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컬링 스포츠 성장물 2화

빙판 위 다섯 센티

첫 스톤은 삼 미터 짧았다

첫 투구가 3미터 짧았던 소라온이 힘이 아닌 릴리스와 회전을 조정해 의도한 거리의 세 번째 스톤을 만든다.

글자 크기

알람이 울리기 삼 분 전, 소라온은 이미 눈을 뜨고 있었다.

침대 옆 의자에는 전날 산 얇은 장갑이 걸려 있었다. 손바닥의 검은 고무 코팅은 새것답게 번들거렸다. 라온은 장갑을 끼고 주먹을 쥐었다 폈다. 손가락 감각은 살아 있었지만 림을 오래 잡으면 어제처럼 열이 찰 터였다. 오전 아홉 시까지 컬링장에 가려면 여덟 시 십오 분 저상버스를 타야 했다. 놓치면 택시비가 수리 사례비의 절반이었다.

그는 냉장고 문에 붙은 배달 앱 휴업 안내를 떼지 않은 채 집을 나섰다. 한 번 던지고 싫으면 끝낸다. 그 문장을 버스가 정류장 세 곳을 지날 때마다 되뇌었다.

시립재활체육관 지하에서는 얼음 만드는 기계 소리가 낮게 울렸다. 전날 고친 경기용 의자는 작업실 안에 있었고, 2번 시트 앞에는 좌석 폭이 조금 넓은 체험용 의자가 놓여 있었다. 오미란이 라온의 생활용 의자와 체험용 의자를 번갈아 보았다.

“옮겨 앉는 건 혼자 합니까?”

“네. 다만 의자가 밀리지 않게 잡아 주세요.”

미란은 등이나 팔을 잡지 않고 두 의자의 바퀴만 고정했다. 라온이 옮겨 앉자 좌석 아래가 낯설게 단단했다. 발판 높이도 반 치쯤 달랐다. 전날 문만 잡아 주었던 배진수는 멀찍이 서서 손을 내밀지 않았다.

“바퀴 잠금 확인.” 미란이 말했다.

라온이 오른쪽과 왼쪽 브레이크를 직접 눌렀다. “확인.”

빙판으로 들어가는 고무 매트 턱에서 앞바퀴가 잠깐 걸렸다. 진수가 물었다.

“오른쪽을 받을까요?”

라온은 잠시 계산했다. “오늘은 앞바퀴만요. 등받이는 손대지 마세요.”

진수는 캐스터 옆 프레임을 한 번 받쳤다가 바로 손을 뗐다. 어제 정한 방식이 하루를 건너도 남아 있다는 사실이 라온의 어깨를 조금 풀었다.

빙판 안쪽에서는 김단비가 노란 스톤을 줄 맞추고 있었다. 스무 살을 갓 넘긴 듯한 얼굴인데, 돌을 미는 손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윤혜주는 삼각대에 휴대전화를 세우고 초시계를 목에 걸었다.

“체험자예요?” 단비가 라온을 훑어보며 물었다.

“수리 기사이기도 하고.” 진수가 말했다.

“기사는 아니고요.” 라온이 바로 정정했다. “오토바이 좀 만졌습니다.”

단비는 딜리버리 스틱 하나를 건넸다. 끝의 플라스틱 헤드가 스톤 손잡이에 맞물렸다. 라온은 돌을 잡아당겨 보았다. 스무 킬로그램 가까운 무게가 얼음 위에서는 지나치게 가볍게 따라왔다.

하우스 반대편에는 어제 미란이 가리킨 흰 스톤이 놓여 있었다.

“첫 목표는 저 돌입니다.” 미란이 말했다. “맞힐 필요는 없어요. 같은 선으로 보내 보는 겁니다. 체험 투구는 세 번. 넘어뜨려도 세 번이고, 잘 던져도 세 번이에요.”

“힘은 어느 정도로 줍니까?”

“그걸 찾는 게 오늘 할 일이고요.”

라온은 새 장갑으로 스틱 손잡이를 감쌌다. 고무가 미끄러지지 않았다. 그는 바퀴를 잠그고 어깨를 뒤로 당겼다가 스틱을 밀었다. 오토바이 스로틀을 열 듯 한 번에 힘을 싣지 않고, 망가진 축을 시험하듯 천천히.

노란 스톤이 호그라인을 지나 미끄러졌다. 처음에는 잘 가는 듯했다. 하지만 하우스에 닿기도 전에 속도가 눈에 띄게 죽었다. 돌은 흰 스톤에서 세 미터쯤 떨어진 곳에 멎었다.

“삼 미터 이십.” 혜주가 줄자를 보며 말했다. “호그라인 통과 열여섯 점 팔 초.”

단비가 라온을 보았다. “너무 아꼈어요.”

“첫 시험이니까요.”

“돌은 첫 시험인지 몰라요. 밀린 만큼만 갑니다.”

라온은 짧은 돌을 노려보았다. 경사로에서 속도를 죽이는 데 온종일 힘을 쓰고, 얼음 위에 와서는 더 보내지 못했다. 멈추는 법을 배운 몸이 출발하라는 명령을 믿지 않은 것 같았다.

미란이 두 번째 스톤을 놓았다. “이번에는 무엇을 바꿀 겁니까?”

“힘을 더 주겠습니다.”

“얼마나요?” 단비가 물었다.

“가 봐야 알죠.”

단비가 입술을 비틀었다. “그건 계획이 아니라 기도인데.”

라온은 대꾸하지 않고 스틱을 뒤로 더 길게 당겼다. 팔과 어깨에 힘을 모아 한 번에 밀었다. 스틱 헤드에서 놓인 돌이 낮은 소리를 내며 뻗었다. 혜주가 초시계를 눌렀다. 돌은 하우스 앞을 지나고, 붉은 원을 지나고, 뒤쪽 라인까지 넘어 완충재에 부딪쳤다.

“열두 점 구 초.” 혜주가 말했다.

단비가 두 팔을 벌렸다. “삼 미터 짧더니 이번엔 경기장을 나갔잖아요.”

“차이가 너무 크네요.” 라온은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다. “중간 힘으로 하면 됩니다.”

“중간이 몇 초인데요?”

“아까와 지금 사이.”

“그 사이가 사 초예요. 우리 경기에서 사 초면 주소가 다른 돌이에요.”

라온의 얼굴이 뜨거워졌다. 어제는 쇠의 긁는 소리만 듣고 남들이 못 찾은 문제를 맞혔다. 오늘은 누구나 보는 하우스에 돌 하나 못 넣었다. 단비의 말투는 틀리지 않았다는 점 때문에 더 거슬렸다.

“팔 힘 조절은 제가 압니다. 몸을 몇 년 썼는데 그 정도 감각도 없겠습니까.”

“알면 숫자로 말해요. 팀 경기는 남이 같이 알아야 하니까.”

“체험 한 번에 팀 얘기까지 합니까?”

“코치님이 빈자리라고 불렀으면 돌은 우리 시트에 있는 거잖아요.”

혜주가 끼어들었다. “단비야, 처음 온 사람한테 한꺼번에 너무 많이—”

“처음이라 세 번뿐이라면서요. 그럼 세 번째 전에 말해야죠.”

미란은 둘을 말리지 않았다. 대신 라온의 두 번째 돌을 가리켰다. “첫 돌은 열여섯 점 팔, 둘째는 열두 점 구. 목표선에 필요한 값은 어제 훈련에서 열넷 셋에서 열다섯 사이였습니다. 라온 씨가 세 번째 값을 정하세요.”

“코치님이 정해 주면 안 됩니까?”

“정해 줄 수 있죠. 그러면 성공해도 라온 씨가 무엇을 한 건지는 모릅니다.”

빙판 냉기가 장갑 틈으로 들어왔다. 라온은 짧은 돌과 너무 긴 돌 사이를 눈으로 재었다. 정비할 때 같으면 한 번에 하나씩 바꿨을 것이다. 와셔 방향을 고치면서 새 부품까지 넣지 않았듯, 힘과 각도와 회전을 전부 바꾸면 결과를 읽을 수 없었다.

“열넷 점 팔.” 그가 말했다. “스틱을 당기는 길이는 첫 번째와 같게 하고, 놓는 순간만 조금 빠르게 하겠습니다.”

단비가 바로 스틱 옆에 무릎을 대고 앉았다. “헤드가 손잡이 오른쪽을 물었어요. 이대로면 회전이 많이 들어가요. 각도만 가운데로 맞출까요?”

라온은 반사적으로 내가 하겠다고 말하려다 멈췄다. “가운데인지 봐 주세요. 손은 제가 움직입니다.”

“좋아요. 왼쪽으로 손톱 하나.”

라온이 스틱을 옮겼다. 헤드가 손잡이 중앙에 걸렸다.

혜주는 하우스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미란은 세 번째라는 표시로 손가락 세 개를 들어 보였다. 성공하더라도 네 번째는 없었다.

라온은 숨을 들이마시고 바퀴 잠금을 확인했다. 목표는 흰 돌이 아니었다. 열넷 점 팔이라는 자신이 고른 숫자였다. 그는 스틱을 밀었다. 팔이 떨렸지만 중간에 힘을 더하지 않았다.

“호그!” 혜주가 외치며 초시계를 눌렀다.

돌은 첫 번째보다 오래 미끄러졌고 두 번째보다 조용했다. 붉은 하우스까지는 닿지 못했다. 하우스 앞, 중앙 진입로를 가로막는 자리에 비스듬히 섰다.

“열넷 점 구.”

단비가 흰 스톤과 새 돌 사이를 보다가 말했다. “득점은 아니지만 가드예요. 상대가 중앙으로 들어오려면 치워야 해요.”

라온은 먼저 아쉬움을 느꼈다. 흰 돌을 맞히지 못했다. 그러고 나서 두 번째 감정이 뒤늦게 왔다. 숫자를 말한 뒤에는 실패가 막연하지 않았다. 0.1초 느렸고, 중앙에서 조금 오른쪽이었다. 다시 한다면 고칠 곳이 있었다.

“한 번 더 하면 들어갈 것 같은데요.”

미란이 고개를 저었다. “약속은 세 번입니다.”

“체험료를 내면요?”

“오늘 시트는 선수 훈련 시간이에요. 목요일 저녁 초보자 오픈 연습은 한 시간을 나눠 씁니다. 참가비는 만오천 원.”

만오천 원. 버스 왕복과 합치면 이번 주 식비 한 끼가 아니라 여러 끼였다. 라온이 잠자코 있자 단비가 기록지를 초시계 판에서 뜯어 건넸다.

“공짜로 더 던지라는 뜻 아니에요. 다음에 오면 첫 돌부터 열넷 후반으로 시작하라고요.”

종이에는 세 개의 숫자와 정지 위치가 그려져 있었다. 세 번째 줄 옆에는 단비가 작은 글씨로 ‘중앙 가드’라고 적었다.

“이거 가지고 있어도 됩니까?”

“제가 외웠으니까요.”

“세 개를요?”

“우리 돌이니까.”

라온은 종이를 반으로 접지 않고 가방 안쪽에 넣었다. 미란은 체험용 의자의 브레이크를 풀기 전에 물었다.

“목요일 자리를 잡아 둘까요?”

라온은 휴대전화를 켰다. 배달 앱 수입은 여전히 0원이었고, 중고거래 앱에는 어젯밤 올린 ‘라디오·소형 전자기기 수리’ 글 조회수가 열일곱이었다. 문의는 하나도 없었다.

“오늘 안에 답하겠습니다.”

“자리 값은 답할 때 내면 됩니다. 외상도 초대도 아니에요.”

라온은 빙판 밖으로 나와 생활용 의자로 옮겨 앉았다. 단비는 짧았던 첫 돌을 제자리로 운반하며 일부러 묻지 않았다. 진수도 등받이에 손을 대지 않고 고무 매트만 치웠다.

체육관 로비에서 휴대전화가 울렸다. 중고거래 앱 알림이었다.

‘휴대용 라디오 세 대 있습니다. 한 대는 소리가 끊기고 두 대는 주파수가 밀립니다. 목요일 전까지 가능할까요?’

라온은 사진을 확대했다. 오래된 모델이지만 부품은 구할 수 있었다. 예상 수리비를 적었다 지우고, 점검 후 확정하겠다고 답했다. 선입금 대신 고장 상태를 먼저 보겠다는 문장을 붙였다.

상대가 바로 답했다. ‘오늘 저녁 맡기겠습니다.’

라온은 다시 지하로 내려가지는 않았다. 로비 유리 너머로 빙판 문만 보았다. 목요일 저녁 참가비 만오천 원, 버스비 이천팔백 원, 라디오 세 대 수리비는 부품을 빼도 그보다 조금 많았다.

그는 미란에게 문자를 보냈다.

‘목요일 오픈 연습 자리 부탁드립니다. 참가비는 당일 내겠습니다.’

전송 뒤 손이 조금 떨렸다. 세 번째 스톤을 밀기 전과 같은 떨림이었다. 라온은 가방에서 기록지를 꺼냈다. 열여섯 점 팔, 열두 점 구, 열넷 점 구. 숫자 아래 목요일 저녁 여섯 시라고 적었다.

첫 스톤은 삼 미터 짧았다. 하지만 다음 약속까지의 거리는 이제 셀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