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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9화]

말해야 할 이름의 밤

작성: 2026.04.01 19:44 조회수: 42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본 작품은 허구의 무협 세계를 배경으로 한 창작물입니다. 작중 묘사되는 폭력, 복수, 무공 등은 장르적 장치이며 현실의 행위를 권장하지 않습니다.

아침 설거지는 여전히 서진해의 몫이었다.

예전에는 막금산이 말없이 손을 보탰고, 담소령도 심심하면 부엌에 끼어들어 그릇 하나쯤 깨뜨리곤 했다. 그런데 요즘은 달랐다. 서진해가 솥을 닦고 있으면, 그것이 곧 이 객잔의 아침이 되었다.

찬물이 손등의 갈라진 틈으로 파고들었다. 그는 굳은 손마디를 한 번 펴 보려다 말고, 솥 안쪽에 눌어붙은 밥자국을 칼등으로 긁어냈다. 쇠가 긁히는 소리가 짧게 울렸다.

어젯밤의 말들이 아직 귀에 붙어 있었다.

정확히는 말보다 침묵이었다. 오래된 사람들 사이를 오가는 침묵은 칼보다 무거웠다.

"그릇 하나 더 줘."

부엌 문가에 기대 선 담소령이 손을 내밀었다.

평소 같으면 제 손으로 집어 갔을 텐데, 오늘은 서진해가 건네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서진해는 물기 묻은 손을 털고 그릇을 내밀었다. 손끝이 스쳤다. 담소령의 시선이 그의 손목에 잠깐 머물렀다.

어젯밤, 팔목을 붙잡던 순간. 억지로 눌러 두던 사투리가 벗겨졌던 그 짧은 틈을, 그녀는 잊지 않은 눈이었다.

"어젯밤에 잠 못 잤나 보네."

"자긴 잤습니까."

일부러 거친 억양을 섞었지만, 담소령은 넘어가지 않았다. 대꾸 대신 그릇을 받아 들고 그의 손을 한 번 더 훑어보았다.

말이 없는 쪽이 더 무거웠다.

식당 구석에는 주방상이 앉아 있었다. 상단 일행은 새벽에 떠났고, 그는 발목을 삐었다며 하룻밤 더 묵겠다고 했다. 막금산은 두말없이 허락했다.

그게 서진해는 더 걸렸다.

막금산은 피하고 싶을 때 오히려 눈앞에 두는 사람이었다. 주방상을 남겨 둔 건 믿어서가 아니었다. 아직 듣지 못한 말이 남아 있기 때문일 터였다.

점심이 지나고, 막금산이 마당에서 장작을 패고 있을 때 담소령이 서진해를 불렀다. 목소리가 낮았다.

서진해가 부엌 안으로 들어서자, 담소령은 앞치마 안쪽에서 접어 둔 종이 한 장을 꺼냈다. 약첩의 셋째 장이었다.

"이거."

종이를 펼치자 여백의 글씨가 먼저 눈에 박혔다.

막천류에게 전하라.

다섯 글자였다.

흘려 쓴 듯한데도 획마다 힘이 살아 있었다. 서진해는 한동안 그 글씨를 내려다보았다. 담소령은 그가 읽는 동안 한 번도 눈을 떼지 않았다.

"주인어른한테 보여 줄 거야?"

서진해는 바로 답하지 않았다. 종이를 다시 접어 담소령에게 돌려주며 낮게 말했다.

"주인어른이 모를 거라고 생각합니까."

담소령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그건 내가 물어봐야 알지."

그녀가 종이를 움켜쥔 채 한 걸음 다가왔다.

"그 사람이 막천류인 거, 너도 알고 있었어?"

서진해는 입을 다물었다.

대답하지 않는 것이 대답이었다.

담소령은 짧게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내가 직접 묻는다."

그녀가 먼저 마당으로 나갔다. 서진해는 한 박자 늦게 뒤를 따랐다.

막금산은 장작을 패던 손을 멈춘 채 이미 두 사람을 보고 있었다. 도끼날에 묻은 나무진이 햇빛을 받아 번들거렸다. 흙먼지가 발끝에서 가볍게 일었다.

담소령이 종이를 내밀었다.

"이거, 보신 적 있습니까."

막금산은 종이를 받아 들고 천천히 훑었다. 돌려줄 때 손이 아주 잠깐 멈췄다.

그걸로 충분했다.

"어디서 났냐."

"제 어머니 약첩에서요. 어머니가 청문파 출신이셨어요. 적어도 저는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막금산의 시선이 담소령에게서 서진해에게로 옮겨 갔다. 서진해는 피하지 않았다.

잠시 뒤, 막금산이 물었다.

"그 어미 이름이 뭐였냐."

"소린입니다. 담소린."

마당으로 바람이 한 번 훑고 지나갔다. 장작 냄새 사이로 마른 흙냄새가 일었다.

막금산은 쪼개 둔 장작 하나를 집어 올려 옆에 쌓았다. 손을 무릎에 짚고 천천히 일어섰다. 쉽게 나오지 않는 말을 꺼낼 때 그가 늘 보이던 버릇이었다.

"알았다. 저녁에 이야기하자."

그 말뿐이었다.

담소령은 더 묻지 못했다. 막금산의 얼굴이 너무 단단했다.

저녁 무렵, 주방상이 다시 식당에 나타났다. 발목을 삐었다는 사람치고 걸음이 지나치게 고르고 안정적이었다. 서진해는 술상을 나르며 그를 힐끗 보았다. 주방상은 막금산의 맞은편에 앉아 잔을 밀었다.

"한잔 받아라, 천류야."

막금산은 잔을 받았지만 마시지 않았다.

주방상은 철완을 팔걸이에 가볍게 부딪쳤다. 둔탁한 쇳소리가 식당 안에 낮게 번졌다.

"그놈들이 여기까지 찾아온 건 이미 알겠지. 잔화의 냄새가 이 객잔에서 새고 있어. 내가 맡았으면, 다른 놈들도 맡았을 거다."

서진해는 술상을 내려놓고 등을 돌렸다. 그래도 귀는 닫지 않았다.

막금산이 잔을 탁자에 도로 내려놓았다.

"그래서 뭘 원하는 거냐."

주방상이 짧게 웃었다. 오래된 사람들끼리만 주고받는, 피곤하고 마른 웃음이었다.

"내가 원하는 게 아니야. 소린이가 전하라고 한 말이 있어서 왔지."

서진해의 발이 잠깐 멎었다.

소린.

담소령의 어머니 이름이었다. 주방상은 그 이름을 알고 있었다. 막금산도 그 말을 듣고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부엌으로 돌아오자 담소령이 기다리고 있었다. 솥에서는 국이 천천히 끓고 있었고, 뜨거운 김 사이로 젖은 장작 냄새가 배어 나왔다.

서진해가 낮게 말했다.

"저 사람, 주인어른 동문 맞습니다."

잠깐 숨을 고른 뒤, 그는 말을 이었다.

"그리고 담소령 씨 어머니도 압니다."

담소령의 손에 들린 국자가 한 번 흔들렸다.

"…얼마나?"

"모르겠습니다. 다만 전할 말이 있다고 했습니다."

서진해는 거기서 멈췄다. 목구멍이 한 번 뻣뻣하게 굳었다. 그래도 끝내 밀어붙였다.

"오늘 밤, 주인어른 이야기를 듣고 나면 저도 한 가지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담소령은 국자를 솥 가장자리에 걸쳐 두고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네가 진짜 뭐야."

질문이 아니었다.

확인이었다. 예고였다.

서진해는 아주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오 년 만에 처음으로, 남에게 떠밀린 것이 아니라 제 뜻으로 한 고개짓이었다.

밤이 깊자 식당은 비었다. 주방상은 방으로 들어갔고, 막금산은 처마 밑 평상에 앉아 있었다. 바람이 처마 끝을 스치며 마른 소리를 냈다.

서진해와 담소령이 마주 앉자, 막금산은 한동안 하늘만 올려다보았다. 그러다 마침내 입을 열었다.

"소린이는 청문파 의녀였다. 내가 알게 된 건 오래전 일이다."

담소령의 손가락이 무릎 위에서 천천히 말렸다 펴졌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막금산은 그 작은 움직임을 보고도 말을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주방상이 전할 말이 있다고 했다면, 그건 아마도 이 녀석 때문일 거다."

그의 시선이 서진해에게 닿았다.

서진해는 품속으로 손을 넣지 않았다. 잔화심결은 아직 거기 있었다. 종이 한 뭉치에 불과한데도 쇠사슬처럼 무겁게 느껴졌다. 꺼낼 수 없었다.

아직은.

하지만 꺼내야 할 밤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했다.

담소령이 조용히 물었다.

"청문파."

한 단어뿐이었다. 확인을 구하는 말이었다.

마당에서 바람이 한 번 크게 일었다. 문틈이 떨리고, 처마 밑 그림자가 길게 흔들렸다. 서진해는 눈을 감았다가 떴다. 입안에서 오래 묵은 이름 하나가 천천히 굴렀다.

사부가 마지막에 남긴 말이, 이제는 다른 무게로 내려앉고 있었다.

말하면 돌아갈 수 없다.

그래도 피하지는 않으리라.

그는 마른 입술을 한 번 적셨다. 오 년 동안 삼켜 온 이름이 마침내 목구멍 끝까지 올라왔다. 밤은 조용했지만, 그 조용함이야말로 칼집에서 반쯤 빠진 검처럼 팽팽했다.

이제 입을 여는 순간, 객잔의 공기와 사람들 사이의 관계, 그리고 앞으로 치러야 할 대가까지 모두 달라질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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