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범죄 케이퍼 27화

활주로 아래 19번 벨트

은색 받침의 분진

태식 일행은 3번 적재대에서 확보한 압흔 주변 분진을 네 상자의 프레임 흔적과 대조한다. 물질적 공통점을 납품 배치와 연결하는 동안 태식은 적재대 우회로 생긴 동료들의 부담을 실제 노동으로 나누고, 월요일 납품과 반품창고 옆 잔량을 다음 조사 지점으로 좁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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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태식은 사진 속 은색 자국을 보자마자 아는 물건이라고 말했다. 하지후가 무엇인지 묻자 대답은 한 박자 늦어졌다. 받침. 알루미늄 받침. 그다음에는 말이 없었다.

“어디에나 있는 겁니까?”

“모양만 보면요.”

태식은 자기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밤새 3번 적재대를 돌아가는 우회선을 잡고 왔는데, 정작 그곳에 남은 작은 자국 앞에서는 어디에나 있다는 말밖에 못 했다. 설비 소리를 듣고 마모 위치를 찾는 귀도 현미경 사진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나경이 사진 네 장을 나란히 놓았다. 손실 상자의 안쪽 프레임이었다. 겉에는 서로 다른 회사 이름이 찍혔지만 안쪽에 남은 눌린 면의 폭이 비슷했다. 적재대 롤러 안쪽에서 채취한 분진은 별도 번호가 붙은 봉투에 있었다. 받침 전체를 찾은 것은 아니었다. 누군가 물건을 놓았다 치운 뒤 남은 가루와 눌린 자리가 전부였다.

검사 담당자가 화면을 돌렸다. 태식은 은빛 알갱이를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담당자는 먼저 비교 결과가 나오기 전 적었던 분류를 보여 주었다. 태식이 생각한 일반 알루미늄 분진과 달리 코팅 성분이 함께 나왔다. 항공화물용 내열 받침재의 비교 시료가 같은 성분 구성을 보였다.

“이 업체가 쓴 겁니까?” 태식이 물었다.

“그 말을 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닙니다. 같은 종류의 재료라는 말입니다.”

나경이 업체명이 보이지 않는 비교 번호를 가리켰다. 그녀가 가져온 보험 상자 자료도 회사 이름 대신 번호가 붙어 있었다. 검사하는 사람이 보고 싶은 회사를 고르지 못하게 한 것이다. 태식은 그제야 사진 네 장의 모서리에 이름이 없는 이유를 알았다.

화면이 바뀌었다. 성분비가 비슷하다고 알갱이 모양까지 같지는 않았다. 다른 용도의 알루미늄 가루는 후보에서 빠졌다. 코팅재가 없는 일반 받침도 빠졌다. 남은 비교군의 입자 크기 분포와 상자 프레임의 압흔 폭이 나란히 놓였다.

담당자가 사진 한 장을 지목했다. “여기 눌린 가장자리 보이시죠?”

태식이 상체를 숙였다. 무거운 물건을 옆으로 끌었을 때 생기는 밀림이 있었다. 그냥 올려놓은 자국과 달랐다. 그는 손가락으로 공중에 움직임을 그렸다. 상자를 받치고, 내용물을 옮기고, 다시 닫기 위해 몸체를 밀어 넣는 방향이었다.

“이렇게 밀었을 수 있습니다. 롤러가 도는 동안에는 이 면이 받침에 계속 닿을 수가 없어요.”

지후가 물었다. “정지 중이라는 겁니까?”

“적어도 자국 난 순간에는요. 회전하며 쓸린 자국과는 다릅니다. 정확한 하중과 재료는 검사 쪽에서 봐야 하고요.”

태식은 말한 뒤 스스로 놀랐다. 전 같으면 네 분 동안 여기서 바꿨다고 끝냈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을 아는 것과 손의 움직임을 본 것은 달랐다. 나경은 리프트 하중곡선을 가져와 사진 옆에 붙였다. 열여섯 점 팔 킬로그램이 내려갔다 네 분 뒤 돌아온 네 구간이 있었다. 사진과 그래프가 처음으로 같은 방향을 가리켰다.

태식의 무전기가 울렸다. 우회 적재선에서 빈 대차를 돌려보낼 자리가 모자란다는 보고였다. 그는 바로 일어나려다 사진 앞에서 멈췄다. 물증실에 있어야 다음 질문을 들을 수 있었다. 현장에서는 지금 짐이 밀리고 있었다.

나경이 말했다. “도면에 표시하고 다녀오세요. 기다리는 동안 납품 기록 받을 범위를 정하겠습니다.”

“내가 없으면 이 폭 설명은요?”

“지금 종이에 쓰시면 됩니다. 사람을 잡아 두는 것보다 빠릅니다.”

태식은 압흔 폭과 롤러 간격을 적었다. 단위를 두 번 확인했다. 아는 사람이 여기 계속 서 있어야만 알 수 있는 설명으로 남기지 않으려 했다. 지후는 그 종이를 사진 번호 옆에 붙이고 태식에게 사본을 건넸다.

아래층은 벌써 소리가 달라져 있었다. 3번 적재대가 멈추자 움직이는 물건들이 다른 쪽으로 몰렸다. 태식은 빈 대차 한 대를 옮기려다가 직접 끌지 않고 작업자에게 먼저 물었다. 다음 화물에 쓸 차라는 답이 돌아왔다. 급한 김에 치웠으면 십 분 뒤 다른 곳에서 같은 문제가 났을 것이다.

그는 인계도면에 그어 둔 회차 공간을 찾아 빈 포장함을 빼냈다. 작업자 둘이 빈 대차를 돌렸다. 상자를 든 사람이 지름길로 격리줄 아래를 지나려 하자 태식이 손바닥을 폈다.

“그쪽 네 걸음 줄이면 검사 하루 늘어납니다.”

“계속 돌게 해 준다면서요.”

“그래서 제가 지금 여기 있잖아요.”

태식은 말만 하고 돌아서지 않았다. 마지막 빈 대차가 회전하는 것까지 보고 통로를 비웠다. 줄 너머에 남은 롤러는 은빛이었다. 밤마다 보던 기계인데 오늘은 표면의 작은 점들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닦으면 사라질 것이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물증실로 돌아왔을 때 지후는 납품업체 연락을 마친 뒤였다. 해당 받침재의 납품배치와 수령 기록, 연결되는 차량동선 자료가 필요했다. 태식은 문 앞에서 발을 멈췄다.

“업체에 말하면 현장에 바로 소문 납니다.”

그의 휴대전화에도 벌써 3번 적재대가 왜 멈췄느냐는 문자가 쌓여 있었다. 자재 영업담당과 설비기사는 같은 번호를 오래 썼다. 오늘 어떤 물건이 조사받는다는 말은 저녁이면 다른 업체 기사에게도 닿을 수 있었다.

“그렇다고 기록을 안 받으면 여기서 끝납니다.” 지후가 말했다.

“전체 명단 달라고 하면 저쪽은 우리 창고부터 전화해요.”

“그래서 업체 전체를 뒤지지 않습니다.”

지후는 태식 앞에 요청 범위를 펼쳤다. 특정 재료의 납품배치와 수령 기록, 그 운송을 확인할 자료만 포함됐다. 적법한 압수 범위와 입회 대상이 먼저 정리돼 있었다. 비밀유지 약정은 조사를 할 권한이 아니라 자료가 불필요하게 퍼지지 않도록 하는 조건이었다. 태식은 납품량 옆에 관계없는 품목이 빠져 있는 것을 확인했다.

나경은 피해 회사의 세부 물질 정보를 비식별 번호로 바꿨다. 납품업체 직원은 어느 보험회사가 얼마를 지급했는지 볼 필요가 없었다. 태식도 처음엔 숨기는 게 많으면 늦어질 것 같았다. 하지만 직원이 읽어야 하는 칸이 줄어들자 자료는 오히려 빨리 들어왔다.

첫 납품서의 날짜는 월요일이었다.

태식은 다음 장을 넘겼다. 다른 월요일. 또 그다음 사건 직전 월요일. 네 장의 순서를 바꿔 사건 시각 아래 놓자 하루 앞선 날짜가 네 번 남았다.

“항상 월요일에 납품하는 업체일 수도 있죠.” 나경이 말했다.

태식은 들고 있던 펜을 멈췄다. 맞는 말이었다. 그는 같은 배치 자료 안에서 다른 납품일도 찾았다. 화요일도 목요일도 있었다. 월요일이라는 이유만으로 범행 준비라고 부를 수는 없었지만, 네 사건과 맞물린 배치들은 더 이상 아무 자재나 찍은 추측이 아니었다.

남은 수량의 위치 표시는 반품창고 옆이었다. 태식은 오전에 보았던 압흔 속 구역코드를 꺼냈다. 글자가 다 지워졌다고 생각했던 자국에서 살아난 코드였다. 두 종이를 맞춰 보자 같은 구역이 나왔다.

그는 의자에서 일어났다. “거기 있겠네요.”

“무엇이요?” 나경이 물었다.

“남은 받침재요. 아니면 옮긴 물건.”

그녀는 두 가지를 다른 종이에 적었다. “서류는 잔량 위치만 말해 줍니다. 가서 없는 경우도 확인해야 해요.”

태식은 가만히 앉았다. 자꾸 다음 방에 답이 쌓여 있을 것 같았다. 가방을 열었을 때도 그랬다. 비싼 부품 대신 무게를 맞춘 금속블록이 나왔다. 없는 것을 찾았다고 생각했는데 그 쇳덩이가 네 손실을 이곳으로 끌고 왔다. 이번에도 창고를 여는 순간 모든 게 드러날 거라고 기대해서는 안 됐다.

검사 담당자가 최종 비교표를 들고 왔다. 분진은 내열 코팅 받침재와 성분이 맞았고, 입자 특성과 압흔도 같은 계열 재료를 가리켰다. 어느 한 사람이 그 받침을 썼다는 결과는 아니었다. 그러나 태식이 처음 말한 ‘어디에나 있는 알루미늄’은 틀렸다고 할 수 있었다.

그는 자기 종이에 줄을 그었다. 일반 받침 추정이라고 쓴 자리 아래에 검사 결과를 적었다. 지후가 고친 이유를 묻자 태식은 원래 생각을 지우면 맞힌 것처럼 보이지 않느냐고 답했다.

“처음부터 맞힌 사람만 남기면 다음에는 모른다고 못 합니다.”

나경이 짧게 웃었다. “오늘 제일 정확한 말이네요.”

“롤러 폭도 정확했습니다.”

“그건 검산했어요.”

태식은 웃다가 마지막 납품서를 다시 펼쳤다. 수령인 이니셜이 앞의 세 장과 달랐다. 어떤 것은 두 글자, 어떤 것은 세 글자였다. 담당자가 바뀐 흔적이라 생각하고 넘기려는데 연락처 끝부분이 눈에 걸렸다.

같은 네 자리였다.

태식은 납품서들을 다시 한 줄로 밀었다. 처음에는 이니셜만 봤고 두 번째에는 날짜만 봤다. 이번에는 연락처였다. 네 장의 끝 네 자리가 모두 같았다. 나경은 앞부분을 손으로 가리지 않고 원본에서 각 기록을 확인했다.

“같은 사람이라고 쓰지는 마세요.”

태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공용 연락처일 수도, 서로 다른 번호의 뒷자리일 수도 있었다. 그래도 네 번 다른 이름으로 받은 자재가 같은 끝자리와 같은 잔량 위치를 남겼다는 것은 묻고 지나갈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는 반품창고 위치를 다시 봤다. 내일 가서 선반 위 물건을 세는 것으로 끝날 일이 아닐 수도 있었다. 누가 받았다고 했는지, 무엇을 실제로 들여놓았는지, 네 장의 종이가 어디서 현실과 갈라졌는지 봐야 했다.

지후가 자료 묶음을 닫았다. “창고관리자 입회부터 잡겠습니다.”

물증실 문을 나서자 공항 방송이 들렸다. 지연된 항공편을 안내하는 평범한 목소리였다. 태식은 그 소리 아래를 흐르는 운반차 진동을 들으며 휴대전화에 우회선 인계 내용을 남겼다. 3번 적재대는 계속 멈춰 있었다. 멈춘 값으로 오늘 얻은 것은 가루 한 봉지의 출처와, 아직 열지 않은 빈칸 하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