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도시판타지 직업 코미디 2화

퇴근 후에는 요괴택배

냉장고 뒤의 골목

이계 골목에 들어선 남해온이 수취인의 직접 허락 원칙을 세우고 자기 목소리를 흉내 내는 가짜 문들을 거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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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온은 첫 번째 우유팩을 빈 카트에 올렸다.

그 순간 팩 옆면의 젖소 그림이 눈을 감았다 떴다.

해온은 우유를 다시 들고 그림을 들여다봤다. 평범한 인쇄였다. 야간근무 일곱 번째라면 젖소도 피곤해 보일 수 있었다.

“왜 멈춰?” 콩쇠가 냉장고 선반에 올라서서 재촉했다. “해 뜨기 전에 못 가면 상자 속 불운이 샌다니까.”

“말하는 소포와 도깨비 배차원까지 나왔는데 젖소가 눈 좀 깜빡였다고 놀라면 체력이 아깝죠.”

해온은 셋째 문 안의 우유 두 줄을 차례로 카트에 옮겼다. 앞줄에는 저지방 우유 여덟 팩, 뒷줄에는 일반 우유 열두 팩이 있었다. 그는 진열 순서를 휴대전화 메모에 적고 유통기한이 짧은 팩이 어느 쪽이었는지 표시했다. 돌아왔을 때 급하게 밀어 넣다가 선입선출을 바꾸면 점주는 요괴보다 무서운 메시지를 보낼 것이다.

콩쇠가 우유 한 팩을 양팔로 안고 비틀거렸다. 자기 키 절반만 한 짐이었다.

“길을 여는 기술직이라면서요.”

“길도 열고 짐도 드는 복합직이다.”

“수당은요?”

콩쇠가 입을 다물었다.

“역시 기술직은 말하기 싫은 항목이 비슷하네.”

마지막 팩을 빼자 셋째 문의 안쪽 벽이 사라졌다. 차가운 흰 조명 대신 붉은 등이 늘어선 좁은 골목이 선반 뒤에서 이어졌다. 기와지붕은 서로 등을 맞댄 짐승처럼 구부러져 있었고, 간판 글자는 하나같이 거꾸로 매달려 있었다. 비 냄새도 자동차 소리도 없었다. 대신 멀리서 놋그릇 부딪치는 소리와 나무바퀴 구르는 소리가 들렸다.

해온은 카트 바퀴를 잠그고 휴대전화로 우유 진열대를 찍었다. 사진에는 빈 선반만 보였다. 붉은 골목은 화면에 잡히지 않았다.

“CCTV에는 나옵니까?”

“요괴길은 약한 유리에만 비쳐.” 콩쇠가 자동문 쪽을 가리켰다. “사람이 믿는 기계에는 잘 안 잡혀.”

“사고 나면 증거가 없다는 뜻이군요.”

해온은 포스기에서 길게 나온 영수증 계약서를 접어 주머니에 넣었다. 현금함 잠금, 계산대 비움 메시지, 우유 이동 메모. 인간 쪽 기록이라도 남겨야 했다.

상자는 계산대 안쪽에서 세 번 딸랑 울렸다.

콩쇠가 말했다. “출발 신호다.”

해온은 상자를 안아 들었다. 따뜻했다. 처음 편의점으로 들어왔을 때는 빗물보다 차가웠는데, 이제는 갓 데운 도시락처럼 열이 올랐다. 옆면 송장의 수취인은 ‘복달’, 주소는 휘어진 획 세 줄뿐이었다.

그가 냉장고 문턱에 한 발을 올리자 뒤에서 자동문 종이 울렸다.

딸랑.

손님이 들어온 줄 알고 돌아봤지만 사람길 편의점에는 아무도 없었다. 포스기 시계는 여전히 자정이었다. 휴대전화는 0시 17분을 가리켰다.

“저쪽에서 세 시간 써도 여기선 삼 분이라며.”

“쯤이라고 했지.”

“삼 분을 넘기면 편의점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까?”

“배송완료 전에는 문이 안 열려.”

해온이 문턱에서 발을 뺐다. “그걸 지금 말해요?”

“들어가면 몸으로 알게 되니까.”

“산재교육을 사고 뒤에 하는 직장이 제일 싫습니다.”

콩쇠는 뿔 끝을 긁었다. “그래도 지금은 들어가기 전이잖아.”

맞는 말이라 더 화가 났다. 해온은 점주에게 남긴 메시지에 ‘냉장고 후면 점검 중, 완료 전 계산대 복귀 지연 가능’이라고 한 줄을 추가했다. 요괴골목이라는 핵심은 여전히 쓰지 못했다.

“배달이 끝나지 않으면 사람길로 못 돌아온다. 그 외에 안 한 말 있습니까?”

콩쇠가 손가락을 접었다. “길에서 네 이름 부르면 세 번까지 대답하지 마. 네 그림자가 앞서 걸으면 밟지 말고. 금색 문턱은 돈 받는 문이 아니라 기억 받는 문이니까 피하고.”

“한 번에 몇 개나 나옵니까?”

“가면 생각나.”

해온은 계산대 아래 메모지에 세 줄을 적어 주머니에 넣었다. 이름 세 번 무응답. 앞선 그림자 피하기. 금색 문턱 금지.

“이제 갑니다. 또 생각나면 들어가기 전에 말하세요.”

콩쇠는 눈을 꽉 감았다가 떴다. “없어.”

둘은 냉장고 뒤 골목으로 들어갔다.

해온의 운동화 밑창이 검은 돌바닥에 닿자 뒤에서 냉장고 문이 닫혔다. 우유팩 대신 사람길 편의점이 있던 자리는 매끈한 벽이 됐다. 손바닥으로 밀어도 차가운 기와 감촉만 났다.

“정말 없어졌잖아.”

“배송완료 전에는 못 돌아간다고 했잖아.”

“말한 지 일 분도 안 됐는데 벌써 미워지네요.”

골목 첫 모퉁이에는 화살표가 두 개 있었다. 송장의 휘어진 획과 닮은 표시는 왼쪽을 가리켰고, 해온의 휴대전화 지도앱은 오른쪽에 푸른 경로를 띄웠다. 화면에는 ‘목적지까지 420미터, 도보 6분’이라고 나왔다.

“신호 잡히는데요?”

“그게 백결의 반송길일 수 있어.” 콩쇠가 오른쪽을 막았다. “인간 화면에 익숙한 길을 보여 주고, 들어간 사람 이름으로 반송 서명을 만들어.”

“근거는요?”

“내가 이 길에서 삼십 년 배차했어.”

“아까 냉장고가 문인 것도 바로 못 찾았잖아요.”

콩쇠의 수염이 축 처졌다. “그건 송장이 바뀌어서.”

해온은 어느 쪽에도 발을 내딛지 않았다. 지도앱을 끄자 오른쪽 골목의 푸른 빛도 함께 꺼졌다. 실제로는 간판조차 없는 막다른 길이었다. 왼쪽 바닥에는 가루 같은 것이 뿌려져 있었다. 붉은 등 아래에서는 회색이었지만 휴대전화 손전등을 비추자 푸르게 반짝였다.

상자가 딸랑, 딸랑, 딸랑 세 번 울렸다.

“청색 문턱가루.” 콩쇠가 말했다. “정식 배송길 표식이야.”

“그럼 지도보다 소리와 표식을 둘 다 확인합니다. 하나만 맞으면 안 가요.”

“시간이 없는데 꼭 둘 다?”

“당신 경력만 믿기에는 방금 실적이 좋지 않아서요.”

해온은 왼쪽으로 들어갔다. 몇 걸음 뒤 누군가 등 뒤에서 불렀다.

“남해온.”

점주의 목소리였다. 돌아보지 않았다.

“남해온, 계산대 비우면 바로 해고야.”

두 번째. 해온은 주머니 속 메모를 눌렀다.

“해온아.”

세 번째 목소리는 죽은 아버지와 너무 비슷했다. 이름 끝을 낮게 늘이는 버릇까지 같았다. 발이 멈췄다.

콩쇠가 앞에서 작은 손을 흔들었다. “세 번 끝났어. 이제 돌아봐도 돼.”

해온은 돌아보지 않았다. “안 봐도 됩니다.”

“누구 목소리였어?”

“배송 중 사적인 질문 금지.”

그는 상자를 더 단단히 안았다. 따뜻함이 팔 안쪽으로 번졌다. 뚜껑 아래에서 무언가 긁는 소리가 났다. 불운이 새는 중인지, 내용물이 움직이는지 알 수 없었다.

두 번째 갈림길에는 문턱 세 개가 나란히 있었다. 금색, 푸른색, 아무 색도 없는 검은 돌. 금색 문 안에서는 동전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해온의 이번 달 월세와 카드 대금이 정확한 숫자로 속삭였다.

“한 번만 지나가면 갚을 수 있다.” 문 안의 목소리가 말했다.

해온은 금색 문턱 앞에 쪼그려 앉았다. 돈 냄새란 게 있다면 편의점 현금함보다 오래된 종이 냄새일 거라고 생각했다. 상자가 금색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콩쇠가 다급하게 소매를 잡았다. “기억 하나 내야 해. 돈을 왜 필요로 했는지부터 잊어.”

“알아요. 적어 놨으니까.”

해온은 문턱을 넘지 않고 금색 가장자리만 살폈다. 청색 가루가 없었다. 상자도 울리지 않았다. 그는 검은 돌 쪽으로 옮겼다. 그제야 상자가 세 번 딸랑였다. 손전등 아래 검은 틈에서 푸른 가루 한 점이 빛났다.

“이쪽.”

“돈 문 앞에서 쪼그려 앉길래 넘어가는 줄 알았어.”

“가격표 확인한 겁니다. 비싸면 안 사요.”

검은 문턱을 넘자 골목이 갑자기 가팔라졌다. 해온은 운동화 끈을 조이고 상자를 콩쇠의 배차 가방에 끈으로 고정했다. 혼자 들겠다고 버티던 콩쇠는 시간이 줄어드는 송장을 보고 순순히 등을 내줬다.

“짐은 내가 지고 네가 길 봐.”

“아까부터 그렇게 역할을 나눴으면 좋았잖아요.”

“수취인이었던 자존심이 있지.”

“지금 수취인은 복달입니다. 당신은 오배송 피해자 겸 배차원.”

콩쇠가 투덜거리면서도 보폭을 맞췄다.

골목 시계는 없었지만 송장 모서리의 붉은 선이 빠르게 짧아졌다. 사람길의 일출까지는 여섯 시간 가까이 남았는데 이쪽에서는 두 시간 표시가 떠 있었다.

“왜 갑자기 두 시간입니까?”

“가짜 길 앞에서 머뭇거렸으니까.”

“사고 피한 시간도 지연으로 잡아요?”

“요괴 배송은 안전점검을 시간에 안 넣어 줘.”

“그 제도부터 고쳐야겠네.”

끝없이 이어지던 골목은 어느 순간 막다른 마당으로 닫혔다. 앞에는 높이와 모양이 똑같은 거울문 세 개가 서 있었다. 왼쪽 문 아래에는 젖은 발자국, 가운데에는 검은 실밥, 오른쪽에는 청색 가루가 희미하게 묻어 있었다.

상자가 처음으로 울리지 않았다.

대신 세 문 안에서 동시에 목소리가 났다.

“들어와.”

남해온 자신의 목소리였다.

왼쪽도, 가운데도, 오른쪽도 똑같았다. 편의점에서 손님에게 말할 때보다 낮고, 아버지 전화를 받던 때보다 무심한, 해온이 혼자 있을 때의 목소리.

콩쇠가 오른쪽 손잡이로 달려갔다. “청색 가루다. 여기야.”

해온이 그의 손목을 잡았다. “아까 정한 건 소리와 표식이 둘 다 맞을 때입니다.”

“네 목소리가 세 군데서 다 나잖아.”

“그러니까 어느 것도 수취인 목소리가 아니죠.”

가운데 문 아래 검은 실밥이 바람도 없는데 꿈틀거렸다. 손잡이 위로 붉은 글씨가 천천히 떠올랐다.

‘허락한 자의 이름으로 들어오라.’

송장의 남은 시간은 한 시간 오십구 분으로 바뀌었다. 상자는 콩쇠의 등에서 점점 뜨거워졌다.

해온은 세 문에서 한 걸음 물러났다. 자기 목소리가 다시 다정하게 말했다.

“들어와, 해온아.”

이번에는 이름을 부르는 횟수를 셀 수 없었다. 문마다 자기 입이 하나씩 생긴 것 같았다.

그는 주머니에서 메모지를 꺼내 네 번째 줄을 적었다.

‘허락은 안쪽 사람이 직접.’

그리고 어느 문도 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