았다.
통신의 지연 때문에 짧은 침묵이 겹쳤다. 리오가 대답이 없다고 말을 꺼내려는 순간 이반의 목소리가 왔다.
“정기 갱신에 포괄동의한 겁니다. 수천 줄 작업표에 든 밸브 하나를 제가 다 안다고 할 수는 없어요.”
도한은 그 말을 끝까지 받아 적었다. 이반은 뒤이어 자동화가 없으면 지구와 거주지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을 제때 처리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 부분은 사실이었다. 사전 위임 자체를 사고의 증거로 삼으면 정상 운영까지 같은 혐의를 쓰게 됐다.
“포괄동의의 내용을 보겠습니다.”
도한이 말했다.
“이번 갱신에서 바뀌는 위험을 어떤 형태로 받았습니까?”
“정기 요약입니다.”
“밸브, 센서, 준비금 영향이 들어갔습니까?”
이반은 비서에게 목록을 확인시키겠다고 했다. 화면 밖을 보는 시간이 길어졌다. 리오가 앞으로 몸을 내밀었다.
“본인 단말이면 그냥 열면 되잖습니까.”
도한이 손을 들어 그를 막았다. 이반의 단말에는 이번 일과 관계없는 통신도 있었다. 무엇이 있는지 모르니 모두 보겠다는 식으로 접근하면, 곧바로 어느 것도 볼 수 없다는 반박을 받을 수 있었다.
“사고 관련 변경 알림과 요약의 열람 시각, 거부권 행사 여부만 요청하겠습니다. 사적 통신과 다른 의결 자료는 제외합니다.”
리오가 도한을 돌아봤다. 이반은 그 제안에 바로 동의하지 않았다. 개인 단말 전체를 받아 가지 않는다는 문구를 확인하고, 조회할 항목을 보내 달라고 했다. 도한은 미리 적어 둔 목록을 전송했다.
통신창 아래에 전송 대기가 표시됐다. 리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자기한테 유리한 것만 골라 내게 하려는 겁니까?”
“대상은 그 사람이 고르는 게 아닙니다. 우리가 정한 사고 관련 식별자로 같은 항목을 받습니다.”
“그러고 다른 칸에 숨겼으면요?”
“연결된 근거가 나오면 그 범위를 더 요청해야죠. 지금 상상한 모든 일을 열람할 수는 없습니다.”
리오는 통신창을 봤다. 이반은 여전히 누군가와 말을 나누고 있었다. 화면에서 멀어진 사람을 기다리는 동안, 여기의 주민은 자기 몸과 동선을 이미 여러 번 내놓았다. 그 불균형이 도한의 설명만으로 납득되지는 않았다.
“저 사람이 보호받는 이유를 우리가 설명해야 하네요.”
리오가 말했다.
도한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주민의 사적 자료를 지킬 때도 같은 요구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그 말을 하면 이반을 위해 주민을 예로 파는 셈이 될 것 같았다.
“지킬 선을 그어 놓고, 그 안에서 숨지 못하게 하겠습니다.”
그가 말했다.
***
첫 응답 묶음에는 본문이 없었다. 알림 식별자, 요약 문서의 확인값, 열고 닫은 시각, 페이지가 표시된 순서가 있었다. 도한은 원본을 직접 열지 않고 공동감사석의 읽기 화면으로 보냈다. 리오가 자신도 같은 것을 보는지 묻자 그는 복제본의 확인값을 나란히 보여 줬다.
열람 시간은 십일 분이었다.
리오가 의자를 당겨 앉았다. 의자 다리가 바닥을 긁었다. 방금 전까지 서서 밀어붙이던 사람이 이제 화면을 더 가까이 보려 했다. 그 시간 안에 밸브 변경, 센서 정책, 준비금 영향 요약이 차례로 표시됐다.
“읽었네요.”
그가 말했다.
도한은 요약 문서와 표시된 페이지의 확인값을 맞췄다. 같은 문서였다. 제목만 열어 놓은 채 다른 데로 갔다는 가능성을 줄이는 흔적도 있었다. 페이지 사이를 이동했고, 마지막에 확인 응답이 돌아왔다. 그렇다고 머릿속까지 보이는 것은 아니었다.
“표시하고 확인한 기록입니다. 글자마다 이해했다는 기록은 아닙니다.”
“그럼 자는 동안 손이 움직였다고 하면 됩니까?”
리오의 목소리가 다시 높아졌다. 뒤의 주민이 누군가에게 화면을 보내려 했다. 도한은 이번에는 잠깐 기다려 달라고 했다. 개인 단말에서 받은 항목을 그대로 배포할 수는 없었다. 사고와 관련된 열람 시간과 문서 범위만 공개용으로 정리해야 했다.
“또 기다려야 합니까.”
주민이 물었다.
리오가 그 사람의 단말을 보았다. 이반의 사적 연락이 들어오지 않았더라도 다른 식별자가 섞여 있었다. 여기서 무엇이 필요한지 자기가 분명히 말할 수 있어야 나중에 재단이 전부 불법 열람이었다고 우길 때 막을 수 있었다.
“십일 분하고 어떤 요약이었는지는 남겨요.”
그가 도한에게 말했다.
“필요 없는 칸은 빼되 그 두 가지까지 희미하게 만들지 마십시오.”
도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공개 화면에 밸브·센서·준비금 영향 요약이라는 제목을 썼다. 그 아래에는 열람이 위험 인식의 근거가 되지만 개별 손해의 의도까지 자동 확정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주민은 문장을 읽고 자기 단말을 내렸다. 마음에 든 표정은 아니었다. 그래도 무엇을 보내야 하는지는 분명해졌다.
이반에게 같은 화면이 전송됐다. 답은 잠시 뒤 왔다. 그는 요약을 열어 본 것은 맞지만 정기 갱신 전체의 영향을 확인한 것이며, 실제 감압이나 부상이 생길 것으로 알았다는 뜻은 아니라고 했다.
도한은 그 대답 옆에 당시 사용 가능했던 거부권을 놓았다. 취소나 추가 검토를 요청할 수 있는 항목이었다. 행사한 흔적은 없었다. 이반은 문제가 있을 때 쓰는 권한이라 그때 쓸 이유가 없었다고 답했다.
리오가 마른 손바닥으로 작업복 무릎을 쓸었다.
“그 요약에는 밸브가 열리는 게 있었고 센서값이 바뀌는 게 있었는데, 무엇을 보고 문제가 없다고 한 겁니까?”
통신이 늦어지는 동안 아무도 같은 질문을 반복하지 않았다. 답을 기다리는 침묵과 답을 피하는 침묵을 지금은 구별할 수 없었다.
이반은 승인된 모형 안에서 허용된 정비였다고 답했다. 도한은 그 표현을 따로 남겼다. 이제 이반은 문서를 본 적이 없다고 말하지 않았다. 보고도 정상 범위라고 판단했다는 쪽으로 자기 설명을 옮겼다.
***
공동감사석 밖 복도에서 리오는 잠깐 벽에 손을 댔다. 교대를 대신한 동료에게 답이 와 있었다. 작업 하나를 미뤘다는 짧은 말과 다음 교대에 누가 받아야 하는지가 적혀 있었다. 조사에 남아 있는 동안 누군가는 외벽으로 나가고 있었다.
그는 감사실 문을 다시 열었다. 도한이 화면 한쪽을 비워 둔 채 기다리고 있었다. 알림 열람 뒤에 연결되는 보고 전송 시각을 요청해 놓았다고 했다. 이반이 위험위원회에 무엇을 보냈는지 볼 차례였다.
“아까는 저 사람 단말을 전부 가져오면 빠를 줄 알았습니다.”
리오가 말했다.
“아직도 더 있을 것 같아요.”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만으로도 자기 말을 고쳤군요.”
도한은 열람 기록 옆에 이반의 첫 설명과 방금 설명을 나란히 놓았다. 몰랐다는 것과 허용된 정비로 알았다는 것은 같지 않았다. 리오는 그 차이를 동료에게 어떻게 말할지 생각했다. 서명이 있으니 범인이라는 말보다 길었지만, 적어도 내일 누군가 반박할 때 어디를 가리켜야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새 응답이 도착했다. 요약의 열람이 끝난 뒤 위험위원회에 보낸 보고였다. 본문을 열기 전 도한은 작성 시각과 전송 시각을 확인했다. 이반 단말에서 나간 보고 식별자가 별도 수신대장에도 남아 있었다.
리오가 화면을 읽었다.
지수 변동 없음.
그는 한 번 더 읽었다. 밸브·센서·준비금 영향을 십일 분 동안 본 뒤 나간 말이었다. 천천히 끊어 읽어도 어느 구역의 사람이 숨을 잃었는지는 들어 있지 않았다.
“이건 누구한테 간 겁니까?”
도한이 수신 범위를 열었다. 위험위원회로 넘어간 보고가 이후 어떤 배포본으로 이어졌는지 확인할 항목들이 나타났다. 투자자와 주민이 볼 화면이 그 뒤에 있었다. 여기서 끝낼 일이 아니었다.
리오는 사고선이 남아 있는 왼쪽 화면을 봤다. 공기를 빼는 명령과 값을 바꾸는 명령이 함께 있었다. 오른쪽에는 그 요약을 본 사람이 보낸 변동 없음이 놓였다.
도한은 두 화면 사이에 보고의 정정 여부를 확인할 빈칸을 만들었다. 이것은 이반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 맞히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가 무엇을 보고 무엇을 내보냈으며, 무엇을 고칠 수 있었는지 묻는 일이었다.
리오가 오늘의 참관을 끝낸 시각을 남겼다. 작업복의 교대 표식을 떼지는 않았다. 밖에서 돌아올 동료에게 보여 줄 문장을 소리 내 읽었다.
“십일 분 동안 열었습니다. 그다음에는 변동이 없다고 보냈습니다.”
도한은 그 말에 아직 없던 결론을 보태지 않았다. 다음 화면에는 그 보고가 거주지의 돈과 사람에게 어디까지 갔는지가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